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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49화 (249/275)

제249화

시후는 자신의 코끝을 스치듯 검을 치켜올려 타나토스의 턱을 노렸다.

그만큼 둘의 거리는 지척이었다.

타나토스는 턱 끝까지 다다른 검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목을 뒤로 당겼다.

다행히 눈앞을 지나가는 시후의 검.

타나토스는 내려치던 검을 돌려 품 안에 파고든 시후의 등을 향해 검을 끌어당겼다.

그 기세는 마치 자신까지 베겠다는 듯했다.

시후는 예상이라도 한 듯 또 한 번 톱니바퀴처럼 타나토스를 중심으로 몸을 회전했다.

그러면서 치켜올렸던 검을 살짝 눕혀 타나토스의 어깨를 베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나토스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 역시 시후의 수를 읽은 듯 끌어당겼던 검을 몸에 바짝 붙이고는 시후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검이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 순간 타나토스가 검을 세웠다.

챙-

타나토스의 어깨에서 맞붙은 검.

하지만 시후는 회전 중이었고 타나토스는 땅에 뿌리를 내린 듯 다리를 고정한 자세였다.

그 자세에서 나온 이점으로 시후의 검을 가볍게 튕겨냈다.

시후는 튕겨 나가는 검의 방향대로 다시 한번 몸을 회전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팔을 최대한 길게 뻗어 타나토스를 향해 휘둘렀다.

시잉-

바람을 가르는 시후의 검. 회전에 회전을 더했기에 지금까지 중에 가장 빨랐다.

타나토스는 깜짝 놀라 치켜올렸던 검을 급히 내렸다.

하지만.

핏-

이마에 작은 혈선이 남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후는 검 끝에 느껴지는 이질감에 아주 살짝이지만, 그의 몸을 베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평소처럼 내공을 사용했다면 지금의 공격만으로 검기를 뿜어내 상대방의 몸을 절단했을 터.

그간의 경험이 쓸데없는 틈을 만들었다.

그 순간 타나토스가 빠르게 달려왔다.

‘아차.’

시후가 아차 싶은 바로 그 순간. 타나토스는 이미 그의 옆을 지나쳤다.

핏-

타나토스 역시 기운을 사용할 수 없기에 달려가는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검을 최대한 짧게 잡았다.

그랬기에 시후의 옆구리에 깊은 상처는 낼 수 없었지만, 자기 이마에서 흐르는 피처럼 혈선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둘은 휘둘렀던 검을 내리며 몸을 돌려 서로를 바라봤다.

시후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좁혔다.

‘내공을 운기 할 수 없으니 통증이 배가 되는가.’

Safety World에서는 통증이 현저히 감소할 터인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 통증이 현실과 똑같았다.

아마도 이 역시 타나토스의 절대 영역에 의한 것이라 여겼다.

“솔직히, 좀 놀랐어.”

시후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타나토스의 말대로 그가 여러 명의 검술가에게 배웠다 하지만 이처럼 다채롭게 검을 휘두를 줄은 몰랐다.

검에 실린 무게 하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피하는 최적의 경로를 택하는 것 하며 반격을 위한 반사신경까지.

그 무엇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그러는 나야말로 놀랐어. 내게 상처를 입히다니.”

스윽-

타나토스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한쪽 손으로 닦았다.

그동안 명계를 드나드는 이들 중에 검을 무기로 다루는 이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직접 추리고 추려 고른 고수들에게 배운 검술이다.

거기다가 그들에게 배우면서도 단 한 번의 검상을 입지 않았는데.

“실로 오랜만에 내 피가 뜨거운 것을 느끼게 해주는군.”

손에서 느껴지는 피의 온기에 타나토스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열정이 피어오른다고 해야 할까.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이었다.

‘저 자식, 눈이 돌아간 것 같은데?’

시후는 타나토스의 눈빛이 이상해지는 것을 보았다.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이 통증 역시 그도 이마에서 느끼고 있을 터인데 저리 웃는다?

