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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22화 (222/275)

제222화

사실 시후는 심통을 좀 부려본 거였다.

자신보다 먼저 로그아웃한 리암에게 분풀이라도 하듯 제니를 골탕 먹이려는 거였다.

강인 병원에 있을 때도 종종 제니를 골탕 먹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녀의 등을 살짝 찌르고는 모른 척을 한다거나 매운 것을 단것처럼 속여 맛보게 하는 정도였다.

당황하고 화를 내는 제니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기억이 있어 시후는 그런 제니의 모습을 다시 보며 힐링을 하려 했다.

그래서 제니가 당황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나 찾던 중에 미국 프로게이머들을 떠올린 거였다.

그들의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면 제니가 당황할 것 같아서였다.

혹여나 보여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았고 말이다.

그렇게 보면 보는 것이고 말면 마는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의 영상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제니가 보여준 영상은 총 5명.

첫 번째 녀석의 영상부터 화려했다.

“얘는 마법 캐스팅을 하네? 그런데 검을 쓰고?”

“직업이 마검사예요.”

마검사라는 녀석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녔다.

끊임없이 스파크가 튀는 한쪽 손을 보니 전격 마법을 캐스팅하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적에게 가는 길로 사용했다.

덕분에 미친 속도감으로 검을 휘둘러댔다.

상당한 전투 센스가 엿보이는 녀석이었다.

다음 영상은 마검사와는 전혀 다른 영상이었다.

“얘는 무투가야? 어떤 방어구도 착용 안 했네?”

“이분 직업이 힐러예요. 그런데 격투기를 너무 좋아하셔서 이렇게 맨몸으로 싸우세요.”

“저렇게 싸우다가 다치면 스스로 치료하고?”

“맞아요.”

“…정상이 아니네.”

힐러인데 무투가란다.

그것도 방어구 대신 도복 하나를 입고, 다치면 스스로 치료하는 무투가.

“아무리 통각을 통제한다고 해도 저 상태로 얻어맞으면 아플 텐데?”

“아프죠…. 아픈데…, 저 사람은 그걸 즐겨요….”

“뭐?”

“저 사람 ‘M’이에요.”

“그게 뭔데?”

“오빠, 정말 몰라요?”

시후가 정말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제니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조금 전까지는 세상 거칠 것 없다는 듯 강자의 면모를 보이더니.

지금은 세상 순수한 영혼을 지닌 것처럼 자신을 쳐다보니 말이다.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는 시후의 매력에 제니는 빠져들었다.

“크흠, 그러니까. 이 사람 마조히스트예요.”

“마조?!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마조히스트라는 단어는 시후도 알고 있는 단어였다.

시후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극도로 싫어하는 부류가 바로 그런 부류였다.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성적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그들.

시후는 저도 모르게 떨려오는 오한에 서둘러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제니는 그런 시후의 모습에 풉하고 웃더니 다음 영상을 설명했다.

“이 세 명은 한 팀으로 움직이는 이들이에요.”

“팀전에 나올 확률이 높겠네.”

“맞아요. 이들 별명은 삼총사로 셋이 움직이면 일천 명의 위력을 낸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예요.”

“오….”

제니의 설명과 함께 보이는 영상에 시후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비천대와 비교할 만한데?’

비천대가 익힌 비천화벽진 역시 일천에 달하는 오크를 막은 적이 있었다.

그때 살짝 버겁게 상대했지만, 개개인의 실력이 향상된 지금은 가볍게 막을 것이다.

그런 비천대와 삼총사를 비교했을 때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삼총사가 한 수 위였다.

일단 삼총사 개개인의 레벨 자체가 비천대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비천대가 익힌 비천화변직이 정적인 진법인 데 반해 삼총사가 운용하는 진법은 상당히 유동적인 면이 있었다.

마치 셋이 한 몸이 된 듯이 움직였다.

지금 보는 영상에서도 자이언트 골렘이 휘두른 팔에 셋은 한 몸처럼 내달렸다.

그리고 시후가 삼총사에게 가장 큰 점수를 준 것은 그들의 연계였다.

개개인의 스텟이 상당히 비슷한 것인지 누구는 방어만 하고 누구는 공격만 하고 그러지 않았다.

