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15화 (15/505)

00015  독심술(讀心術)   =========================================================================

15. 독심술(讀心術)

“어디 다친 곳은 없으세요?”

“네? 아... 예! 괜...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같은 일을 하는 처지에 안부를 묻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신선 공대 안에서 보조사냥꾼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공대원은 한 명도 없었다. 마음속으로야 걱정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입을 열어 물어본 건 소연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같은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하는 능력자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신선 공대에서 보조사냥꾼은 미끼였다.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늘에 미끼를 달며 걱정하는 건 물고기가 잘 잡혀야 한다는 것과 미끼가 아깝게 버려지는 것이었지 미끼 자체를 걱정하진 않았다.

보조사냥꾼은 낚시꾼이 바늘에 다는 미끼와 같은 존재로 능력자와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소연이 지금 한 말이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보조사냥꾼인 내가 듣기엔 대단히 파격적이며 신선한 말이었다.

“혹시 이거 지홍씨 물건 아닌가요?”

“네? 아... 맞습니다.”

“제 천막 근처에서 주웠어요. 여기요.”

“감... 감사합니다.”

일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뒤따라온 민소연이 날 불러 세웠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불안한 마음으로 민소연을 따라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민소연이 내민 물건은 내 이름이 새겨진 작은 칼이었다. 민소연의 천막으로 다가서며 그만 소도를 흘린 것 같았다.

난 천막 안에 흘렸거나 가방에 든 줄 알았지 소도가 민소연의 천막 근처에 떨어졌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민소연이 내민 칼을 받아들기 위해 내민 손이 나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내 나이 이제 21살이었다. 사회경험이라곤 신선 공대에서 보조사냥꾼으로 활동한 6개월이 전부였다.

인간관계는 맺어 본 적도 없었고, 여자와의 대화는 엄마를 빼면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당황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까 저와 서인 언니를 도와준 게 지홍씨 맞죠?”

“네에? 아... 아닙니다.”

“지금 갑수 오빠와 공대원들이 모두 모여 레드마우스 열 마리를 누가 죽였는지 의논하고 있어요.”

“예에?”

“한 번에 열 개의 총알을 던져 레드마우스 심장을 정확히 관통시켰어요. 지홍씨도 잘 아시겠지만, 최하급 레드몬이라도 심장은 가슴뼈로 보호받아 포스를 깃든 무기로도 쉽게 잘리지 않죠. 더군다나 총알 같이 작은 암기로 가슴부터 등까지 관통시킬 정도면 예사로운 능력자는 아니라고 봐야죠. 안 그래요?”

“.......”

“저와 서연 언니에게 달려든 레드마우스를 잡아준 공대원도 없고, 신선 공대 안에선 그럴만한 능력자가 없어요. 정말 희한한 일이죠? 누가 그랬을까요? 제가 아는 보조사냥꾼이 그랬을 것 같은데 지홍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아~”

당황해 얼굴이 빨개지며 큰 숨을 내쉬자 소연이 눈빛을 빛내며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제게 진실을 말해주면 저도 지홍씨의 비밀을 지켜드릴게요. 제 명예와 가족의 명예를 걸고 약속할게요.”

코앞까지 다가온 소연의 눈이 빤짝빤짝 빛나고 있었다. 별빛처럼 빛나는 소연의 눈이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음... 전 소연씨를 돕고 싶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저와 서인 언니의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그걸 모를 리가 있나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왜 보조사냥꾼으로 신분을 속이고 신선 공대에 숨어있는가 하는 거예요.”

“신분을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보조사냥꾼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럼 정식으로 신선 공대에 가입하면 되잖아요.”

“포스 협회에도 아직 가입이 안 된 상탭니다.”

“왜요?”

소연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강릉에 도착한 순간부터 능력자가 된 일 그리고 내 포부까지 술술 불고 말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무장해제가 되는지 아니면 소연의 반짝이는 눈에 매료된 것인지 난 소연의 포로가 되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순순히 자백하고 말았다.

“실대로 말해주셨으니 저도 재미난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재미난 사실요?”

“네! 사실은 지홍씨의 이 칼! 보조사냥꾼 천막에서 주워온 거예요.”

“네에?”

“제가 지홍씨를 속였어요. 죄송해요.”

“.......”

소연이 날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건 상황이 종료한 시점에 천막에 몰래 스며든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것과 그녀의 독심술(讀心術) 때문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진 천막으로 스며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눈을 돌린 소연의 눈에 살짝 뒷모습이 잡히고 말았다.

