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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3화 (1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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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서인

이서인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이서인과 어린 두 동생을 키우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 하셨다.

그러다 무슨 복인지 이서인이 잠능자로 선발되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이서인의 가족들은 이로써 자신들의 삶이 180도 변할 거로 생각했다.

이서인이 잠능자로 선발되자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지며 어머니도 좀 더 나은 일을 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집안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며 생활도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행복도 잠깐 이서인이 16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쓰러지며 다시 가난이 찾아왔다.

이서인이 능력자였다면 어디서든 돈을 구할 수 있겠지만, 잠능자의 미래만을 보고 큰돈을 선뜻 빌려줄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있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족쇄를 채우거나 이선인의 몸을 탐하는 놈들뿐이었다. 어머니의 병세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며 어쩔 수 없이 잡은 손이 문정수였다.

문정수는 이서인보다 3살 연상으로 돈과 권력을 가진 놈들끼리 조직한 ‘일진회’의 회장으로 양아치이자 문제아의 우두머리였다.

일진회는 재벌과 법조계, 경찰 고위간부의 자식들로 구성된 폭력서클로 여성 잠능자는 정부의 눈을 의식해 주로 힘없는 주변 학교 여학생들을 잡아다가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사진까지 찍어 협박하는 쓰레기들의 집합체였다.

피해가 극심해 경찰서에 수차례 신고가 들어가고 자살한 딸의 부모가 고소까지 했지만, 학교와 경찰, 검찰 누구도 이들을 벌주지 않았다.

학생들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학교장과 선생 중 태반이 이들의 편이었고, 그나마 양심을 가진 몇몇 교사는 이들의 위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했다.

경찰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오히려 신고자를 겁주며 쫓아냈고, 검찰은 고소한 아버지와 엄마 심지어 집단으로 성폭행당한 여자아이까지 범죄자로 둔갑시켜 교도소에 집어넣었다.

대한민국은 가진 자만의 세상으로 문제가 생기면 돈을 해결하고, 그것도 안 되면 법과 권력으로 해결했다.

돈과 권력만 있다면 피고가 원고가 되고, 원고가 피고가 되는 건 문제도 아닌 나라였다.

문정수는 자신의 큰형 문동욱이 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었다.

형 문동욱이 여성 능력자 가지고 논 이야기로 친구에게 훈장처럼 떠벌렸고, 그날 이후 문정수는 여성 능력자를 자빠뜨리기 위해 눈에 벌게졌다.

“씨발년! 정말 털이 하나도 없어.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긴가민가했거든. 근데 정말 한 올도 없더라.“

“민 거 아니야?”

“씨발! 내가 한두 년 데리고 논 줄 알아? 그것도 모르게. 아예 모공이 없어. 더 죽이는 건 계집년들 속살만 핑크고 겉은 거무죽죽한 데 겉과 속이 다 핑크야. 그것도 연한 핑크. 거기다 살은 얼마나 부드럽고 잡티 하나 없던지. 그뿐인 줄 알아? 문어발처럼 감기면서 쪽쪽 빨아 댕기는데 죽는 줄 알았다."

" 씨발새끼! 자랑 질은... 그래서?"

"나 박은 지 10초도 안돼서 쐈잖아.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다."

"이런 병신 새끼! 남자 망신 다 시켜라. 씨발놈아!"

"너도 한번 해봐! 진짜 죽인다니까. 개새끼야!"

"아이~ 개새끼야. 놀리냐? 소개를 해줘야 박든 말든 할 거 아니야."

"킥킥킥~ 진짜 죽이는 건 뒷구멍이야."

"왜?"

"서양 포르노 보면 계집년들 거기도 하얗잖아. 씨발! 우리나라 년들은 모두 다 까매. 근데 이년은 거기도 하얗고 핑크색이야. 주름이 너무 예뻐서 졸라 핥았잖아. 크크크~ 맛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뒤도 끝내줬어."

"야! 그년 누가 해준 거야."

"안 돼! 비밀이야! 말하면 나 다신 그년 못 봐."

"씹새끼! 친구면 나눠야지. 개새끼야!"

"야이 개새끼야!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어. 너 같으면 말하면 다신 못 먹는데 말하겠냐? 나쁜새끼!"

“…….”

여성 능력자를 먹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문정수에게 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기회가 찾아왔다.

아버지 몰래 큰돈을 만드느라 힘이 좀 들었지만, 여성 능력자를 자빠뜨린다는 생각에 이때만큼 기분이 설레고 들뜬 적이 없었다.

문정수는 어느 학교에 어떤 여학생이 예쁘다는 소문만 나도 패거리를 동원해 가까운 모텔이나 별장으로 끌고 가 작살을 냈다.

