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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29화 (229/275)

제229화

“어서 와요.”

“안녕하십니까, 마이클 케네디입니다.”

케네디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윤여정에게 내밀었다.

“고마워요, 이런 이쁜 꽃은 오랜만에 받아보네요. 호, 호호.”

“아닙니다. 어머니의 미모에 꽃이 시드는 것 같습니다.”

“어머?! 마이클이야말로 핸섬한 외모만큼 말치레가 좋으시네요.”

“진심입니다. 하, 하하!”

시후는 어머니와 마이클이 문 앞에서 덕담을 주고받자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봤다.

“엄마?”

“어머, 내 정신 좀 봐. 어서 들어와요.”

윤여정은 시후의 부름에 둘을 집 안으로 들였다.

시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던 마이클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어머님이 너무 미인이시잖아.”

“그게 뭐?”

“그냥, 그렇다고.”

“…….”

시후는 순간 마이클에게 독안공을 사용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혹여나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라도 펼치고 있다면 대가리를 부수어버릴 생각이었다.

‘뭐야… 이 자식.’

그런데 독안공으로 알아낸 마이클의 속내는 너무나도 의외였다.

“어서 오게.”

“안녕하십니까, 마이클 케네디입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강인이 일어나 마이클을 반겼다.

마이클은 강인이 내민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활짝 웃었다.

“시후가 누구를 닮아 저리 잘생겼나 했더니 모두 아버님을 닮아서였나 봅니다.”

“이 친구, 생긴 것답게 보는 눈이 있구먼?”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마이클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시후 역시 어머니와 아버지의 외모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은 인정했다.

본래도 한 외모 하시던 분들이었지만 시후가 추궁과혈을 해준 뒤로는 그 외모가 더 빛을 발했다.

시후는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외모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마이클에 어깨를 으쓱였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그랬다.

마이클은 그저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한 동경심이 유달리 남다를 뿐이었다.

그 기준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부합한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였다.

즉, 한 미모 하는 윤여정과 강인에 마이클은 신났다.

“갑작스러운 방문이라 준비한 게 없지만, 이거라도 들어요.”

윤여정은 주방에서 사과를 내왔다.

그러자 강인이 후다닥 달려갔다.

“이런, 홑몸도 아닌데 이렇게 무거운 거는 나를 시키라니까.”

“어머? 팔불출도 아니고. 손님도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누가 봐도 임신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배가 부풀어 오른 윤여정을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보는 강인이었다.

다른 이들이 봤다면 깨가 쏟아진다거나 닭살이 돋는다며 한마디를 했을 터였다.

하지만 시후는 그러지 않았다.

동생이 어머니의 뱃속에 자리한 이후 두 분을 볼 때면 언제나 저런 모습이었기에 익숙해졌다.

“전 괜찮아요. 그보다 마이클과 캡슐방에 갈게요.”

시후가 마이클을 데리고 집으로 온 이유.

바로 Safety World를 하기 위해서였다.

마이클이 제갈 세가 수련실을 벗어나며 시후에게 한 말.

- 가장 성능 좋은 캡슐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시후가 아는 한 가장 성능 좋은 캡슐이 있는 곳은 당연히 S.W SOFT였다.

하지만 마이클은 미국 국가 대표 프로게이머.

적인 그를 본진에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S.W SOFT 다음으로 성능 좋은 캡슐이 있는 곳인 본가로 왔다.

시후가 마이클을 끌어당기자 마이클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그래. 너무 오래 하지는 말고~.”

“네. 적당히 하고 나올게요.”

적당히 할 마음은 없었지만,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대답했다.

그리고 이 말 때문에 마이클은 뜻하지 않게 시후에게 학을 떼게 된다.

마이클은 시후를 따라가며 생글생글 웃었다.

“왜 그렇게 웃지?”

“마마보이? 어머니 말씀이라면 꼼짝을 못 하네?”

“…….”

움찔-

마이클은 찰나 스치고 지나간 시후의 살기에 흠칫했다.

“조크야, 조크. 농담 두 번 했다가는 내 머리라도 부수겠어?”

“…….”

“어이, 어이. 진짜 그런 생각한 건 아니지?”

“헛소리 그만하고 들어가.”

