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는 천마님-225화 (225/275)

제225화

시후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너희에게 제안을 하나 하지.”

“…….”

“어차피 너희 둘의 힘을 보기로 하였으니 따라와.”

“어딜….”

어디로 따라오라는지 묻는 평치혁의 눈에 조민이 보였다.

조민은 어느새 움직여 수련실 문을 열고 있었다.

그곳을 향해 시후가 걸어갔다.

누가 봐도 시후가 말한 곳이 그곳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셋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시후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 그를 따르는 것은 호랑이 굴에 따라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누가 미치지 않고서야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시후는 그런 셋에게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말을 던졌다.

“너희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거라.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스윽-

시후는 뒷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슬쩍 돌려 셋을 봤다.

그의 눈에는 다른 감정은 전혀 없었다.

오직, 살의만 보였다.

한순간에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시후의 살기에 셋은 호흡도 잊었다.

다행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조민이 있었다는 거였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세요. 각오를 다지지 않으시면 정말 마지막이 되실 수 있어요.”

“아….”

조민의 말에 셋은 긴 한숨을 토했다.

조민이 말을 돌려 하기는 했지만, 자신들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었다.

“좋아, 호랑이 굴이든 아가리든 들어가 주지. 대신, 레이디는 빼지?”

마이클이 호탕하게 말하며 박초연을 가리켰다.

뭐든 따라줄 테니 박초연만 빼달라는 의사 표현이었다.

시후는 당당하게 조건을 내거는 마이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곳이 어떤 곳인지 아나?”

“뭐?”

“저곳은 내가 힘을 써도 다른 데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곳이다.”

“……?”

마이클은 시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힘을 쓰면서 왜 주변의 피해를 걱정해야 하나 싶은 그때 시후가 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시후의 손에 휘감겨 치솟는 기운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는 S.W SOFT 박초연의 사무실에서 평치혁에게서 느꼈던 기운이었다.

꽃내음이 가득한 기운.

시후는 손끝에 자하의 기운을 담았다.

“낙화단검(落花斷劍)이라 한다.”

“그건….”

평치혁은 낙화단검을 한눈에 알아봤다.

자하신공 초반부에 있는 검결로 꽃잎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리는 것을 표현한 검결이었다.

하지만 저런 위세를 보이다니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시후가 보이는 기세는 아무리 거대한 태산이라도 반으로 잘라버릴 듯했다.

마이클 역시 그 기세를 느꼈다.

자하신공이든 뭐든 간에, 모르겠지만 시후가 손에 깃든 힘을 내려치는 순간 자신들은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변은 초토화가 될 것이다.

서울 한복판이 반으로 잘리는 결과를 가져올 만한 힘이었다.

“난 이 힘을 이곳에서 보여도 상관없다만?”

“…….”

박초연을 빼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사를 무섭게도 표현하는 시후였다.

만약 셋 중에 누구라도 빠진다면 시후는 저곳이 아닌 이곳에서 힘을 쓰겠다는 뜻이었다.

“드, 들어가겠어요.”

시후의 말에 대답한 것은 박초연이었다.

박초연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마이클과 평치혁보다 먼저 걸어갔다.

그녀의 두 눈에는 각오가 보였다.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맞지요.”

“당연하지. 너희들은? 레이디 뒤에 숨어만 있을 생각인가?”

시후는 박초연이 다가오자 일으켰던 기운을 거두었다.

그러자 마이클과 평치혁이 박초연 앞으로 날아왔다.

“초연 씨, 제 뒤에 계시면 안전합니다.”

“들어가면 구석에 있어.”

둘은 박초연을 걱정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드디어 셋이 수련실로 다가오자 시후 역시 몸을 돌려 수련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두가 수련실로 들어갔다.

마이클과 평치혁은 수련실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생각보다 넓군.”

마이클의 말대로 수련실은 외부에서 봤을 때보다 넓어 보였다.

족히 200평은 되어 보이는 넓이로 수련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시후는 그들이 수련실을 둘러보는 사이 조민을 불렀다.

그리고는 조민과 자신 사이에 음막을 펼쳤다.

조민은 갑자기 시후가 왜 그러나 싶었지만, 이내 시후가 음막을 펼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마이클을 의식한 것이리라.

내공과는 다른 마나라는 것을 사용하는 소드마스터.

전음을 엿들을 수 있는 수단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음막을 펼친 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후 곁에 바짝 다가갔다.

시후는 그런 조민의 행동에 만족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음막이 펼쳐져 있기에 소리가 전혀 새어 나가지는 않았지만 급변하는 조민의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오빠,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세요?”

“어. 그러니 저 팔푼이 녀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잘 챙겨.”

“하아… 진짜 오빠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조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후는 음막을 거두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할 말은 끝났으니 가서 시킨 일이나 하라는 거였다.

조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제갈 상민과 함께 구석으로 물러났다.

“어때? 잘 만들어졌지?”

