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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2화 (1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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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누렁이

1990년 8월 10일

이번 사냥은 점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레드독이었다. 사냥 목표인 레드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집 나간 똥개 또는 누렁이었다.

레드독 중에는 값비싼 순수혈통도 가끔 있지만, 눈 맞는 놈들끼리 어울리다 보면 한 세대만 지나도 순수혈통은 모두 사라지고 누렁이와 잡견만 남았다.

집을 나가거나 인간에게 버려져 산속을 헤매는 개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유해동물 방제가 법제화하며 동물 방제청이 신설되자 도심은 피비린내 나는 학살이 벌어졌다.

주인 잃은 애완동물과 야생동물 등 도심을 활보하는 동물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조리 잡아 죽였다.

잡힌 동물 중 고양이와 뱀은 건강에서 보내져 약을 내렸고, 개와 참새, 비둘기 등은 보신탕과 구이가 되어 인간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학살을 피해 살아남은 개와 고양이는 산으로 도망쳤고, 일부가 용케 살아남아 레드몬으로 변이해 새끼를 낳고 숫자를 불렸다.

10년 전부터 띄엄띄엄 나타나던 레드독과 레드캣츠가 시간이 지나자 어느덧 한 지역의 패자가 되어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인간이 최초로 길들인 개는 회색늑대(Canis lupus)의 아종으로 자연에 방사하면 늑대와 유사한 무리생활과 생존본능을 발휘했다.

개는 늑대처럼 인간보다 후각과 청각이 뛰어나고 민첩하며 턱이 강해 육상 맹수 중에서는 최소 중급 이상으로 분류되는 강자였다.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Irish Wolf hound)와 알래스칸 말라뮤트(Alaskan Malamute) 같은 대형견은 늑대도 물어 죽일 만큼 강인했고, 특수 조련한 군견이나 경찰견, 교도견은 민간인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온순한 개도 20kg이 넘어가면 조련이 어려워 빈번하게 사고가 발생했고, 온순해도 이성을 잃으면 완전한 맹수로 돌변해 사람을 물어 죽이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매년 500명이 넘는 사람이 개에게 물려 죽었고, 그중 10살 이하 희생자가 80%에 육박할 만큼 개는 완전히 사육된 가축이 아니라 여전히 육식동물이자 맹수였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린 덤프트럭이 멈춘 곳은 오대산 산기슭이었다.

“불침번 똑바로 서고 절대 개인 행동하지 마. 이곳에서 명령을 어기면 죽을 수도 있어. 알았어?”

“예!”

노일수 팀장이 보조사냥꾼들을 모두 불러 모아 각별한(?) 주의를 주었다. 6개월에 한 번 레드독 사냥에 나설 때마다 사고가 발생했다.

운이 좋으면 몇 명 다치는 것으로 끝나지만, 재수가 없으면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신선 공대가 사냥할 레드독 누렁이는 평균 800~900몬 사이의 레드스톤을 가지고 있어 하급 중에선 가장 강력한 레드몬으로 취급됐다.

더구나 늑대와 마찬가지로 무리 사냥에 익숙하고 재빨라 방심하는 순간 목숨을 잃었다.

선공형 레드몬을 사냥할 땐 수색조를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특수 제작된 소형 전차를 투입해 레드몬을 유인했다.

균질압연강판 200mm에 해당하는 방어력을 갖춘 소형 전차는 현재 대한민국 육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K200 장갑차의 축소판으로 두 명이 탑승해 조종했다.

보초만이 야영장을 서성이는 야심한 시간, 몰래 천막을 빠져나와 숲으로 들어갔다. 야영장은 레드독 출몰지역에서 5km 떨어진 곳이라 야습을 받을 염려는 높지 않았다.

그래도 사냥에 나서면 불침번은 필수였다. 불침번은 화재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공대원과 보조사냥꾼의 목숨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였다.

먼저 레드몬을 발견할 수 없다면 죽는 순간 소리라도 질러 일행을 구하는 게 사냥터에서 불침번이 해야 할 일이었다.

불침번은 보조사냥꾼 4명이 밤새 야영장을 도는 것으로 은주식 부공대장이 불시에 순찰해 졸고 있거나 엉뚱한 짓을 하다 걸리면 뼈다귀 부러진 채 3개월 감봉까지 당해 누구도 한눈을 팔지 못했다.

기감을 넓게 펼친 후 숲으로 들어가 허기진 배를 채웠다. 5m가 넘는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와 꿩 두 마리를 불에 구워 먹자 속이 든든해졌다.