통증을 즐기거나.

“미친놈이거나.”

뭐가 되었든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타나토스와는 반대로 시후는 흥미가 떨어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이제 그만할까?’라고 해봐야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에는 긴장 좀 해야 할 거야.”

이번 합으로 끝장을 보기로 했다.

시후가 처음으로 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무게 중심은 앞으로 6. 뒤로 4.

저돌적이지는 않지만 공격할 의사는 충분히 내비치는 자세였다.

타나토스는 시후의 바뀐 자세를 보고는 미소를 더욱 크게 지었다.

“대단하군. 기운을 사용할 수 없을 터인데 피부까지 찌릿찌릿한 이 느낌이라니.”

타나토스는 전신을 감싸는 오싹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분명 기를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건만 시후는 기운을 뿜어냈다.

타나토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어찌 보면 죽음의 신인 그와 이만큼 친숙한 기운도 없을 거였다.

“오로지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의지. 이만한 살기를 피워내다니.”

그랬다.

시후가 뿜어내는 것은 살기였다.

내공과는 다른 정신적인 의지. 눈앞에 살아 숨 쉬는 것을 죽이겠다는 그 의지가 타나토스에게 닿은 거였다.

그사이 시후는 숨을 골랐다.

근력만으로 움직이느라 지친 몸에 산소를 공급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생각대로 움직일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시후는 피워내던 살기를 갈무리했다.

덕분에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이 타나토스를 매섭게 쏘아봤다.

준비가 끝났다.

이제 갈무리한 살기를 폭발시켜 검 끝에 담아 타나토스를 베는 일만 남았다.

“그럼, 간….”

띠띠띠- 띠띠띠-

시후가 달려 나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타나토스가 두 손을 번쩍 치켜올렸다.

“항복.”

“…뭐?”

“항복한다고. 아~ 너무 강하네. 이길 수가 없어.”

타나토스가 자신이 졌다며 항복을 선언했다.

다소 말투에 성의가 없지만 말이다.

“무슨 짓이야?”

잔뜩 준비를 하고 있던 시후는 허탈하다 못해 짜증이 솟구쳤다.

그렇다고 들고 있던 검까지 본래 망치로 바꾼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타나토스는 손을 휘저어 주변 풍경까지 본래 대장간으로 바꾸었다.

“정말 졌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솔직히 마지막 그 공격, 막을 자신이 없거든.”

“…….”

“죽음의 신에게 죽음을 선사할 것 같은 그 살기를 본 순간 직감했지.”

타나토스는 말을 이으며 처음 시후가 들어왔을 때 있던 장소로 걸어갔다.

“괜히 거기서 호기라도 부렸다가는 이 녀석을 만날 수 없거든.”

타나토스가 틀을 가리켰다.

“그건….”

타나토스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던 거였다.

시후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신나던 자신과의 대결에 항복을 선언하고 이러는지 궁금해졌다.

시후가 다가오자 타나토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망치를 휘둘렀다.

캉- 캉- 캉-

틀을 두드리자 중앙에 기다란 금이 가더니 반으로 쩌억 갈라졌다.

타나토스는 망치를 옆에 내려놓고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틀을 벌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것은.

“횃…불?”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횃불이었다.

정확히는 한 뼘 길이의 손잡이가 달린 횃불 모양의 장식이었다.

실제로 붉은 불이 붙은 것처럼 조형된 그것을 타나토스가 조심스럽게 꺼냈다.

“크으~ 이 자태. 너무 아름답지 않나? 완성된 예술품이란 어쩜 이리도 멋진지.”

도저히 방금까지 칼부림을 벌이던 녀석의 표정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타나토스의 표정은 황홀경에 빠진 것 같았다.

덕분에 시후는 대결을 끝마치지 못해 있던 미련을 털어냈다.

“그래. 멋지네.”

“그치? 네가 봐도 그렇지?!”

