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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59화 (259/275)

제259화

시후가 Safety World에 로그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김 차사가 다가왔다.

“아니. 무슨 자리를 그리 오래 비웁니까~?!”

“뭐야, 왜 갑자기 급발진이야?”

얼굴까지 들이밀며 성을 내는 김 차사에 시후는 고개를 뒤로 쭉 뺐다.

그러자 김 차사는 더욱 열을 냈다.

“제가~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김 차사의 하소연은 이랬다.

자신이 명계 입구 파손에 관한 시말서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일 처리를 하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거였다.

거기에 위에서는 일을 그따위로 하냐며 닦달했고 당장 명계의 문을 파손한 놈을 잡아 오라고 난리까지 쳤다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입장권을 갖고 왔는데 정작 시후가 없으니 허탈했다.

“그랬냐? 고생했네.”

시후는 대충 손을 휘저어 그의 고생을 위로했다.

그러자 김 차사는 더욱 발끈했다.

“그게 다입니까~?!”

“그럼?”

“제가 그렇게 개고생했는데요?!”

시후는 그제야 김 차사가 무엇을 위해 저리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공로를 토해내는지 눈치챘다.

“내게 뭘 바라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요~!”

“쯧.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게 뭔데. 혹시나 해 말하는데 금화는 없다.”

혹시나 카론이 받았던 것과 같은 금화를 원하나 싶어 미리 말했다.

그것은 퀘스트 아이템이었기에 지금은 갖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골드를 원한다면 어느 정도 있었기에 줄 용의는 있었다.

지금은 명계로 들어가 마기를 흡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건 저도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조금의 마기를 주시면 됩니다.”

“뭘, 달라고?”

시후는 자기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되물었다.

그러자 김 차사가 바짝 다가와 속삭이듯이 말했다.

“마기요.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정확히는 천마지기이고 현실에서는 마기가 아닌 사기를 흡수하는 거였다.

하지만 Safety World에서는 하데스 마을에서처럼 마기를 흡수할 수 있기에 시후는 둘이 같은 거라 여겼다.

그런데 몸속에 갈무리되어 있는 천마지기를 김 차사가 어찌 아는지 궁금했다.

“제가 천재는 아니지만, 눈치는 그에 버금가거든요.”

그러면서 김 차사는 고개를 살짝 돌려 삼두를 바라봤다.

“명계 입구를 지키는 케르베로스를 사육하셨다는 것. 그것만으로 유추할 수 있었죠.”

“자세히 말해봐.”

“케르베로스는 마기가 없는 곳에서는 소환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하데스 마을에서 케르베로스가 소환되었죠. 게다가 그곳에서 천마님께 사육마저 되었죠. 그것도 하데스 마을에 퍼져 있던 마기가 사라지기까지 하면서 말이에요.”

마기가 필연적으로 필요한 삼두의 존재로 시후가 마기를 가진 것을 유추하다니.

“생각보다 똑똑하네.”

“제가 종종 그런 소리를 듣습니다~. 그보다! 어떻게….”

슥슥-

김 차사는 두 손을 비비며 한쪽 눈을 깜빡였다.

이만하면 알아들었을 테니 결단을 내리라는 눈빛이었다.

시후는 잠시 고민했다.

‘줄 수는 있어. 하지만 그냥 줄 수는 없지.’

일전에 삼두에게 마기를 주었던 경험이 있으니 김 차사에게도 가능할 터.

하지만 명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가져왔다는 것만으로 주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자고로 거래란 언제나 갑의 처지에서 해야 하는 것.

“이게, 마기를 준다는 게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건 알지?”

“그렇습니까?”

김 차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반응에 시후는 옮다 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마기를 주고받는 것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거 주고 나면 상당히 기력이 딸려 지친다고. 체력 포션으로는 채울 수 없는 그런 게 있어.”

“아, 그렇습니까? 그럼….”

김 차사는 시후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다고 생각했는지 한껏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그래. 하지만 김 차사가 수고해준 게 있으니 나도 보답은 하고 싶어.”

“앗! 정말입니까? 그럼?!”

“그래서 그런데 몇 가지만 더 알려주면 고맙겠어.”

“네?”

김 차사는 생글생글 웃는 시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준다고 했다가 안 준다고 했다가 다시 준다고 했다가. 그런데 뭘 또 알려달라고 하니 혼란스러웠다.

“네가 뭘 더 알려주면, 마귀인지 마기인지를 준다는 거잖아.”

참다못한 도플갱어가 나섰다.

그 말에 김 차사는 눈을 번뜩였다.

“아~. 그런 말씀입니까? 뭐든 물어보십시오~! 마기만 준다면 히프노스 님이 언제 잠드시는지 그것까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이번에는 시후가 눈을 번뜩였다.

“그래. 그럼 그것부터.”

“네?”

“히프노스에 대한 것부터 말해보라고.”

“히프노스 님…. 이요?!”

김 차사는 눈을 껌뻑이며 당황했다.

그저 예를 들어 자신이 알고 있는 분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분을 거론한 것인데.

그것을 시후가 덥석 묻자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한편 시후는 뜻하지 않게 히프노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분명 하데스의 왼팔이라고 했었지.’

조민이 조사해왔던 정보에 따르면 타나토스가 하데스의 오른팔, 히프노스가 왼팔이라고 했다.

어차피 타나토스의 부탁 퀘스트로 하데스를 만나러 가야 한다면 분명 그의 왼팔인 히프노스를 만나야 할 터.

여기서 NPC가 주는 정보는 그저 그런 게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 차사는 망설였다.

마기를 달라고는 했지만 ‘감히’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히프노스는 김 차사가 감히 언급하기 힘든 위치에 있는 자였다.

“그게… 제가 말이 그렇다는 거지. 꼭 히프노스 님에 대한…. 헉!”

