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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3화 (4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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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은비의 가세로 날개를 단 신선 공대는 3개월 만에 반경 20km 안에 서식하던 레드몬의 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며 순조로운 사냥을 이어갔다.

레드몬이 줄어들자 김갑수는 회양 주민을 총동원해 기지 주변을 불태워 경작지를 확보하고 방벽을 100m나 넓히는 등 기지를 확장할 수 기반을 다졌다.

“오빠가 선공형 레드몬을 모두 정리하는 바람에 사냥이 너무 싱거워졌어. 박진감이 없잖아.”

“배부른 소리한다.”

“정말이라니까. 사냥 패턴이 아주 단조로워졌어. 똑같다고.”

“비선공형도 언제 선공형으로 돌변할지 몰라. 항상 조심해!”

선공형과 비선공형을 구분 짓는 기준은 먹이로 초식성 동물에서 변이한 레드몬은 비선공형으로, 잡식성과 육식성 동물에서 변이한 레드몬은 선공형 레드몬으로 구분했다.

그렇다고 비선공형 레드몬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우호적인 레드몬이라고 할 순 없었다.

비선공형 레드몬 중 가장 대표적인 레드래빗만 해도 성질이 포악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선공형 레드몬으로 분류한 레드라쿤독(너구리)은 성격이 온순해 웬만해선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

레드칩이나 레드디어, 레드와피티의 경우 평소엔 얌전해도 발정기와 같이 예민한 시기엔 미쳐 날뛰는 일이 잦아 선공형과 비선공형으로 레드몬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었다.

“그래도 20km면 최소한의 안전거리는 확보한 거잖아.”

“회양 기지 주변은 먹이가 풍부해 레드몬이 살기에 적합해. 몇 달만 내버려둬도 금세 줄어든 숫자를 회복할 거야.”

“위험한 포식자도 다 잡았잖아.”

“먹이 사슬에 따라 포식자가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야. 길어야 한두 달이고 이르며 내일이 될 수도 있어.”

소연의 말처럼 기지 주변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지만, 번식력부터 성장 속도까지 남다른 레드몬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금세 숫자를 회복했다.

인류학자 중 일부는 레드몬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류의 사회구조를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여러 가족으로 구성돼 뚜렷한 조직이 없는 원시적인 집단 군족(群族)을 시작으로 부족(部族), 수장국(首長國), 국가(國家)단계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 유인원에서 변이한 레드몬들은 지능이 인간에 육박해 수년 안에 씨족사회를 벗어나 부족 국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고, 만주와 연해주, 시베리아에서 수백 마리 단위로 몰려다니는 레드울프도 시간이 지나면 더욱 발달한 조직을 완비해 인류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빠! 폭격으로 레드울프를 수를 줄일 수 있겠어? 직격탄을 맞지 않은 한 끄떡없는 놈들인데.”

“그렇게라도 해서 숫자를 줄여보려는 거겠지. 군대와 능력자를 동원하기엔 피해가 너무 클 테니까.”

은비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 채 대충 얼버무려 대답했다. 회양으로 이사 온 후 소연이 권해주는 각종 전문 서적과 시사, 상식은 물론 신문과 방송까지 빼놓지 않고 두루 섭렵하며 짧은 지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박 겉핥기라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내 생각엔 서식지를 파괴해 한반도와 연해주, 몽골, 시베리아로 쫓아내려는 것 같아. 그게 피해도 작고 일도 훨씬 수월할 테니까.”

“나쁜 놈들! 자기들 문제를 왜 우리에게 떠넘기려 그래? 남은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 뭐야?”

소연은 대학을 나오진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학구열이 대단해 시간만 나면 책을 끼고 살았다.

좋아하는 정신분석학은 기본이었고, 심리학,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생리학, 경제학, 사회학 등 어려운 책을 줄줄 외울 만큼 똑똑해 나와는 생각하는 깊이가 달랐다.

