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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6화 (4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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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중급 레드몬 레드링스

신선 공대가 결성된 이후 이제까지 사냥한 중급 레드몬은 총 두 마리로 간신히 중급 레드몬에 턱걸이한 레드라쿤독과 레드무스텔라였다.

레드스톤 크기가 6cm에 에너지양도 1,357과 1,483로 중급 레드몬으로 변이한지 얼마 안 된 놈들이었다.

하지만 놈들을 잡기 위해 치른 대가는 실로 어마어마해 세 명의 피지컬리스트가 사망하고 여섯 명이 중상을 입었고, 보조사냥꾼도 18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나마 1년 간격으로 당한 피해라 공대가 존속할 수 있었지, 한 번에 입은 피해였다면 신선 공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당시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 김갑수는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으스스 떨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은비와 소연이 가세하며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공대 수준이 향상된 상태였다.

다만 중급 레드몬을 상대로 소연과 은비의 스킬이 얼마나 통할지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중급 레드스톤은 크기가 6~8cm 사이였고, 에너지양은 1,001에서 5,000 사이로 같은 중급이라도 레드스톤의 크기와 에너지양에 따라 전력 차이가 극심했다.

신선 공대가 어렵게 사냥한 레드라쿤독과 레드무스텔라가 에너지 3,000이상의 중급 레드몬을 만난다면 고양이 앞에 쥐가 되어 묵사발이 될 만큼 전력차이가 극명했다.

운전기사와 조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핏자국을 따라 산을 올랐다. 오늘도 역시 첨병은 조은영이었고, 조수는 제비뽑기로 당첨된 최일명이었다.

평소 조은영의 조수는 순번제로 돌아가지만, 오늘처럼 위험한 날은 제비뽑기로 조수를 결정했다.

매우 위험한 일이라 지원자도 없어 택한 방법으로 이런 날 뽑히면 한 마리로 더럽게 재수가 없는 놈이었다.

이때도 멘탈리스트는 제외되는데 귀족이란 타이틀도 한몫했지만, 속도와 순발력이 떨어져 조수 역할론 적합하지 않은 게 진짜 이유였다.

조은영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며 조심스럽게 스라소니를 찾았다.

이곳은 아직 신선 공대가 진출하지 못한 지역으로 스라소니를 빼고도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했다.

산을 넘고 능선을 따라 내려간 후 다시 계곡을 따라 1km를 전진하던 조은영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날 만큼 강렬한 살기가 느껴졌다. 다년간 첨병 노릇을 하며 다져진 육감이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재빨리 무전기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천천히 뒷걸음질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겁을 먹고 당황해 등을 보이는 순간 레드링스의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육식동물에게 등을 보이는 건 죽여 달라는 것과 같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은영은 정면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화살을 시위에 건 채 침착하게 물러나고 있었다.

그에 반해 겁을 집어먹은 최일명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발걸음마저 불안해 돌과 나무를 차며 허둥거리고 있었다.

숲 속에서 노랗게 빛나는 두 쌍의 눈이 나타났다. 번쩍이는 광채 속에 살기가 줄줄이 뻗쳐 나오는 포식자의 눈이었다.

레드링스의 눈과 마주친 순간 조은영도 눈에 힘을 모아 공포에 대항하며 활시위를 있는 힘껏 당겼다.

하지만 최일명은 겁에 질려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며 달아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극명하게 갈린 둘의 행동에 먹잇감이 정해졌다.

고양잇과 동물의 뛰어난 탄력을 이용한 레드링스가 번개같이 몸을 날려 최일명을 덮쳤다.

짧은 순간 조은영의 화살이 레드링스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놈이 노린 표적은 조은영이 아니라 최일명으로 화살은 레드링스의 발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레드링스가 최일명의 올라타 왼발로 등을 밟고 고개를 하늘로 향해 뽑아 크게 울부짖었다.

“크앙~”

산중의 제왕 호랑이처럼 포효한 놈이 한입에 최일명의 머리를 씹어 삼켰다. 겁에 질려 허우적대던 최일명의 팔다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얼음과자를 씹듯 아작아작 거리는 레드링스의 입에서 빨간 핏물과 허연 뇌수가 흘러내려 수염을 적셨다.