흔적을 지우고 시냇가로 내려와 몸을 씻었다. 이대로 천막에 들어가면 피 냄새를 맡은 모기들이 몰려들어 보조사냥꾼들이 밤새 잠을 설치게 된다.

레드문의 영향으로 모기도 예전보다 크고 독성도 강해 물릴 경우 가려움에 밤새 잠을 설쳤다.

나야 피부가 강철보다 단단해 모기가 빨대를 꽂을 수 없어 윙윙거리는 시끄러운 소리만 참으면 됐지만, 일반인인 보조사냥꾼들은 모기에 물릴 경우 퉁퉁 부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웅덩이에서 몸을 씻고 천막으로 돌아가다 민소연을 기감했다. 12시가 넘었는데도 불을 환히 켠 채 책을 보고 있었다.

신선 공대에 들어온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민소연에게 말조차 붙여보질 못했다.

보조사냥꾼이 능력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식사준비를 마쳤거나, 시킨 일을 끝마쳤다고 보고할 때 외엔 없었다.

특히 여자 능력자에게 필요 없는 말을 걸거나 치근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여성 능력자가 비루한 보조사냥꾼의 행동을 받아줄 일도 없지만, 특권의식이 강한 남자 능력자들이 그 꼴을 보면 가만두질 않았다.

자신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여성 능력자를 같잖은 보조사냥꾼 나부랭이가 넘본다는 건 남성 능력자들에겐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었다.

당연히 뼈가 부러지는 건 기본이었고, 앙심을 품으면 수색조로 계속 차출해 레드몬의 밥이 되게 하거나 그것도 못 기다리면 불침번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숲에 버려버렸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작년에 이서인에게 치근대던 철없는 젊은 보조사냥꾼이 감쪽같이 사라져 행방불명 처리된 일이 있었다.

사냥터에 나오는 순간 레드몬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바로 능력자였다. 심사가 뒤틀리는 순간 악 소리도 못 해보고 죽는 곳이 사냥터였다.

억울하게 죽어도 밖에선 사냥 중 레드몬의 습격으로 죽은 것으로 처리됐지 살인사건으로 처리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보조사냥꾼 중 누구도 죽은 사람을 위해 입을 열지 않았다. 입을 여는 순간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진실을 말하기엔 주먹은 법보다 너무 가까이 있었다.

더구나 자신들을 신인류라 생각하는 능력자들은 끼리끼리 놀았다. 긴 생명과 멋진 몸매를 가진 만큼 서로에게 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돈 많고, 능력 있고, 정력 좋고,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일반인이 눈에 들어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큰돈과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은 예외였다. 이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귀족이자 왕족으로 능력자들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고 하물며 능력자야 돈만 많으면 얼마든지 부릴 수 있었다.

이런 보편적인 능력자와 달리 민소연은 공대의 남성 능력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경멸하고 있었다.

이들이 민소연에게 친절하게 구는 건 육체에 대한 욕심이지 진심이 아니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민소연은 이들을 멀리하려 노력했다.

남성 능력자 중 유독 치근대는 사람은 전두수와 박병국으로 이들은 시간만 나면 이서인과 조은영의 주위를 맴돌며 작업을 걸었다.

그나마 민소연은 공대장의 사촌 여동생이라 함부로 대할 수 없어, 만만한 조은영과 이서인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래도 김갑수 공대장이 추행과 강간을 절대 허락하지 않아 풍기문란 사고가 아직까지 없었지, 모른 척 눈을 감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1팀에서 선발된 2명의 보조사냥꾼이 전차에 탑승한 채 레드독을 유인하기 위해 서서히 다가갔다.

야생화한 개는 늑대와 다를 것이 없어 매우 공격적이었다. 레드독 누렁이는 전차가 자신의 영역에 접근하자 냄새를 맡고 곧바로 달려들었다.

“왈왈~”

개 짓는 소리가 들리자 전차가 곧바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레드독도 레드울프처럼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로 많은 수가 몰릴 경우 전차는 물론 신선 공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다행히 누렁이 네 마리만 소리에 반응한 채 전차를 따라왔다. 민소연이 가까이 다가온 누렁이 두 마리를 재빨리 홀드 시키자 방어형 피지컬리스트인 박병국과 금일조, 최일명이 뛰쳐나가 나머지 두 마리를 방패와 메이스로 견제했다.

그사이 이서인이 사일런스 스킬을 사용해 누렁이의 ‘컹~ 컹~’ 울부짖는 소리를 지웠다.