“중국은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안중에도 없었어. 우리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지.”

“아직도 우릴 속국으로 생각하는 놈들도 있으니까.”

중국 정부는 주요 서식지를 네이팜탄으로 불태우며 레드울프 수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만주와 연해주에 레드울프가 처음 출현했을 땐 5~6마리가 몰려다녔다. 그러다 차츰 규모가 늘어나 지금은 50마리가 넘는 무리가 300 무리가 넘었다.

특히 이 중에서 만주에 다섯 무리, 연해주에 두 무리가 규모와 전투력 면에서 가장 앞섰다.

만주는 마적단(馬賊團)의 이름을 붙여 혈풍단, 흑풍단, 청풍단, 백풍단, 황풍단이라 불렀고, 연해주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라 불렀다.

로물루스와 레무스(Romulus and Remus)는 로마 건국에 지대한 공을 세운 쌍둥이 형제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설화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이들 일곱 무리는 보통 2,000~3,000마리 정도로 300~500마리가 레드울프였고, 나머진 놈들의 가족인 회색늑대로 알려졌다.

레드울프는 중급 레드몬으로 몸통 길이가 평균 4m, 꼬리 길이 1.5m, 무게가 300kg에 육박했고, 뛰어난 의사소통능력을 바탕으로 편대를 짜는 등, 울프팩(Wolfpack) 전술을 활용해 자신보다 크고 강력한 레드몬도 무난히 사냥했다.

더구나 무리를 이끌고 있는 우두머리는 레드울프보다 크기가 두 배에 달하는 엘리트 레드몬이라 사냥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서식지가 파괴돼도 레드울프 무리가 만주를 떠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먹이가 부족하면 도시를 공격하겠지.”

“그런 일이 있었어?”

“아직까진 없었어. 땅이 워낙 넓고 먹이가 풍부해 서식지를 파괴하는 일도 쉽진 않으니까. 하지만 가능성은 농후해.”

만주는 랴오닝 성과 지린 성, 헤이룽장 성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동북 삼성이라 불렀다.

각각 145,900㎢, 187,400㎢, 460,000㎢로 한반도 면적의 3.55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로 고조선과 고구려가 지배하던 땅이기도 했다.

만주는 춥고 황량한 벌판이지만, 송화강과 요하 같은 큰 강이 흘러 곳곳에 풍성한 삼림이 우거졌고, 몽골 고원과 경계를 이루는 해발 1,900m의 다싱안링산맥을 비롯한 여러 산맥과 수많은 늪지가 자리해 레드울프와 같은 레드몬이 살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다만 대륙성 기후의 특징으로 겨울은 매우 춥고 길며, 봄과 가을은 빠르게 지나갔다.

지역에 따라 온도 차이도 심해 다롄은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3.6℃로 따뜻하지만, 선양은 영하 10.4℃, 하얼빈 영하 18.1℃로 개마고원이나 시베리아 남부와 비슷한 날씨였고, 북만주 끄트머리의 모허(漠河)는 영하 28.8℃까지 내려가 북극해 연안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중국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높겠네?”

“아니! 양상쿤(楊?昆) 국가주석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반대하는 사람이 없진 않지만,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

“최악의 경우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도 있겠는데?”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쪽도 생각이 있는 만큼 방법을 모색하겠지.”

소연의 말처럼 중국도 앞뒤 생각 없이 일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레드울프가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서식지가 북반구 전체라고 할 만큼 적응력이 높은 늑대는 어디서든 번성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염두에 두고 늑대 서식지를 파괴해 만주지역 밖으로 레드울프를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물적인 관점이었지, 지능이 높은 레드몬의 관점은 아니었다.

지능은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지적 능력을 말했다. 지능이 높다는 건 상대의 의도를 헤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됐다.

