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7 중급 레드몬 레드링스 =========================================================================
47.
두 번의 포효 만에 침묵 스킬이 깨져나가자 큰 충격을 받은 이서인이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찌었다.
은비의 에너지 파동을 힘으로 뚫고 나온 레드링스를 소연이 홀드 스킬로 연속해서 묶자 공격형 피지컬리스트인 김갑수와 은주식, 박두일, 백영두가 달려들어 메이스와 대도, 워 해머 등으로 마구 내리쳤다.
그 뒤엔 민첩형 피지컬리스트인 조은영과 전두수가 놈의 약점을 찾아 활로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소연의 홀드 스킬은 고정된 숫자 이상을 묶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스킬이 와해돼도 큰 충격을 받지 않아 곧바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스킬을 발사하는 속도와 날아가는 속도 둘 다 모두 매우 빠른 편으로 순간 대체능력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연 역시 아직 능력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아 레드링스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1~2초 정도밖에 안 됐고, 스킬 사용횟수도 멘탈포스가 딸려 연속으로 사용하면 10번이 한계였다.
김갑수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칼에 담았다. 지금 이 순간 놈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면 기회가 영영 없을 수도 있음을 김갑수는 직감하고 있었다.
절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커다란 칼에 빛나는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처음으로 중급 능력자의 힘을 발휘한 김갑수는 단칼에 레드링스를 처치하기 위해 놈의 머리를 노리고 높이 뛰어올랐다.
“이얍~”
“크앙~”
칼이 머리와 부딪치는 순간 레드링스의 입에서 터져 나온 강력한 포효에 김갑수를 비롯해 놈에게 접근했던 피지컬리스트 네 명이 모두 튕겨 나갔다.
또한, 후방에서 김갑수를 지원하던 피지컬리스트들도 심한 충격을 받고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레드링스는 목숨이 위협받자 움직이지 않는 몸 대신 살기가 잔뜩 묻은 포효로 신선 공대를 공격했다.
멘탈포스가 높은 소연과 은비 그리고 놈의 포효를 눈치 채고 재빨리 뒤로 물러난 조은영만이 살기에 저항하며 가까스로 버텨냈다.
나머지 공대원들은 큰 충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거나 주저앉아 경기를 일으키며 전투 불능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갑수의 일격이 효과가 있어 레드링스도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 일어서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있다는 것이었다.
은비의 손을 떠난 에너지 파동이 놈을 빛의 기둥 속에 가두었다. 이제 놈을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민첩형 피지컬리스트인 조은영이 유일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란 걸 알고 있는 조은영은 주저하지 않고 에너지 파동 앞까지 다가섰다.
강철 화살을 건 조은영의 활시위가 끊어질 듯 휘어졌다. 이 한 발의 화살로 놈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공대 전체가 밥이 될 수 있었다.
“티잉~”
조은영의 염원을 담은 화살이 시위를 떠나 레드링스의 눈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때를 같이해 작은 나뭇가지가 날아가 놈의 뒤통수를 파고들었다.
나뭇가지가 뇌를 파고들자 레드링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 순간 시위를 떠난 화살이 정확히 놈의 검은 눈동자를 파고들어가 뇌를 헤집어 놨다.
“털썩~ 하아~ 하아~”
온 힘을 쏟아 부은 조은영이 활을 떨군 채 자리에 주저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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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오빠 아니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야. 고마워 신랑!”
“내가 아니었어도 조은영씨 화살에 죽었을 거야. 마비에 걸린 상태였으니까.”
“눈도 깜빡이지 못할 만큼 다친 건 아니었잖아. 바로 코앞이긴 하지만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어.”
“그런가? 흐흐흐~”
“다 알고 있으면서...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아니! 가능성을 얘기한 것뿐이야. 그리고 조은영씨의 놀라운 투지를 높이 산 거고.”
절체절명의 순간 조은영이 보여준 투지와 용맹은 찬사 받아 마땅했다. 그런 순간이 오면 보통은 두려움에 떨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때를 놓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조은영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레드링스에게 다가가 혼신의 일격을 날렸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선 아주 흔한 일이지만, 실제 상황에 직면하면 수만 수천 명 중 한 명도 실천하기 힘든 일이었다. 기지와 담력 그리고 확고한 신념이 없다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은영 언니! 대단한 사람인 줄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
“3년 넘게 첨병으로 활동하고도 살아남은 사람이야.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그러니까. 난 다리가 떨려 죽겠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놈의 코앞까지 다가가 화살을 쏘다니 배포 하나는 정말 알아줘야 해.”
침착하고, 시야도 넓고, 상황판단도 빠르고, 배포까지 두루 갖춘 조은영 같은 첨병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력이야 꾸준히 노력하면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 걱정할 게 없지만,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었다.
신선 공대처럼 빈약한 지원과 실력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사실은 기적이었다.
아까운 인재가 이런 곳에서 썩고 다는 게 한편으론 안타까웠지만, 내 사람이 아닌 이상 그녀의 미래를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서인이 언니하고 은영이 언니도 우리와 함께하면 좋겠다.”
“우리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알짜배기 다 빼긴 형님은 어쩌라고? 아서라! 그러다 싸움 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갑수 오빠 사람을 빼 올 순 없지. 그래도 탐이 나는 건 사실이잖아.”
“흐흐~”
신선 공대는 조은영의 활약(?)에 힘입어 에너지 4,396몬의 중급 레드몬 레드링스 사냥에 성공했다.
