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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72화 (272/275)

제272화

“강시후!!”

종이 울리는 소리를 뒤덮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제갈재민이 사자후를 터트렸다.

하지만 이미 종은 울렸고 그 소리는 사방으로 퍼졌다.

거기에 시후가 외친 법령.

“반야마라밀!”

그것은 밀교의 법령이었다.

시후가 진지춘에게 받은 목함에 들어 있던 이 종은 밀교의 물건으로 미륵좌불상 비고에서 얻은 거였다.

‘그것을 이렇게 쓰다니.’

그때는 그저 추억을 담은 물건이겠거니 하며 대력공방에 넘겨줬었다.

천 년 전 중원을 넘보기 위해 천마신교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세외 세력은 포달랍궁뿐만이 아니었다.

그중에 밀교는 무공과는 전혀 다른 힘을 사용하던 곳이었다.

그때 밀교의 한 승려가 반야종(般若鐘)이라며 가져온 것을 그의 목숨과 바꿔 거둔 것이 시후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시후는 그에게서 특별한 술법 몇 개를 훔쳤는데 그것이 지금 펼친 사자(死者)에게 금제를 가하는 법령이었다.

그렇게 밀교의 법령이 종소리와 함께 어울려 울려 퍼지자 제갈재민은 크게 당황했다.

당가에서 만든 독무에도 반응이 없던 포달랍궁의 승려들에게 이상이 생긴 거였다.

한창 시후 일행들과 전투를 치르는 라마승과 반라마승. 가장 큰 변화는 공수에 있어 동작이 매끄럽지 못했다.

지금도 남궁진성이 내려치는 검을 석장으로 받아든 라마승만 해도 그랬다.

본래라면 라마진과 어울려 검을 튕겨내며 곧장 석장으로 남궁진성의 요혈을 노렸을 터인데 지금은 한차례 멈칫하더니 방어를 고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치혁과 겨루는 반라마승도 마찬가지였다.

우락부락한 몸을 무기 삼아 황소처럼 달려들던 그들이 점점 수비에 중점을 두는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래서 쟤들을 저곳에 뒀구나?”

언덕 너머에 있던 300명의 승려.

활강시인 그들은 라마승이나 반라마승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오와 열을 맞추어 진열해 있던 그들이 조금 전부터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우왕좌왕했다.

“강시후!!”

시후는 고함을 지르며 뒤쫓아 오는 제갈재민을 힐끗거리고는 빠르게 땅으로 쏘아져 내렸다.

언제 뽑아 들었는지 그의 손에는 무혈검이 들려 있었다.

“탈영활강시가 아니라면.”

휙휙-

시후가 무혈검을 어지러이 휘둘렀다.

두서없이 휘두른 것 같지만 검로(劍路)에 따라 검기가 퍼져나갔다.

그 검기는 정확히 300명 승려의 머리 위를 스쳤다.

그들의 목을 벨 수 있음에도 그저 머리 위를 노린 것.

“좋았어.”

모두가 시후의 의도였다.

-끼야아악!!

지금까지 입도 뻥긋하지 않던 300명의 승려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시후의 뒤를 쫓던 제갈재민이 돌연 우뚝 멈췄다.

그리고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시후를 노려봤다.

“그래, 그때 그놈도 너와 같은 표정을 지었었어.”

시후는 천 년 전 사령신자를 떠올렸다.

강시 떼를 몰고 나타난 그의 앞을 시후가 가로막았을 때.

딱 사령신자의 표정이 저러했다.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어리둥절함과 자신이 쌓아온 것을 한순간에 무너트린 자에 대한 분노.

그것이 표정에 담겨 있었다.

“강시후, 내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리라.”

제갈재민과 같은 말을 내뱉으며 말이다.

시후는 실 끊어진 연처럼 바닥에 쓰러지는 300명의 승려를 뒤로하고 무혈검을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는 제갈재민을 노려봤다.

“발끈하는 연기 하고는.”

“……!”

그 말에 제갈재민이 움찔했다.

시후는 얼굴에 미소를 지우며 무혈검 손잡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잠시 너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뿐이라는 것을 아는데 어쭙잖게 연기는 무슨.”

“너…. 그걸 어떻게.”

제갈재민은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며 놀랐다.