시후의 칭찬에 타나토스는 더욱 신이 났다.

당장이라도 덩실덩실 춤출 듯한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스테이터스창을 불러왔다.

‘인제 그만 나가고 싶은데.’

타나토스와 볼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퀘스트 상태를 확인했다.

그와의 대련도 끝났으니 보상 정산이 끝나지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뭐야, 왜 아직도?’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도 보상을 정산 중이라는 메시지만 떠 있었다.

타나토스와의 대면이 단순한 만남을 의미하지 않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도 나누고 칼부림까지 췄건만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니.

‘그냥 갈까?’

보상이 끝난 후에 혹여나 무언가 더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남아 있었더니 시간만 잡아먹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차라리 이럴 시간에 명계 입구로 보내놓은 삼두와 맬리아를 만났다면 다른 퀘스트 서너 개는 했을 거라는 후회까지 들었다.

‘그래. 가자.’

시후는 결심을 굳히고 횃불 장식을 들고 즐거워하는 타나토스의 어깨를 잡았다.

“즐거웠다. 다음에 또 보자.”

진심이었다.

내공이 있으니 언제든지 사용했고 초식에 연연하지 않은 경지에 다다랐기에 자유롭게 무공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조금 전 타나토스와의 대련으로 시후는 한 가지를 얻었다.

‘자유가 제한되었을 때 나오는 폭발적인 힘.’

막힘없이 흐르는 폭포의 힘이 아닌 댐에 갇혀 있던 물이 한순간 방류했을 때 터져 나오는 그 힘을 말이다.

그것만을 활용할 곳은 차고도 넘쳤다.

그랬기에 타나토스와는 다음에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잠깐.”

타나토스가 시후를 불러 세웠다.

돌아보자 지금까지 헤헤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뭇 진지한 표정의 타나토스가 보였다.

“왜?”

갑자기 자신을 불러 세운 이유와 그 표정은 무엇이냐며 물었다.

타나토스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분명 다시 보자고 했나?”

“어, 그게 왜?”

“나를? 죽음의 신인 이 타나토스를?”

죽음의 신이건 뭐건 타나토스에게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아 시후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진짜지?”

“아, 그렇다니깐. 왜? 너는 싫냐?”

타나토스가 계속 되묻자 시후가 되물었다.

그러자 타나토스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그럴 리가. 지금까지 나를 다시 보자고 말한 이가 처음이라 그런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

그를 보는 이는 반드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 누가 다음을 기약하겠는가.

그나마 타나토스를 섬기는 카론과 같은 이들은 스스로 그의 종을 자처했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타나토스에게 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영광이라며 열광했다.

그런 이들이 아닌 시후처럼 진심으로 만남을 기대하는 이가 처음인 타나토스였다.

타나토스는 다음에 다시 시후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한쪽 가슴이 뭉클했다.

“다시 만나자는 말… 좋구나.”

“워, 워. 너 그 표정 엄청 위험해.”

뭉클한 마음을 한껏 느끼는 타나토스와는 반대로 시후는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마치 연인을 떠올리는 듯한 그의 표정에 본능이 거부했다.

시후가 그러거나 말거나 타나토스는 웃었다.

그리고는 대뜸 손에 들려있던 횃불 장식을 내밀었다.

“가져가라.”

“이걸 왜?”

“증표이다.”

“무엇에?”

“너와 내가 인연을 맺었다는 것에 말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대사는 하지 말라니깐.”

그저 다음에 다시 한번 보자는 말에 대뜸 선물까지 주는 타나토스에 시후는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그렇다고 어서 받으라며 횃불 장식을 들썩들썩 흔드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

“주는 거니 감사히 받지.”

일단은 받았다.

그런데.

띠링-

[1인 한정 퀘스트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정산 중에 타나토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해당 업적 보상까지 추가하여 정산을 완료합니다.]

정산이 끝났다며 알림창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읽은 시후는.

“와, 씨. 미쳤네.”

욕부터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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