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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8화 (3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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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파티

“레드몬 심장을 먹어?”

“비린내도 없고 고소하고 맛있어. 꿀과 같이 먹으면 먹기도 훨씬 수월할 거야.”

“그래도 모양이 이상하잖아. 색깔도 그렇고.“

“레드스톤이 어디서 생겨?”

“당연히 심장이지.“

“그래서 레드몬 심장을 먹어야 하는 거야. 에너지가 모이는 곳이 심장이니까.”

레드스톤이 심장에 있다는 건 포스가 심장에 모인다는 뜻이었다. 포스가 심장에 모인다는 건 그만큼 우리 몸을 이롭게 할 생명력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포스는 생명이었다. 포스는 기(氣)를 뜻하는 서양용어로 생태계 일반을 두루 관통하고 있는 우주적 생명력이자 만물을 생성·소멸시키는 물질적인 시원(始源)이었다.

생명의 결정체인 포스가 심장에 모여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레드스톤을 만들어냈다.

난 섭취할 수 없는 레드스톤 대신 포스가 모이는 심장을 먹음으로써 더 많은 포스를 얻고자 했다.

“레드몬의 심장이 육체의 노화를 막는다는 논문발표도 있었으니 효과가 전혀 없진 않을 거야.”

“하지만 아직 심장이 포스를 증진한다는 결과가 나온 건 아니잖아.”

모양을 생각하자 먹기 두려운지 은비가 소연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먹어서 손해날 것 없어. 먹기 편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

“아우~ 꼭 먹어야 하는 거야?”

“그냥 먹을래? 아니면 볼기짝 100대 맞고 먹을래?”

“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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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을 시작한 첫날부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범인은 레드무스텔라 중 레드마틴인 담비였다.

“서쪽으로 이동한 수색조 다섯 명이 모두 당했어.“

“다른 곳은?“

“북쪽과 남쪽, 동쪽을 맡은 수색조는 다행히 비선공형 레드몬만 만났는지 지금 기지로 돌아오고 있어.”

“레드마틴이라고 했지?”

“수색조가 죽기 직전 산달이라고 외친 것으로 보아 담비일 가능성이 높아.”

족제비는 활동적이고, 용감하며,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포식자로 어류·개구리·생쥐·집쥐 등 작은 설치류를 잡아먹어 예로부터 야서구제(野鼠驅除)의 기능이 큰 동물로 사랑받았다.

몸이 가늘고 길며, 사지는 짧고 귀는 작았고, 털빛은 황적갈색에 광택이 나며 위아래 입술과 턱은 백색이고, 주둥이 끝은 흑갈색이었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어 어느 지방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동물로 가죽은 목도리 등 방한용 의장에 사용하고 붓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호랑이와 늑대 등이 사라진 한반도에서 담비는 고라니, 노루, 멧돼지까지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담비는 산달과 검은담비 2종으로 검은담비는 족제비와 비슷하나 몸집이 다소 커 60㎝ 정도였고, 야행성 동물이지만 봄과 여름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행동반경은 2∼4㎞ 내외로 매우 활동적이며 교미 시기인 봄·여름에는 2∼4마리씩 행동을 같이했다.

“다섯 명이 순식간에 당했다면 한 마리는 아닐 테고, 최소 두 마리 이상은 되겠네.”

“은영이 언니하고 최일명씨가 뒤따라갔으니까 돌아오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거야.“

담비의 행동반경이 2~4km면 수색조가 당한 지역에서 1km만 더 내려오면 전진 기지였다.

놈이 사람 맛을 본 이상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었다. 레드몬 중엔 인간을 탐하는 놈들도 많았다.

연해서 먹기 좋고, 겁이 많아 잡기 편하고, 개체수가 많아 포식자 입장에선 이만한 먹잇감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한 번 맛을 들인 놈들은 인간 고기를 끊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레드마틴을 잡기 위해 신선 공대가 움직였다. 수색조를 잡아먹은 레드마틴은 모두 세 마리로 수놈 한 마리와 암놈 두 마리로 구성돼 있었다.