시후의 말대로 승려 300명. 정확히는 활강시 300명은 제갈재민과의 연결이 잠시 끊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바닥에 널브러진 활강시들의 상태를 본다면 누구나 끝났다고 여겼을 터.

“그런데 네가 어떻게.”

제갈재민은 도대체 무슨 수로 활강시와 연결된 것을 알고 그것을 끊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재차 물었지만, 시후는 답을 내놓는 대신에 기를 움직였다.

“생과 사를 관장하는 이가 명하노니, 죽은 자는 흙으로 돌아가리라. 반야바라밀.”

시후가 법령을 외치며 무혈검에 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후를 향해 걸어가던 제갈재민이 걸음을 멈추고 몸을 무겁게 해야만 할 정도로 미친 듯이 말이다.

“뭐 하는 짓…! 미친놈이!”

제갈재민은 시후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물으려다가 고함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미친 듯이 요동치던 대지가 돌연 벌떡 일어서더니 300명의 활강시를 덮쳤다.

단순히 흙에 묻힌 거라면 제갈재민이 이 정도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콰득-꽈득-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야말로 300명의 활강시가 흙으로 돌아가는 소리였다.

펑-

제갈재민이 날아올라 활강시들을 뒤덮은 흙을 향해 장강을 퍼부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심산이었지만 폭탄이 터지듯 땅이 터지며 튀어 오르는 것은 활강시의 잔해뿐이었다.

한겨울의 함박눈처럼 떨어져 내리는 활강시의 잔해.

제갈재민은 순간 멍해지며.

“이, 이럴 수가…. 진짜 끊겼어?”

사령술이 끊긴 것을 느꼈다.

제갈재민이 익힌 반선라마의 사령술은 그저 그런 사령술들과는 달랐다.

사지가 잘리고 터져도 혼과 혼이 연결되어 있다면 활강시는 자기 신체를 자가 수복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차이일 뿐 술자가 죽어도 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반선라마의 사령술이다.

시후가 처음 활강시에게 검기를 날려 자신과의 연결을 끊었을 때만 해도 살짝 놀란 정도였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기에 호기심이 앞서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법령을 외치며 땅을 뒤집더니 활강시를 공격했다.

문제는 혼과 혼으로 연결된 그것이 사라졌다는 거였다.

“그럴 리가 없다.”

화악-

제갈재민은 지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선라마의 사령술을 다시 펼쳤다.

“300명이나 된단 말이다. 자그마치 300명!”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기에 몇은 남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 모습에 시후는 땅에 꽂았던 무혈검을 뽑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쯧쯧. 고작 인형 몇 구 사라졌다고 징징 짜는 꼴하고는.”

“고작, 인형?”

시후의 비아냥에 제갈재민은 펼치던 사령술을 멈추었다.

포달랍궁에서 300명의 활강시를 준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지.

스스로 활강시가 되겠다며 나선 포달랍궁 승려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제갈재민의 인상은 점점 구겨졌다.

“휘유, 그래. 그 얼굴이 더 어울리네.”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에 시후는 휘파람까지 불며 약을 올렸다.

사실 시후가 이렇게까지 우격다짐 식으로 제갈재민을 약 올리는 이유가 있었다.

‘젠장, 무혈검.’

제갈재민의 사령술을 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혈검이었다.

본래 천마지기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무혈검을 무리해서 사용하려니 그만한 대가가 따랐다.

‘평치혁 때는 선천진기이더니 지금은 일 갑자의 내공이냐.’

선천진기까지는 아니어도 막대한 내공을 소진한 시후였다.

그랬기에 제갈재민을 도발하는 거였다.

천마지기를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일 갑자나 되는 내공을 소모했기에 그에게서 빈틈을 찾아야 했다.

본래라면 이런 치졸한 짓은 하지 않았을 시후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저 자식이 진짜 작정하기 시작했으니까.’

시후는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갈재민이 지금까지 장난 반 진심 반의 마음으로 자신들을 상대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평치혁을 탈영활강시로 만들거나 화산에 좀비를 출몰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것으로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시후의 관심뿐이었으니 말이다.

“뭐, 노렸다면 성공이다.”

시후는 무혈검을 치켜세우며 자세를 잡았다.

이는 시후가 그만큼 제갈재민을 인정하고 있다는 거였다.