“쑤욱~ 쑤욱~”

“탁! 탁!”

조은영이 있는 힘껏 쏘아내 화살을 가볍게 발로 쳐낸 놈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최일명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빨아들였다.

온 힘을 다해 쏘아낸 두 발의 화살이 실패로 돌아가자 조은영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본대로 합류했다.

누가 뭐래도 조은영은 첨병이었고, 첨병은 적의 실체를 본대에 알리는 것이 가장 큰 임무였다.

또한, 동료의 죽음에 흥분해 달려드는 짓만큼 멍청한 짓도 없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화를 낸다는 건 상대에게 죽여 달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거리 80!”

“방패 멘탈리스트 보호! 근접 공격수 좌우에 대기! 공격준비!”

조은영의 긴박한 보고에 김갑수가 공대원들에게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중급 레드몬을 상대로 중하위권인 신선 공대가 진형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전멸할 수도 있었다.

조은영보다 30분 앞서 도착한 난 레드링스의 모습부터 최일명의 죽음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조은영의 화살을 가볍게 튕겨내고 최일명을 맛나게 먹고 있는 레드링스는 중급 레드몬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놈이었다.

몸길이 4.3m, 꼬리길이 0.9m, 무게는 대략 250kg 정도로 지난달 오성 공대가 잡은 중급 레드링스보다 몸길이가 30cm나 컸다.

놈은 크기만으로도 오성 공대에서 잡힌 놈보다 윗줄이었고, 풍기는 살기와 최일명을 잡아먹으며 보여준 여유까지 생각하면 근방에선 가장 강력한 레드몬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프리카 초원엔 사자와 표범, 치타, 하이에나, 리카온 등 많은 포식자가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싸우며 살아간다. 이들은 모두 포식자지만, 힘의 우열에 따라 먹이를 먹는 모습이 달랐다.

나무 위로 끌고 올라가 몰래 먹는 놈, 잡은 먹이를 최대한 빨리 먹어치우고 자리를 뜨는 놈, 힘들게 잡은 먹이를 빼앗길까 두려워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불안하게 먹는 놈까지 약육강식의 세상에선 힘에 따라 먹이를 먹는 모습까지 달랐다.

최일명을 잡아먹은 레드링스는 사자와 같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며, 화살을 날린 조은영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만큼 이 근방에선 가장 강력한 레드몬이란 뜻으로 소연과 은비의 스킬이 놈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하급 멘탈리스트의 스킬이 아무리 뛰어나도 저항력이 높은 중급 레드몬을 상대론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예를 들어 하급 멘탈리스트가 하급 레드몬을 상대로 대미지 100%와 5분간 이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에너지 2,000 이하의 중급 레드몬을 상대론 대미지가 25% 이하로 떨어지고, 이상 상태 지속 시간도 1분 이하로 줄어들었다.

3,000 이하는 대미지 10% 이하, 이상 상태 지속시간 20초 이하였고, 4,000 이하면 대미지 5% 이하, 이상 상태 지속시간 5초 이하, 4,500 이상이면 100% 면역이었다.

기감을 통해 느낀 놈의 상태를 생각하면 소연과 은비가 잡아 놓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3초 정도였다.

손가락 굵기의 나뭇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끝을 뾰쪽하게 깎아냈다. 쇠나 본스틸 합금과 비교하면 재질이 형편없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예기를 최대한 실어 날리면 중급 레드몬까진 상대할 수 있었다.

미래 레드몬에서 제작한 본스틸 합금 암기는 엘리트 레드몬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레드링스에게 사용하면 흔적이 크게 남아 나뭇가지를 사용하게 됐다.

신선 공대와 30m 떨어진 커다란 나무 위에 이동해 놈을 기다렸다. 공대원 중 몇몇은 동료의 죽음에 살짝 흥분한 상태였고, 몇몇은 두려움을 참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지나친 흥분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항상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두려움에 비하면 차라리 흥분이 나았다.

