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54화 (54/505)

00054  미래 레드몬  =========================================================================

54.

“나진·선봉지역도 들어가려는 기업이 한군데도 없나봐. 잘만하면 우리가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

“그냥 줄 리는 없을 거고 요구조건이 있을 거 아니야?”

“뒷돈을 요구하고 있어. 그것도 100억 원을.”

“100억 원? 누가?”

“뻔한 거잖아. 권력을 잡은 자. 가장 꼭대기에 있는 자.”

“그래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하셨지. 어차피 우리 아니면 들어갈 사람도 없는데 돈까지 주며 매달릴 이유가 없잖아. 물러나기 전에 치적 하나라도 더 쌓고 싶다면 알아서 타협하겠지.”

똑같은 일이라도 돈과 권력을 가진 자에겐 각종 편의와 특혜를 주지만, 반대 세력이나 가진 게 없는 자에겐 돈을 요구했다.

“일이 잘 풀린다고 해도 돈이 꽤 많이 들 텐데?”

“우리 할아버지 부자야! 그 정도 능력은 있어.”

“개발비용까지 생각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안 되면 대출이라도 받겠지.”

“우리가 벌어 충당하면 되는데, 왜 할아버지에게 짐을 지워?”

“가족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래야겠지. 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잖아. 평생 고생하신 할아버지께 또다시 부담 지울 순 없어.”

“알았어. 그렇게 말할게. 근데 많이 섭섭해 하실 거야.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거든.”

“네가 말씀 잘 드려.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될까 모르겠네. 제대로 크게 도와준다고 신이 나 있는데, 필요 없다고 말하면 풀이 죽을지도 몰라.”

“서운해하셔도 어쩔 수 없어. 우린 아이가 아니잖아.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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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3월 18일, 회사 이름은 미래 레드몬으로 정했고, 사업 분야는 레드몬 사체가공과 레드스톤 가공이었다.

초기 자본금 50억 원에 지분율은 내가 78%, 소연 10%, 은비 10%, 할아버님(최광석) 1%, 아버님(민정국) 1%로 정했고, 자본금은 전액 내가 출자했다.

당분간 대표이사는 할아버지가 맡아 정부를 상대로 나진과 회령 북쪽 지역인 온성군과 선봉군, 새벌군, 경원군, 은덕군, 나진시 전체에 대한 개발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 지역을 확보하게 되면 먼저 나진항을 정리해 항구와 도시를 만들고, 나진항을 발판으로 바로 위에 있는 선봉군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초기 비용만 최소 1,000억 원으로 그 많은 돈이 한 번에 몽땅 들어가는 건 아니었지만, 빠른 정착을 위해선 1년 안에 쏟아 부어야 했다.

지난번 잡은 엘리트 레드몬 레드벳저의 레드스톤이 27,989몬으로 100억 원에 달했고, 그동안 틈틈이 사냥한 레드몬이 꽤 많아 모두 합치면 300억 원가량 됐다.

하지만 항구를 복구하고 나진시를 개발할 비용을 생각하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당분간 주말은 같이 움직이고 평일은 나 혼자 움직여야겠어. 1,000억 원 만들려면 지금처럼 사냥해선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어.”

“오빠도 공대원 충원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빨라도 6개월은 걸릴 거야. 급하게 서두를 거 없어.”

“1,000억 원은 나선시 개발에 필요한 최소 금액이야. 정부에서 사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고. 미리 준비해 놔야 쪼들리지 않지.”

“알았어. 대신 무리하진 마.”

“절대 그런 일 없어. 걱정하지 마!”

“그런데 언니! 갑수 오빠에겐 언제 말할 거야? 사람 구할 시간을 줘야 하잖아.”

“정부와 협의가 이뤄지면 그때 말해야지.”

“우리 빠지면 사냥할 수 있을까?”

“우리 없다고 사냥 못 할 정도는 아니야. 많이 힘들어진 하겠지. 그래도 어쩌겠어. 평생 오빠 밑에 있을 순 없잖아.”

“그렇긴 한데 빠지려니까 좀 미안하다. 소연 언니하고 은영이 언니 걱정도 되고.”

“나도 그래.”

소연과 은비가 신선 공대를 탈퇴하면 섭섭해 하는 사람부터 욕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소연과 은비를 욕할 명분이 없었다. 신선 공대는 수많은 직장 중 하나로 공대원들은 언제든 자기 뜻에 따라 공대를 옮길 수 있었다.

공대장인 김갑수는 걱정과 아쉬움으로 탄식이 끊이지 않겠지만, 원산까지 따라와 준 걸 생각하면 욕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은 이기적이라 소연과 은비가 빠지면 사냥에 문제가 생기고, 문제가 생기면 금전적 피해를 입기에 화를 내게 된다.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자신이 하는 일은 어쩔 수 없고, 남이 하는 일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치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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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이야기라도 있어? 갑자기 차를 다 마시자고 하고.”

“그냥 오빠랑 차 한잔 하고 싶어서. 바빠서 차도 한 잔 못했잖아.”

소연이 공대 사무실로 찾아가 김갑수를 만나고 있었다. 협상이 급물살을 타며 빠르면 이달 안에 발표가 있을 것 같았다.