시후는 망설이는 김 차사에게 손을 뻗었다.

“맛보기야.”

사아-

아주 소량의 천마지기를 흘려 김 차사에게 뿌렸다.

그러자.

띠링-

[마기를 양도하겠습니까?]

[마기는 양도하여도 총용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현재 마기 스텟은 39입니다.]

[이를 용량으로 계산합니다.]

[현재 보유 총 마기 용량 : 390,000입니다.]

[마기는 흡수와 운기로 채울 수 있습니다.]

[몇 마기를 양도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 막연하게 나타나 있던 마기 스텟이 변화했다.

‘아마도 마기와 관련이 깊은 곳으로 들어와서 그런가.’

지금까지와 다른 환경인 마계에 들어왔기에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이라 여겼다.

그러면서 얼마큼의 마기를 나눠줄 거냐는 질문에 시후는 ‘맛보기’에 걸맞게 수치를 정했다.

‘100.’

39만의 마기 총량에 비하면 100은 정말 눈곱만큼의 양이었다.

하지만.

“어, 어?! 어어!!”

그 정도의 마기를 받아들인 김 차사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스멀스멀 흘러 들어간 마기.

김 차사는 마기가 흡수되면서 자기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딱히 키가 자라거나 덩치가 커지거나 하는 외관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허여멀건한 얼굴에 어둡게 박혀 있던 두 눈의 깊이가 달라졌다.

좀 더 깊은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반짝였다.

“하아….”

김 차사는 두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번쩍-

그가 다시 눈을 뜬 순간 빛이 번쩍였다.

“어때?”

시후는 생각보다 맛보기로 준 마기가 그에게는 맛보기가 아닌 것 같아 궁금했다.

“어떠냐고요?! 미쳤어요~! 격이 한 단계 높아졌답니다~.”

“그 정도라고?”

격이 높아졌다니. 고작 100의 마기로?

시후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와! 이거 어떡~하쥐?! 나 어떻게 하지?! 미쳤는데?! 우와~!”

김 차사가 정신없이 횡설수설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거였다.

덩실덩실 춤을 추기까지 하며 기뻐하는 김 차사의 모습에 시후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아직 명계로 들어가지 못했는데 그럴 수는 없고.’

하지만 아직 명계 입구라는 것을 자각한 시후.

자신이 불어넣어 준 마기가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삼두가 보였다.

머리 세 개로 다리 하나씩을 맡아 할짝대는 삼두.

삼두는 시후와 눈이 마주치더니 눈을 반짝이며 혀를 날름거리며 헥헥거렸다.

“컹컹-”

관심을 두니 즐거운 것 같았다.

“좋아.”

시후는 자신을 저리 따르는 삼두라면 주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김 차사에게 마기를 넘겨줄 때처럼 똑같이 100의 마기를 주었다.

“컹? 커어엉!!”

그러자 삼두가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꿈틀댔다.

곁에 있던 맬리아와 도플갱어는 갑작스러운 삼두의 변화에 서둘러 떨어졌다.

김 차사와는 다르게 삼두는 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저 머리 세 개 달린 똥개의 모습이었던 녀석이 이제는 이마에 뿔이 하나씩 자라났다.

거기에 한 사람밖에 못 태우던 몸이 이제는 세 명은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쿵-

커진 몸을 자랑하려는 것인지 힘을 주체 못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삼두의 발 구름 한 번에 땅이 움푹 파였다.

“컹컹-”

삼두는 우렁차게 한 차례 울더니 시후에게 달려들었다.

맬리아와 도플갱어는 순간 삼두가 시후를 공격하는 거라고 착각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조, 조심하세요!”

하지만 다급한 맬리아의 외침과는 다르게 정작 삼두가 한 것은.

“어, 어. 그래. 알았어.”

“컹컹-”

머리 세 개로 미친 듯이 시후의 몸에 비비는 거였다.

시후는 삼두와 교감을 할 수 있어서인지 녀석의 고마움과 환희를 느꼈다.

하지만 점점 삼두가 흘리는 침에 옷이 젖자 슬쩍 밀어냈다.

“앉아.”

“컹-”

앉으라는 한마디에 얌전히 시후 곁에 앉은 삼두.

커진 덩치만큼 충성심도 더욱 커져 보였다.

그 모습에 덩실덩실 춤추던 김 차사가 후다닥 달려왔다.

“그, 그렇게 케르베로스에게 마기를 주면 안 됩니다!”

“왜?”

“왜냐니요? 그야 케르베로스는 마계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이니까요!”

“그럼 문제없는 거 아니냐?”

“네?”

“쟤가 저렇게 커져서 강해졌으면 더욱 잘 지킬 거 아니야.”

“…! 그렇네요?”

김 차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납득했다.

무언가 이상한 것 같은데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시후는 김 차사가 더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기 전에 그를 불렀다.

“이봐, 김 차사. 이제 우리 거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까?”

“아, 네! 좋습니다요~.”

“좋아, 그럼 히프노스에 관해서 설명해 봐.”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설명하라고 했더니 대뜸 거부하는 김 차사였다.

그것도 생글생글 웃으며 말이다.

시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격이 높아질 정도로 마기를 주었건만 먹튀를 하려는 건가 싶었다.

“지금 나랑 장난해?”

“아닙니다~. 지금의 제 신분으로는 천마님께서 원하는 정보를 나불댈 수 없으니 대신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안내?”

안내한다며 김 차사는 시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명계의 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손을 대자 명계의 문이 소리 없이 양쪽으로 열렸다.

사람 세 명이 지나갈 정도로만 열린 명계의 문.

“자~ 들어가 보실까요~?!”

김 차사가 손을 휘휘 저어 안쪽으로 향하며 신호를 보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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