이를 고려하면 회색늑대와 비교도 안될 만큼 지능이 발달한 레드울프가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따라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는 레드몬을 하찮은 동물로 생각하는 치명적인 오류였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에 빠져 상대를 우습게 여길 경우 그 피해는 한두 명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는 게 없는 나보다 생각이 더 짧네. 아는 게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의 아집인가? 둘 다 어느 것이든 풀을 쳐 뱀을 놀라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 일이 아주 재밌게 돌아가는데.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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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몇 달 사이에 못 보던 건물이 꽤 많이 늘어났네.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데.”

“그렇게. 이 상태로 몇 년 흐르면 강릉 정도는 되겠다.”

“언니! 저쪽에 옷가게와 화장품가게도 새로 생겼다. 앗싸! 구두 가게도 있네.”

“오~ 정말이네.”

“빨리 가보자.”

소연과 은비가 아이들의 손목을 잡고 뛰듯이 의류매장으로 들어갔다. 날수로 130일 만에 다시 찾은 원산은 우리가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와 비교하면 몰라볼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레드몬 사냥이 본격화하자 전진 기지와 원산을 오가는 차량 빠르게 늘어나며 레드몬 사체를 도시로 실어 날랐다.

원료가 공급되자 먼지에 싸였던 공장들이 돌아가며, 본스틸과 육류, 육가공품 등 부산물을 생산해 항구를 통해 강릉으로 실어 날랐다.

돈이 돌자 시설을 늘리기 위한 원자재와 소비품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공장이 돌아가며 고용이 촉진됐다.

또한, 남쪽에서 기술자와 사람들이 유입되며 원산은 통일 이후 가장 활기찬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북쪽 지역 전체에서 일어난 일로 남쪽까지 파급효과가 미치며, 꾸준히 제기되던 정부와 재벌의 은밀한 유착설을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까?”

“일자리가 늘어나 조금 도움은 되겠지. 하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야. 얻는 이익은 재벌과 몇몇 정치인에게 모두 돌아갈 테니까. 정부가 주장하는 낙수효과는 대한민국에선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어. 재벌에 베푼 특혜와 세금감면까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될 거야.”

낙수효과(落水效果)는 대기업과 재벌, 고소득층의 투자와 소비가 늘어남으로써 자연스럽게 저소득층의 소득도 나아지게 되는 효과를 일컫는 말로 부유층의 경제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부가 증대하고 경기부양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했다.

트리클다운 이펙트(trickle-down effect)라고도 하는데 컵을 피라미드같이 층층이 쌓아 놓고 맨 꼭대기 컵에 물을 부으면 제일 위부터 물이 차며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넘쳐 내려간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이었고 우리나라처럼 기업윤리가 사라진 나라에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정부가 대기업에 세금과 돈을 마구 펴주며 언제나 첫 번째 하는 홍보가 낙수효과였지만, 이제껏 단 한 번도 효과를 거둔 적이 없는 정책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짓이었다.

“그래도 지금보단 낫지 않겠어?”

“물론 나아지지. 코끼리 뒤꿈치만큼 나아진다는 게 문제지.”

“코끼리 뒤꿈치? 크크크~”

“원산은 대유 그룹이 모든 걸 틀어지고 있어. 돈을 벌어도 대유 그룹의 돈이고, 돈을 써도 대유 그룹의 돈이야.”

“시장경제가 없다는 뜻이야?”

“그래. 대유 그룹이 물건 값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소득이 올라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아.”

“왜 그러는 거야?”

“끝까지 노예로 부려 먹기 위해 그런 거지. 밥줄을 손아귀에 틀어지고 있어야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으니까.”

“어딜 가나 이용하려는 놈들만 득실거리네.”

몇 개 없는 의류매장을 이 잡듯이 뒤진 후에야 간신히 중식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구경할 게 많으면 대충 훑어보고 지나갈 텐데 볼 게 없자 제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하며 시간이 두 배로 걸렸다.

많으면 많아서 시간이 걸리고, 없으면 없어서 시간이 걸리고... 짐꾼인 남자에게 쇼핑이란? 지옥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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