혼자도 아니고 보통 5~6명이 돌려가며 윤간해 여학생을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고, 사진까지 찍어대며 웃고 즐거워했다.

문정수의 패거리에 당한 여학생들은 한 번으로 악몽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놈들은 싫증이 날 때까지 끌고 다니며 포르노에 나온 모든 짓을 하며 여학생을 괴롭혔다.

그렇게 문정수의 패거리에 당한 여학생만 100여 명이 넘어갔다. 삐뚤어진 여성관을 가진 문정수는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아끼는 법을 몰랐다. 무조건 짓밟고 꺾어야만 직성이 풀렸다.

양평의 별장에 끌려간 이서인은 2박 3일 동안 잠도 못 잔 채 문정수의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문정수는 해구신까지 먹어가며 이서인을 상대로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채웠다. 이서인이 재생력이 뛰어난 잠능자가 아니었다면, 병원에 실려 갈 만큼 놈은 집요하게 이서인을 괴롭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여자들과 달리 이서인 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고 혼자만 즐겼다는 것이다.

그게 그나마 이서인에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지만 몸까지 팔아 마련한 1억 원으로도 어머니는 살릴 수 없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을 앓던 어머니는 병을 이겨내지 못한 1년 만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렇게 이서인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문정수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선 공대에서 김갑수의 감시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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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11마리의 레드독을 성공적으로 사냥하던 신선 공대에 위기가 찾아온 건 비가 온 다음 날인 사냥 5일째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사제 전차를 이용해 레드독을 유인했다. 그러나 비가 온 뒤라 전차가 수렁에 연달아 빠지며 후퇴 속도가 늦어지며 사고가 나고 말았다.

전차의 소음과 매캐한 기름 냄새에 레드독 일곱 마리가 몰리며 공대에 위기가 찾아왔다.

민소연이 레드독 두 마리를 묶는 사이 김갑수의 명령을 받은 박병국과 금일조, 최일명, 은주식, 박두일이 레드독을 한 마리씩 맡기 위해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하지만 스피드에서 앞선 레드독이 이들을 가볍게 따돌리고 가장 약한 진영수를 노리자, 진형이 엉망으로 꼬이며 사상자가 생기고 말았다.

“뭐해! 빨리 달라붙어.”

“속도 차이가 심해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원진이라도 구성해. 그냥 서 있을 거야?”

“예!”

김갑수의 일갈에 은주식과 공대원들이 어깨를 맞대고 원형진을 구성했다.

“은영아! 네가 우측 놈들을 맡아.”

“네!”

김갑수의 호통에 신선 공대가 민소연을 중심으로 원진을 구성해 레드독을 견제했다.

그사이 김갑수가 재빨리 뛰쳐나가 홀드에 걸린 레드독을 처리했고, 조은영이 우측으로 빠지며 화살로 누렁이 두 마리를 견제했다.

동료가 죽는 사이 레드독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두터운 압연강판을 뚫고 전차를 운전하던 두 명의 보조사냥꾼을 그 자리에서 물어 죽였다.

더구나 김갑수와 조은영이 빠져나간 공백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 레드독들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윈진을 뒤흔든 후 진수영 팔과 박병국 다리를 물고 끌어냈다.

김갑수가 홀드에 걸린 놈들을 모두 처리하자 민소연이 재빨리 동료를 물고 가던 레드독에 홀드를 걸었다.

하지만 이미 진영수는 팔이 잘린 다음이었고, 박병국은 머리가 씹혀 뇌수를 쏟아낸 후였다.

“으악~”

화가 난 김갑수가 고함을 치며 홀드에 걸린 두 마리를 때려잡자 전세가 불리하다고 느낀 나머지 레드독 세 마리가 잽싸게 산속으로 도망쳤다.

신선 공대는 서둘러 시신과 레드독 사체를 수습하고 야영장으로 돌아와 그 길로 강릉으로 돌아왔다. 살아 돌아간 누렁이가 냄새를 맡고 따라오면 야영장이 공격받을 수 있었다.

사냥이 실패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신성 공대는 이번 사냥으로 하급 레드독 열다섯 마리를 잡았지만, 방어형 피지컬리스트 박병국을 잃었고, 멘탈리스트인 진영수는 한 팔을 잃어 공대를 떠나며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이거 가지고 애들 술도 사 먹이고 기분 좀 풀어줘.”

“알겠습니다.”

“늦어도 10월부턴 다시 사냥 시작할 거니까 사고치지 않게 애들 관리 잘해.”

“알겠습니다.”