은주식과 박두일, 전두수가 가세해 방어형 피지컬리스트들을 돕자 김갑수가 예기가 맺힌 날카로운 조선검을 들고 힘차게 뛰어올랐다.

“서걱~”

민소연의 홀드 스킬에 걸려 낑낑대던 누렁이를 김갑수가 온 힘을 다해 내려치자 목이 단칼에 잘려나갔다.

그사이 조은영이 홀드에 걸린 누렁이의 몸에 강철 화살 세 발을 꽂아 넣어 숨통을 끊어놓았다.

민소연이 곧바로 나머지 두 마리를 홀드로 제압하며 첫날 레드독 누렁이 사냥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민소연이 없었다면 첫날부터 힘겨운 사투를 벌어야 했다. 신선 공대엔 김갑수와 조은영을 빼면 하급 레드몬을 처리할 능력자가 없었다.

근접형 피지컬리스트인 은주식과 박두일은 간신히 상처를 낼 정도였고, 전두수는 견제, 박병국과 금일조, 최일명은 방어형이라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

레드몬 사냥팀이 멘탈리스트 영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공대에 뛰어난 멘탈리스트 한 명만 있어도 사냥패턴이 바뀌었다.

정신력을 이용한 공격은 힘과 체력을 이용한 공격보다 효과가 더욱 뛰어나 레드몬도 쉽게 방어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멘탈리스트를 귀족이라 불렀고, 민소연처럼 뛰어난 하급 멘탈리스트는 중급 피지컬리스트와 같은 수준으로 영입하는 곳도 있었다.

“민소연님은 정말 신선 공대에 있긴 아까운 분이야. 예쁘지. 실력 좋지. 원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사촌 오빠인 김 공대장이 1년을 넘게 부탁해서 간신히 모셔온 거야.”

“학교를 중퇴한 이유가 그건가?”

“배울 게 없어서 그렇겠지. 설마 신선 공대에 들어오겠다고 앞날이 창창한 민소연님이 학교를 그만뒀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긴. 일반인이 더 많은 게 무슨 포스전문학교야. 나쁜 놈들! 돈을 그렇게 처발랐으면 제대로 운영을 하든지 아니면 돈을 받고 입학을 시키든가 해야지 피 같은 세금을 쳐들어서 지어놓곤 자기들 새끼만 공으로 가르치고 있으니 나라가 이 꼴이지.”

“김형! 하루 이틀도 아닌데 왜 열을 받고 그래?”

“그러게 말일세. 나 같은 무지렁이가 떠들어 봐야 입만 아프지. 하아~”

김씨와 이씨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은 지 보조사냥꾼들도 민소연을 가장 좋게 봤다.

실력이야 몇 년 있다 보면 듣는 풍월과 보는 눈이 있어 대충 누가 위고 누가 아랜지 알 수 있었다.

이들 역시 2년 넘게 신선 공대와 같이 한만큼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싸움을 못 한다고 보는 눈과 들리는 귀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잘나가는 프로축구 감독 중엔 선수 시절 스타플레이어도 간혹 있지만, 무명인 감독이 훨씬 많았다.

직접 하는 것과 누굴 가르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고, 보조사냥꾼 중에도 눈썰미가 뛰어난 사람은 여럿 있었다.

지난달 김갑수와 민소연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알게 된 내용으로 민소연이 포스전문학교를 중퇴한 이유는 끊임없이 치근대는 양아치들 때문이었다.

주로 재벌 2~3세와 권력가 집안의 손자들로 선생들도 이들을 어쩌지 못해 학교 분위기는 한 마리로 개판 5분 전이었다.

참다못한 민소연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민소연의 아버지 민정국이 김갑수에게 전화를 넣었다.

김갑수는 얼씨구나 하고 한걸음에 달려가 민소연을 공대에 가입시켰다. 오래전부터 민소연의 자질을 탐내던 그로선 자다가 금덩이가 떨어진 격이었다.

신선 공대는 민소연의 합류로 날개를 달며 제대로 된 레드몬 사냥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전까진 레드몬을 잡아줄 확실한 멘탈리스트가 없어 하급 레드몬은 가급적 피하며 최하급 레드몬위주로 사냥에 나서야 했다.

공대의 가치는 어떤 레드몬을 잡을 수 있느냐로 결정됐다. 엘리트 레드몬을 잡을 수 있다면 최고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고, 최하급 레드몬밖에 사냥할 수 없다면 어디를 가든 비웃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4월 1일부로 많은 부분이 바뀐 레드문이 새롭게 연재됩니다.

내용부터 형식, 등장인물, 레드몬 능력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화체를 수정했습니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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