북문을 빠져나온 신선 공대는 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을 따라 사고 지점으로 이동했다.

난 길을 안내하는 정찰조보다 1km나 앞서나가며 주변을 넓게 기감했다. 계곡을 따라 3km 이동하자 레드마틴이 세 마리가 감지됐다.

어제 확인했을 땐 토굴에 숨어 있었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놈들이었다. 이게 기감력의 한계이자 문제점이었다.

기감력은 레드몬을 탐지하는 스킬이 아니라 포스를 이용해 내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느끼고 감지하는 능력이었다.

특별하고 유용한 능력이지만, 이처럼 허점도 많아 기감력만을 믿고 안심할 경우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었다.

「후각을 키우면 도움이 되려나? 그럼 킁킁거리며 다녀야 하는 건가?」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집을 나오기 전 냄새를 지우기 위해 깨끗이 목욕한 후 풀과 나뭇잎에서 짜낸 녹즙을 온몸에 골고루 발랐다.

이렇게 해야 레드몬의 뛰어난 후각을 속일 수 있었다. 이 방법은 김응수에게 배운 것으로 보조사냥꾼들은 풀과 진흙을 사용해 냄새를 지웠다.

30분쯤 기다리자 정찰조인 조은영과 백영두가 나타났다. 사고지점에서 500m 떨어진 지점이라 최대한 촉각을 세우며 천천히 접근했다.

“카악~”

하지만 후각이 발달한 어미가 조은영과 백영두의 땀 냄새를 맡고 괴성을 질러대며 번개같이 달려 나왔다.

“쑤욱~ 쑤욱~”

“삐익~ 삐익~ 삐익~”

조은영이 화살을 연속으로 발사해 레드마틴을 견제하는 사이 백영두이 날카로운 휘파람을 연속으로 세 번 불었다.

이건 레드몬과 접촉했다는 신선 공대만의 약속으로 천천히 후퇴하며 놈들을 유인하겠다는 신호였다.

화살 두 발로 레드마틴 어미의 움직임을 잠깐 늦춘 조은영과 백영두가 뒷걸음질로 빠르게 물러났다.

화살을 피한 암놈 어미 옆으로 새끼인 암놈과 수놈이 재빨리 다가왔다. 어미는 머리부터 몸통까지 길이가 1.2m에 꼬리 길이는 0.8m, 무게는 50kg 정도였다.

새끼 두 마리는 이보다 약간 작은 1.0m(두동장) 크기로 고양이보다 짧은 다리와 부드러운 황갈색과 검은 털이 섞여 있었다.

조은영과 백영두를 향해 세 놈이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주춤하며 거리가 벌어져 조은영과 백영두를 따라잡았을 땐 신선 공대가 자리를 잡은 다음이었다.

소연이 홀드 스킬로 선두에 선 어미와 우측 암놈을 잡자 조은영이 좌측의 수놈을  향해 속사로 강철 화살을 날려 보냈다.

발이 묶인 레드마틴을 향해 은비가 에너지 파동을 발사했다. 유성우처럼 날아간 하얀빛이 놈들의 발아래 떨어지자 반경 10m를 둘러싼 빛의 기둥이 생겨났다.

기둥 속에서 하얀 빛이 넘실대며 놈들을 연속으로 공격했다. 3분간 지속한 에너지 파동이 끝나자 그 자리엔 레드마틴 세 마리가 칠공에서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은비의 에너지 파동은 물체의 외부가 아닌 내부를 공격하는 침투경의 힘으로 불과 바람, 번개를 사용하는 멘탈리스트보다 물리적인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살아있는 생명체가 받는 피해는 더 컸다.

