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14화 (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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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습격(襲擊)

한 달간 순발력과 속도를 올리는 수련에 집중했다. 강력한 파괴력을 갖추고 있어도 레드몬의 빠른 몸놀림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레드몬의 움직임을 따라가야 대가리를 후려치든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든 뭔가를 할 수 있지, 영화처럼 힘만 세고 느려터지면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다 맞아 죽기 십상이었다.

레드몬도 등급에 따라 속도 차이가 심했다. 형태와 크기, 종류에 따라 차이가 심하지만, 대체로 최하급보단 하급이, 하급보단 중급이 훨씬 빨랐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 가지 훈련만 집중적으로 하자 순간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릴 방법을 알아냈다.

기감력을 이용해 세포와 피, 심장에 깃든 포스를 격발하는 방법으로 기존 포스를 다리에 집중하는 방법보다 두 배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궁신탄영(弓身彈影)과 이형환위(以形換位)처럼 몸이 탄알처럼 쏘아져 나갈 수도 있었고, 위치를 바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둘 다 착시 현상이지만, 속도가 워낙 빨라 하급 능력자의 동체 시력과 순간 시력으론 깜박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동체 시력은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인지하는 능력인 KVA(Kinetic Visual Acuity)와 움직이는 물체의 세부사항을 인지하는 능력인 DVA(Dynamic Visual Acuity)로 구분된다.

KVA는 야구, 권투, F1 등 속도가 중요한 스포츠 종목에서 중시됐고, DVA는 눈알을 굴리는 속도와 관련이 있었다.

순간 시력은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물체와 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는가를 나타내는 능력이었다.

난 기감력 다음으로 얻은 스킬을 블링크(Blink)라 불렀다. 블링크는 자기 자신을 무작위로 순간이동 시키는 마법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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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가 열심히 뛰어다니긴 했지만, 멘탈리스트를 구할 순 없었다. 장비, 조건, 명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신선 공대에 민소연과 이서인은 사치이자 난센스였다.

김갑수가 발품을 팔아 영입한 신규 공대원은 공격형 피지컬리스트인 백영두과 방어형 피지컬리스트인 김보영이었다.

둘 다 하급 능력자로 레드몬 사냥팀에 2년간 몸담은 경력자였다. 이들과 더불어  보조사냥꾼도 결원을 충원했다.

결원이 충원되자 공대원들은 고급 요릿집에서 삐까뻔쩍하게 환영회를 열었고, 보조사냥꾼은 쓰디쓴 소주 한잔 없이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이번 사냥 목표는 레드마우스였다. 레드마우스는 육상 포유류 중에서 가장 약한 개체지만, 잡식성으로 공격성이 강하고 번식력이 가장 높아 골머리를 썩이는 레드몬 중 하나였다.

남극과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하는 쥐는 지금으로부터 약 3,600만 년 전 신생대 제3기 에오세에 나타난 동물로 종류만 1,800종이 넘었다.

쥐는 임신 기간이 매우 짧아 사향쥐는 22∼30일, 붉은쥐 23∼26일, 집쥐 21일, 생쥐·대륙밭쥐 17∼20일이면 출산했고, 집쥐나 밭쥐는 출산 후 몇 시간만 지나면 다시 발정하여 교미하고 임신할 만큼 번식력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했다.

쥐는 생후 6개월이면 성적으로 성숙해 새끼를 가질 수 있었고, 한 마리의 암컷은 6개월 동안에 200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었다.

또한, 모성애가 남달라 어미 쥐는 새끼가 다 자랄 때까지 양육해 생존율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식량이 떨어지거나 목숨이 위태로우면 새끼를 잡아먹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쥐는 상황이 좋아지면 먹어버린 새끼의 몇 배나 많은 새끼를 낳았다.

“지금부터 총기를 나눠줄 테니 조심해서 사용하기 바란다. 발포 명령이 없을 때 총을 사용하거나 레드마우스가 접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발사고가 나면 감봉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라. 부팀장들은 나와서 무기를 나눠주도록.”

“예!”

“알겠습니다.”

노일수 팀장의 말이 끝나자 김응수와 오재욱이 앞으로 나와 KA 기관단총과 탄창, 탄알, 소음기 등을 보조사냥꾼에게 나눠주었다.

1977년 개발되어 1980년부터 보급한 K1 기관단총은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개발 소화기로 M3을 대체할 신형 기관단총으로 개발됐다.

