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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61화 (6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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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각성(覺醒)

할아버지와 함께 온 30명의 남자와 10명의 여자는 특수부대 장교와 부사관 출신으로 전직 군인들이었다.

모두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대한 재단의 도움을 받고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로 책임자인 김도형은 특수부대의 원조 격이자 모든 특수부대원이 존경하는 영국 공수특전단(SAS, Special Air Service) 소령 출신이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스페츠나츠(Spetsnaz), 미국의 델타 포스(Delta force), 그린베레(Green Berets), 한국의 707 특임대대,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공군 제5 전술공수비행단(CCT), 헌병 특별경호대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일당백의 용사들로 우릴 돕기 위해 먼 청진까지 오게 됐다.

최근 능력자들의 군대 진출이 늘어나며 특수부대 대원들이 직장을 잃고 방황하다 유흥가와 암흑가로 흘러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특수부대 대원들이 일당백의 용사라 해도 신체구조가 틀린 능력자를 당할 순 없었다.

능력 차이로 밀려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공들여 키운 고급인력들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썩히는 건 개인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능력자가 해야 할 일과 특작 부대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 능력자를 군에 끌어들이면 비용대비 효율은 크게 향상하지만, 능력자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게 돼 결과적으론 큰 소실을 초래할 수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적인 군사 대국들이 특수부대의 규모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건 능력자만으로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방증(傍證)이자 특수부대의 필요성을 인정한 증거였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군대는 비용과 효율만 따지며 아까운 인재들을 계속 시궁창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이들 중 3분에 1 이상은 그렇게 군대에서 밀려나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던 차에 할아버지의 부름 받고 미래 레드몬에 투신하게 됐다.

“반갑습니다. 미래 레드몬 사냥팀을 맡은 박지홍입니다.”

“미래 레드포스를 맡은 김도형입니다.”

“부족하거나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량은 6월 말경 나진항으로 들어올 예정이고, 무기는 5월 27일 화물선과 함께 청진항에 도착할 겁니다. 무기는 청진에선 사용할 수 없으니 이점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이들이 사용할 개인화기는 MP5A2 기관단총과 Berreta 92F 권총, M82A-1 배럿 대물 저격총, 섬광탄 등이었고, 지원화기론 M2 브라우닝 기관총과 Mk.19 고속유탄 기관총, M18A1 클레이모어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열상감시장비(TOD, Thermal Observation Device)와 무인조종비행체인 헬리캠(Helicam), 통신장비 등 다양한 장비가 갖춰져 있었다.

MP5A2 기관단총은 707특임대 주무장으로 9×19mm Parabellum탄을 사용하며, 유효거리 200m, 분당 발사 속도는 800발이었다.

세계 10대 베스트에 뽑힌 베레타 권총은 이탈리아가 원산지로 MP5A2 기관단총과 같은 파라벨럼탄을 사용한다.

1975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권총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군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M82A-1 배럿(Barrett) 대물 저격총은 특수목적용 스코프 장착형 소총(SASR, Special Applications Scoped Rifle)으로 장거리에서 엄폐물 뒤에 숨은 적을 사살하거나 차량의 주요 부위를 파괴하는 대물(Anti-Material) 용도 또는 폭발물 제거용(explosive ordnance disposal)으로 사용됐다.

브라우닝 M2 중기관총의 탄환(12.7 × 99mm NATO탄)을 사용하고 있어 현재 레드몬 방어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였다.

섬광탄은 영국 SAS에서 개발한 비살상 제압용 수류탄으로 레드몬의 눈을 잠시 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M2 브라우닝 기관총(M2 Browning Machine Gun)은 1921년에 미국의 존 브라우닝이 설계한 중기관총으로 미군에서 80년 넘게 현역으로 사용 중이며, 많은 서방 국가에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최고의 기관총이었다.

분당 750~850발을 쏘아내며 유효사거리 2,000m, 최대사거리 6,800m로 2연장 또는 4연장 M45 미트 쵸퍼(Meat Chopper, 육류 분쇄기)로 개조해 사용할 수 있었다.

Mk.19 고속유탄 기관총은 발사 속도가 분당 300~400발에 유효사거리 1,400m, 최대사거리 2,023m로 M2 중기관총, 배럿 대출 저격총과 함께 원거리에서 레드몬을 방어할 수 있는 무기였다.

M18A1 클레이모어는 지향성 지뢰의 일종으로 기존 지뢰의 고정관념을 깨고 지상에 세워 설치해 큰 효과를 본 무기로 가까운 거리에서 최하급 레드몬을 타격하기에 가장 적당한 무기였다.

“5팀 김가은 소령이 여성경호원 9명과 함께 근접경호를 담당합니다. 1팀 한성진 소령, 2팀 안영일 소령, 3팀 조전주 소령은 당분간 원거리 경호와 공대 숙소 경비를 맞게 될 겁니다. 경호대 부대장 강승원 중령은 부대가 확장하면 정보부를 맡을 예정입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경호방법과 경비에 대해 우린 아는 게 없습니다. 김도형 대장께서 잘 아시는 만큼 알아서 해주리라 믿습니다.”

“믿고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팀장 한성진 소령은 러시아 스페츠나츠 출신이었고, 2팀장 안영일 소령은 미국 델타 포스, 3팀장 조전주 소령은 그린베레, 5팀장 김가은 소령은 헌병 특별경호대, 부대장 강승원 중령은 국군정보사령부(KDIC) 출신이었다.