결코 지금까지 상대하던 이들과 같은 마음가짐으로는 제갈재민을 상대할 수 없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제갈재민 역시 시후의 그런 의도를 파악한 것인지 일그러졌던 얼굴이 점차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좋아, 진심으로 상대하지.”

훅-

이번에 먼저 움직인 것은 제갈재민이었다.

순식간에 시후와 거리를 좁힌 제갈재민.

시후는 그가 순시보라도 펼친 것처럼 느껴졌다.

후앙-

제갈재민은 팔을 크게 휘저었다.

시후를 직접 타격하는 것이 아닌 승포자락에 강기를 불어 넣어 휘둘렀다.

그러자 강한 바람이 불며 시후를 끌어당겼다.

“만근추.”

쿵-

시후는 곧장 만근추를 펼쳐 두 다리를 땅에 고정했다.

그러면서도 무혈검 끝을 제갈재민에게 겨루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영광인 줄 알아라. 지금부터 내가 펼치는 것은 천마(天魔)의 무공이니깐.”

시후는 마치 조준을 하듯 제갈재민을 겨누던 무혈검을 그대로 찔렀다.

“천마검공(天魔劍功) 제 일식, 일점(一點).”

제갈재민은 ‘천마’라는 이름이 붙은 무공에 긴장감을 고양했다.

본능적으로 천마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를 느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로 제3의 눈에 힘을 개방했다.

그 순간 제갈재민은 보았다.

마치 레이저 포인터로 자신의 미간을 노린 것처럼 작은 빛이 그려지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는 그 빛을 따라 시후와 함께 무혈검이 움직였다.

낭비가 전혀 없는 움직임.

검을 내지르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발 구름와 근육의 움직임.

그런 것들이 전혀 없이, 그야말로 신검합일(神劍合一)의 경지로 시후와 함께 무혈검이 다가왔다.

“미친.”

제갈재민은 시간을 쪼개듯 다가오는 무혈검을 보며 곧장 몸을 돌렸다.

그러자.

핑-

느린 동작처럼 움직이던 시후가 빛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새 제갈재민이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간 시후.

몸을 돌리지도 않고 땅을 박찼다.

“천마검공(天魔劍功) 제 이식, 광도(光道).”

천마검공을 외치며 무혈검을 휘두르는 시후.

그런데 그 방향은 제갈재민이 없는 곳이었다.

누가 보면 하늘에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었지만 정작 제갈재민은 등골이 오싹했다.

창-

제갈재민은 순식간에 기를 응집해 석장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땅에 깊숙이 박았다.

그러자.

펑-

무언가가 날아와 제갈재민이 만든 기의 석장을 부쉈다.

하지만 시후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궁세가 제왕무적검 섬전이 빛을 번쩍이며 상대방의 시야를 가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쾌검이라면 시후의 일점은 시간을 쪼개 상대방의 의식의 틈을 찌르는 쾌검이다.

그런 쾌검을 제3의 눈의 힘으로 벗어난 제갈재민에 시후는 곧장 광도를 펼친 거였다.

광도는 빛이 닿는 곳에 검기를 뿌리는 것으로 굳이 상대방을 향해 검을 휘두를 필요가 없었다.

적을 인식하고만 있다면 마치 유도탄처럼 적을 찾아가는 것이 광도였다.

거기에 하나 더.

광도는 두 번 펼쳐진다.

석정에 닿아 터져버린 검기가 사방팔방 흩어지는가 싶더니 허공에 우뚝 멈췄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제갈재민은 다시 한번 제3의 눈에 힘을 개방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또다시 제갈재민을 중심으로 시간이 느려졌다.

“크윽.”

제갈재민은 이마의 눈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본래 두 눈으로는 시후가 펼친 광도를 주시했다.

폭죽이 터지듯 터져버린 시후의 검기가 허공에서 멈추더니 돌연 방향을 바꿔 제갈재민에게 쏟아져 내린 거였다.

그것도 수십 갈래로 갈라진 검기가 갈라지고 또 갈라지며 마치 바늘처럼 얇아져 극한의 빠르기로 제갈재민에게 쏘아져 내렸다.

마치 검기로 만든 폭우 같았다.

그것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말이다.

제갈재민은 이를 악물고는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라마진.”

퍼펑-

포달랍궁 승려들 십여 명이 펼쳤던 라마진이 제갈재민의 손에서 펼쳐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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