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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48화 (248/275)

제248화

시후는 변화한 주변 풍경에 눈을 부릅떴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시후, 아니 천마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떻게 이곳을….”

“별거 없네. 그저 자네에게 좋은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을 찾은 것뿐이야.”

타나토스의 말대로 이곳은 좋은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천 년 전, 일탈을 꿈꾸던 천마가 몰래 천마신교를 빠져나가 놀이터처럼 놀던 그 저잣거리였다.

생필품이며 농기구가 즐비했고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국숫집도 있었다.

다만, 사람은 없었다.

“이곳에 행인들까지 소환하면 우리의 대련에 영향을 끼칠 듯해 하지 않았네.”

“잘했네.”

나름 타나토스의 배려 같아 보였다.

행인들이 걸어 다니는 곳에서 칼부림이 일어난다면 필히 그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허상이라 하여도 이런 추억이 깃든 장소를 거니는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

시후는 타나토스의 대장간에서 대충 집어 든 검을 어깨에 툭 걸쳤다.

그리고 앞발로 땅을 툭툭 찼다.

“정말 대단하군. 이 정도로 구현해내다니.”

“칭찬 고맙고. 그럼, 준비는 되었는가?”

“덕분에.”

시후는 땅을 차면서 현실의 땅과 강도가 같은지 비교했다.

완전히 똑같은 강도에 시후는 땅을 지르밟으며 자세를 취했다.

굳게 세워진 두 다리, 첫수는 양보하며 너의 힘을 가늠하겠다는 뜻이었다.

타나토스 역시 그것을 눈치챘는지 미소를 지었다.

“어디, 안 움직이나 보자고.”

탓-

타나토스가 땅을 박차고 날았다.

크게 포물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일직선으로 날았다.

시후의 머리 높이 정도 날아오른 타나토스가 있는 힘껏 검을 내리쳤다.

시후는 어깨에 걸쳐 놓았던 검을 수평으로 그으며 막았다.

쿵-

시후가 밀려나도록 타나토스는 검을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내려쳤다.

엄청난 힘이 실린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후를 중심으로 바닥이 쩌적 갈라졌다.

시후 역시 그 힘을 충분히 느꼈다.

Safety World를 하면서 이만큼 힘이 실린 공격을 받은 것은 대악마 위리놈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렇긴 해도 밀려나지는 않았다.

“대단하군.”

“내가 쫌?”

“그럼, 이어서 공격해도 되겠지?”

“얼마든지.”

다시 들어와 보라며 타나토스의 검을 밀어내는 시후.

타나토스는 밀려나는 반동을 이용해 몸을 회전했다.

시잉-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 소리까지 일어났다.

타나토스는 그 회전력에 조금 전 시후를 내리쳤던 힘을 더했다.

‘제법.’

이번에는 시후도 제자리를 고수할 수는 없었다.

시후는 빠르게 땅을 박차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타나토스의 밑으로 들어갔다.

콰광-

시후가 움직이는 순간 타나토스의 검이 그 자리를 그었고 굉음과 함께 기다란 선이 남았다.

만약 이번에 시후가 조금 전처럼 검을 막았다면, 분명 시후의 검이 양단되었을 위력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타나토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이미 검을 휘둘렀다.

촤악-

타나토스를 향해 수직으로 치켜올린 시후의 검.

그의 허리를 잘라버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검이었다.

타나토스는 허리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에 휘둘렀던 검을 급히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자기 허리를 향해 솟구쳐 오르는 검의 옆면을 후려쳤다.

쾅-

그 반동으로 튕겨 나가 시후와 거리를 벌리는 타나토스.

시후의 검에서 뿜어져 나간 기에 건물 한 채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대단하군.”

이번 감탄사는 조금 전 것과는 달랐다.

방금 자신의 공격을 막은 시후의 힘. 그것은 그것대로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 보인 시후의 기술.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날아간 것이 집 한 채뿐이지만, 만약 힘을 집약하지 않고 날렸다면 저잣거리 반은 날아갔을 힘이었다.

