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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38화 (238/275)

제238화

시후가 다시 Safety World에 접속한 것은 이틀 후였다.

그 이유는 같이 플레이할 마이클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시간 때문이었다.

‘비행기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박초연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카론의 시련을 빠르게 클리어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고 남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

그사이 시후는 오랜만에 프로게이머들을 훈련시켰다.

그런데 그들을 찾아갔을 때 시후는 감탄했다.

얼마 전까지 그 보잘것없던 녀석들이 어떻게 된 것인지. 상당한 실력을 보였다.

그들은 시후가 전해준 스킬북을 모두 습득하고는 그것들의 숙련도를 팔 할 이상 올려놓았다.

특히, 박혜령을 필두로 한 팀전 모의 전투는 시후의 예상을 웃도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손뼉까지 쳐주었다.

그래서 시후는 그들에게 다음 과제로 다른 스킬북을 던져주었다.

팀전을 위한 최고의 스킬북.

이동하면서 적과 상대할 수 있는 합격진(合擊陳)을 말이다.

팀은 두 부류로 나누었다.

태산이 주축이 되는 ‘광견타구진(狂犬打拘陳)’과 인호를 주축으로 한 ‘무성연환진(無星連環陳)’을 알려주었다.

광견타구진은 태산을 주축으로 하였기에 그에 맞추어 개방의 것으로 알려주었다.

복날에 미친개를 쫓는 듯한 광견타구진은 그야말로 꼬임에 능숙한 합격진이다.

전방에 있는 적을 자극한 후에 진안에 가두어 적을 상대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말주변이 없는 태산 옆에 박혜령을 함께하게 했다.

‘사람 속을 박박 긁는 데 녀석만 한 인재는 드물지.’

박혜령에 대한 시후의 극히 주관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다.

묵묵히 힘을 보여주며 팀원을 다독이는 태산과 말로써 적을 꾀는 박혜령의 합은 환상적이었다.

그에 뒤질세라 인호가 주축인 조 역시 발군이었다.

무성연환진은 아미파의 무공으로 본래는 일곱 명이 다루는 칠성연환진을 시후가 변형한 거였다.

인호의 뛰어난 신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합격진으로,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D.M과 닭 볏을 팀으로 묶어줬다.

예상대로 무성연환진에 빠진 적은 순식간에 암흑을 경험하며 공격을 허용하게 되었다.

시후는 이들의 숙련도가 적어도 삼 할은 될 수 있을 때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조언이라는 것이 결코 입으로만 떠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S.W SOFT 캡슐방에서는 끝없는 곡소리가 울렸고 그들은 단 이틀 만에 숙련도 삼 할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어차피 개인전은 나와 평치혁이 나갈 거니까.’

시후는 그렇게 팀원들 모두를 단체전 주력으로 키웠다.

그리고 드디어 마이클이 미국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 시후. 난 준비되었어.

“빨리 끝내줄 테니까 바로 접속하라고.”

- OK.

그렇게 시후는 마이클이 여독을 풀기도 전에 Safety World에 접속했다.

그런데 접속하자마자 평소와는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진행 중이던 히든 퀘스트가 있습니다.]

[히든 퀘스트 제약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지역이 지정됩니다.]

[현재 로그인 가능 지역 : 저승의 강(카론의 배)]

[로그인하시겠습니까?]

평소와 다르게 로그인 지역을 제한한다는 메시지였다.

딱히 다른 곳에서 로그인할 마음도 없었기에 시후는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출렁이는 배 위로 로그인되었다.

그리고 저번에 봤다고 그새 익숙해진 카론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카론의 반응이 그때와는 달랐다.

“기다렸다! 건방진 천마여!”

예의 재수 없는 미소는 어디에다가 두고 왔는지 활짝 웃으며 시후를 맞았다.

“어, 그래. 나도 반가워~.”

“다른 놈은 아직인가?! 행동이 굼벵이가 따로 없구나!”

반갑다며 손을 흔들려 했건만 대뜸 급발진하는 카론이었다.