마이클은 시후의 눈빛에 농담은 자제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캡슐방으로 들어섰다.

“뭐야, 진짜 신형이잖아?”

마이클은 캡슐을 보는 순간 그것이 가장 최근에 나온 것임을 알았다.

시후는 일전에 S.W SOFT에서 발매 예정이던 캡슐을 벌써 집에 들여놓았다.

물론 이게 한두 푼 하는 것은 아니어서, S.W SOFT 프로게이머로 계약하면서 증정받았다고 부모님께 둘러댔다.

그렇게 마련된 10대의 캡슐들.

가운데는 시후의 상징인 금색과 붉은색으로 멋들어지게 덧칠을 해놓은 캡슐이 있었다.

그 양쪽으로 늘어선 캡슐들을 둘러보던 마이클은 무언가 발견했다.

“자네 주변에 있는 이들은 모두 Safety World를 하나 봐?”

캡슐 옆에 적힌 이름표를 마이클이 가리켰다.

부모님의 성함부터 태산과 인호를 비롯해 조민과 진지춘까지.

마이클이 만나본 이들의 이름 모두 지정 캡슐이 있었다.

시후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캡슐을 가리켰다.

“저거 사용해.”

“그럼, 저건 앞으로 내 것인가?”

“아니. 저건 그냥 손님용.”

“이곳에 내 캡슐도 있으면 좋겠는데….”

“헛소리 말고 접속하면 바니힐 마을로 와.”

마이클의 진심을 시후는 장난으로 넘겼다.

마이클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캡슐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둘은 Safety World에 접속해 바니힐 마을에서 만났다.

바니힐 마을 광장에서 마이클과 만난 시후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마이클의 모습에 입을 쉽게 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클의 캐릭터는 시후의 상상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키는 190은 되어 보이는 장신에 보디빌더를 연상할 만큼 탄탄한 근육을 가진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그 탄탄한 근육을 자랑이라도 하듯 상체는 헐벗은 상태였다.

거기에 등 뒤에는 자신의 키보다 큰 대검.

Safety World에서 이런 특징을 보이는 캐릭터는 단 하나였다.

“너… 광전사였어?”

Safety World에서 가장 키우기 힘든 캐릭터 중의 하나가 바로 광전사였다.

HP를 힘으로 바꿔 싸운다는 광전사는 많은 포션을 필요로 했기에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마이클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힘 좀 쓴다는 케네디 가문.

포션값 정도야 용돈보다 못할 거였다.

마이클은 시후가 자신의 캐릭터를 바로 알아채자 건치 미소를 보였다.

“어. 멋지지?”

마이클은 두 팔을 번쩍 들어 근육이 잔뜩 부풀어 오르도록 힘을 주었다.

투둑-투둑-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힘줄이 지렁이처럼 삐져나왔다.

3초에 한 번씩 바꿔가며 보디빌더 자세를 취하는 마이클에 시후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얘도 정상은 아니야.’

현실에서는 그렇게 핸섬한 이미지였으면서 Safety World에서는 이렇듯 자유분방한 모습이라니.

마치 현실에 대해 한풀이를 하는 듯해 보였다.

“뭐, 실력만 확실하다면 그만이지만. 그래서 레벨이 몇이지?”

시후는 생긴 거야 어떻든 이번 퀘스트를 하는 데 그가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적어도 명계에 들어가 주변 이목을 끌어줄 정도의 힘은 있어야 했다.

능력 테스트를 하기에는 어머니와 저녁 약속이 있어 레벨을 물은 거였다.

“Lv. 411.”

“…뭐? 얼마?”

시후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Lv. 411이라니. 지금까지 시후가 만난 이들 중에 가장 높은 레벨이었다.

시후의 놀란 반응에 마이클은 건치 미소를 보이며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공유했다.

종족 : 인간

직위 : 귀족

직업 : 광전사

스텟 정보까지는 공유해주지 않았지만, 레벨 확인은 확실히 되었다.

“어때? 이 정도면 같이 다닐 만하지?”

“그러게.”

“그럼, 자네 스테이터스 창도 보여주지?”

마이클은 나도 보여줬으니 너도 어서 보여달라며 말했다.

하지만 시후는 그럴 수가 없었다.

