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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50화 (50/505)

00050  산삼과 엘리트 레드몬  =========================================================================

50.

글과 그림으로 현재 상황을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작전을 알려주었다. 작전은 내가 놈을 상대하는 동안 땅굴 입구에 에너지 파동을 깔아 중급 레드몬들을 붙잡아 두는 것이었다.

B급 엘리트 레드몬을 빼고도 중급 레드몬 세 마리와 새끼가 네 마리였다. 새끼는 신경 쓸 게 없지만, 중급 레드몬은 묶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에너지 파동으로 놈들을 잡아 놓을 수 있을까?]

[이번 중급 레드몬은 지난번 잡은 레드링스와 비교하면 한참 아래야. 네가 은비를 도와주면 못해도 1분 이상은 버틸 수 있어.]

[알았어. 최선을 다할게.]

[오빠! 나 무서워!]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평소처럼 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응!]

긴장한 소연과 은비를 품에 안고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사실 나도 엘리트 레드몬은 처음이라 몸이 살짝 떨렸다.

그렇다고 놈이 두려워 몸이 떨리는 건 절대 아니었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 언제나 느끼는 가벼운 긴장과 새로운 상대를 맞이한다는 설렘에 몸이 흥분하며 반응한 것뿐이었다.

필담으로 대화를 마친 후 맞바람을 맞으며 최대한 발자국을 죽여 땅굴로 접근했다. 100m까지 접근해 무기를 점검하고 마른 흙을 손에 묻혔다.

흙을 문질러 손에 묻은 땀을 닦아낸 후 글라디우스를 왼손에 쥐고, 오른손엔 본스틸 합금으로 만든 암기를 살포시 잡았다.

고개를 끄덕여 소연과 은비에게 신호를 준 후 땅굴을 향해 달렸다. 몸을 날리는 순간 기척을 느낀 엘리트 레드몬 레드벳저가 번개같이 튀어나왔다.

“쑤웅~”

파랗게 빛나는 암기가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놈의 심장을 노리며 날아갔다. 굴 밖으로 튀어나온 레드벳저는 사람처럼 두 발로 선 채 날아오는 암기를 몸으로 받아냈다.

“꽝~”

빛나는 암기가 붉은색 투명한 막을 때리자 폭탄이 터지듯 커다란 굉음이 일었다. 놈은 특이하게 반투명한 원형보호막을 사용했다.

색깔만큼 보호막도 튼튼한지 암기가 보호막에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러나 충격을 모두 흡수하진 못했는지 뒤로 날아가 데굴데굴 바닥을 굴렸다.

놈을 향해 블링크를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이동 속도와 순발력이 세 배로 증가하며 순식간에 놈에게 접근했다.

블링크는 30m 이내의 짧은 거리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몸이 탄알처럼 쏘아져 나가 기습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킬이었다.

파란 예기가 뻗어 나온 글라디우스가 놈의 심장을 번개같이 찔러갔다. 충격에 허우적대던 놈이 붉은색 보호막을 다시 치며 칼을 막아냈다.

그러나 암기와 달리 포스를 잔뜩 머금은 날카로운 예기가 보호막을 잘라내며 심장을 향해 다가갔다.

다급해진 놈이 가시가 잔뜩 돋친 꼬리를 얼굴을 향해 내밀었다.

“틱틱틱틱틱~”

한 뼘이 넘는 기다란 수십 개의 가시가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재빨리 칼로 얼굴을 막으며 블링크를 사용했다.

간발의 차이로 침을 피해내자 등에 식은땀이 솟아났다. 생각지도 못한 변칙공격에 하마터면 소연과 은비를 놔두고 저승행 특급열차를 탈 뻔했다.

이빨을 부드득 갈며 재빨리 놈의 뒤로 이동해 뒤통수를 노렸다.

“팅~”

기민한 놈이 바닥을 구르며 칼을 피하자 보호막과 칼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블링크를 사용해 놈의 옆으로 이동했다.

“틱틱틱~”

잔상이 남은 자리로 가시가 또다시 날아갔다. 한 번은 모르고 당해도 두 번은 연속으로 당하진 않았다.

