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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52화 (252/275)

제252화

아프다고 울부짖는 삼두.

앞발로 세 개의 머리를 돌아가며 문질렀다.

그러자 곁에 있던 맬리아와 도플갱어가 후다닥 달려가 삼두의 머리 하나씩을 맡았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무슨 짓이야?!”

둘은 당황스러워하며 시후에게 연유를 물었다.

시후는 말없이 둘을 바라봤다.

맬리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당황스러워했고 도플갱어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같이 화난 표정이었다.

“대단하네, 대단해.”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삼두를 향해 손을 까딱였다.

“삼두, 이리 와.”

“끼잉….”

시후의 부름에 삼두가 비척거리며 다가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다가오는 삼두.

시후는 가운데 머리의 한쪽 귀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리고 낮은 어조로 속삭였다.

“쟤네한테 걸은 거 당장 풀어.”

흠칫-

삼두는 몸이 들썩일 정도로 흠칫했다.

요동치는 눈동자로 시후를 올려다본 삼두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어떻게 알았는지 연유를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시후는 자연스럽게 그의 눈빛을 읽었다.

아무래도 삼두를 사육하게 되면서 녀석과 교감 능력이 올라 눈빛만으로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게 중요해? 잘 데리고 있으랬더니 ‘매료’를 걸어 종으로 부려 먹어?”

“컹컹-”

“뭐? 종이 아니라 집사라고? 그거나 이거나. 잔말 말고 어서 풀어.”

“끼잉-”

삼두는 저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 이렇게라도 같이 있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는 도중에 조금의 보살핌을 받고자 매료를 걸어 집사로 임명한 거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시후가 일갈하자 삼두는 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떨궜다.

풀이 잔뜩 죽은 삼두의 모습에 맬리아와 도플갱어가 후다닥 달려와 안쓰럽다며 또다시 머리를 쓰다듬었다.

“쓰읍.”

“컹….”

시후가 눈을 희번덕대자 삼두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둘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자 둘의 머리에서 검은 기운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마기?’

시후는 그것이 마기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삼두는 마기와 확실히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였다.

이번에 명계에 들어가면 삼두를 끌고 다니며 마기에 대해 캐볼 생각이었다.

그 사이 맬리아와 도플갱어는 점점 매료가 풀리고 있는지 삼두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리고 곧.

“꺄악!”

“까, 깜짝이야!”

둘은 비명을 지르며 삼두에게서 떨어졌다.

그런 둘의 반응에 삼두는 더욱 풀이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궜다.

“어디서 불쌍한 척이야.”

시후가 손을 치켜들자 삼두가 후다닥 물러났다.

“너 한 번만 더 쟤들한테 그런 짓 하면 가만 안 둔다?”

“컹, 컹-”

삼두가 알았다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 이해한 둘은 시후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저, 저희 이제 괜찮은 거예요?”

“어. 그런데 너희도 너희다. 쟤가 한 매료는 그렇게 강한 정신 장악도 아닌데 어떻게 거기에 빠지냐?”

“…….”

둘은 시후의 다그침에 고개를 푹 떨궜다.

삼두가 걸은 매료는 정신계 장악 스킬이었지만 그 등급은 현저히 낮은 D등급이었다.

숙련도도 형편없어 걸리는 게 되레 이상한 거였다.

시후는 상단전을 열었을 때 그 사실을 알았다.

형편없는 정신계 장악 스킬에 걸린 둘.

그냥 내버려 두려다가 앞으로 써먹을 곳이 있어 풀어주기로 한 거였다.

“잘 좀 하자, 응?”

“네….”

둘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둘을 지나쳐 걸어갔다.

“이게 명계 입구?”

그의 앞에는 거대한 철문이 있었다.

고개를 꺾어 치켜들어야만 그 끝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높이와 성인 스무 명은 모여 팔을 마주 잡아야 양쪽 끝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를 가졌다.

거기에 한눈에 봐도 철문은 상당한 두께를 가진 듯이 보였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오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시후는 손을 까딱여 삼두를 불렀다.

