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는 천마님-262화 (262/275)

제262화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눈앞에 여러 개의 알림창이 나타났다.

[타나토스의 역작 ‘인버트 토치’를 사용합니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생명체의 격을 한 단계 떨어트립니다.]

[대상 : 히프노스, 김 차사]

[대상의 격이 떨어졌습니다.]

[인버트 토치 사용 가능 : 2/3]

[재사용 대기 시간 : 23시간 59분 59초]

“이것 봐라?”

메시지를 모두 읽은 시후는 기감을 넓혔다.

그러자 지금까지 느껴지지 않던 김 차사의 기운이 읽어졌다.

'모퉁이를 돌아 숨어 있었나.'

그의 주위에 다른 이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맬리아와 도플갱어는 다른 곳에 두고 돌아온 것 같았다.

골목 모퉁이에 숨어 이쪽을 감시한 것 같아 혼을 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쪽이 우선이었다.

“이, 이게 뭐야?!”

히프노스는 흔들의자가 넘어갈 정도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기 몸을 더듬으며 당황해했다.

시후는 그 순간 히프노스에게 독안공을 펼쳤다.

<히프노스>

종족 : 신

직위 : 명계의 관리자

직업 : 공무원

<스텟 정보>

민첩 : 249

체력 : 218

지능 : 244

<1단계의 격 하락한 상태>

<정신적인 충격으로 평정심을 잃은 상태>

“확실히 능력치가 대단하군.”

만약 타나토스를 만나 퀘스트 보상을 받지 못한 채로 명계로 들어와 그를 만났다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멘탈이 약하네.”

격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한 단계 떨어진 사실만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평정심을 잃다니.

지능이 높은 것과 평정심은 다른 듯했다.

“떨어졌으면 다시 올리면 그만이지 뭘 그 정도로… 깜짝이야!”

시후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무언가에 놀랐다.

적의가 있기라도 했으면 베어버렸을 터인데 눈앞에 나타난 이는 적의는커녕 측은지심이 느껴지는 몰골의 김 차사였다.

“왜 이래?”

김 차사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달라붙으려고 하자 시후가 슬쩍 물러났다.

그러자 김 차사가 엄청 서운하다는 듯이.

“왜~ 그러십니까아~! 제가 뭘 잘 못 했는데요~.”

징징거렸다.

한 놈은 징징거리고 다른 한 놈은 멘탈이 나가 우왕좌왕하고.

‘난장판이구만.’

시후는 이 아수라장을 만든 횃불 조각상을 슬쩍 인벤토리에 넣었다.

혹여 히프노스가 부술까 염려가 되어서였다.

그사이 김 차사가 점점 다가오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만 다가와.”

“그럴 수가 있습니까~?! 격이 떨어졌는데요?!!”

“알겠으니깐, 그만 오라고.”

다가오지 말라는 말에도 이제는 성큼성큼 걸어와 옷깃을 잡으려는 김 차사의 손을 시후는 천마보까지 펼쳐 피했다.

그럴수록 김 차사의 손은 점점 빨라졌다.

휙-휙-

종국에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까지 들렸다.

거기에 더해.

“아아아~ 왜 자꾸 피합니까~!”

“…….”

차마 ‘더러워질 것 같아서’라고는 말하지 못하는 시후였다.

그렇다고 이렇게 끝나지 않을 술래잡기를 계속할 수는 없는 일.

“다시 올려줄게.”

“지, 진짜요?!”

그 말에 김 차사가 우뚝 멈췄다.

이제 저 꼴을 보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순간 김 차사의 말을 들은 히프노스가 격분했다.

“다시? 뭘, 다시?! 격을?!”

후다닥 달려와 김 차사를 밀어내고 얼굴을 들이미는 히프노스였다.

시후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쭉 빼자 히프노스가 자신의 추태를 자각했다.

“크흠, 미안하군.”

“알면 됐어.”

“그보다 정말 격을 다시 높일 수 있나?”

몸은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는 히프노스.

시후는 히프노스와 김 차사를 번갈아 보며 미소 지었다.

“김 차사는 가능한데 너는 모르겠네?”

“지, 진짜인가?!”

히프노스는 다른 것보다 진짜로 격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놀랐다.

그 반응에 기다렸다는 듯이 시후가 오른손을 들어 김 차사를 가리켰다.

‘똥 마려운 놈에게 화장실 문 앞보다 절박한 곳은 없지.’

히프노스가 좀 더 안달 난 모습을 보이게 하도록 김 차사를 이용해 맛보기를 보여주었다.