말을 꺼내기가 쉽진 않지만, 시간을 지체할수록 오빠와 공대에 피해가 커지는 걸 알기에 어렵게 발걸음을 하게 됐다.

“딱 봐도 할 이야기 있다고 이마에 쓰여 있다. 무슨 일인데 그래? 고민거리라도 있어? 혹시... 임신했니?”

“아니. 나이가 몇인데 벌써 임신을 해.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그래?”

“사실은... 공대를 나가야 할 것 같아. 미안해!”

“갑자기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회사를 설립했어. 미래 레드몬이라고.”

“회사를?”

“응! 회사 설립과 함께 레드몬 사냥팀도 등록했어. 사업 분야는 레드몬 사체 가공업이야.”

“.......”

“조만간 나진·선봉지역 개발권을 미래 레드몬에 이양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을 거야. 우린 나선시에 터전을 잡고 살기로 했어.”

김갑수는 한동안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소연과 은비가 빠지면 전력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것이라 신선 공대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당장 사냥을 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고, 빠져나간 전력을 충원하는 일도 절대 쉽지 않았다.

피지컬리스트라면 어찌어찌 구해보겠지만, 멘탈리스트 두 명을 구하기란 신선 공대의 수준을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갑수는 언젠간 소연과 은비가 떠날 줄 알고 있었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빨라 당황하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

결혼할 남자와 살림까지 차리고 있는데, 떠날 걸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그 실력이면 신선 공대에 남아 고생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까지 군말 없이 따라와 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었다.

“공대 결성은 끝난 거야?”

“나와 은비, 지홍이 이렇게 셋이 시작할 거야.”

“뭐? 멘탈리스트 두 명에 등록도 하지 않은 최하급 피지컬리스 한 명으로 사냥한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마음이 급해도 그런 식은 곤란해. 준비가 철저해도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김갑수는 소연의 말에 화들짝 놀라 언성을 높였다. 소연의 말은 속사정을 모르면 누가 들어도 화낼 만한 얘기였다.

레드몬 사냥이 애들 소꿉놀이도 아니고 제대로 된 피지컬리스트 한 명 없이 사냥하겠다는 건 자살하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었다.

“오빠에게 말 못한 게 있어. 이건 정말 비밀이야. 오빠만 알고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돼!”

“걱정하지 말고 말해. 내가 언제 소문내고 다니는 거 봤어? 나 입 무거운 사람이야.”

“그럼 우리 집에 같이 가. 보여줄 게 있어.”

“뭔데 그래? 여기서 보여주면 안 돼?”

“가보면 알아.”

소연을 따라나선 김갑수의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엉켜있었다. 보여주겠다는 게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소연과 은비가 빠진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생각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희가 찾아갔어야 하는데 보는 눈이 많아 이렇게 모시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네. 집 구경도 하고 좋지.”

기운 빠진 김갑수의 모습이 오늘따라 처량해 보였다. 세상 근심·걱정은 모두 짊어진 것 같은 모습에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숨어서 도와준 걸 생각하면 감사 인사를 받아야 했다. 김갑수를 도와주고자 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닐세. 해야 할 일이 많네. 보여준다는 것만 보고 빨리 가봐야겠네. 미안하네!”

“알겠습니다.”

2층 거실에 잠시 앉혀놓고 방으로 들어가 커다란 철제상자를 꺼내왔다. 상자를 열자 빛을 받은 레드스톤이 사방으로 영롱한 빛을 뿌려댔다.

“헉~ 이게 뭔가?”

“제가 회양에서 모은 레드스톤입니다.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신선 공대 사냥터에서 잡은 레드몬은 아닙니다. 훨씬 더 먼 곳에서 잡은 레드몬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상자 속엔 최하급 레드스톤부터 하급, 중급까지 레드스톤 백여 개가 들어있었다. 그 안에 있던 작은 상자를 꺼내 김갑수에개 건네주었다.

김갑수가 나를 힐끔 쳐다보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엔 10cm짜리 레드스톤이 피보다 붉은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설마 엘리트 레드스톤?”

“맞습니다. 엘리트 레드몬 레드벳저를 잡고 얻은 레드스톤입니다.”

“오빠! 사실 지홍이는 최하급 피지컬리스트가 아니에요. 상급 피지컬리스트에 듀얼 리스트에요.”

“.......”

연이은 충격에 얼이 빠진 김갑수가 아무 말도 못 한 채 황당한 눈으로 나와 소연을 번갈아 바라봤다.

좀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글라우스를 뽑아 1m짜리 예기를 뽑아내고, 왼손엔 동그란 혈기를 만들어 내 주위를 돌게 했다.

레드링스와 싸울 때 처음으로 예기를 뽑아낸 김갑수는 다시 예기를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그날 이후 예기는 도통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싶던 예기가 짧은 글라디우스보다 훨씬 길게 자라난 모습에 경악을 넘어 정신을 빼앗긴 채 예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1m나 되는 예기를 순간적으로 뽑아내고 5분도 넘게 유지하다니 정말 대단하네.”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절대 과찬이 아니네. 내가 말주변이 없어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거지 이건 엄청난 일이네. 하아~ 이런 사람 앞에서 두고 주름을 잡았으니... 부끄럽다 못해 한심스럽기만 하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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