첨병으로 나선 방어형 피지컬리스트 최일명이 죽고, 대다수 공대원이 놈의 살기에 노출돼 심한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당분간 사냥을 중단해야 할 만큼 신선 공대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 하지만 중급 레몬 중 최상위 속하는 레드링스를 사냥한 것치곤 피해가 작다고 할 수 있었다.
놈에게 잡혀 먹힌 최일명이 듣는다면 펄쩍 뛸 소리였지만, 팔다리가 멀쩡한 상태로 목숨을 구한 공대원들 처지에선 말이 되는 소리였다.
모두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조은영의 화살이 놈의 눈을 관통하며 극적으로 살아난 공대원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었다.
그래서 죽은 놈만 억울하단 소리가 나온 것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고, 살아남은 공대원들은 기지가 위험에서 벗어나며 다리를 쭉 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더구나 돈벌이도 짭짤해 사체가격 6억 5,000만 원에 레드스톤 5억 2,752만 원을 더해 한방에 11억 7,752만 원을 손에 쥐게 됐다.
1991년 7월 현재 스톤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레드스톤 가격은 작년보다 2만 원 오른 1몬 당 120,000원이었다.
레드스톤은 전기, 자동차,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로 사용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가격도 매년 가파르게 치솟고 있었다.
또한, 아름다운 색깔과 신비한 무늬로 보석으로 자리매김하며,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나무 조각은 깨끗이 제거했고, 박힌 흔적도 칼로 깨끗이 지웠어.”
“고생했어.”
“겨우 뒤처리한 건데 고생은 무슨. 일은 네가 다 하고 대접은 우리가 받고 있잖아.”
“그러려고 여기 온 거야. 너와 은비를 보호하려고.”
“고마워! 진심으로!”
공대원들이 쓰러져 있는 사이 죽은 레드링스에게 다가간 소연이 내가 던진 암기의 흔적을 재빨리 없앴다.
하급 레드몬이라면 흔적을 지울 일도 없지만, 어렵게 잡은 중급 레드몬이라 요리조리 살펴볼 수도 있었고, 가끔은 레드몬 연구소나 제약회사에 사체를 통째로 사 가는 경우도 있어 흔적을 남겨 놓을 순 없었다.
“왜 사람들이 중급 레드몬을 무서워하는지 이젠 알 것 같아. 저항력이 높아 스킬이 통하질 않아. 이러면 잡아놓을 방법이 없잖아.”
“알았으면 내일부턴 열심히 수련해. 그래야 다신 이런 일이 없지.”
“우쒸~”
“애들도 아침마다 꼬박꼬박 일어나 운동하는데 넌 멘탈리스트면서 왜 못 일어나는 거야?”
“다 오빠 때문이잖아. 오빠가 매일 덮치니까 그렇지.”
“소연이는 잘하고 있잖아. 네가 소연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너만 혼자 사랑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나쁜 짓이야. 학교에서 안 배웠어?”
“.......”
아영과 아정, 아솔, 아림은 회양에 온 지 네 달 만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영양가 있는 식단과 함께 몸에 좋은 보양식과 익수영진고를 꾸준히 먹이자 살이 붙고 피부에 윤기가 돌며 키까지 훌쩍 자라났다.
부실한 체력이 안정을 찾자 이번 달 초부터 새벽 훈련에 아이들을 동참시켰다. 몸에 좋은 음식과 보약도 쌓이기만 하면 독이었다.
사람은 돼지가 아니라서 먹이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영양분을 온몸에 골고루 나눠주긴 위해선 운동이 필수였다.
새벽 훈련에 아이들을 동참시키긴 했지만, 우리처럼 무거운 강철 조끼와 강철 팔찌, 족쇄를 주렁주렁 달고 뛰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가벼운 체조와 달리기 등 성장을 돕는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있었다.
또한, 명상을 통해 정신을 수양하도록 돕고 있었다. 명상은 영적인 자각과 신체의 평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훈련으로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이 익혀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됐다.
최근 소연과 은비의 기감력 높이기 위해 집중 명상을 도입했다. 사티(sati)라고 불리는 집중 명상은 외부 감각에 집중해 내면에서 올라오는 잡념을 억제하는 명상법이었다.
외부 감각을 극대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감력을 높이고, 평정심까지 키울 수 있어 은비와 소연에게 가장 적합한 명상법이었다.
소연과 은비도 나처럼 기감력을 키워 빠르게 성장하길 원했다. 하지만 나처럼 목숨을 걸고 기감력을 키우게 할 순 없었다.
기감력은 내가 원해서 얻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뿐이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수련법이 따로 있었다. 그걸 무시하고 내가 걸어온 길을 강요한다면 그건 소연과 은비를 돕는 게 아니라 망치는 일이었다.
터득한 나조차 정확한 수련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소연과 은비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늦더라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했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선조들의 지혜는 바로 이럴 때를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럼 무게라도 줄여줘. 너무 무거워서 걷기도 힘들어.”
“능력을 참작해서 무게를 조절한 거야.”
“100kg이 내 능력을 고려한 거야? 날 죽이려고 그러는 거지.”
“소연이는 120kg이야. 너보다 더 무거워.”
“그건 언니가 나보다 피지컬 능력이 뛰어나니까 그런 거잖아.”
“바로 그거야. 네가 모자라서 20kg이나 가볍게 입고 훈련하는 거야. 그러니까 빨리 능력을 올려.”
“이씨~ 맨날 나만 뭐라 그래. 미워!”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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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