소총탄인 5.56mm, 223 레밍턴(Remington)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연한 카빈이지만, 한국군에서는 개발 목적에 따라 기관단총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가장 약체로 꼽히는 레드마우스는 10m 안에선 K1 소총의 5.56mm탄으로도 사냥이 가능했다.

군용 소음기가 부착된 K1 기관단총을 받아들었다. 평소 불침번이나 보초 근무를 설 땐 총이 아닌 섬광 조명탄을 지급 받았다.

깁갑수 공대장은 총기 사고를 우려해 평소엔 총기를 지급하지 않았고, 레드마우스 사냥에 나설 때만 총기를 지급했다.

레드마우스는 번식력이 높아 야영지는 물론 사냥터로 이동하는 길목에서도 종종 출몰하는 레드몬이었다.

언제 어느 때 나타날지 몰라 공대 전체의 피해를 줄이고자 레드마우스 사냥 땐 총기를 지급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노일수 팀장을 비롯한 선임들이 잔뜩 긴장한 채 신선 공대원을 따라 사냥터로 접근했다.

평소대로 우린 1km 후방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언제 레드마우스가 나타날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잡담하거나 딴짓하다가 걸리면 죽을 줄 알아. 놈들이 어디서 튀어나올 줄 모르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자기가 맡은 곳에서 눈동자 돌리다 걸리면 죽는다.”

김응수와 오재욱이 신경질적인 태도로 보조사냥꾼들을 계속 다그쳤다. 짬밥이 되는 선임들도 마찬가지로 사소한 움직임에도 성질을 부렸다.

그만큼 레드마우스 사냥터가 사고가 많다는 방증으로 이럴 땐 괜한 짓을 해 눈총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눈알을 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주변 상황을 알 수 있는데 고개를 돌려 뒤통수를 얻어맞을 이유가 없었다.

레드마우스는 하루 평균 20~30마리를 잡았다. 워낙 수가 많고 대가족으로 움직여 많을 땐 50마리를 잡은 적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많이 잡으면 실속도 좋을 것 같지만, 레드마우스는 30마리를 잡아도 레드스톤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가죽과 사체 가격도 마리당 300만 원 정도로 600만 원 하는 레드래빗보다 절반이나 쌌다.

그런데도 레드마우스를 사냥할 수밖에 없는 건 정부가 레드몬 사냥팀에 정한 할당량 때문이었다.

레드마우스는 일 년 만 내버려둬도 그 수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나 사냥팀에 일률적으로 할당량을 주고 그 숫자만큼 못 잡을 경우 높은 과징금을 물렸다.

신선 공대도 높은 과징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1년에 3~4번씩 레드마우스를 사냥하고 있었다.

공터가 가득 쌓인 레드마우스 심장은 비위가 센 나조차 먹을 수 없어 야영장에서 500m 떨어진 숲 속에 묻고 서둘러 돌아왔다.

불침번도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여덟 명을 세우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은 혼자 묻으러 보내는 김응수의 심보가 이해가 안됐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지금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보조사냥꾼이었다.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하는 만큼 작은 것에 불만을 품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불침번은 세우지 않았다. 고린내를 억지로 참고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6일 연속 사냥에 모두 지쳤는지 코 고는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울려 됐다. 마음 같아선 덜 시끄러운 밖에서 자고 싶었지만, 레드마우스 사냥 땐 천막 밖에서 자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청각과 후각을 억지로 막고 구석에 쪼그려 누웠다. 평소 잠든 상태에서도 기감력을 운용하려 노력했다.

기감력을 빠르게 높이려는 이유도 있지만, 이런 버릇이 오랫동안 몸에 배면 무의식중에도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다.

3시간을 뒤척이다 억지로 잠이 들었는데 불청객이 접근하며 잠을 깨웠다. 레드마우스 50여 마리가 야영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흔치 않은 하급 레드몬 제리도 함께하고 있었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따온 레드마우스 제리는 신장이 0.9m로 레드마우스보다 1.5배나 큰 자칭 보스 레드몬이었다.

스킬도 없고 하급 레드몬치곤 전투력도 형편없지만, 놈이 끼면 전투 양상이 확 달라졌다.

오합지졸인 당나라가 군대가 정예군대로 새롭게 태어나듯 공수 전환이 빠르고 다양한 전술을 사용했다.

