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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50화 (250/275)

제250화

보상 메시지에 시후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놀란 가슴을 부여잡지 못해 또다시 욕설을 내뱉을 것만 같아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상 내용이 예상을 너무나도 웃돌았다.

[1인 한정 퀘스트 ‘타나토스와 대면’ 클리어 보상]

[전 스텟 +20]

[격의 상승 : ‘무림인’이 ‘무림 고수’로 상승합니다.]

[경험치 보상으로 인한 레벨 업을 산정하여 일괄 표시됩니다.]

[레벨 업 +10]

“미친….”

그런데도 몹시 놀란 가슴에 결국 욕설이 새어 나왔다.

시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전 스텟 +20’이었다.

망각의 강 레테에서 보았던 것을 잊으라며 내세웠던 보상과 같았다.

레벨 업 하나에 스텟 포인트 하나를 얻을 수 있는데, 전 스텟을 스무 개나 올려준다니.

‘그것만으로도 80레벨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거기에.’

10레벨은 또 따로 올려줬다.

시후는 믿을 수 없는 쾌거에 스테이터스 창을 열었다.

종족 : 인간

직위 : 없음

직업 : 무림 고수

<스텟 정보>

힘 : 285

민첩 : 290

체력 : 235 (HP : 23,500)

지능 : 225 (MP : 22,500)

마기 : 39

분배 가능한 스텟 : 15

단번에 훌쩍 오른 스텟들.

시후는 몸에서 느껴지는 힘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거기에.

“무림 고수라니.”

분명 격의 상승이라는 보상이었는데 느껴지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무언가 있을 텐데…. 어?!”

시후는 격의 상승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몸에 내공을 돌렸다.

딱히 무언가 느껴지지 않아 멈추려는 그때였다.

‘상단전?’

인당혈에서 기존과는 다른 기운을 느꼈다.

시후는 천마지체를 이루면서 전신 요혈을 모두 단전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단전을 변화한 것.

무림인이라면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의 의미를 모르는 이가 없다.

하단전을 탄탄하게 이룬 후 중단전을 열고 후에는 상단전을 여는 것이 모든 무림인의 숙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중단전도 아니고 상단전이 열린 기운을 느꼈다.

‘상단전이 열리면 우화등선을 해야 하는데?’

하지만 아무런 징조도 없다.

흔히 상단전이 열리는 때 속세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선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시후 역시 천마 시절 그것을 겪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등지기 싫었지.’

천마를 따르는 일만 교도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버려두고 속세를 등질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미련이 가득해 신선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시후는 혹시나 해 인당혈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다시 한번 가늠해봤다.

‘확실히 상단전의 기운이야.’

이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하자 타나토스가 입을 열었다.

“한순간에 존재 자체가 달라진 것 같군.”

“뭐, 덕분에.”

1인 한정 퀘스트 자체가 타나토스를 가리켰던 것이었으니 그의 덕분이 맞았다.

하지만 너무나 큰 보상에 얼떨떨해 대답이 떨떠름했다.

“크큭, 그런데 왜 죽상인가?”

“죽상은 무슨.”

“좋은 것을 받았으면 그저 좋게 받아들여. 그래야 내가 준 더 좋은 것이 빛을 발하지.”

“더 좋은? 아, 이거?”

시후는 타나토스가 준 횃불 장식을 봤다.

보상이 어마어마했기에 신경 쓰지 못한 아이템.

시후는 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인버트 토치 (뒤집힌 횃불)]

[등급 : 레전드리]

[소모성 아이템 : 3/3]

[횃불을 거꾸로 들어 사용 가능]

[사용자 주변 생명체의 본질의 격을 한 단계 떨어트린다]

[재사용 시간 : 24시간]

[패시브 스킬 : 인벤토리 소지 시 모든 감각 +10% 상승]

“레전드리?!”

자그마치 레전드리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시후는 횃불과 타나토스를 번갈아 봤다.

정말 레전드리 아이템을 나에게 주는 거냐고 묻는 눈빛이었다.

타나토스는 활짝 웃었다.

“하, 하하. 그 아이템이 상당한 가치가 있기는 하지.”

“알면서 주는 거야?”

“당연하지. 왠지 너는 그것을 나보다 더 잘 사용할 것 같거든.”

“뭐?”

“그냥 그렇다고. 그러니, 잘 쓰길 바란다.”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더 캐묻는다 해서 대답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시후는 잘 쓰라고 했으니 사용 방법에 적힌 것처럼 횃불을 거꾸로 들어보려고 기울였다.

그러자.

덥석-

“자, 잠깐!!”

“왜?”

타나토스가 후다닥 달려와 시후의 손을 잡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시후에게 타나토스는 다급하게 설명했다.

“격을 떨어트리는 거란 말이다. 격을.”

“그게 왜? 아!”

“그래. 나를 그저 그런 놈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넣어둬.”

시후는 그제야 타나토스가 당황한 이유를 알았다.

‘격’을 떨어트린다는 아이템의 설명.

그야말로 그 존재의 가치를 낮춘다는 거였다.

만약 이것을 타나토스가 사용했다면, 시후는 무림 고수가 되며 열린 상단전이 다시 닫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기에 시후는 인버트 토치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세 번에 사용 제한이 있는 이유가 있었군.’

고작 세 번의 사용이었지만 이것으로 얻을 것이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것을 줬네. 다시 한번 감사하네.”

시후는 타나토스의 당부대로 인버트 토치를 인벤토리에 넣으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러자 타나토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감사하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나?”

“무슨 부탁?”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야. 어차피 자네가 가는 길에 마주치게 되어 있는 일이지.”