놀라울 만큼의 힘 조절 능력을 보인 시후에 타나토스는 절로 감탄했다.

거기에 하나 더.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지.”

처음처럼 검을 어깨에 둘러메고 여유를 부리는 시후의 모습에 그의 힘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타나토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주변이 흔들릴 정도로 힘을 끌어올리는 타나토스.

“뭐야? 갑자기 변신이라도… 어?!”

위리놈 때처럼 갑자기 그가 변신이라도 하는 줄 알았던 시후의 눈앞에 갑자기 알림창이 나타났다.

띠링-

[타나토스의 영역에 있는 존재는 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타나토스의 영역에 있는 존재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허? 이런 꼼수를 쓰는 거야?”

차라리 위리놈처럼 변신을 해 강해졌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능력을 제한한다고 하니 시후는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시후가 슬쩍 내공을 운기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천마지기조차 사용할 수 없는 건가.’

완전하게 능력을 제한당한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련하자더니 한다는 게 고작 이런 것인가?”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말투였다.

타나토스는 그런 시후를 달래기라도 하듯 진정하라며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살살 움직였다.

“워, 워. 진정해. 이게 다 네 힘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이니까.”

“그럼 차라리 패배를 인정하든지. 이게 무슨 짓이지?”

“아직 제대로 겨루지도 않았는데 패배를 인정하라니. 그건 너무한데?”

“뭐?”

타나토스는 들고 있던 검을 높이 치켜들더니 바로 앞 땅을 힘차게 내려 그었다.

당연히 좀 전처럼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푹 파일 것을 예상하던 시후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그걱-

타나토스의 검이 그어진 땅에는 그저 작은 검흔 하나가 남을 뿐이었다.

힘이 실리지 않은 검에 시후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설마?!”

“맞다. 이곳에서 힘을 제한당하는 것은 너 혼자가 아니다.”

서로의 힘을 제한한 것이라는 소리에 시후가 어이없어하자 타나토스는 바로 이유를 알려줬다.

“네 힘이 너무 강해서 잘못하면 내 절대 영역이 부서져 버릴 우려가 있어서 그랬다.”

“그게 왜?”

절대 영역 좀 부서졌다고 어찌 되지는 않는다.

그래봐야 지금 보이는 저잣거리가 다시 대장간으로 바뀌는 정도일 였다.

하지만 타나토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왜는, 내 절대 영역이 부서지고 네 힘이 노출되면 다른 이가 눈치채니깐 그러지.”

“다른 이라면… 신?”

끄덕끄덕-

타나토스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니, 이제는 그런 잔기술 없이 겨뤄보자.”

시후는 타나토스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기와 스킬을 제한당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힘을 제한당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육체적인 힘, 근력이 내는 힘만큼은 평상시와 같았다.

‘초식으로 겨루자?’

지금 타나토스는 오로지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겨루자고 말하는 것이었다.

“실로 오랜만이군. 기를 펼치지 않고 검을 든 게 언제인지.”

아마도 천마동에 들어가기 전이 마지막이었을 거였다.

시후는 오랜만에 벌이는 초식 대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타나토스는 이제야 시후가 할 마음이 인 것을 보고는 덩달아 신났다.

“명계는 말이야. 꽤 많은 이가 찾은 곳이야.”

스윽-

타나토스가 검을 두 손으로 잡고는 자세를 낮추었다.

마보를 취하더니 검을 얼굴 옆까지 들어 올려 고정했다.

검술을 익힌 자의 완벽한 자세였다.

“그중에는 검에 달인이라고 자처하는 녀석들이 많았다고.”

타나토스는 자신이 보아온 수많은 검술의 달인을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였다.

그것도 준비 자세만으로 그 기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모습을 보이며 말이다.

시후는 그 기세에 그가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녀석을 하나 알고 있는데.”

스윽-

시후는 검에 미친 누군가를 떠올리며 녀석이 보여주던 검술을 떠올렸다.