“들어가자.”

저승의 강을 건너면서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바로 명계에 들어가려고 했다.

“……?”

“뭐해?”

그런데 어째서인지 삼두는 멀뚱멀뚱 시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하냐고 재촉을 해봐도 삼두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그때였다. 삼두가 어이없는 말을 해왔다.

“컹컹-”

“뭐?! 너는 여기 문지기이고 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자신은 그저 문지기라 명계로 들어가는 이를 막아서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거였다.

출입을 허가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한다고 했다.

“그게 누구인데?”

“컹컹-”

“차사(差使)?”

“네! 바로 저입니다.”

“깜짝이야!”

느닷없이 시후 옆에서 말이 들려왔다.

상단전을 연 시후였지만 그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키키, 키킥. 그런 반응 오랜만입니다?”

그는 놀란 시후가 웃긴다며 배를 부여잡았다.

Safety World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옷을 입은 그였다.

단지 조금 다르다면 그 옷 색깔이 검은색이라는 것.

시후는 그가 웃는 동안 독안공을 펼쳤다.

<김 차사>

종족 : 명계인

직위 : 차사

직업 : 공무원

- 죽은 이를 염라대왕에게 데리고 가는 일을 한다.

- 죽지 않은 이가 명계를 찾아와 상당히 들뜬 상태.

독안공으로 알아낸 정보가 눈앞에 나타났다.

“정말 차사야?”

“키킥,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김 차사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 차사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그것도 시후와 맬리아와 도플갱어에게 돌아가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삼두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윙크를 날렸다.

“컹컹-”

“그래, 그래. 이번에는 너도 들어가게 해주마.”

김 차사 역시 시후와 마찬가지로 삼두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시후는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차사라는 것을 확실히 입증하는 증거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그가 나타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터.

“김 차사, 우리 좀 들어갈게.”

당연히 자신들의 안내를 위해 나타난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럴 수 없습니다~.”

김 차사가 두 손을 들어 올려 교차하더니 ‘X’자를 만들었다.

“왜….”

“아직 여러분에게는 자격이 없거든요~.”

입장하지 못하는 설명치고는 상당히 발랄한 김 차사의 대답이었다.

김 차사는 이어서 이유를 설명했다.

“본래 명계는 사자(死者)가 들어가는 곳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아직 그런 분이 아니시지요? 아! 한 분만 빼고요~.”

김 차사는 맬리아를 힐끗했다.

겉으론 별다를 게 없지만 그녀가 이미 죽은 엘프임을 아는 거였다.

“그래서?”

시후는 뜸 들이지 말라고 재촉했다.

“여러분의 얼굴과 이름을 가지고 제가 허락을 받아 와야 합니다~”

“그거 그냥 패스하면 안 되나?”

“안 됩니다~. 그분의 허락이 없으면 저 문은 절대 열리지 않거든요~.”

“만약 열면?”

“열리지 않습니다~.”

“음….”

시후는 절대 열리지 않을 거라는 김 차사의 말에 철문으로 다가갔다.

‘상단전까지 연 몸이야. 그런데 저까짓 철문 하나 못 열까.’

시후는 새로이 얻은 힘을 믿었다.

철문 중앙에 자리를 잡은 시후.

순식간에 상단전의 기운을 끌어냈다.

“흐읍!”

쿵-

한순간에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내며 철문을 밀었다.

어찌나 거대한 기운인지 주변에 기의 폭풍이 일어날 정도였다.

하지만 철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럴 리가, 다시!”

쿵-

이번에는 천마지기까지 끌어내어 봤다.

하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의 결과였다.

시후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문에서 떨어졌다.

“키킥, 키킥~ 거 보십시오~ 무의미한 힘을 쓰시다니 고생이 많으십니다~.”

“…….”

김 차사의 비웃음에도 시후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꼼짝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 문은 신이 아닌 이상에야 흠집 하나 낼 수가 없습니다~.”

김 차사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한껏 시후를 비웃었다.

그런데.

“흠집이 났는데요?”

“그래요, 흠집이 났… 뭐요?!”