두려움은 지독한 바이러스로 빠르게 공대를 잠식해 공포와 혼란을 가져올 수 있었다.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면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중지란에 빠져 자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정신 차려! 마음을 가다듬고 동료를 믿어. 그래야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김갑수가 낮고 힘 있는 목소리로 공대원들을 다그쳤다. 시간이 많다면 다독이며 기운을 북돋아 주겠지만, 죽음의 사신이 바로 앞에 있는 상황에선 그럴 여유도, 시간이 없었다.

10분을 기다리자 애피타이저를 느긋하게 즐긴 놈이 천천히 다가왔다. 놈은 바로 달려들지 않고 나무 사이에 숨어 신선 공대를 관찰했다.

최일명을 먹어치우고 조은영이 온 힘을 다한 공격도 가볍게 물리친 놈이 영악스럽기까지 했다.

두려움에 떠는 먹잇감을 확인한 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뒤로 물러난 놈이 신선 공대의 배후로 이동했다.

소리조차 없는 은밀한 움직임에 신선 공대원 중 누구도 놈이 배후로 접근하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대로 두면 가장 후미에 있는 이서인이 위험했다. 최일명이야 나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죽는 말든 관심도 없지만, 이서인은 소연과 함께 처음으로 호감을 느낀 여자였다. 레드몬에게 잡혀먹게 둔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퍽~”

빠르게 날아간 돌멩이가 놈의 오른쪽 앞다리를 때렸다.

“크앙~”

놀람과 고통에 찬 울부짖음에 신선 공대가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앞에서 나올 것만 대비하던 신선 공대엔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돌멩이를 던져 낸 후 재빨리 자리를 바꿔 놈의 후미로 이동했다. 냄새를 지웠다고 해도 같은 자리에 있을 경우 놈에게 발각될 수 있었다.

갑자기 날아온 돌에 얻어맞은 놈이 잔뜩 긴장한 채 돌멩이가 날아온 방향을 주시했다. 아프기도 하고 크게 놀라기도 했을 텐데 놈은 당황하지 않고 나를 찾고 있었다.

30분간 몸을 웅크린 채 주변을 경계하던 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돌에 맞은 오른쪽 앞다리가 걸려는지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앞에 놓인 먹잇감을 그냥 보낼 생각이 없는지, 물러서지 않고 천천히 신선 공대를 향해 다가갔다.

놈은 제3의 조력자가 있는지 청각과 후각을 총동원 찾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자 자신을 기다리는 무리에서 돌을 던진 것으로 결론을 짓고 복수를 위해 몸을 움직였다.

“카앙~ 카앙~”

화가 난 놈이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가장 앞에선 김갑수를 향해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돌멩이에 얻어맞고 화가 나자 느긋하고 영악한 모습이 사라지며 동물 특유의 난폭함만이 남은 모습이었다.

김갑수를 향해 움직이는 순간 조은영의 강철 화살이 가장 먼저 놈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놈은 공중에 뜬 상태에서도 앞발을 이용해 가볍게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화살을 쳐내며 날아가던 속도로 떨어져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대기하고 소연과 은비, 이서인의 스킬이 연속으로 날아가 놈의 몸을 두드렸다.

속도가 가장 빠른 소연의 홀드가 몸에 적중하자 화면이 끊기듯 놈이 멈칫거렸다. 뒤를 이어 도착한 은비의 에너지 파동이 하얀빛의 기둥이 되어 놈을 가두었다.

마지막으로 날아든 이서인의 침묵 스킬이 발동하자 반경 30m가 고요 속에 빠져들었다.

침묵 스킬의 장점은 전투 소음을 없애는 것도 있지만, 포식자의 포효를 막는 효과가 가장 컸다.

호랑이의 포효에 동물들이 겁을 집어먹고 벌벌 떠는 이유는 강력한 살기가 포효 속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었다.

살기는 호랑이뿐만 아니라 대다수 맹수가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 집에서 키우는 개조차 사납게 계속 짖어대면 사람도 마음이 불안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이서인의 침묵 스킬은 공격력은 없지만 서포터로서의 능력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능력이 낮아 레드링스의 포효를 버터 내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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