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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62화 (62/505)

00062  각성(覺醒)  =========================================================================

62.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아영을 안고 급히 숙소로 돌아왔다. 언니가 아프다는 말에 놀라 울먹이는 아정과 아솔, 아림를 소연과 은비가 달래주고 있었다.

“정말 능력자로 각성하는 거 맞아?”

“느낌상 그래.”

“얘들아! 오빠 말 들었지. 언니 아픈 거 아니야. 능력자로 각성하느라 열이 조금 나는 것뿐이야. 그러니 이제 울지 않아도 돼.”

“오빠! 아영 언니 정말 괜찮은 거죠? 아무 문제 없는 거죠?”

“그럼! 언니들처럼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 거쳐 가는 길이지 아프거나 그런 거 아니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린 오빠만 믿어요.”

“알았어. 언니 쉬어야 하니까 어서 들어가서 자.”

“네!”

품에 매달린 아림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영은 자매들에겐 엄마이자 아빠였다.

나와 소연, 은비라는 듬직한 보호자가 세 명이나 생겼지만, 동생들에겐 언니인 아영만한 보호자는 될 수 없었다.

“산삼 때문일까?”

“글쎄?”

“산삼 때문이면 아정과 아솔, 아림이도 능력자로 각성할 수 있잖아.”

“산삼이 원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할아버지와 우리 아빠도 능력자로 각성할 수 있겠네?”

소연이 기대에 찬 눈으로 질문을 던졌다. 우리 중 가장 이성적인 소연도 가족과 연관된 문제엔 어쩔 수 없이 위축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더 없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산삼이 각성과 관련이 있다는 보장도 없고, 도움을 줬다고 해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

“다른 요인이 있다는 거야?”

“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봤을 때, 부실한 체력 때문에 각성이 늦어진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발육상태가 워낙 나빠서 능력자로 각성이 안됐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해.”

“너도 선천적이라고 보는 거야?”

“100%는 아니야. 70%는 선천적인 요인이라고 보고, 나머지 30% 후천적인 영향도 있다고 생각해. 능력자로 변신하는데 달랑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고 여기는 건 아니라고 봐.”

학계에선 잠능자의 각성을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 결정된다는 주장과 자라나며 주변 환경에 의해 후천적인 영향으로 능력자가 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었다.

의학적 지식이 없어 내가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선천적인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100%라는 뜻은 아니었다. 나와 아영의 경우를 보면 잠능자라는 선천적인 인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후천적으로 좋지 못한 환경에 놓이며 오랜 시간 각성을 지체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능력자를 결정하는 인자(因子)가 Yes와 No로 단 두 가지 답으로 정확히 양분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기와 과일도 먹는 부위에 따라 맛이 다르듯 능력자도 완벽한 인자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할 순 없었다.

능력자가 될 수 있는 인자를 가진 사람 중 외부적 환경에 따라 능력자가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인자를 가지고 있지만, 능력자가 될 인자가 현저히 낮아 각성에 실패하거나 높은 인자를 가지고 있어도 외부 환경으로 각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생각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며 나 같은 소수의견이 무시돼서 그렇지 생각보다 많은 과학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각성까진 얼마나 걸릴까?”

“내 경우는 7~8시간쯤 걸린 것 같아.”

“난 자고 일어났더니 달라져 있었어.”

“나도 그래. 저녁 먹고 졸음이 쏟아져 잠이 들었는데 눈 뜨니까 아침이었어.”

시간이 흐를수록 아영의 피부는 붉다 못해 빨갛게 익어갔다. 다행히 열에 취해 잠이 들어 다행이었지 나처럼 각성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깨어있다면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아영이 변해가는 모습을 세심히 기감했다. 어쩌면 아영을 통해 각성에 대한 메커니즘을 잡아낼 기회일 수도 있었다.

아영의 몸을 태울 것 같은 열기가 점점 더해가자 세포가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기감을 통해 능력자의 세포와 일반인의 세포가 미세하지만 조금 다르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구조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활동성과 재생력의 차이가 극명할 뿐이었다.

또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의 양과 활동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많고 활발했다.

줄기세포란 특정한 세포로 분화가 진행하지 않은 채 유지되다가 필요할 경우 신경, 혈액, 연골 등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을 갖춘 세포를 말했다.

시간이 흐르자 열기가 더욱 짙어지며 대자연의 기운이 서서히 아영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열기로 깨끗이 세탁된 세포 속으로 포스가 침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3시간가량 포스를 빨아들이던 아영의 몸이 서서히 식어가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열기가 식자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던 혈관도 안정을 찾았다.

“키가 또 큰 것 같지?”

“5cm 정도 자랐네.”

“몸매도 아주 예뻐졌네. 가슴도 나오고, 정말 환골탈태(換骨奪胎)가 따로 없네. 미인이 됐어. 오빠 좋겠다.”

“뭐가 좋아?”

“아영이가 더 예뻐졌으니 얼마나 좋아? 안 그래? 크크크~”

“또 쓸데없는 소리한다. 그만 좀 해. 재미없어.”