출렁-

뒤이어 로그인한 마이클은 심상치 않은 배 위 분위기에 시후에게 눈짓을 보냈다.

“아이 돈 노.”

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실 카론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궁금증.

일전에 그가 궁금해하던 것을 알려주지 않은 채로 로그아웃을 해버렸으니, 시후가 들어올 때까지 얼마나 전전긍긍했겠는가.

마이클에게 말했던 ‘밀당’이 제대로 먹힌 거였다.

“자! 천마여, 이제 말해주겠나?”

“뭘?”

“뭐라니?! 그때 그 연기, 아니! 그 기운의 정체를 말이다!”

“연기? 기운? 응?”

시후는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자 애가 타는 것은 카론이었다.

“자, 자네! 자네는 그것이 무엇인지 들었지?”

시후가 가르쳐줄 낌새가 보이지 않자 마이클로 목표를 바꾼 카론이었다.

하지만 마이클 역시 눈치가 있기에 시후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그때 이후로 천마를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으… 거짓말!”

출렁-

카론이 발광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자 배가 심하게 요동쳤다.

이대로 두면 배가 침몰할 것 같았다.

하지만 둘은 알고 있었다.

카론이 모는 이 배는 절대로 전복당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 이 배는 어찌 보면 카론의 절대 영역 지대나 다름없었다.

그의 신체 일부나 다름없는데 만약 이 배가 가라앉는다면, 그는 능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카론이라고 해도 저승의 강의 시련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카론은 아무리 배가 요동쳐도 둘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씩씩거리며 배를 안정시켰다.

“정말 말해주지 않을 작정인가?”

카론이 눈을 번뜩이며 시후를 노려봤다.

시후는 그런 카론에게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에이, 그럴 리가. 내가 어찌 자네의 부탁을 거절하겠나? 우리가 말이야, 어? 그렇게, 어? 정이 없는 사이가 아니잖아.”

“…….”

시후가 웃으며 저리 말하자 카론은 인상을 구겼다.

지금 시후가 보이는 모습은 아무리 바보라도 그가 어떤 대가를 바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르쇠로 일관하던 태도를 저리 바꿀 리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카론에게도 자존심은 있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했는데, 이대로 자존심을 굽히고 시후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흥, 됐다!”

“오호, 듣고 싶지 않다는 거야?”

“그래. 필요 없다.”

“그래? 뭐, 그렇다면.”

한쪽 안면이 꿈틀대는 것이 그가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카론이 필요 없다니 시후는 그대로 입을 닫았다.

빠득-

시후가 입을 닫고 주변 경관을 구경하듯 고개를 돌리자 카론의 이빨을 가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카론은 그 뒤로 입을 열지 않고 노를 젓는 것에 집중했다.

그 사이 마이클은 메시지 창을 열었다.

- 저대로 둘 거야?

- 안 두면?

- 아니. 저대로 두면 다음 시련의 난도가 엄청나게 올라갈 것 같아서 걱정되니 그러지.

- 뭐, 그래 주면 나야 고마운 거고.

시후의 마지막 메시지에 마이클은 시후를 돌아봤다.

진심이냐는 눈빛이었다.

휙휙-

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박초연에게 말하기도 했지만 시후는 난도가 오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Safety World에서 퀘스트 난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받을 보상이 크다는 말이니 말이다.

시후는 앞으로 빠른 성장을 위해 되도록 난도 높은 퀘스트만 골라 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런 시후의 노림수에 풍덩 하고 다이빙한 카론.

“크, 크큭. 두고 보자.”

다음 시련에 엄청난 난도를 올렸다.

정확히는 다른 시련에 투자할 난도까지 모두 이번 시련에 투자했다.

그 결과.

쿠화아아-

“…? 미친.”

마이클이 진땀을 흘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카론이 향하는 그곳은, 하늘 끝까지 닿을 정도로 엄청난 높이의 화염이 춤을 추는 곳이었다.

“자, 드디어 세 번째 시련이다. 이곳은 내가 다음 장소까지 가는 동안 살아만 있으면 된다.”

띠링-

[‘저승의 강’ 세 번째 시련에 들어섭니다.]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 : 다음 목적지까지 생존하기.]