“출발은 6월 1일 09시입니다. 그때까진 휴식을 취하며 여가를 즐기시면 됩니다.”

“아닙니다. 보고를 드린 이상 경호업무가 시작된 겁니다. 이 시간부로 경호를 시작하겠습니다.”

“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경호는 무리입니다.”

“빈손이라도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까진 쉬고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시죠. 단합대회는 끝내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명령입니다. 명령은 따르시겠죠?”

“알겠습니다.”

가칭 ‘미래 레드포스’는 소규모 경호부대 시작하지만, 최소 군단 규모 이상으로 키울 생각이었다.

미래 레드포스의 설립 취지는 경호·경비가 아닌 정부로부터 이양받은 나선시와 함경북도 북부 지역 전체의 방어가 목적이었다.

여기서 방어란 단순히 레드몬만이 아닌 국가, 단체, 사람 등 우릴 위협하는 모든 외부세력으로부터 도시와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많은 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위험한 일을 하는 만큼 대우도 최고로 해줄 생각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죽도록 혹사시키고 공짜로 부려 먹는 인간이었다. 대한민국 대다수 기업과 고용주들이 양심에 거리낌 없이 행하는 일로 최저임금 925원(1992년 기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일을 시켰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급하는 게 사람의 도리이자 최소한의 양심적인 행동이었다.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밥만 먹여줘도 감지덕지란 헛소리로 지껄이며, 하루 12시간 뼈가 부서지도록 일을 시키곤 10만 원도 안 주는 악덕 기업주가 태반이었다.

난 어머니가 당한 아픔과 모욕을 알기에 그런 개 같은 짓은 할 생각이 없었다. 대장인 김도형은 매월 500만 원, 부대장인 강승원은 450만 원, 팀장은 400만 원, 팀 원은 각각 300만 원을 한 달 봉급으로 책정했다.

이외에도 교육비, 의료비, 차량운행비, 피복비 등 복리후생비는 따로 지급할 예정이었고, 상여금도 600%를 책정했다.

경호팀 40명에 대한 인사가 끝나자 근사한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겨 단합대회를 시작했다.

나선시 공략을 시작하면 당분간 회식은 물론 술도 가까이하기 힘들어 사기 진작 차원에서 청진에 머무르는 동안은 일주일 한 번씩 단합대회를 열 생각이었다.

월급쟁이에게 가장 행복한 건 많은 월급을 받는 일이었고, 그 다음은 술과 맛난 음식을 공짜로 마음껏 즐기는 일이었다.

단합대회엔 미래 레드포스 대원 40명과 미래 레드몬 직원 10명 그리고 할아버지와 소연, 은비, 아영, 아정, 아솔, 아림이까지 모두 참석했다.

이들이 앞으로 함께 동고동락할 전우들이자 미래 레드몬의 창립 멤버였고, 미래 레드몬을 이끌어나갈 핵심인물들이었다.

최고급 한우로 배를 든든히 채우며 소주와 맥주로 분위기를 업시켰다. 서먹서먹함은 김관웅 사장이 열심히 바람을 잡자 금세 사라지고,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공대장님!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사장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 작은 소주잔으로 마시고, 공대장님은 커다란 유리잔으로 드시는데 어찌 같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명백한 반칙입니다.”

“반칙은 제 몸뚱이가 반칙이죠. 이렇게 페널티를 받아야 공평한 겁니다.”

“하하하~ 멋지십니다. 사나이 대장부십니다.”

유리잔으로 100잔도 넘는 소주를 들이켰다. 주는 족족 한 번에 비우자 한두 잔 신이 난 직원들이 너도나도 잔을 따라주는 통에 술병이 산처럼 쌓였다.

남들이 보기엔 엄청난 주량이지만, 비정상적인(?) 체력으로 인해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아 내게 소주는 술이 아니라 쓴 물이었다.

“오빠!”

“응!”

“죄송한데 저 먼저 숙소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왜? 자리가 불편해?”

“그게 아니라 계속 열이 나고 몸이 간질간질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간지러워? 개미가 기어가고 무는 것 같아?”

“네! 따끔거려 죽겠어요.”

“언제부터 그랬어?”

“1시간쯤 됐어요. 참으려고 노력했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져 앉아 있을 수도 없어요. 죄송해요!”

기감을 통해 아영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온몸이 열꽃이 피어 빨갛게 달아올랐고, 혈관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영이 어디 아파?”

“아니에요. 괜찮아요.”

“얼굴이 새빨갛잖아. 헉! 머리도 펄펄 끓네.”

“은비 언니! 목소리 조금만 낮추세요. 저 때문에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요.”

“야! 네가 아픈데 회식이 문제야?”

지금 아영의 상태는 강릉 가는 기차에서 내가 겪었던 증상과 매우 흡사했다. 각성(覺醒)이 진행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이 생겨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아픈 건가?”

“아픈 건 아닙니다. 확실한 건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제 생각엔 능력자로 각성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오~ 그래! 그럼 어서 들어가게. 이곳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렇게 좋은 일에 죄송하다니. 일이 잘 풀리려는 길조가 분명하네. 잘 된 일일세. 하하하~”

할아버지는 아영의 각성을 길조(吉兆)로 생각했다. 큰일 앞두고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으니 길조는 길조였다.

그러고 보면 아영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원산에 오지 않았다면 만날 수도 없었고, 능력자로 각성할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아영이의 마니토(Manito)? 수호천사? 그런 건가?」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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