김갑수 공대장이 500만 원이 든 봉투를 노일수 팀장에게 건넸다. 500만 원 중 200만 원은 죽은 보조사냥꾼에게 각각 100만 원씩 주라는 뜻이었고, 나머진 보조사냥꾼들 술 좀 사 먹이고 마음을 달해주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인명사고가 날 때마다 김갑수 공대장은 약간의 돈을 노일수 팀장에게 주어 사건을 마무리했다.

고작 사람의 목숨이 100만 원이라는 게 우습다 못해 허무했지만, 그나마도 주는 게 고마운 세상이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비 온 다음 날 전차를 이용해 레드독을 사냥한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애들 듣는다. 목소리 낮춰.”

술이 잔뜩 취한 김응수가 노일수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형님! 비만 오면 사고가 나는 거 아시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무리하게 사냥에 나선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판단은 공대장님이 하시는 거야. 우린 그냥 따라가면 되는 거고.”

“씨팔! 그러니까 우리만 매일 죽어 나가는 겁니다.”

“.......”

죽은 두 명을 빼고 28명의 보조사냥꾼이 허름한 대폿집에 모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신선 공대 보조사냥꾼 회식은 이렇듯 누군가가 죽는 날이 회식 날이었다. 이때는 어김없이 김갑수 공대장이 돈 봉투를 노일수에게 쥐여줬고, 그걸로 돼지머리에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두려움과 울분을 달랬다.

신선 공대에 몸담고 회식이 벌써 3번째였다. 3번의 회식 동안 보조사냥꾼 4명이 죽었다.

일 년에 평균 10명꼴이니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술에 취한 사람들이 속출했고, 욕설과 싸움이 벌어졌다.

회식 날은 항상 있는 일로 싸움이 시작되자 난 자리를 떴다. 술에 취한 보조사냥꾼들은 사소한 말다툼을 시작으로 개처럼 싸웠고, 다음날이 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 했다.

이들은 조금 후 강릉경찰서로 모두 연행될 것이고, 철장 안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 후 술이 깨면 모두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것이다.

강릉 경찰서도 사망사고가 있는 날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신선 공대가 강릉에서 활동한 지 벌써 8년이나 됐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8년 동안 한해 7~8번은 회식을 했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난동이 반복됐다. 더 웃기는 건 싸움과 소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처벌받은 사람이 아직 한 명도 없었다.

김갑수의 막강한 입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슬픈 사연을 경찰도 알고 있어 이날만큼은 훈방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렇게라도 쌓인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사냥터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이날만은 누구도 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보조사냥꾼들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있을 때 난 강릉 산기슭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김갑수가 대유그룹과 인맥을 총동원해 새로운 공대원을 구한다고 해도 빨라야 최소 한 달이었다.

더구나 다친 진수영를 대신할 멘탈리스트를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중하위권인 신선 공대가 3명의 멘탈리스트를 보유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가족과 개망나니가 없었다면 민소연과 이서인이 같이 뛰어난 멘탈리스트가 신선 공대에 있을 까닭이 없었다.

그렇다고 김갑수의 능력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었다. 8년 넘게 공대를 이끈 것 하나만으로도 김갑수는 칭찬받아 마땅했다.

능력이 없었다면 8년이 아니라 하루도 못 버티고 공대가 전멸하거나 사분오열하여 사라졌을 것이다.

여자를 좀 심하게 밝힌다는 게 흠이긴 했지만, 이 역시 김갑수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능력자들은 일반인보다 몇 배나 뛰어난 체력으로 인해 성욕이 남달리 강했고, 일부는 심한 욕정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한, 나이가 모두 젊고 근사한 몸매와 외모를 가지고 있는 데다 김갑수만 해도 한해 50억을 벌어들여 여자가 꼬이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더구나 능력자의 씨를 받아 잠능자를 얻고 싶은 마음에 정치인과 판·검사, 경찰, 고위 공무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최근 이런 기류에 편승해 더 많은 능력자를 양성하고자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로 혼인법을 개정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는 종래의 일처일부제를 파괴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였지만, 인류의 존속이 사회적 통념보다 앞선다는 현실주의가 대두한 결과였다.

대한민국은 1923년 7월 1일에 종래의 사실혼주의(事實婚主義)에서 법률혼주의(法律婚主義)로 전환하며 일부일처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자는 여전히 많은 여성을 거느리고 있었다. 사회가 바뀌고 민주주의가 정착하고 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정부가 혼인법을 고치려는 이유가 타국처럼 능력자를 양성하기 위함보단 위정자와 재벌에게 무한대의 향락을 제공하기 위함이란 비난까지 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4월 1일부로 많은 부분이 바뀐 레드문이 새롭게 연재됩니다.

내용부터 형식, 등장인물, 레드몬 능력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화체로 수정했습니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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