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6 부상(負傷) =========================================================================
56.
공대장인 김갑수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그나마 유인하기 좋은 북쪽 마을 입구로 이동해 틈을 노리기로 했다.
한 시간쯤 기다리자 마을 중앙에서 레드마우스 50여 마리가 몰려나왔다. 보초를 서던 놈들이 마을로 들어가고 교대조로 나온 놈들이 보초를 섰다.
30분쯤 지나자 무리 중 절반 정도가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올라갔다. 주변 정철을 나간 것 같진 않았고, 이전 보초처럼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 같았다.
녀석들이 떠나고 20분쯤 기다린 후 활에 화살을 메겼다. 지금이 남은 놈들을 끌고 갈 유일한 기회였다.
“피웅~”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 화살이 담장 위에서 보초를 서던 레드마우스의 가슴을 정확히 꿰뚫었다.
“쿵~”
강력한 화살에 꿰뚫린 레드마우스가 5m나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동료의 죽음에 레드마우스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찍~ 찍~”
긴 앞니 사이로 철판을 끓는 소리를 내며 보초를 서던 레드마우스들이 조은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피웅~ 피웅~”
연달아 날아간 두 발의 화살에 선두에 섰던 레드마우스가 쓰러졌다. 동료의 죽음에 더욱 광분한 놈들이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들었다.
“카악~ 카악~”
적당한 거리를 벌린 채 간간이 화살을 날려 놈들을 계속 격분시켰다. 화가 난 레드마우스 무리가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삐익~ 삐익~ 삐익~ 삐익~”
짧고도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연달아 네 번 울렸다. 빠른 속도로 레드몬을 끌고 간다는 신선 공대만의 약속이었다.
약속된 장소를 통과하자 은비의 에너지 파동이 떨어졌다. 절묘한 타이밍에 떨어진 빛의 기둥 속으로 거칠게 달려들던 레드마우스들이 차례로 뛰어들었다.
에너지 파동에 걸린 레드마우스 14마리가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꼼짝도 못한 채 죽어갔다.
운 좋게 파동을 벗어난 일곱 마리는 소연의 홀드와 김갑수의 대도 앞에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
“강릉에서 사냥한 레드마우스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군대처럼 입구와 요소요소에 보초까지 세우고 있어요.”
“그래 봐야 멍청한 레드마우스야. 다를 게 없어.”
“체계가 잡힌 무리라 사라진 동료를 찾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보초를 더 늘릴 수도 있고요.”
“조금씩 유인하면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할 거 없어.”
“한두 번 더 유인에 성공한다고 해도 피해가 늘어나면 두목인 제리가 나설 수도 있어요. 최악의 경우 포베로미스가 있을 수도 있고요. 우리 힘으론 놈들을 감당할 수 없어요. 비너스와 제우스 공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해요.”
“도움을 요청한다고 그들이 응한다는 보장이 없어. 설령 응한다 해도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고. 일단 우리 힘으로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김갑수는 소연과 은비가 있는 동안 창도 군청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너무 위험해요.”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잖아. 숫자가 더 불어나면 그땐 기지까지 위험해져.”
회양에 레드몬 사냥팀이 들어오며 주변 생태계 질서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레드문과 함께 생태계 질서가 파괴된 지 오래인데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생태계는 시대에 맞게 언제나 변화해갔다.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면 그것에 맞게 변화하고 지속하다가 또 다른 강자가 나타나면 거기에 순응해 아주 천천히 모습을 바꿔갔다.
하지만 인간이란 변수가 끼어들면 인위적인 조작으로 생태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몸살을 앓았다.
신선 공대가 회양 기지에 자리 잡고 사냥을 시작하자 그동안 안정됐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특히 포식자를 잡아들이며 생태계 순환 고리가 끊어져 엉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물론 초식성 레드몬도 사냥하고 있어 당장 큰 변화를 느낄 순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 기지 주변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이는 인위적인 힘이 개입돼 일시적으로 균형을 맞춘 것으로 신선 공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냥터 바깥쪽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창도 군청의 레드마우스로 놈들의 수를 조절하던 포식자가 급격히 줄어들며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상대로 간다면 몇 년 안에 포식자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날 수 있었다. 숫자가 불어나면 회양 기지까지 놈들이 진출하게 될 건 너무도 뻔한 일이었다.
김갑수가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정부가 벌금을 물리면서까지 레드마우스 사냥을 독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일제에 의해 포식자가 사라진 한반도에 멧돼지와 담비가 최강의 포식자로 자리 잡았듯 이들마저 사라진다면 다음은 쥐들이 한반도를 장악할 수도 있었다.
놈들의 천적인 포식자만 빼놓고 사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죽자고 덤벼드는 놈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남은 방법을 회양 기지를 버리고 떠나든지 아니면 포식자 대신 놈들을 주기적으로 사냥해 생태계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했다.
북쪽 진입로로 다시 돌아온 조은영의 이마에 깊은 골이 팼다. 놈들이 예상보다 일찍 대응에 나서고 있었다.
눈으로 대충 헤아려도 300마리가 넘는 레드마우스가 입구에 모여 있었다. 잠시 후 덩치가 큰 놈이 찍찍 소리를 내자 놈들이 우르르 마을을 벗어나 발자국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 본대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화살에 죽은 동료의 사체를 찾은 놈들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삐익~삐익~삐익~삐익~삐익~”
다섯 번 호루라기를 불었다. 레드몬이 떼거리로 몰려온다는 최악의 신호였다.
평소 조은영의 판단을 깊이 신뢰하는 김갑수는 보조사냥꾼 130명을 총동원해 방어하기 적당한 곳을 찾아 나무를 베어 엄폐물을 만들었다.
그리곤 K1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보조사냥꾼 전원을 엄폐물에 배치했다. 이때껏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작전으로 신중을 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하단 반증이기도 했다.