힘이야 우위에 있지만, 저보다 낮은 레벨을 보여주는 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파티 신청이나 받아.”

시후는 마이클의 요구를 일축하고는 파티 신청을 했다.

지금부터 들어갈 명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파티를 맺어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거였다.

마이클이 파티 신청을 받아들이자 시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내 어깨에 손 올려.”

툭-

시후가 꺼내 든 ‘다중 이동 스크롤’을 본 마이클은 순순히 따랐다.

“그런데 어디로 가려고?”

“명계로 들어가는 데 도움 줄 녀석이 있는 곳.”

지익-

다중 이동 스크롤을 찢자 둘은 흰색 빛에 감싸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둘이 있던 자리에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이 자리했다.

그중에 한 명은 바닥을 쓰다듬더니 다른 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추적해라. 나는 보고를 하러 갈 테니.”

“네.”

보고하러 간다는 이만 남겨 놓고 다른 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원을 그렸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흰빛이 그들을 감싸며 사라졌다.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이는 홀로 남아 주변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더니 빠르게 한쪽으로 걸어갔다.

바니힐 마을의 골목 중에도 가장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선 그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처음 와보는 곳이 아니라는 듯 그는 익숙한 발걸음이었다.

그가 들어오자 술집 바텐더는 고개를 까딱여 지하실 문을 가리켰다.

이에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지하실로 들어갔다.

똑똑똑-

“들어와.”

들어오라는 말에 그는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한창 서류를 정리하는 한 여성이 있었다.

그는 여성 가까이 다가가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렸다.

여성이 자신에게 눈길을 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성은 그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뭐해? 왔으면 바로 보고해야지?”

“네. 그가 다른 동료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나 어둠의 숲으로 향했습니다.”

“동료? 일전에 같이 다니던 녀석들이야?”

“아닙니다. 처음 보는 녀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여성은 들고 있던 펜을 놓으며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뭐?”

“그 동료에게서 상당히 강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강한 기운? 어느 정도?”

“제국의 방패에 버금가는 기운이었습니다.”

“뭐?!”

제국의 방패란 그레이스 제국의 수문장.

폴 그레이스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는 제국의 3황자이면서도 황위를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 기사단에 들어간 인물이었다.

제국에서는 그런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가 보인 힘에 그를 내칠 수는 없었다.

그의 힘은 당연히 본인의 무력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술, 통솔, 무력. 이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그는 전쟁의 신이라 불릴 정도였다.

얼마 전 그레이스 제국을 침공한 골렘 군단을 저지하는 데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일은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리기에 충분했다.

“골렘 군단을 혼자 막은 제국의 방패에 버금가는 실력자가 그를 돕는다?”

“네. 아무래도 그분께 보고를….”

짝-

찰진 소리와 함께 로브를 뒤집어쓴 이의 머리가 돌아갔다.

언제 일어났는지 여성이 그의 뺨을 후려친 거였다.

남자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화끈함에도 곧장 몸을 바로 하며 고개를 숙였다.

“생각 좀 하고 말해. 지금 그 사실을 그분께 말씀드리면? 내가 무능하다는 소리를 하라는 것과 같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소리 말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내놔.”

“지금 수하들이 이미 그들을 추적 중입니다.”

“잘했네.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가 직접 가야겠어.”

“…! 준비하겠습니다.”

남자는 직접 움직이겠다는 여성의 말에 무언가 반박하려다가 매서운 그녀의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둘의 대화가 끝나자 남자는 준비를 위해 지하실을 떠났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여성은 한쪽 벽으로 걸어가 걸려 있는 거울을 봤다.

그녀는 자기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꿀렁꿀렁-

그러자 얼굴의 근육이 뒤틀리며 꿈틀대더니 달라졌다.

“이 얼굴이 그가 기억하는 얼굴이었지?”

그렇게 나타난 그녀의 얼굴은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핼쑥했고, 눈은 퀭했다.

그녀는 벽에 걸려 있던 흰색 로브를 몸에 걸치고는 다시 한번 거울을 보며 확인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완벽한지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하는 얼굴치고는 완벽하네. 그럼 천마님, 기다리세요. 지젤이 갑니다.”

그랬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은 시후와 안면이 있는 헤라 신전의 신관, 지젤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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