“오빤 거짓말을 참 못해요. 입으론 아니라고 말하면서 고추는 왜 세우는 거야. 바지 뚫고 나오겠네.”

“이건 생리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거야. 남자들은 원래 눈이 가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생리적으로 발기하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예쁘다고 고추가 다 서면 길거리를 어떻게 지나다녀. 그냥 예쁘고 마음에 든다고 말해. 뭐라 않을 테니까.”

“.......”

열기를 식히기 위해 팬티만 빼고 옷을 벗겨 놓은 상태라 아영은 전라나 다름없었다.

옷을 입고 있어도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몸매를 감상할 수 있어 굳이 그 모습에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벌거벗은 아영의 모습에 고추가 자동으로 반응을 보였다. 정말 여자는 소리에 민감하고 남자는 시각에 끌리는 것 같았다.

각성이 끝나자 아영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처음 원산에서 만났을 땐   키 145cm에 몸무게 35kg으로 17살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작고 말라 볼품이 전혀 없었다.

좋은 음식과 보약으로 몸이 차츰 건강해지더니 산삼으로 키가 훌쩍 크고 이번에는 각성으로 또다시 급성장하며 키 165cm에 몸무게 45kg의 아담한 예쁜 소녀로 변신했다.

키만 커진 게 아니라 다리도 늘씬하게 뻗었고, 가슴도 조금 성숙해 볼륨감이 향상됐다.

머리카락은 은은한 갈색을 띠었고, 피부는 전보다 더욱 희고 매끄러워져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매혹적이었다.

아영을 만나고 성적인 생각을 가진 적은 결단코 없었다. 소연과 은비의 뒷모습만 봐도 자동으로 고추가 발딱 섰지만, 아영은 품에 안고 쓰다듬어도 소 닭 보듯 반응이 없었다.

보호해야 할 가여운 동생으로만 생각했지 여자론 생각하지 않던 아영을 향해 고추가 반응을 보이자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졌다.

“몸 상태는 어때?”

“지난번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머리도 맑고 몸도 가뿐해요.”

“축하해!”

“다 오빠 덕분이에요. 오빠 없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저희 네 자매 살아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고마워요. 흑~”

“그런 소리하는 거 아니야.”

“사실이잖아요. 그날 오빠를 만나지 못했다면 저흰 얼마 못 가 굶어 죽었을 거예요.”

“아니야. 나를 만나지 못했어도 잘 이겨내고 지금처럼 능력자가 됐을 거야.”

“그렇지 않아요. 이 모든 게 오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흑흑흑~”

아영이 울음을 터뜨리며 품에 안겨왔다. 고마움과 미안함에 아기처럼 엉엉 우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영아! 울지 마! 좋은 날이잖아.”

“네가 울면 축하해줄 수가 없잖아. 그만 울어.”

“소연 언니! 은비 언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흑흑흑~”

능력자가 된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을 만큼 희박한 확률을 뚫고 신인류가 됐는데 기뻐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나처럼 능력자로 각성한 줄도 모르고 무심히 지나간다면 모를까 능력자를 배출한다는 것은 집안의 영광이자 가족의 기쁨이었다.

“아영아! 뭐 느껴지는 거 없어?”

“네? 느껴지다니요? 뭐가요?”

“주의에 넘실거리는 생명력이나 뜨겁고 차가운 기운. 그런 거 없어?”

“.......”

은비가 아영에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각성이 끝난 지 한 시간도 안 된 아영에게 느껴지는 게 없느냐는 질문은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독수리에게 하늘을 날아보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지금 막 각성했는데 뭐가 느껴져.”

“그런가?”

“넌 각성하고 느껴지는 게 있었어?”

“아니!”

“각성하자마자 생명의 기운을 느낄 정도면 그게 사람이냐? 용이지.”

“늦게 각성한 만큼 남다를 줄 알았지. 히히히~”

“엄마 뱃속에서 20개월 있다가 나오면 천하장사겠네.”

“흐~”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지금은 쉬는 게 가장 중요해.”

“네! 그럴게요.”

10세~11세에 사이에 각성하면 평균 4~5년 정도 지나 멘탈리스트와 피지컬리스트로 갈렸다.

피지컬리스트는 졸업 때까지 대다수가 최하급과 하급 수준이라 스킬이 없었고, 멘탈리스트는 늦어도 17~18세면 고유 스킬이 나타났다.

아영의 나이가 18살이라 각성 시기가 너무 느려 10대 초반에 각성한 아이들처럼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나가긴 힘들었다.

최악의 경우 능력을 꽃피우지도 못한 채 그저 그런 최하급 능력자로 도태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처럼 노력 여하에 따라 단기간에 스킬을 얻을 수도 있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먼저 멘탈리스트나 듀얼 리스트가 되어야한다는 전제가 필요해 피지컬리스트가 될 경우 스킬을 얻기 위해선 중급 능력자가 될 때까지 죽도록 노력해야 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최선을 다해 가르칠 든든한 오빠와 언니들이 옆에 있는 한 아영의 장래는 절대 어둡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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