명계 입구에서 주었던 ‘100’만큼의 천마지기를 넘겨주자.

“아아! 이겁니다~ 이거~!”

김 차사가 환호했다.

그를 바라보는 히프노스의 두 눈이 미친 듯이 커졌다.

“어, 어떻게, 어떻게 그분과 같은 힘을….”

히프노스는 지금 시후가 김 차사에게 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정확히는 그와 똑같은 것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주군인 하데스가 논공행상할 때 자신과 타나토스에게 저것과 동일한 능력을 사용했다.

어떻게 하데스와 같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 표정을 보니 알려주지 않겠군.”

생글생글 웃는 시후의 표정을 보니 자신이 원하는 답을 거저 듣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낸 히프노스.

“원하는 게 무엇인가?”

궁금증을 해소하고 원하는 것을 얻고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좋아, 이제야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가 만들어졌군.”

시후는 자신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에 만족스러웠다.

“우선 궁금한 것부터 묻지.”

“묻게.”

“방금 내가 보인 것을 하데스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

“정확히는 하데스 님께서 하시는 것을 자네가 할 수 있는 것이지.”

“뭐가 되었든.”

헛소리 말고 대답이나 하라는 시후의 눈초리에 히프노스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데스가 마기를 다룬다…. 당연한 건가?’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싶었다.

명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줄곧 마기의 존재를 느꼈다.

기회가 없어 천마흡기공을 펼치지 못했을 뿐이지. 타나토스의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마기를 흡기하고 로그아웃했을 것이다.

그런데 명계의 주인이라는 하데스가 이곳 전역에 퍼진 마기를 다루지 못할 리가 없었다.

‘후에 꼭 만나봐야겠어.’

천마지기를 위해서라도 하데스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가 말없이 생각에 잠기자 잠시 기다려주던 히프노스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나도 묻지. 너는 어찌 그 기운을 다룰 수 있는 거지?”

“내 무공으로 흡수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히프노스는 시후가 망설임 없이 답하자 의외였다.

하지만 이내 그가 그런 이유를 이해했다.

“내가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맞아. 방법을 안다고 해서 습득할 수 있다면 세상 모두가 절대 고수가 되었게.”

무공을 배우는 데 필요한 요소는 수없이 많았다.

노력과 끈기는 기본이어야만 하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남다른 재능도 있어야 했다.

그런 것들을 일일이 히프노스에게 설명하기보다는 이렇게 포기시키는 게 빨라 그리 답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물을 차례.”

그 후로 둘은 질문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했다.

시후는 명계의 주민에 관한 것, 하데스 왕국의 정보와 하데스의 대한 것에 관해 물었고 히프노스는 대부분이 시후와 무공에 관한 거였다.

아마도 시후의 남다른 힘의 근원이 무공이라는 것을 눈치챘기에 관심을 두는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마지막 질문.”

“그 질문이 끝나면 내 부탁을 들어줄 텐가.”

“시도는 해볼게.”

“좋아.”

아마도 히프노스는 김 차사처럼 마기를 주어 격을 높여달라고 부탁할 테니.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가능할 거라 여겼기에 걱정이 없었다.

“명계에 있는 마기. 내가 전부 흡수해도 괜찮을까?”

“…! 뭐?”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시후의 눈빛에 히프노스는 고민에 빠졌다.

마기가 명계에 끼치는 영향과 그것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했다.

시후는 히프노스가 고민에 빠진 모습에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하데스 왕국에서 흡기했던 마기의 양은 명계에 있는 양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이 많은 양을 흡기하게 되면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천마지체 오 단계를 이룰 수도 있을 듯했다.

그렇게 기대감에 부풀어 기다리던 그때.

“가능은 할 것 같군.”

“진짜?!”

긍정적인 히프노스의 대답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럼, 내 격부터 올려주게. 그럼 나도 마기가 가장 많이 모인 곳으로 안내를 하지.”

안내까지 스스로 한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아. 이거 끝나면 바로 앞장서라고.”

시후는 김 차사에게 한 것처럼 오른손을 들어 히프노스를 가리킨 후 천마지기를 흘려 넣었다.

띠링-

[마기를 양도하겠습니까?]

[마기는 양도하여도 총용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389,800입니다.]

[마기는 흡수와 운기로 채울 수 있습니다.]

[몇 마기를 양도하시겠습니까?]

마기를 양도하겠냐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런데 얼마를 줘야 하지?’

시후는 마기의 수치를 정하려다가 망설였다.