짧고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연속으로 다섯 번 울리자 팀장인 노일수를 비롯해 신호의 뜻을 알고 있는 선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발사!”
조은영이 엄폐물로 뛰어든 순간 K1 기관단총에서 수백 발의 총알이 레드마우스 무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서인의 침묵 스킬이 발동하자 소음이 사라진 총알은 은밀한 암기가 되어 레드마우스의 가슴과 머리에 틀어박혔다.
총알과 함께 날아간 은비의 에너지 파동이 환한 빛을 뿌리며 빛의 기둥을 연속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포스를 모은 상태에서 발사한 첫발은 빼면 반경 3m짜리 작은 에너지 파동이었지만, 다섯 개가 깔리자 전방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
기관단총 공격과 에너지 파동에 거칠게 달려들던 전열이 무너지자 두 패로 나뉜 레드마우스 무리가 산비탈을 타고 파동을 우회해 좌·우측에서 신선 공대를 공격했다.
레드마우스는 크기가 고작 60cm에 불과했지만,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눈앞에 나타난 순간 엄폐물을 뛰어넘고 있었다.
보조사냥꾼들이 레드마우스를 향해 미친 듯이 기관단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한두 방엔 끄떡도 없는 레드마우스들이 총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엄폐물을 넘었다.
기다란 꼬리가 가슴을 꿰뚫었고, 날카로운 앞니가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처절한 혈투가 시작됐지만, 고통에 찬 비명도 승리에 도취된 괴성도 침묵 스킬에 묻혀버렸다.
김갑수와 은주식, 박두일, 백영두가 엄폐물을 넘어온 레드마우스를 상대하는 동안 조은영과 전두수는 화살로 밀려드는 놈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금일조와 김보영 그리고 새롭게 공대에 합류한 김재곤이 커다란 방패로 소연과 은비, 이서인을 보호하며 초조한 모습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초반 신선 공대가 기세를 잡는 것 같았지만, 튼튼한 가죽과 뼈, 날카로운 이빨과 긴 꼬리로 무장한 레드마우스에게 순식간에 수세로 몰렸다.
전투가 시작된 지 3분 만에 엄폐물이 뚫리며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5분 안에 공대 전체가 몰살을 당할 수도 있었다.
파란 예기에 쌓인 나뭇조각이 연속으로 날아갔다. 침묵 스킬의 영향을 받은 암기가 기척도 없이 날아가 레드마우스의 머리와 가슴을 꿰뚫었다.
엄폐물을 넘으려던 레드마우스들이 우수수 쓰러지자 소연의 도움을 받은 김갑수와 은주식이 엄폐물을 넘은 레드마우스를 도륙하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진 암기에 레드마우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김갑수가 피지컬리스트들을 이끌고 엄폐물을 넘었다.
10분간의 전투로 50여 명이 넘는 보조사냥꾼이 죽거나 다쳤고, 백영두도 이빨에 허벅지가 꿰뚫리는 중상을 입었다.
“빨리 물러나야 해요. 놈들이 다시 올 수 있어요.”
“레드마우스 사체는 놓고 간다. 간단한 응급조치 후 사상자만 정리해 바로 기지로 돌아간다.”
김갑수의 명령에 살아남은 보조사냥꾼들이 재빨리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비닐 백에 담고, 다친 동료의 팔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쾅~”
갑작스러운 폭음에 깜짝 놀란 김응수가 내려놨던 총을 잽싸게 집어 들었다.
“전투준비! 전투준비!”
다급한 김갑수의 외침에 시체와 부상자를 챙기던 보조사냥꾼들이 다시 엄폐물로 뛰어갔다.
“소연아!”
“걱정하지 마세요. 지홍이가 계속 도와줄 거예요.”
“고맙다.”
김갑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레드마우스를 토벌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나였다. 내가 도와줄 걸 알기에 조은영의 반대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었다.
나쁘게 보면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이고, 좋게 생각하면 기회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전투가 불리해지자 무리를 이끌던 레드마우스가 마을에 구원병을 요청했다. 전갈을 받은 포베로미스는 1,200마리가 넘는 레드마우스와 이들을 통솔할 제리 세 마리를 모두 이끌고 마을을 나왔다.
영리한 포베로미스는 신선 공대가 살아 돌아갈 경우 자신의 왕국을 끊임없이 괴롭힐 걸 알고 새끼와 어미를 뺀 전 병력을 동원해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중급 레드몬인 포베로미스는 지능지수(知能指數)가 100 정도로 쥐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지능이 높았다.
레드몬은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능이 월등히 높은 존재로 같은 레드몬이라도 최하급, 하급, 중급, 엘리트 순으로 지능이 높았다.
동물은 지능지수가 아닌 뇌화지수(?化指?, EQ)로 지능을 표시한다. 뇌화지수는 인간의 지능지수처럼 시험에 의해 산출한 점수가 아닌 뇌의 무게와 체중에서 지능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지능을 구했다.
EQ=정수(定?)×뇌 중량÷체중 2/3
인간의 뇌화지수는 0.86이었고, 돌고래 0.64, 침팬지 0.30, 코끼리 0.22, 까마귀 0.16, 개 0.14, 참새 0.12, 고양이 0.12, 말 0.10, 소 0.06, 돼지 0.05, 닭 0.03 순이었다.
이렇게 산출된 뇌화지수를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지능지수로 변환해 사용하고 있었다.
신선 공대에 신호를 보내고 급히 마을 입구로 달려갔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쥐새끼가 몰려나왔다.
1,200마리가 사방에서 달려드면 전력을 다해 도운다고 해도 무수한 사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이놈들이 미쳤나. 몽땅 튀어나왔네. 쥐새끼 더럽게 많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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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