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는 천마님-243화 (243/275)

제243화

“시, 시후야?”

“이게 뭐니?”

시후의 부모님인 강인과 윤여정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아들을 맞았다.

늦은 시간에 시후가 사라진 것을 알았지만 잠시 편의점에 다녀온다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기에 안심했었다.

그런데 편의점에 다녀온다던 시후가 편의점 물품이 아닌 웬 붉은색 고양이를 어깨에 두르고 왔다.

그것도 엄청난 귀여움을 장착한 고양이를 말이다.

“어쩜~. 세상에 이렇게 귀여울 수가!!”

“하, 한 번만 안아봐도 되니?!”

좀처럼 감정 표현을 보이지 않던 강인까지 고양이의 귀여움에 정신을 못 차렸다.

시후는 자기 어깨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검은색 눈동자를 똘망똘망하게 깜빡거리는 샐러맨더를 힐끗했다.

- 알아서 행동하리라 생각한다만?

그렇게 전음을 보냈다.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이라는 거였다.

샐러맨더는 전음으로 압박을 가하는 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에게 뻗어 오는 강인과 윤여정의 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이야오옹~.”

폴짝-

고양이 울음소리를 길게 내며 시후의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 목적지는 강인의 품속.

“허억!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니.”

강인은 어느새 품속에 파고든 붉은색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그런 강인을 옆에서 보던 윤여정은 안절부절못한 모습이다.

“여보. 저도요.”

“어허, 당신은 임신 중 아닙니까?”

“그게 왜요?”

“혹시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니 내가 검사부터 하고 넘겨줄게요.”

강인은 윤여정을 배려한다는 핑계로 붉은색 고양이를 독점하려는 거였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을 윤여정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고양이를 뺏을 수는 없었다.

그런 윤여정의 안절부절못한 모습에 시후가 나섰다.

“그거 조민에게서 받아온 거예요. 잘 키웠다고 하니 문제없을 거예요.”

“들었죠?!”

윤여정은 어서 내놓으라며 두 팔을 활짝 폈다.

강인은 아쉬움을 가득 담아 붉은색 고양이를 넘겨주었다.

“아들… 그런 거는 나중에 말해줘도 될 텐데.”

귀여운 생명체가 자기 품을 떠나는 게 모두 시후 때문이라며 투덜댔다.

강인이 그러거나 말거나 윤여정은 서둘러 고양이를 낚아챘다.

“오구오구~ 아저씨 품은 딱딱해서 불편했죠? 이리와요~”

강인이 나이에 맞지 않게 탄탄한 몸을 가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고양이가 불편함을 호소할 정도로 딱딱할까.

강인과 시후는 윤여정이 무슨 의도로 그리 말하는지 알았다.

“아버지, 아무래도 어머니께서는 저 녀석을 놓아주실 생각이 없으신 것 같은데요.”

“아들아. 네가 봐도 그렇지? 조금 전 안아본 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민이 당분간 맡아달라고 했으니 기회는 또 있을 거예요.”

“그러냐?!”

당분간 이곳에서 키울 거라는 말에 강인은 화색을 보였다.

그러고는 윤여정의 곁으로 다가가 고양이를 향해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냈다.

그 모습에 시후는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은 어머님 서열이 가장 높은 것 같네요.”

“어? 뭐라고?”

“아니에요. 두 분 모습이 보기 좋다고요.”

시후는 대충 둘러대며 두 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윤여정의 품속에 안겨 진짜 고양이처럼 고롱고롱하는 샐러맨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디 두 분과 잘 놀고 있어라.”

다른 이가 듣기에는 귀여운 고양이에게 던지는 멘트 같았지만, 듣는 샐러맨더에게는 협박처럼 들렸다.

너 때문에 두 분께 무슨 피해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오옹~!”

샐러맨더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울부짖었다.

“어머? 시후 말을 알아듣나 봐요~.”

“그러게요. 허, 허허! 귀엽기도 하지.”

두 분은 그런 샐러맨더의 모습조차 귀엽게 보였는지 그를 가운데 두고 꼬옥 안았다.

‘후에 동생이 태어나면 저런 모습을 자주 보겠지.’

어느덧 눈에 띄게 배가 나온 윤여정이었다.

부모님이 잠들었을 때마다 꾸준히 태아의 상태를 확인한 시후였다.

무탈하게 자라고 있는 동생이었기에 시후는 밝은 미래를 꿈꿨다.

“그러려면….”

가장 불안한 요소인 포달랍궁을 처리할 수 있는 무력을 가져야 했다.

“그럼, 부탁 좀 드려요. 저는 Safety World 좀 할게요.”

“잠깐 시후야.”

샐러맨더를 맡기고 돌아서는 시후를 강인이 불러 세웠다.

“네?”

“이 아이, 이름은 알려주고 가야지.”

“아. 샐러예요.”

“샐러?”

시후는 대충 샐러맨더의 앞 두자만 말했다.

‘녀석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응?’

샐러맨더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성질을 부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이 그것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부모님 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샐러맨더의 눈.

좀 전보다 더욱 커져 초롱초롱 빛나기까지 했다.

“어머~. 샐러가 이름을 들으니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윤여정은 그런 샐러가 귀엽다며 품에 꼬옥 안았다.

‘마음에 든 건가?’

왜인지는 모르지만 ‘샐러’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뭐가 되었든 마음에 들었으면 되었다는 생각에 시후는 등을 돌려 캡슐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시후는 스마트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Hello~ My Friend~!