[퀘스트의 공정함을 위해 배의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세 번째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후는 빠르게 메시지를 읽고는 앞을 주시했다.

점점 다가갈수록 그 열기에 꽁꽁 얼어 있던 코퀴토스 강의 얼음이 녹는 것이 보였다.

무엇으로도 녹지 않을 듯했던 그 얼음조차 녹일 정도로 엄청난 화염이었다.

시후와 마이클의 달라진 표정에 카론은 신이 났는지 연신 입을 놀렸다.

“이곳은 불길의 강 ‘피리플레게톤’이라 한다. 행운을 빌지.”

피리플레게톤, 불길의 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듯 강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물이 흐르는 게 아니라 불길이 흐르고 있다.

평소 죽은 자가 지날 때면, 그의 영혼은 이곳에서 불타 정화된다.

살아 있는 유저가 찾을 때면, 높은 기온으로 지나가는 이들의 진을 빼놓은 후 영혼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카론의 개입으로 인해 이곳은 그야말로 불지옥이었다.

쿠화아아-

카론은 자신의 절대 영역인 배에 힘을 실어 몸을 보호했다.

아무리 그라도 지금의 화염을 아무 대비 없이 견디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카론은 웃었다.

비록 궁금증은 풀지 못했지만 시후를 불태워 죽이는 것으로 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뱃머리가 드디어 피리플레게톤에 들어서자 시후는 마이클을 봤다.

“넌 어떻게 버틸 거냐?”

“내 직업이 뭐냐.”

“광전사? 아! 뭐, 고생해라.”

마이클의 직업이 광전사라는 말에 시후는 그가 어떻게 이 화염지옥을 견디려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이클은 불길이 지척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는 불길이 몸에 닿자.

“크아악! 광폭화!”

괴성을 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광전사의 히든 스킬 중의 하나인 광폭화.

자신의 체력을 깎는 대신에 공격력과 방어력을 극대화하는 스킬이다.

다른 광전사라면 위급할 때나 적에게 치명타를 날릴 때 쓰는 스킬이지만 마이클은 달랐다.

그는 깎이는 체력을 그대로 충전해줄 포션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난 재력으로 무한에 가까운 포션의 양을 말이다.

피리플레게톤의 화염에 체력이 깎이는 것을 광폭화를 통해 방어력을 높여 방어하면서, 광폭화로 인해 줄어드는 체력을 체력 포션을 마시며 버티는 것이 마이클의 계획이었다.

시후는 나름대로 버티기 시작하는 마이클을 보며 걱정을 덜었다.

‘혹여나 마땅한 방법이 없으면 좀 도와주려 했건만.’

자신을 포함해 마이클 한 명쯤은 지킬 수 있는 무공을 얼마든지 가진 시후였다.

그런데 딱히 마이클을 지켜주지 않아도 되니 시후는 쉽게 가기로 했다.

“어디, 오랜만에 사우나 좀 즐겨볼까? 초극화신(超克化神).”

천마열화장이 극성에 다다르면 본신을 화신(火神)으로 변하는 무공을 펼쳤다.

쿠화아-

시후가 스스로 불길로 변하는 순간 배는 순식간에 피리플레게톤의 화염에 휩싸였다.

“크하, 하하! 너희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이 불길에서만큼은… 뭐, 뭐냐?!”

카론은 화염에 휩싸여 재가 되어버릴 둘을 비웃을 마음으로 입을 열다가 시후와 마이클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포션을 무슨 음료수 마시듯 쪽쪽 빨아 마시는 마이클이야 그렇다 치지만 시후의 모습만큼은 이성의 끈을 놓기에 충분했다.

“후우, 후끈하니 좋구나~.”

시후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자세로 뱃머리에 몸을 기대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 화염을 즐겼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피리플레게톤의 불길을 손으로 뜨더니 제 몸에 붓고 있었다.

“어, 허! 시원하다!”

“…미친.”

카론은 지금 이곳이 피리플레게톤인지 어디 지상에 있는 대중목욕탕인지 헷갈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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