“뭐, 그런 거라면.”

따로 시간을 빼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해서 알았다고 했다.

그러자.

띠링-

[타나토스의 부탁 퀘스트]

[어둠의 사신 타나토스. 그는 꼭두각시처럼 일만 하던 지난날을 후회합니다.]

[자신에게 돌아왔어야 했던 부와 명성을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가져간 존재가 더는 호의호식하는 것을 두고 볼 수도 없습니다.]

[타나토스의 부와 명성을 가져간 존재를 찾아 그의 뜻을 전하고 그의 격을 낮추십시오.]

“너…?”

퀘스트 내용을 모두 읽은 시후는 타나토스를 바라봤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만큼은 다른 뜻을 보이는 타나토스.

“내가 지금은 그분의 존함을 입에 담을 수 없어. 그래서 그러니 부디 내 부탁을 들어주게나.”

“진심인가?”

“그럼. 농담 소재로 삼을 정도로 가볍지 않네. 그리고 자네이기에 하는 부탁이기도 하고.”

타나토스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그가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존재.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관계.

‘감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찌 보면 그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때는 그것이 그분에 대한 충성심이라 여겼었지.”

“그럼, 지금은 아니라는 말인가?”

“그래. 그분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다드린 지금에야 알게 되었지. 내가 생각하는 그 모든 것, 그분에 대한 마음. 그것들 모두가 내 진심과는 다르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

“그러니, 부탁 좀 하지. 자네가 가는 길 끝에는 어차피 그분이 계시고….”

타나토스는 검지를 들어 시후를 가리켰다.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는 자네뿐이고.”

타나토스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하고 있는 그분.

시후가 가는 곳에 끝에 있다는 존재라면.

‘명계의 끝에 있는 존재라면 하나뿐이겠지. 그곳의 주인.’

바로 하데스를 말하는 것이다.

분명 타나토스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따라다닌 수식어가 있었다.

‘하데스의 오른팔.’

그런데 지금 그 오른팔이 떨어져 나가고 싶다고 부탁을 하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간절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를 만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아이템도 만들었으니 당연했다.

“이거 상당히 어려운 부탁인 것은 알지?”

“당연히 안다. 만약 그대가 그것을 해내기만 한다면 평생 친구로 대하지.”

“친구는 무슨, 그런 것보다…?!”

친구 따위보다는 괜찮은 보상을 내놓으라고 말하려던 그때였다.

띠링-

[타나토스의 부탁 퀘스트 보상]

[신과의 대화]

퀘스트가 끝나야 알 수 있는 보상내용이 알림창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신과의 대화? 신?!’

타나토스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등장했던 신.

Safety World에서 신이란 분명 AI일 텐데, 그것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보상이라고 말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이지?’

시후는 잠시 고민했다.

그저 게임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라 여겼던 AI.

그것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왜?’

굳이 그것과 대화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보상’이라고 표현할 정도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는 것을 알잖나?”

“알지. 아는데….”

차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니 이러는 거였다.

그 누구도 AI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을 시후는 알고 있었다.

일전에 박초연에게 AI를 조작할 수 있는지를 물었을 때 들었던 것이 있었다.

‘Safety World 초기 세팅할 때 이후로는 AI를 조작할 수 없다고 했지.’

처음 세계관을 구축하고 가동하자 AI는 S.W SOFT의 손을 떠났다고 했다.

AI를 처음 구상하고 만들 때부터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그랬기에 S.W SOFT 직원들은 이벤트나 오류와 같이 특별한 일이 발생할 때 그것을 찾아 AI에 전달해주는 게 다라고 했다.

그만큼 S.W SOFT 직원들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그것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보상을 보니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시후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다시 시후의 고민이 길어지자 참다못한 타나토스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확실히 다른 유저들과는 다르군.”

“뭐가?”

“가볍지 않다고 해야 할까? 다른 유저들은 무슨 일을 하든 쉽게 결정하고 쉽게 포기하고 그러던데.”

타나토스가 웃으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른 녀석들이야 게임을 하는 처지지만 나는 다르니까.’

시후에게 Safety World는 게임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물론 다른 이들도 이곳에서 결혼할 정도로 푹 빠져 있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유희를 위한 것.

시후처럼 현실에서 진짜 힘을 얻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시후는 타나토스의 말에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지금 당장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보상이라는데 내게 해가 될 리는 없잖아.’

시후는 지금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는 타나토스의 부탁 퀘스트를 수락했다.

“고맙다. 나는 자네가 해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겠네.”

“그러든지.”

“훗, 끝까지 퉁명스럽긴. 내 부탁을 들어준 답례로 명계의 입구까지 바로 보내주겠네.”

타나토스는 고맙다며 시후의 목적지인 명계 입구까지 바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시후가 갑자기 무언가 번뜩인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한쪽 입꼬리를 격하게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런 거 해줄 수 있으면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해줄래?”

“다른 방법?”

“어. 크큭.”

시후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작게 웃고는 고개를 까딱여 입구를 가리켰다.

입구로 고개를 돌린 타나토스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눈치챘다.

“자네도 참으로 고약한 취미를 가졌군.”

“뭐, 이곳까지 오는 동안 쌓인 정 때문이라고 해두지.”

“너무 심하게 다루지는 말고.”

“걱정하지 마. 그럼, 들어주는 것으로 알고. 간다.”

시후는 그렇게 타나토스에게 손을 흔들고는 대장간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처음 들어갈 때 그 자세 그대로 카론이 있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그의 표정뿐.

빠득-

“가…지.”

카론은 이를 빠득 갈며 똥 씹은 표정으로 앞장서 걸어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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