가시가 쏘아지는 순간 보호막이 사라졌다. 글라디우스에 있는 힘껏 포스를 밀어 넣자 파란 예기가 2m로 자라났다.

칼을 쭉 뻗어 심장을 노리자 많이 다급했는지 놈이 몸을 비틀며 꼬리로 칼을 쳐냈다.

“툭~”

예기에 잘려나간 꼬리가 바닥에 떨어져 꿈틀대자 잘려나간 호스처럼 요동치며 사방으로 피를 뿌려댔다.

눈앞이 붉게 변한 틈을 타 놈이 허겁지겁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느꼈는지 놈의 몸에서 두려움이 가득 피어올랐다.

“팅~”

잽싸게 블링크로 따라붙어 뒷다리를 찔러갔다. 아직 힘이 남았는지 엷은 보호막이 생겨나 칼을 살짝 튕겨냈다.

하지만 충격과 상처가 커 보호막이 버텨내지 못하고 산산이 깨져나갔다. 허둥대는 놈의 뒤를 이동해 다리를 내리그었다.

부드러운 안심처럼 뼈째 다리가 잘려나가자 균형을 잃은 놈이 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을 굴렀다.

레일건도 막아낸다는 엘리트 레드몬의 질긴 가죽이 포스의 응집체인 예기 앞에서 부드러운 젤리처럼 맥없이 잘려나갔다.

심장을 노리고 칼을 뻗자 마지막 발악인지 축 처진 앞발로 힘겹게 칼을 쳐냈다.

“서걱~”

앞발이 절반 이상 잘려나가며 피가 쏟아져 내렸다. 앞발의 희생으로 파란 예기는 심장을 빗겨나가 가슴 꿰뚫었다.

피를 뿜어내는 놈을 내버려두고 급히 은비의 에너지 파동 안으로 뛰어들었다. 놈과 싸우는 사이 암컷 세 마리가 에너지 파동을 뚫고 나오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바로 뒤에 도착한 은비가 땅굴 입구를 에너지 파동으로 틀어막자 멍청한 암컷들이 파동 속으로 뛰어들었다.

은비는 영악하게 암컷들이 빠져나올 것을 대비해 바깥쪽에도 에너지 파동을 이중으로 둘러쳤다.

소연이 은비를 도와 파동 안에 갇힌 암컷들에게 홀드를 걸자 예상대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하지만 능력차이가 두드러져 조금씩 밖을 향해 기어 나오고 있었다. 남편을 돕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암컷들의 분투가 눈물겨웠지만, 동정심을 가질 순 없었다.

버둥거리는 암컷들의 뒤로 다가가 뒤통수에 칼을 ‘톡~ 톡~ 톡~’ 찔러 넣었다. 따끔거리는 통증만 있을 뿐 죽는다는 것은 알지 못한 채 암컷 세 마리가 차례로 쓰러졌다.

“오빠! 수놈은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 같아.”

“알고 있어.”

주먹만 한 돌을 주워 힘껏 집어 던지자 ‘퍽~“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가 반쯤 터져나갔다.

“그냥 칼로 깔끔하게 죽이지 머리는 왜 부수는 거야. 징그럽게.”

“독침을 또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징그러워도 이게 안전해.”

놈이 쏘아낸 긴 가시엔 치명적인 독이 묻어있었다. 가시에 꽂힌 나무가 바짝 잎이 마르며 죽어가는 것으로 보아 맹독이 분명했다.

항상 마지막을 조심해야 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죽음을 앞둔 레드몬이 어떤 기상천외한 공격을 가해올지 몰랐다.

영화나 소설처럼 자폭 공격을 할지, 죽음의 저주를 걸지, 만화처럼 보디체인지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레드문이 뜬 후 인간이 상상했던 모든 일이 현실화하고 있었다. 얼음과 불을 토해내고, 바람과 번개를 부르며, 바람처럼 달리는 등 능력자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를 마법이라 부르지 않고 포스라 부르고, 이들을 슈퍼맨이라 부르지 않고 나이트라 부를 뿐 꿈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오빠! 함부로 말해서 미안해. 난 그것도 모르고.”

“괜찮아!”

“앞으로 나도 오빠가 한 것처럼 그렇게 할게. 안전하게.”

“좀 잔인해 보여도 안전이 우선이야. 명심해야 해.”