시후는 수련실 중앙에 있는 셋에게 걸어갔다.

셋은 시후가 다가오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그를 주시했다.

“느꼈을 거야? 웬만한 충격에는 부서지지 않을 곳이라는 것을 말이야.”

“확실히….”

둘은 시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밖에서 시후가 보였던 낙화검의 기운으로도 이곳을 부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 말은 시후가 힘을 쓰는 데 망설임이 없으리라는 것이고 자신들은 긴장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마이클과 평치혁은 긴장감을 고양했다.

그러면서 박초연을 자연스럽게 뒤로 물렸다.

“아무래도 너희가 최선을 다하게 하려면 너는 좀 물러나 있어야겠다.”

“아닙니다.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물러나라는 시후의 말에 박초연은 앞으로 나서려 했다.

각오를 다졌으니 의지를 내보이는 거였다.

하지만 시후의 살기에 걸음을 떼지는 못했다.

“뭣하면 지금 당장 너부터 처리하고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만?”

시후의 살기 어린 말에 마이클과 평치혁은 즉각 힘을 끌어올렸다.

마이클은 박초연의 사무실에서 보여주었던 오러 갑옷을 몸에 둘렀고, 평치혁은 검신 없던 검 자루에 자하의 기운으로 검진을 만들었다.

혹시 모를 시후의 움직임에 즉각 반응하려는 모습이었다.

시후는 그런 둘을 빤히 보다가 손을 까딱였다.

그러자 조민이 빠르게 다가왔다.

“언니, 지금은 물러나는 게 답이에요.”

“하지만….”

“그냥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말 들어요.”

조민의 직설적인 말에 박초연은 입술을 깨물며 마이클과 평치혁을 봤다.

마이클은 그녀를 향해 방긋 웃어줬다.

“물러나서 내가 저자를 어찌 요리하는지 구경하시오.”

그에 뒤질세라 평치혁도 입을 열었다.

“방해되니깐 물러나 있어.”

의미는 달랐지만 박초현이 물러났으면 하는 둘의 마음이었다.

박초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민이 이끄는 대로 구석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시후와 평치혁과 마이클만이 수련실 가운데 남게 되었다.

화악-

“크윽.”

“드디어….”

시후는 단숨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둘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시후의 기운에 등골이 오싹했다.

시후는 천마지기를 끌어올려 몸에 둘렀다.

마이클이 오러로 갑옷을 만들었다면 시후는 천마지기로 의복을 맞춰 입은 것 같았다.

그러고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 허리띠를 풀었다.

챙-

그러자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무혈검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신부터 검파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무혈검의 모습과 천마지기로 몸을 감싼 시후의 모습은 어둠 그 자체였다.

마이클과 평치혁은 단지 기운을 일으켜 무기를 들은 것뿐인데 시후의 기운에 압도되고 있었다.

특히, 마이클은 밤섬에서 있었던 일로 시후를 평가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미칠 정도였다.

감히 자신이 뭐라고 시후를 평가한단 말인가.

지금 그가 내뿜는 기로만 봐도 자신보다 위였다.

하지만 여기서 꼬리를 내릴 수는 없었다.

시후의 기세에 지기 싫다는 듯이 기운을 일으키는 평치혁 때문이었다.

그의 기운 역시 처음 박초연의 사무실에서 느꼈던 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시후에게 비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마이클은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스터 평, 뒤를 부탁하지.”

“뒤지지나 말아라.”

단 한마디였지만 둘은 이미 서로가 어찌 움직여야 하는지 계획을 나누었다.

마이클은 오러를 최대한 끌어올려 머리까지 감쌌다.

이제는 붉은색 전신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거기에 마이클의 손에는 어느새 붉은색 오러소드가 쥐어져 있었다.

“GO.”

쾅-

마이클은 시작을 알리는 기합과 함께 땅을 박찼다.

선수 필승이라는 생각으로 공방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마이클이 땅을 박차는 순간 시후가 무혈검을 내질렀다.

“무혈일식(無血一式). 천관검(天貫劍).”

신검합일의 기운이 담긴 거대한 기운이 순식간에 마이클을 덮쳤다.

마이클은 거대한 기운이 자신을 찔러오자 반사적으로 오러소드로 앞을 막았다.

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마이클이 처음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나마 오러로 수련실 바닥을 붙잡았기에 이곳에서 멈춘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벽에 처박혔을 거였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마이클의 오라 갑옷의 반이 사라졌다.

“크윽.”

마이클이 신음을 흘리며 다시 한번 시후의 실력에 이를 가는 그 순간.

“낙화유수(落花流水).”

촤라락-

어느새 시후 머리 위로 이동한 평치혁이 검을 휘둘렀다.

수백 개의 매화 꽃잎이 평치혁이 휘두르는 검의 방향에 따라 시후에게 향했다.

향긋한 매화향과 함께 꽃잎이 시후의 몸에 닿으려는 그 순간 시후가 무혈검을 치켜들었다.

