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30화 (30/505)

00030  원산  =========================================================================

30.

“위성에서 찍은 기지 주변 사진과 항공촬영으로 알아낸 레드몬 종류와 서식지가 봉투 안에 들어 있습니다.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정확도 얼마나 될까요?”

“50% 이하입니다.”

차유리 공대장의 질문에 도윤명 지부장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만큼 답변해줄 것도 아는 내용도 없다는 뜻이었다.

“우리 손으로 모두 확인하라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위험부담이 너무 큰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한 겁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정부와 포스 협회는 정찰기를 활용해 북한지역에 서식하는 레드몬을 파악했다.

하지만 시끄러운 정찰기로 레드몬을 찾아낸다는 생각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청각이 예민한 놈들이 굉음을 울리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상급자의 일방적인 명령에 일하는 시늉만 낸 무능한 공무원의 행태로 아까운 국민 혈세만 낭비한 꼴이었다.

“정부에서 정한 시간은 4월 말일까지입니다. 하지만 4월 1일부턴 레드몬 사냥이 시작돼야 합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무려 3개월을 쉬며 공장이 올 스톱 된 상탭니다. 늦어도 다음 달까지 서식지를 모두 파악하시고 사냥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회장님 특별지시 사항입니다.”

“급한 건 알지만, 한 달은 시일이 너무 촉박해요.”

“포스 협회에서 넘겨준 자료 중 쓸만한 건 미국에서 넘겨준 위성사진이 전부입니다. 이대로 사냥을 시작하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할 겁니다. 저희는 그만한 인명피해를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박도준 시장의 무리한 요구에 차유리와 최재준이 동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진기지에 있는 북쪽 주민들을 동원하세요. 전진기지를 세우고 북쪽 주민들을 채워놓은 건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니까?”

“전진기지에 있는 북쪽 주민들을 이용해 레드몬 종류와 서식지를 파악하라는 말입니다. 그들이 모두 죽어도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또한, 죽는 만큼 바로바로 보충해 드릴 테니 마음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

“여러분은 회장님이 정한 시일 내에 사냥만 시작하시면 됩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이지 아시겠습니까?”

박도준 시장의 섬뜩한 말에 차유리와 최재준, 김갑수는 인상을 확 구길 수밖에 없었다.

사람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지만, 이건 숫자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대유 그룹을 포함해 8개 기업이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도시와 전진기지는 사실상 이들의 사유재산이나 다름없는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이었다.

이곳 역시 대한민국 법률이 지배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곳이지만, 법원은 고사하고 경찰서도 하나 없었다.

치안을 위해 정부가 투입한 병력은 이미 지난달 모두 철수한 상태로, 기업이 고용한 용병과 보안업체 그리고 북한 주민 중에 가려 뽑은 수비대가 경찰과 군인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기업은 이익 추구를 최우선가치로 생각했다. 그런 기업이 도시를 장악하고 주민들을 통제하면 사람의 가치는 돈보다 못하게 된다.

인간의 숭고한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우선시하는 곳이 바로 원산이었고, 원산처럼 북한 주민들의 목숨을 우습게 여기는 곳이 7곳이나 더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생각보다 높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네.”

“여기가 원산 중심지라서 그럴 거야.“

“그런가? 오빠 숙소는 어때? 지낼만해?”

“여기보단 못하지만, 여관 정도는 돼.”

“여관이면 차이가 너무 나잖아. 모텔도 아니고 여관이 뭐야?”

“여긴 VIP용 호텔이잖아. 월급 100만 원 받는 보조사냥꾼과 억대 연봉 받는 능력자와 같을 순 없잖아.”

보조사냥꾼들이 머무는 숙소는 강릉에서 지내던 여인숙에 비하면 호텔이었다. 지은 지 1년밖에 안 된 새 건물에 집기도 모두 신형이었다.

그렇다고 시설이 좋은 건 절대 아니었다. 대학생들이 MT 가면 머무는 민박집처럼 10~20명씩 함께 잘 수 있는 커다란 방이라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빠! 가지 말고 여기서 자.”

“인원 점검 때문에 아침엔 숙소에 있어야 해.”

“싫어! 가지마. 나랑 같이 여기서 자아~”

“길어야 2~3일이면 회양으로 들어가. 그때까지만 참아. 착하지!”

“히잉~“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싶어 은비가 투정을 부렸다. 신한 침대에 누워 은비의 부드럽고 탄력적인 나체를 끌어안고 가슴을 조몰락거리고 있었다.

등 뒤에선 소연이 작은 유방을 내 등에 밀착한 채 성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호텔이라 그런지 위성수신 안테나가 달려 TV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시설부터 서비스까지 여관과는 차원이 달랐다. TV에선 특집으로 소련연방 해체와 동유럽 공산권 붕괴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1991년 12월 25일 저녁 7시(모스크바 시간)에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이자 가장 큰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이 붕괴하며 냉전 시대가 끝이 났다.

소련의 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1980년대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개방과 개혁 정책을 시행하며 공산당 일당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이 개혁은 오랫동안 억압된 민족 운동과 유혈 충돌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소련의 붕괴를 불러왔다.

“이제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네. 소련이 사라진 이상 대적할 상대가 없잖아. 그렇지 언니?”

“중국이 있잖아.”

“설마 옆 동네 사는 그 짱꼴라?”

“응! 작년에도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레드몬을 잡았어. 레드스톤 판매량도 10년째 중국이 1위고. 소련 대신 중국이 치고 올라올 수도 있어.”