소연도 내 뒷모습만으론 날 생명의 은인으로 단정 짓진 못했다. 결정적인 원인은 그녀의 독심술에 있었다.

소연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을 통해 곧잘 마음을 잃어냈다. 자신의 능력을 알차 챈 소연은 잠능자가 된 후에도 특기를 살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자기 뜻과는 달리 생각지도 못한 홀드 스킬을 얻고 말았다. 그래도 꿈을 버리지 못해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스승으로 삼고 심리학에 관련된 수많은 책을 섭렵하고 있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로 무의식과 억압의 방어 기제에 대한 이론, 환자와 정신분석자의 대화를 통한 정신 치료 등 많은 업적을 남긴 의사였다.

일부에선 독심술을 마음을 읽는 초능력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독심술은 상대의 표정이나 반응 등을 통해 심리를 파악하는 방법이었다.

“공대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게 제 취미에요. 당연히 지홍씨도 제 심리분석에 도움을 주셨죠.”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절 언제부터 의심하고 계셨습니까?”

“제 눈을 피할 때부터요.”

“제가 아니라고 계속 우겼다면 아니라고 믿었겠군요?”

“그렇진 않아요. 독심술은 상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말을 믿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조사냥꾼 중 유일하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

“힘든 척 지친 척 행동하지만, 사실은 항상 활력이 넘쳤죠. 심장을 처리하기 위해 밖에 나갔다오면 다른 사람들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데 지홍씨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항상 일관된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것도 포만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이에요.”

“;;;”

그동안 기감력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감력을 맹신한 나머지 타인이 나를 몰래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기분 나빴다면 죄송해요. 나쁜 목적으로 지홍씨를 계속 관찰하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호기심이 동해 계속 바라보고 있었어요.”

“괜찮습니다. 사실은 저도 매일 소연씨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소연씨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랬어요?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 호호호~”

소연의 지금 말은 사실이었다. 내가 눈으로 소연을 쫓은 게 아니라 기감으로 쫓았기 때문에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웃음 속에 날카로움이 숨어 있어 내가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심술... 저도 배워보고 싶네요.”

“원한다면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후천적인 것보단 선천적인 요인이 더 크니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래도 배워두면 사람을 상대할 땐 많은 도움은 될 거예요.”

“가르쳐주시면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니 당연히 가르쳐드려야죠.”

“감사합니다.”

“언제부터 할까요?”

“소연씨 편할 때 가르쳐주시면 됩니다.”

“그럼 오늘부터 시작할까요?”

“네에?”

“밥부터 먹고 시작하죠. 너무 떠들었는지 배고파요.”

“아... 예!”

“대신 저녁은 제가 근사하게 쏠게요. 생명의 은인인데 밥은 대접해야죠.”

“흐~”

마음속으로만 사랑하던 소연과 가까워질 기회가 생겼다. 말이라도 한마디 섞어 봤으면 했는데... 목숨을 구해준 게 인연이 되어 가깝게 지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젊은 남녀가 자주 만나다 보면 손도 잡고, 어깨동무도 하고, 뽀뽀도 하고, 가슴도 만지고, 엉덩이도 만지고, 그러다 잠도 자고 같이 사는 게 순리였다.

물론 이런 모든 복잡한 단계를 취소하고 바로 섹스로 이어지는 커플도 있었고, 1년 12달 붙어있어도 뽀뽀는 고사하고 손도 못 잡는 바보 같은 남녀도 있었다.

난 좋아하는 여자를 놓치는 바보가 되고 싶진 않았다. 인원과 우연에 노력을 더해 천사 같은 소연을 나만의 여인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남자는 모름지기 꿈이 커야 한다고 내 꿈은 이제 소연의 연인이자 남편이 되는 것이었다.

나와 소연이 알콩달콩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중상자 중 3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보조사냥꾼도 한동안 거동이 불편해 공대에서 모두 내보내고 새로 19명의 보조사냥꾼을 뽑았다.

죽은 보조사냥꾼은 전처럼 100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했고, 다친 사람들에겐 50만 원이 치료비로 주어졌다.

계약서에도 없는 금액이라 가족들은 눈물로 김갑수에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김갑수가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을 생각하면 도의적인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능력자인 김갑수는 절대적인 갑이었고, 죽거나 다친 보조사냥꾼은 비참한 을이었다.

============================ 작품 후기 ============================

4월 1일부로 많은 부분이 바뀐 레드문이 새롭게 연재됩니다.

내용부터 형식, 등장인물, 레드몬 능력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화체로 수정했습니다. 4/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