자유롭게 공수 전환을 하며 적재적소에 공과 방을 나누었다.

시후는 그들의 영상을 보며 그에 대적할 인물들을 떠올려봤다.

‘개인전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만한 녀석들이 있는데…, 팀전은 무리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하는 팀전에서 저 셋을 상대하기는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시후가 팀전에 나가 저들을 상대한다면 될 수도 있었지만, 월드 오브 리그전의 규칙상 그럴 수 없었다.

“개인전에 출전하는 사람은 팀전에 출전할 수 없다니. 그런 빌어먹을 규칙을 만든 녀석이 누구야?”

시후는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규칙을 만든 놈을 욕했다.

그러자 제니가 의외라는 듯이 시후를 쳐다봤다.

“오빠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거 아니었어요?”

“뭐?”

눈을 껌뻑이던 제니는 커뮤니티 영상을 종료하고 다른 영상을 재생했다.

그 영상에는 시후도 익히 아는 얼굴이 나왔다.

* * *

박초연은 그동안에 밀린 업무를 위해 S.W에 출근했었다.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일한 덕분에 오늘 분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월드 오브 리그전을 치를 지형을 준비하는 업무는 꽤 힘들었다.

“하… 왜 박철 사장님은 그런 규제를 걸어서….”

자신이 오늘 이렇게 고생고생해 지형을 새로 만든 모든 원인은 박철 사장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철 사장은 그동안 자신이 바빴다는 핑계로 박초연에게 일절 언급도 없이 어제 폭탄선언을 했었다.

“월드 오브 리그전 규칙을 5판 3선승제로 하고 두 판은 팀전, 세 판은 개인전으로 하며, 개인전에 출전한 선수는 단체전에 출전할 수 없다니….”

어제 박철 사장이 공표한 월드 오브 리그전 규칙 내용이었다.

그래도 합리적이고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방안이었기에 따랐다.

덕분에 출근 후에 점심도 못 먹고 미친 듯이 업무만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퇴근 시간은 맞춰서 퇴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로비를 나섰다.

그런데 그런 박초연의 발목을 잡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시후였다.

박초연은 자기도 모르게 자석에 끌리듯 시후에게 다가가 어쩐 일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뜸 세상 잘생긴 외국인이 악수를 청해왔다.

이놈은 뭐지 하는 순간 그의 자기소개에 박초연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이클 케네디라니….”

마이클 케네디라는 이름은 Safety World를 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었다.

미국의 프로게이머이기도 한 그는 케네디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엄청난 성장세를 이루었다.

한국처럼 조그마한 회사가 프로게이머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 케네디는 ‘케네디’라는 이름으로 길드를 만들어 프로게이머를 육성했다.

덕분에 그가 Safety World에서 이룩한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후의 업적도 만만치 않았지만 마이클 케네디는 선구자에 가까운 업적을 남겼다.

그 화려한 스킬 운영 방식과 길드원을 지휘하는 모습은 박초연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었다.

“리치왕의 무덤 공략 영상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 하하. 이렇게 아름다운 레이디가 제 영상을 좋게 봐주셨다니 어깨가 한껏 올라갑니다.”

둘은 로비에서 인사를 나눈 후 박초연의 사무실에 자리했다.

박초연은 영어로 대화하는 데 무리가 없어 편하게 마이클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도대체 이자가 왜 S.W SOFT에, 그것도 시후의 뒤를 졸졸 쫓아왔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때마침 마이클의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박초연은 은근슬쩍 물어보기로 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왜 이곳에 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강시후 씨가 오자고 해서 왔습니다만?”

“그게… 다입니까?”

“네~!”

끄덕끄덕-

무한 긍정의 격한 끄덕임을 더한 마이클의 시원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었다.

왜 마이클이 시후 님과? 둘이 무슨 관계? 왜 하필 이곳에?

“시후 님은 케네디 가문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궁금증이 커져만 가니 박초연이 결국 폭발했다.

마이클은 그런 박초연을 보며 웃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큰 돋보기안경을 쓰고 있어 S.W SOFT의 엔지니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후를 대하는 모습에 그녀가 어떤 위치에 있는 자인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마이클은 박초연을 여자로 느끼기 시작했다.