맬리아가 검지를 들어 철문을 가리켰다.

김 차사는 무슨 헛소리냐며 고개를 꺾어 철문을 봤다.

“이, 이런!”

시후가 힘을 주던 그 부분에 정확히 시후의 두 손자국이 떡하니 찍혀 있었다.

움푹 들어간 그 모양에 김 차사는 믿을 수 없다며 눈을 비비며 바짝 다가갔다.

“으아~! 큰일입니다!”

김 차사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뭐야, 고작 저만한 흠집이 생겼다고….”

“아아!! 시말서 써야 한단 말입니다!”

“시… 뭐?”

“됐고요! 천마, 맬리아, 페이크 지젤. 세 사람의 명계 출입 명부를 가져올 테니 기다리세요!”

시후가 뭐라고 묻기도 전에 김 차사는 자기 할 말만 내뱉었다.

그러고는 어디서 꺼냈는지 검은색 베레모를 머리에 썼다.

스윽-

“어?!”

그러자 눈앞에서 사라졌다.

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좀 전에 느끼지 못한 게 저 모자 때문이었구나.’

시후는 그의 능력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은 남았다.

“그런데 시말서는 뭐야?”

철문에 흠집 좀 났다고 시말서를 써야 한다니.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던 차에 삼두가 다가왔다.

“컹컹-”

“어? 김 차사가 공무원이라서 그렇다고?”

“컹컹-”

“그런데 내가 저기에 흠집을 냈으니 기물 파손이고 그때 옆에 있던 김 차사가 말리지 못했으니 녀석이 뒤집어써야 한다고?”

“컹컹-”

“그래도 덕분에 출입 명부는 빠르게 나올 테니 잘되었다고?”

시후는 삼두의 말을 되물으며 사실인지 물었다.

그럴 때마다 오른쪽 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언제 나오는데?”

“컹컹-”

“빨라야 3일?!”

시후는 아차 싶었다.

김 차사가 사라지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서든 그를 붙잡았어야 했다.

그리고 무슨 방법을 마련해서라도 그와 함께 명계에 들어갔어야 했다.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3일, 현실 시간으로 36시간. 그것도 빨라야 그 시간이라는 거잖아.’

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다녀오세요.”

“어?”

“천마님은 유저이시니깐 다녀오셔야 하잖아요. 저희가 여기 지키고 있을게요.”

맬리아가 주먹을 움켜쥐며 각오를 보였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맬리아는 이곳에서 시후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런 맬리아의 마음에 시후는 고마움을 느꼈다.

“고맙다. 그런데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지만 NPC가 유저에게 연락하는 방법은 없다.

그냥 그녀의 마음만 받고 좀 쉬라고 하려는 그때였다.

띠링-

[맬리아(NPC)와 메시지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로그아웃 상태에서도 개인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시후는 믿을 수 없는 알림창을 봤다.

갑자기 세계관이 붕괴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에서 NPC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니.

또다시 시후에게만 특별한 일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나 말고 또 있었나? 정말 내가 특별한 거야?’

시후는 자신이 다른 이들과 다른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매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민해봐야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였기에 시후는 전문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래 그럼, 부탁 좀 하자. 그리고 삼두.”

“컹-”

시후가 부르자 삼두가 후다닥 달려왔다.

머리 세 개로 시후의 몸을 비비적거리는 삼두.

시후는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쓰다듬어 줬다.

“쟤들 잘 돌봐. 이번에는 그런 스킬 쓰지 말고.”

“컹컹-”

머리 세 개를 동시에 끄덕이는 삼두였다.

시후는 또다시 셋을 명계 입구에 내버려 두고 로그아웃했다.

캡슐에서 나온 시후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박초연…, 박 초연.”

대력공방 방주이자 Safety World 엔지니어인 박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라면 지금 일어난 일에 마땅한 답변을 내놓을 것 같아서였다.

통화음이 짧게 울린 후 연결이 되자 시후는 대뜸 본론을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련님! 큰일 났어요!”

한발 빠르게 박초연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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