김 차사와 히프노스는 그 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선에서 발로 뛰는 김 차사와 지휘통제실에서 머리를 굴리는 히프노스와의 차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무작정 줄 수는 없고. 혹시 격의 상승 때까지라는 옵션을 걸 수 있나?’

1마기도 거저 줄 생각이 없기에 시후는 정확히 그의 격이 상승하는 적정 수치만 주고 싶었다.

그런 조건을 내걸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기 양도 대상 히프노스의 격 1단계가 상승할 때까지 양도하시겠습니까?]

그 메시지에 시후는 바로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378,800입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365,800입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352,800입니다.]

무서운 속도로 마기 용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 어서, 어서.’

이때까지도 시후는 어서 히프노스의 격을 올리고 명계의 마기를 흡기할 생각만 했다.

하지만.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58,800입니다.]

“어? 뭐, 뭐야?”

마기 용량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자 드디어 이상함을 눈치챘다.

“멈춰.”

띠링-

[마기 양도 대상인 히프노스의 격이 1단계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800입니다.]

멈추라는 말과 함께 히프노스의 격이 오르며 줄어들던 마기도 멈추었다.

“고작 800?”

완전히 비어버린 마기 용량에 시후는 순간 섬뜩했다.

“너, 이 새끼….”

“크, 크큭. 생각보다 눈치가 느리구만?”

히프노스가 웃으며 눈을 번뜩였다.

[히프노스의 권능이 발현합니다.]

[천마지기로 ‘수면’에 저항합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100입니다.]

그제야 시후는 히프노스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하던 그의 모습도 마기를 구걸하던 그의 모습 모두, 이 순간을 위해 판 함정이었다.

“자네의 천마지기라는 기술 때문에 내 ‘수면’ 권능이 소용이 없더라고. 그래서 수를 좀 썼는데. 너무 비열하다 욕하지는 말게나.”

빠득-

시후는 대답 대신이 이를 빠득 갈았다.

‘여기서 상대해봐야 남은 천마지기로는 녀석의 권능을 막을 수 없다.’

아무 소득 없이 잠에 빠질 수는 없기에 시후는 곧장 몸을 날렸다.

“일단 마기가 가장 많이 모인 곳으로.”

시후는 장소를 옮겨 마기를 흡수할 생각이었다.

천마흡기공을 펼치는 동안에는 다른 무공을 펼칠 수 없어서 우선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야만 했기에 경공술을 펼쳤다.

하지만.

“어딜 가시나?”

어느새 옆에 나타난 히프노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쾅-

그러자 엄청난 풍압이 시후를 감싸더니 지상으로 내던졌다.

시후는 땅에 처박히는 것과 동시에 천잠음영술을 펼쳐 그림자로 숨어들었다.

“호, 생각보다 재주가 많군.”

히프노스는 순간적으로 사라진 시후를 찾기 위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명계의 지략가답게 시후가 스킬을 사용하면서 주변 마기를 흡기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거라 여겼다.

그래서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까지 날아올랐다.

그사이 시후는 빠르게 그림자 속으로 이동해 마을 중앙에 다다랐다.

‘여기가 가장 마기가 짙다.’

다른 곳보다 짙은 마기를 흡수하게 되면 더 많은 양을 채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시후는 어둠 속에서 하늘 높이 날아오른 히프노스를 봤다.

‘저 정도 거리라면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가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천마흡기공을 펼칠 시간을 계산했다.

길어야 1~2초 정도이겠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그럼, 지금!’

시후는 히프노스의 고개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순간 그림자 속에서 빠져나왔다.

“천마흡기공.”

그리고 곧장 마기를 흡기했다.

[주변 마기를 흡기합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1,100입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2,100입니다.]

빠르게 마기가 차오르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정도면 히프노스의 권능에 대항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보내면 내가 섭섭하지.”

어느새 나타났는지 히프노스가 눈앞에 있었다.

이내 보이는 그의 깊은 두 눈.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히프노스의 ‘수면’ 권능에 빠집니다.]

[천마지기로 히프노스의 권능에 대항합니다.]

[히프노스가 격을 걸고 ‘수면’ 권능을 발현합니다.]

[현재 보유 마기로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수면에 빠집니다.]

[주변 마기를 흡기합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11,100입니다.]

[수면에 빠집니다.]

[수면에 빠져 강제 로그아웃됩니다.]

[보유 마기가 히프노스가 격을 걸고 발현한 ‘수면’ 권능에 대항할 때까지 로그인이 제한됩니다.]

어지럽게 나타난 메시지와 함께 강제 로그아웃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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