“응!”

동굴만큼이나 커다란 땅굴에 들어서자 아직 레드몬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린 레드벳저 네 마리가 겁에 질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서로 엉겨 붙어 작은 눈을 껌뻑거리며 떠는 모습은 불쌍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했다.

놈들이 평범한 동물이었다면 거두어 키우거나 놓아줄 수도 있지만, 레드몬은 그럴 수 없었다.

지능이 높은 레드몬 새끼는 오늘 일을 기억할 가능성이 높았다.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냄새와 본능만으로 부모를 죽인 원수가 누군지 알아챌 게 분명했다.

가여운 생각에 놈들을 살려두면 나만 미워하는 게 아니라 인간 전체를 미워하고 저주하며 복수를 꿈꿀 수도 있었다.

씨앗을 뿌리면 뿌린 사람이 거두는 게 맞았다. 내가 뿌린 씨앗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가 가지 않게 어린 새끼 네 마리를 차례로 죽였다.

7년 전 미국 연구소에서 레드몬을 길들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시험 대상은 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화되어 인간의 친구가 된 개였다.

개는 회색늑대(Canis lupus)의 아종으로 대략 33,000~36,000년 전 분화가 이루어져, 사냥·목축·운송·경비·애완동물 등 종류에 맞게 다양한 품종으로 육종되었다.

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로 종류만 200여 가지가 넘고, 개체수도 10억 마리로 추산할 만큼 많은 수가 인간과 함께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중 온순하고 충성심이 깊은 골든 리트리버와 푸들, 포메라니안, 치와와가 실험 대상이었다.

먼저 본스틸 합금으로 만든 우리 속에 종류별로 암수 수십 쌍의 짝지어 레드몬 새끼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자연에서 레드독 새끼를 구하는 일도 어렵지만, 구한다고 해도 잡종이나 레드몬으로 각성한 상태라 실험 대상으론 적합하지 않았다.

3년 만에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에서 레드몬이 태어났다. 녀석은 함께 태어난 강아지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꼬리를 흔들고 어미젖을 빨며 빨빨거리고 뛰어다녀 레드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4주가 지나자 일반 강아지와 다르게 성장 속도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고, 8주가 지나자 황금색 털이 유별나게 빛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6주 만에 어미만큼 자라났고, 24주가 지나자 어미보다 두 배로 몸집을 불리며 레드몬으로 완전히 변이했다.

골든 리트리버는 ‘어떻게 하면 이 개를 화나게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게 할 만큼 순둥이로 충성심과 헌신적인 성격 탓에 천사견이라 불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일로 대상이 개일 경우 다른 개들처럼 영역분쟁과 서열 다툼을 위해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또한, 대형견에 수렵견이라 자칫하면 사람에게 큰 피해도 줄 수 있다.

연구소는 3년 만에 얻은 귀중한 레드독 골든 리트리버를 길들이기 위해 세계적인 동물 사육사와 개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6주차에 접어든 골든 리트리버는 언제나 꼬리를 흔들며 사육사와 연구원들을 반겼고,  머리도 똑똑해 연구원이 주문하는 일은 모든지 척척 해냈다.

10주차에 접어들자 인간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12주차에는 연구원들이 원하는 걸 알아서 할 만큼 지능이 발달했다.

똑똑하고 순한 골든 리트리버에 반한 사육사와 연구원들은 녀석을 ‘골드’라 부르며 사랑했다.

하지만 16주가 넘어가자 연구에 관심을 끊더니, 18주가 되자 온순했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이때 사육사들의 말을 들어 놈을 처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놈이 보여준 가능성과 애교 그리고 미련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22주차가 넘어가자 실험당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녀석이 사육사와 연구원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황급히 강화된 우리로 녀석을 옮기고, 만약을 대비해 레드몬 사냥팀을 초빙했다.

미국에서 출발한 사냥팀이 필리핀 술루 해에 위치한 연구소에 도착했을 땐 이미 우리를 탈출한 녀석에 의해 연구소의 절반이 부서져 있었고, 많은 연구원과 사육사들이 죽은 다음이었다.

수억 달러를 투자한 레드독 길들이기 프로젝트는 골든 리트리버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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