“무혈이식(無血二式). 역지검(逆地劍).”

촤악-

대지를 모두 뒤집어엎을 듯한 기운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낙화유수를 펼치던 평치혁은 매화잎을 집어삼키며 치솟는 기운에 깜짝 놀라 검을 앞으로 내세우며 기운을 쏟았다.

“매화벽(梅花壁).”

자하신공의 기운을 가득 담은 매화벽이 평치혁 앞에 드러났다.

하지만 시후의 역지검은 그런 매화벽쯤은 가소롭다는 듯이 단숨에 부수어버렸다.

“매화호우(梅花豪雨).”

평치혁 그럴 거라 예상했는지 이미 다음 검결을 펼쳤다.

낙화유수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거센 매화 잎의 비가 떨어져 내렸다.

쾅-

“크윽!”

하지만 이마저도 시후가 쳐올린 역지검의 기운을 모두 상쇄하지 못했는지 평치혁은 가벼운 내상과 함께 튕겨 나갔다.

평치혁은 허공에서 몸을 이리저리 회전하여 균형을 유지하고는 천정을 발로 차고 땅에 내려섰다.

마이클과 평치혁이 번갈아 펼치는 공수에 시후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최선을 다해라. 그렇지 않으면 목이 떨어질 거다.”

“칫.”

평치혁과 마이클은 시후의 말에 혀를 차며 동시에 뛰쳐나갔다.

이번에도 마이클이 먼저 손을 썼다.

마이클은 달려 나가던 기세를 멈추고자 두 다리를 땅에 순간적으로 고정했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로 몸이 앞으로 꼬꾸라질 정도의 충격이 마이클의 전신을 감쌌다.

그 순간 마이클은 오러소드를 두 손을 쥐어 그 힘을 더했다.

“라이징소드.”

마이클은 오러소드를 내지르며 튕겨 나갔다.

덕분에 처음 달려 나가던 속도의 세 배는 빠르게 시후에게 다다랐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어느새 지척에 다가온 마이클을 확인한 시후는 무혈검을 바짝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아주 가볍게 뒤로 슬쩍 뛰어올랐다.

덕분에 생긴 마이클과의 작은 그 틈에 시후는 무혈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 긋기를 했다.

“검마삼식(劍魔三式). 단뢰(斷雷).”

검마의 삼재검법의 두 번째 초식인 단뢰였다.

아무리 빠른 번개라도 반으로 가를 기운이 마이클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마이클은 속도에 속도를 더한 라이징소드 덕분에 몸을 멈출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러를 최대한 끌어모아 목을 보호하는 거였다.

그마저도 단뢰가 목에 닿기 전에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크아악!”

마이클이 기합을 토하며 오러를 목에 모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모은 기운만으로는 단뢰를 막을 수 없다는 걸 그도 알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은 그때 평치혁의 검이 나타났다.

“이화접목(移化接木).”

평치혁은 극성까지 끌어올린 자아신공의 기운을 가득 담아 이화접목을 펼쳤다.

극강의 빠름에 대항하기 위해 아직 미완성인 이기어검(以氣馭劍)의 식까지 펼쳐서 말이다.

덕분에 시후가 펼친 단뢰는 부드러운 꽃잎에 이끌리듯 흔들거리더니 마이클의 목이 아닌 머리카락을 자르고 지나갔다.

덕분에 목숨을 건진 마이클은 오러소드로 평치혁의 검을 튕겨 돌려주었다.

“땡큐.”

“유웰컴이다.”

둘은 어느새 전우애라도 생긴 것인지 서로를 다독였다.

시후는 그런 둘을 보며 피식 웃었다.

“좋아, 좋아. 점점 좋아지고 있구나.”

“흥.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나 보자고.”

마이클이 말이라도 지기 싫다는 듯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시후는 그런 마이클을 빤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기 하나를 하지.”

“뭐?”

뜬금없이 이 상황에 내기라니.

헛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안 들을 수가 없었다.

평치혁은 조금 전 충격으로 가벼운 내상을 입었고 마이클 역시 오러를 급히 운용하느라 마나 심장이 쿵쾅거리는 중이었다.

둘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시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앞으로 삼 초식. 그 안에 너희를 제압하지 못하면 내가 진 것으로 하지.”

“뭐야?!”

“대신 그 안에 너희를 제압한다면.”

“…….”

척-

시후는 평치혁을 무혈검으로 가리켰다.

“너는 무박 나흘 수련.”

“헉!”

시후의 말에 평치혁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집어삼켰다.

마이클은 무박 사일 수련이 무엇인데 그가 저러나 싶을 때 시후의 무혈검이 마이클을 가리켰다.

“너는 노예 나흘.”

“뭐야?!”

노예가 무엇인지 모를 마이클이 아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며 소리치고 싶었지만 둘의 대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시후의 무혈검이 움직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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