“하여간 머릿수엔 당할 수가 없어. 1억도 아니고 2억도 아니고 11억이 뭐야. 11억이면 우리나라는 뒤덮고도 남겠다.”

레드문과 함께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는 미국도 러시아도 아닌 중국이었다. 일본이 화산과 지진, 해일 등으로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중국은 군대까지 동원해 레드몬을 사냥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올 1월 1일 세계포스협회가 발표한 각국 능력자 보유 현황을 보면 중국이 8,945명으로 미국 8,612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보유한 능력자 8,945명은 대한민국이 잠능자까지 모두 포함해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엄청난 숫자였다.

중국은 레드문과 함께 찾아온 천재지변과 식량난으로 7억 명이 넘는 인구 중 30%에 해당하는 2억 명이 재난과 굶주림에 죽으며 한때 인구 부족(?)현상까지 겪었었다.

그러나 피해복구가 끝나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죽은 2억 명을 순식간에 복구하더니 20년 만에 인구 11억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 공산당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산아 제한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선인(죽에서 부르는 능력자 이름)이 생겨나며 산아제한정책은 출산장려정책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출산장려정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능력자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지나친 출산 장려정책으로 11억 인구 중 25%가 넘는 3억 명이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해 굶주림에 허덕이며 유민으로 중국을 떠돌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레드문의 영향으로 단위면적당 곡물 생산량 최대 8배(낱알 2배, 성장 속도 2배, 크기 2배), 가축 생산량 최대 8배(임신 기간 절반, 성장 속도 2배, 크기 2배)로 늘어나며 인류는 식량난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세계 식량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곡물 카르텔의 횡포와 숲, 초원, 어장, 곡창지대 등 식량을 생산할 많은 땅과 바다를 레드몬에게 빼앗기며 굶주림은 여전히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능력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 왜 군대까지 동원하는 거야?”

“능력자 수는 우리나라보다 많지만, 땅 넓이를 생각하면 오히려 적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그래.”

“정말 그러네. 이것들 몸만 컸지 실속은 영 없어. 속 빈 강정이네.”

중국은 대한민국보다 5배나 많은 능력자를 보유했지만, 땅은 957만 2,900㎢로 한반도 면적 22만㎢보다 44배나 넓었고, 인구 역시 중국이 11억 명으로 대한민국 4,500만 명보다 24.4배나 많아 땅과 인구수를 비교하면 능력자 수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땅과 인구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우리보다 10배는 많은 90,000명은 있어야 국토를 방비할 수 있었다.

넓은 땅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레드몬을 상대하기엔 8,945명의 능력자는 턱없이 모자라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까지 동원하고 있었다.

7대 군·구별로 구성된 레드몬 전담부대는 주로 곡창지대나 도시에 출몰한 최하급 레드몬을 퇴치하는 부대로 매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었다.

문제는 인명피해가 크다는 것과 부패한 지휘관이 젊은 군인들을 희생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가디언지에 따르면 중국이 작년 한 해 판매한 25,000개의 레드스톤 중 5,000개 이상은 부패한 지휘관이 어린 병사들을 동원해 착취한 물건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세상은 부패한 나라 중국보다 영국의 가디언 지를 더 신뢰하고 있었다.

“언니! 이러다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초일류 강대국이 되는 아니야?”

“쉽진 않을 거야. 부정부패와 부의 편중도 너무 심하고, 소수민족과 3억에 달하는 유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아.

“미국도 싫고, 중국도 싫다. 제발 우리나라가 강해져 다른 나라 눈치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거야.”

“정말?“

“그 희망이 우리 곁에 있잖아. 울 남편!”

“오~ 정말 그러네.”

소연과 은비의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다가 희망소리에 황당한 눈으로 소연을 바라봤다.

“누구? 나?”

“응!“

“꿈이 너무 야무지다.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상급 능력자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하지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미국이 상급 레드몬 에오히푸스를 사냥해 주가를 올리긴 했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이 없어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해. 사실 상급 레드몬보다 아래인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하는 레드몬 사냥팀조차 찾아보기 힘들거든.”

“미국의 발표가 거짓이란 뜻이야?”

“아니. 그렇지 않아. 미국도 자존심이 있어 거짓을 말하진 않았을 거야. 레드몬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게 문제지. 동원된 능력자부터 사상자까지 생각하면 상급 레드몬 3~4마리만 출몰해도 나라가 망할 수 있으니까.”

“그게 엘리트 레드몬과 무슨 상관인데?”

“엘리트 레드몬이 상급 레드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역시 매우 강력한 레드몬이야. 엘리트 레드몬 한 마리에 작은 도시가 사라진 경우도 있으니까.”

“엘리트 레드몬만 사냥해도 사람들이 나를 찾게 된다는 뜻이야?“

“응! 널 모셔가기 위해 혈안이 될 거야.”

“내가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한다고 해도 일개 개인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순 없어. 그건 꿈이야.”

내가 고개를 흔들며 부정적으로 말하자 소연이 입술을 맞춰오며 부드럽게 가슴을 쓰다듬었다.

“당장은 어렵겠지. 하지만 우리가 능력을 키워 상급 레드몬을 사냥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야. 그땐 사람들이 널 개인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야. 어쩌면 대한민국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

“과연 그런 날이 올까?”

“내 말이 사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어. 두고 봐! 그날이 꼭 올 테니까.”

“.......”

============================ 작품 후기 ============================

대화형식이 수정됐습니다.

1~28편까지는 조만간 시간을 내어 수정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