통화 연결음이 울리기도 전에 마이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속할 거다. 들어와.”

- 뭐?! 나 방금 나왔는데?

“싫음 말고. 나 혼자 한다.”

뭐 하다가 방금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후는 그를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파티 퀘스트도 아니었고 1인 한정 퀘스트였기에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간의 의리로 알려준 것뿐이었다.

벌써 캡슐을 열고 들어가 고글을 쓰는 시후.

“그만 끊는….”

- 자, 잠깐! 1분만. 나도 바로 접속할게!

다급한 마이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 그래라.”

이렇게까지 다급하게 말할 녀석이 아닌데 시후는 순간 무언가 있다 싶었다.

그래서 그 1분을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 사이 시후는 잠시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홀로 가지는 여유.

고작 1분의 시간이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진소령… 진소월… 너희가 남매였다니.”

샐러맨더의 이야기로 알게 된 사실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영생을 꿈꾸는 포달랍궁도, 영혼을 옮겨가며 천 년을 살아온 라마의 존재도 아니었다.

“혈마는 내게 죽기 전에 진실을 알았었구나.”

유독 말이 통하던 녀석이었다.

밤새도록 술잔을 나누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알았다.

혈마에게서 진소령을 엿본 거였다.

하지만 진소령이 혈마에게 죽임을 당한 후에.

시후는 혈마를 죽였다.

자신이 죽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수법으로 말이다.

“그럼 네가 했던 ‘이게 끝이 아니야’라는 그 말. 너는 모두 알고 있기에 그리했었구나.”

혈마 진소월의 눈을 파내던 그때 그가 했던 말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말.

그때는 그저 복수를 다짐하는 녀석의 헛소리라 치부했지만, 그때 녀석이 지었던 미소는 왠지 서글펐었다.

그는 어쩌면 누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목숨을 내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으흠, 중국에서 만났던 녀석들을 다시 한번 만나봐야겠어.”

시후는 혈마 소교주라고 했던 진류강을 떠올렸다.

생사공에 고생 좀 했겠지만 분명 살아는 있을 거였다.

시후는 조만간 녀석들을 찾을 생각을 하자 문득 떠오른 이가 있었다.

“아! 평치혁. 녀석이 있었지?!”

시후는 스마트폰을 들어 평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그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미 중국에 나가 있는 듯했다.

시후는 간략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 화산에서 물건을 찾은 후에 혈교를 찾아라.

그가 혈교를 찾으면 조만간 중국을 다녀올 생각까지 하는 시후였다.

그렇게 짧지만 긴 1분이 지나자 시후는 고글을 쓰고 Safety World에 접속했다.

출렁-

시후는 출렁이는 배에서 균형을 잡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이 자식 어디 갔어?”

나갔다가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배의 주인이 없었다.

혼자 유유히 저승의 강을 떠다니는 카론의 배.

잠시 후 배가 한 차례 더 출렁이며 마이클이 나타났다.

“오래 기다렸나?”

“아니, 그보다 배 주인은?”

시후는 자신보다 늦게 로그아웃한 마이클에게 카론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들려온 대답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 * *

캉- 캉- 캉-

딱딱한 쇠를 내려치는 망치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렸다.

일정하게 울리는 소리로 보아 혼자서 두드리는 거였다.

그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시후가 그렇게 찾던 카론이 걸어갔다.

빛이라고는 카론이 들고 있는 등불만이 전부인 동굴을 한참 걷던 그의 앞에 드디어 망치 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론은 그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가 봐도 그곳은 쇠를 담금질하는 대장간이었다.

홀로 대장간에 있는 그에게 카론은 조금 더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미천한 종이 위대한 주인님을 뵙습니다.”

캉-

카론의 인사에 그는 마지막 망치질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듣는 이로 하여금 목이 서늘해지는 음성이었다.

카론은 그의 목소리에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기억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뭐, 너는 충직한 녀석이니까.”

그의 칭찬에 카론은 환희를 느꼈다.

카론은 반쯤 풀린 눈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승의 강 시련을 모두 건널 만한 유저가 나타났습니다.”

“오, 그래? 지금 어디까지 왔는데?”

“아케론을 지나 코퀴토스를 가볍게 뛰어넘어, 피리플레게톤을 여유롭게 통과했습니다.”

카론이 말하는 것은 시후였다.

“허? 네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런 식으로 통과했다?”

그는 평소 카론이 저승의 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이내 흥미가 돋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좀 더 말해보라는 거였다.

“그는 지금까지 강을 건너던 다른 유저들과는 달랐습니다.”

카론은 그에게 시후를 만나 피리플레게톤을 통과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했다.

그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하, 하하! 대단한 유저로구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는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슬쩍 던졌다.

한 뼘 정도 던졌을까.

중력에 의해 떨어져 내리던 망치가 돌연 연기에 휩싸이더니 점차 모습을 바꾸었다.

곧 변형을 마치자 망치는 낫으로 탈바꿈되었다.

다만 그 크기가 그의 키에 버금가며, 수려한 곡선 끝에 서늘한 칼날이 달렸을 뿐.

쿵-

그가 낫을 낚아채더니 힘을 주어 땅에 내리꽂았다.

대장간이 흔들거릴 정도의 울림이 잠시 있었다.

소리가 잦아들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타나토스가 오랜만에 만나 보고 싶은 유저이구나.”

그랬다.

카론이 찾아온 이자는 로브와 낫 하면 떠오르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