어딘가 살짝 모자란 모습이 평소 마이클의 주위에 배회하는 여성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느껴졌다.

“빈틈이 많으십니다.”

“네?!”

직설적인 마이클의 질문에 박초연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대뜸 여성에게 ‘빈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신사적인 단어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뜸 따지기에는 그의 뒷배가 너무나도 컸다.

박초연은 주먹을 움켜쥐며 분을 삭였다.

“제가 좀 덤벙대는 성격이라서요.”

“그러신가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빈틈이 많으시겠네요?”

또 빈틈. 반복적인 그의 말투에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초연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분을 삭였다.

“글쎄요. 그래도 이런 제 모습을 오늘만 보실 수 있어서 다행이시네요.”

“그럴까요? 저는 당신의 그런 빈틈 있는 모습을 또 보고 싶은데요?”

생글생글 웃으며 또 ‘빈틈’ 타령을 한 마이클에 결국 박초연이 참지 못했다.

“이봐요. 마이클.”

박초연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안경 뒤에는 차갑게 내려앉은 그녀의 표정이 있었다.

차갑다 못해 살기까지 일으킨 박초연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마이클은 순간 흠칫했다.

지금까지 쉼 없이 움직이던 입이 딱 멈췄다.

“…당신, 일반인이 아니군요?”

마이클은 박초연이 일으킨 살기에 그녀가 결코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클은 두꺼운 돋보기안경 뒤에 나타난 박초연의 맨얼굴에 놀랐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미인을 봤지만 박초연만큼 지적인 이미지의 미인은 보지 못했다.

살기등등한 얼굴 뒤로 그녀는 자신이 가진 능력에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리고 그 능력은 무력이 아닌 순수한 지식의 자신감이었다.

“마법을 배우셨다면 대성을 하실 수 있겠어요.”

마이클은 소드마스터가 되자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케네디 가문에 수많은 마법사를 봐온 마이클에게 상대방이 가진 지식의 정도를 알아보는 눈이 생긴 거였다.

마이클은 그 감각으로 수많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상대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마이클은 박초연이 뿜어내는 살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러링.”

마이클은 작게 속삭이며 미러링 마법을 사용했다.

기초적인 마법이지만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반사할 수 있는 것이 달라지는 마법이었다.

마이클은 미러링으로 박초연의 살기를 되돌려 보냈다.

박초연은 자신이 뿌린 살기가 되돌아오자 깜짝 놀랐다.

흠칫하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살기는 곧 폐를 압박했다.

“으….”

숨쉬기가 곤란해진 박초연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동안 박초연은 바쁜 일정 중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하 신공을 얻은 후 빠르게 성장한 평치혁이 24시간 붙어 있어서 그동안 등한시했던 무공을 다시 접했다.

틱틱거리지만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는 평치혁을 잠깐 떠올린 박초연은 단전에서 내공을 급히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폐를 압박하는 살기를 한순간에 토해냈다.

“핫!”

짝짝짝-

그 모습에 마이클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휘저어 마법진을 만들었다.

“그건…?!”

박초연은 Safety World에서나 보던 것을 현실에서 보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뿌리쳐 보세요. 마인드… 헉!”

파칭-

마이클은 박초연에게 ‘마인드 컨트롤’ 마법을 펼치려 했다.

그런데 폐부를 찌르는 듯한 살기에 마법진을 파훼했다.

그 살기는 박초연에게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뒤에서. 문밖에서 보내온 거였다.

하지만 박초연이 보낸 살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살기만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게 이런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강시후?!”

마이클은 시후가 Safety World에서 돌아온 거라 생각했다.

몇 시간 전에 본 그의 힘은 엄청났다.

그런 그가 이만한 살기를 내뿜는다면 각오를 다져야 했다.

마이클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나더니 몸에 오러를 둘렀다.

푸른색 오러가 몸을 휘감더니 마치 갑옷을 연상하는 모양이 되었다.

마이클은 혹시 모를 충격에 최소한의 대비를 한 거였다.

그와 동시에 사무실 문이 열리며 살기의 근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누구?”

악귀의 표정으로 들어온 그는 강시후가 아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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