한 손으로 검을 쥐고는 편안하게 사선으로 내린 자세.

살짝 앞으로 기울이면서 몸의 중심은 7대3으로 나누었다.

수비보단 공격에 비중을 둔 그 자세는 검의 끝을 보고자 검에 미쳤던 검마의 검술이었다.

둘은 서로의 준비 자세를 보며 한차례 눈을 마주쳤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가지.”

좀 전에는 첫수를 양보했으니 시후가 먼저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타나토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후가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평소라면 경공술을 펼쳐 순식간에 좁혔을 거리였지만 지금은 두 다리로 달려 빠르게 좁혀갔다.

타나토스는 시후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이 자세로 검을 휘둘렀을 때 닿을 수 있는 거리.

제공권을 형성한 타나토스였다.

그리고 이내 시후가 그 안으로 들어오자 망설임 없이 검을 내리쳤다.

시후는 자신의 왼쪽 얼굴부터 사선으로 그어오는 타나토스의 검을 보고는 다음 보폭을 짧게 밟았다.

그러자 그의 검이 코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살짝 내려져 있던 검을 치켜올려 타나토스의 손을 노렸다.

타나토스는 자기 손을 노리고 그어오는 시후의 검을 보고는 내려치던 검을 멈추고 끌어당겼다.

거기에 뒷발을 강하게 박차며 시후의 옆으로 이동했다.

시후의 옷깃에 닿을 정도로 붙은 타나토스.

정으로 들고 있던 검을 역수로 돌려 쥐었다.

그러고는 보지도 않고 시후의 옆구리를 찔렀다.

시후 역시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싸한 느낌에 검을 끌어당기며 땅을 박찼다.

그리고 타나토스의 몸을 중심으로 자기 몸을 회전했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시후가 팽그르르 돌자 타나토스의 검이 목표를 잃고 쑥 하고 뻗어 나왔다.

그 순간 시후는 회전하던 자세 그대로 타나토스의 어깨를 그었다.

그러자 타나토스가 지금 자세 그대로 한 발짝 물러났다.

시잉-

종이 한 장 차이로 시후의 검이 지나가자 타나토스가 곧장 시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직 검을 거두기도 전에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타나토스.

시후는 망설임 없이 몸을 띄우며 무릎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갑자기 시후가 검이 아닌 무릎으로 대응할 줄 예상하지 못한 타나토스는 깜짝 놀라며 급히 몸을 옆으로 젖혔다.

하지만 그 조금의 망설임 때문에 완전히 피할 수가 없었다.

핑-

타나토스의 코끝에 시후의 무릎이 스쳐 지나갔다.

타나토스는 코끝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허공에 떠 있는 시후를 보고는 기회라 생각했다.

해서 몸을 세우기보다는 쓰러지는 반동을 이용해 검을 휘둘렀다.

땅에서부터 큰 호를 그리며 시후의 다리를 노리는 타나토스의 검.

시후는 온몸에 힘을 주고는 검을 빠르게 돌려 다리를 노려오는 타나토스의 검을 막았다.

챙-

“칫.”

“크윽.”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둘의 짜증 섞인 둘의 목소리가 울렸다.

시후는 타나토스가 내지른 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타나토스는 시후의 검과 부딪쳐 돌아오는 힘을 이용해 검을 땅에 찍었다.

그러고 나서 그 반동으로 몸을 회전하며 제자리에 섰다.

순식간에 지나간 둘의 공방.

둘은 서로의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달려들었다.

‘승부는 한순간이다.’

시후는 이번 대결의 승부는 아주 찰나의 틈으로 결정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찰나의 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녀석이 사용하는 검술은 중검(重劍). 그렇다면….’

시후는 검을 좀 더 몸쪽으로 끌어당기며 땅을 박찼다.

자세를 낮추고 타나토스의 품으로 파고든 시후.

그가 내지르는 검보다 한발 빠르게 다가가 그의 턱을 노리고 검을 치켜올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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