더구나 외부가 아닌 내부의 장기와 혈관을 파괴하는 방식이라 방어가 더욱 어려웠다.

은비의 놀라운 신위(神威)에 김갑수를 비롯해 공대원 전체가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급 레드몬을 잡아낸 것에 불과했지만, 신선 공대 안에선 광역 스킬은 고사하고 이만한 파괴력을 가진 능력자도 없었다.

은비 실력이면 대한민국 상위 10개 공대 안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런 대단한 능력자가 신선 공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은 지 황당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소연이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너무 띄우지 마세요. 별거 아니에요.”

“아니야. 지금까지 내가 본 멘탈리스트 최고였어. 정말이야.”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신선 공대를 위해 많이 노력해줘. 알았지?”

“네! 열심히 노력하게요.”

김갑수의 칭찬에 은비가 어깨가 으쓱한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동안 나를 상대로 많은 연습을 했지만, 실전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은비는 에너지 파동에 걸리는 않는 나를 상대로 스킬을 연마하며 효과가 있을지 걱정까지 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실로 증명하며 첫 대비전을 멋지게 KO로 장식했다.

“수고했어.”

“고마워, 언니! 모두 오빠와 언니 덕분이야. 히히~”

은비의 활약에 공대에 활기가 돌았다. 원산에 들어오며 알게 모르게 분위기가 처져 있었는데 은비의 에너지 파동 한방에 분위기가 180도로 변했다.

공대에 강력한 능력자가 있다는 건 그만큼 안전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라 누구나 환영하는 일이었다.

“은비야! 정말 멋졌어.”

“고마워요, 서인 언니! 축하하는 의미에서 저녁에 집에서 같이 고기 구워 먹으며 수다 떨며 놀까요?”

“정말? 그래도 괜찮아?”

“그럼요. 당연하죠.”

“나는? 나도 가도 되는 거야?”

“은영 언니도 당연히 오셔야죠. 여자라고 달랑 네 명인데 언니가 빠지면 안 되죠.”

“앗싸~ 오늘 진탕 한번 마셔 보자.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달리는 거야. 중간에 도망가기 없기다.”

“네에~ 알겠습니다~”

난 은비가 즉흥적으로 제안한 저녁 파티를 위해 서둘러 장을 봐야 했다. 집에 먹을 게 없진 않지만, 손님을 대접할 만큼 쓸만한 재료가 없었다.

숲 속엔 최고급 고기부터 채소와 버섯, 열매, 약초까지 없는 게 없어 마트에서 돈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오늘의 메인 요리를 위해 잡은 고기는 레드와피티 암놈과 새끼였다. 레드와피티는 붉은 사슴의 아종인 백두산 사슴에서 변이한 레드몬으로 한국과 몽골,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서식했다.

백두산 사슴은 어깨높이 1.2m, 뿔 길이는 1m가량으로 녹용은 한약재로 쓰였고, 고기는 식용으로 사용됐다.

메인 요리로 잡은 레드와피티 암놈은 길이가 3.5m에 무게가 300kg이었고, 새끼는 2.2m에 150kg이 나갔다.

사슴피가 몸에 좋다고 해 따뜻할 때 마실까 하다가 기생충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나무에 매달아 피를 모두 뽑아 무게를 줄인 후 집으로 가져왔다.

레드몬이 기생충에 감염될 염려는 극히 적었지만, 야생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라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 중국 등엔 레드몬의 피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블러드 연구소가 여럿 있었다.

이들은 생명의 근원인 피에서 레드몬의 실체와 포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블러디 연구소의 궁극적인 목적이 일반인도 능력자와 같은 힘과 생명을 얻고자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레드몬의 피는 연구용 외에도 빈혈(貧血)과 백혈병(白血病), 이단백증(異蛋白症)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할 약으로 개발돼 현재 시중에 널리 보급돼 있었다.

============================ 작품 후기 ============================

4월 9일부로 대화형식이 모두 수정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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