「레드마우스의 접근을 알려줄 수도 없고, 머리 아프네.」

은밀히 천막을 빠져나와 민소연이 잠든 천막으로 이동했다. 시계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어 불침번인 보초를 빼면 모두가 잠든 상태였다.

그사이 레드마우스가 야영장 100m 앞까지 접근했다. 보스인 제리가 있어서 그런지 무리를 셋으로 나누어 접근하고 있었다.

좀 더 일찍 알아챘다면 야영장에 접근하기 전 처리할 수 있었는데, 잠든 상태에선 기감력이 떨어져 접근을 허용하고 말았다.

여덟 명의 보초 중 세 명이 목숨을 잃는 순간 섬광 조명탄이 터지며 소음기가 부착된 K1 기관단총에서 ‘드르륵~ 드르륵~’ 낮은 총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김갑수 공대장을 비롯해 공대원들이 밖으로 후다닥 튀어나왔다. 하지만 놀라 잠에서 깬 상태라 정신을 차리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더구나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라 레드마우스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았다. 능력자의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야행성 동물만큼 잘 볼 수는 없었다.

때를 같이해 보조사냥꾼들도 기관단총을 챙겨 들고 허둥지둥 천막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절반도 빠져나오기 전 남쪽에서 접근한 레드마우스 무리가 천막을 덮쳤다.

놀란 보조사냥꾼들이 비명과 함께 기관단총을 연발에 놓고 긁어댔다. 좁은 천막 안에서 총기를 난사하자 아군의 총에 아군이 죽어 나갔다.

김갑수와 피지컬리스트들은 최초 야영장을 급습한 북쪽 레드마우스 무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시선이 양방향으로 분산된 순간 서쪽에서 다가온 레드마우스 무리가 민소연과 이서인에게 달려들었다.

민소연과 이서인은 공터 중앙에서 공대원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전방에 정신이 팔린 민소연과 이서인이 뒤에 나타난 레드마우스를 알아챘을 땐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죽음이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들을 덮쳐오던 레드마우스 무리가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민소연의 천막 뒤에서 던진 10개의 탄알이 정확히 레드마우스의 심장을 관통했다. 야들야들한 먹이를 앞에 두고 기세 좋게 달려들던 레드마우스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바닥을 뒹굴었다.

민소연과 이서인의 토끼처럼 놀란 눈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리에 힘을 모으고 달아나는 제리를 잡으러 달려나갔다.

영악한 놈이 사세(事勢)가 불리하자 잽싸게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고 있었다. 네 발로 열심히 도망가는 놈의 꼬리를 잡아채 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민소연을 노린 놈을 곱게 죽일 순 없었다. 20번을 넘게 패대기를 치자 제리는 형체만 남긴 채 피떡이 됐다.

심장을 가르고 3cm 크기의 레드스톤만 챙긴 후 땅을 파 깊숙이 묻었다. 아깝지만 사체를 가져갈 순 없었다.

2,000만 원을 땅에 묻는 만행을 저지르고 서둘러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야영장에 난입한 레드마우스를 모두 잡았는지 공대원들과 살아남은 보조사냥꾼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날 레드마우스의 야습으로 공대원들은 찰과상 정도의 부상에 그쳤지만, 보조사냥꾼 8명이 죽고, 11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자 중 5명은 동료가 쏜 총에 맞아 죽었고, 심하게 다친 11명 중 8명도 총상을 당한 상태였다.

이렇게 피해가 큰 이유는 보조사냥꾼들이 천막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레드마우스가 난입하며, 놀란 보조사냥꾼들이 총을 마구 갈겨댔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보조사냥꾼들은 서둘러 환자를 이송하고 천막과 각종 운반 도구를 차에 싣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조사냥꾼들에게 죽음이란 때로는 끼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항상 붙어 다니는 생활의 일부였다.

절반이 넘는 인원이 죽거나 크게 다쳤지만, 보조사냥꾼들은 노일주 팀장의 지시아래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었지 마음마저 그런 건 아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쏜 총에 죽어간 동료의 얼굴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죄책감과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보조사냥꾼들의 얼굴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 작품 후기 ============================

4월 1일부로 많은 부분이 바뀐 레드문이 새롭게 연재됩니다.

내용부터 형식, 등장인물, 레드몬 능력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화체로 수정했습니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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