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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18화 (218/275)

제218화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시후의 말에 조민은 깜짝 놀랐다.

조민은 설마 진심인가 싶어 시후를 돌아봤다.

시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

“오빠? 진심이세요?”

“당연하지. 그 정도는 줘야 내 무거운 엉덩이가 움직이지.”

“아….”

시후의 다소 거친 말투에 조민은 그가 작정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시후가 저렇게 말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함을 그간에 경험으로 알았다.

이미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그가 왜 마법을 배우려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가르쳐 달란다고 저들이 얼씨구나 하고 가르쳐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한순간에 제니와 마이클의 표정은 굳었다.

왜 매번 어려운 길만 골라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조민은 지괴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가능하겠어요?”

조민은 마이클에게 물었다.

제니의 설명대로라면 마이클에게 이번 일의 결정권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음….”

마이클은 대답 대신에 침음을 흘리며 시후를 응시했다.

그를 만난 후 가장 살벌한 눈빛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마이클이 입을 열었다.

“강시후, 너는 내가 네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면 가르쳐줄 것인가?”

“뜬금없이 무슨….”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라. 그렇다면 네가 내건 조건에 합당한 반응을 보이겠다.”

질문에 답을 하면 그것에 맞는 반응을 보이겠다니.

다소 오만한 태도였지만 지금 마이클이 보이는 기세에 상당히 어울리는 태도였다.

그만큼 마이클은 진지하다는 뜻이었다.

시후는 마이클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웠다.

“가르쳐줄 수는 있지. 하지만 배우는 것은 네 몫이지.”

당연했다.

그들의 말대로 마이클은 소드마스터이다.

그것도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는 이였다.

‘아마도 검마의 경지에 비슷하겠지.’

시후는 그가 천 년 전 검마와 비슷한 힘을 가졌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무림인이 아니다. 그것은 무공을 배우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네가 소드마스터이니 알 거야. 그 경지에서 다른 것을 배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렇다면 네게 묻겠다.”

“…….”

“너만 한 경지에 있는 자가 왜 마법을 배우려고 하는 것인가?”

“도움이 되니까.”

“도움? 너만 한 강자가 굳이? 차라리 그 시간에 네 무공을 갈고 닦는 게 낫지 않나?”

“그건 당연하지.”

“뭐?”

마이클은 어째서인지 자신의 질문과 시후의 대답이 뒤섞이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놓고서는 그것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시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시후는 마법을 배우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후는 마이클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자 조금 설명해주기로 했다.

“내가 필요하다기보다는 내 동료들이 필요한 거지.”

“동료? 옆에 저 아이를 말함인가?”

마이클이 조민을 가리켰다.

시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조민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나이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였다.

그렇다는 것은 그만큼 ‘마법’을 배우는 데 지장이 있다는 거였다.

시후는 마이클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

“뭐, 비슷해. 그들이 마법을 배운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것 같거든.”

“그럼, 그들이 배워야지 왜 네가 배우려는 것인가?”

“내가 배워야 내가 가르쳐 주니까.”

“응?”

마이클은 이번에도 시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옆에 있던 제니가 눈을 번뜩였다.

“오빠… 설마 지금 자신이 배워서 그들 입맛에 맞게 가르치겠다는 거예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우리 제니는 역시 오빠 마음을 잘 아는구나?”

시후는 제니를 보며 빵긋 웃었다.

하지만 제니는 웃을 수 없었다.

시후가 어떤 존재인지는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강한 무위와 더불어 신비로운 힘까지 가졌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마법은 그가 가진 능력과는 본질이 달랐다. 아무리 시후라고 해도 너무 허황된 발상이었다.

마이클 역시 제니와 같은 생각이었다.

둘의 그런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시후는 피식 웃었다.

“너희들이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을 봐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그 상식에 껴 넣지 마.”

“…….”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시후는 이야기가 길어지자 좋은 방안을 제시했다.

“나를 테스트해.”

“테스트요?”

“내가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인재인지 아닌지 말이야.”

“음… 좋아요.”

제니 역시 시후가 제시한 방법이 괜찮았다.

괜히 시간을 더 끌어봐야 고민만 많아지고 감정싸움만 할 것 같았다.

“대신, 테스트에 불합격이면 마법을 배우겠다는 억지는 그만두시는 거예요?”

“알았어. 어서 하기나 해.”

“알겠어요.”

제니는 자신감 넘치는 시후의 표정에 살짝 울컥했다.

오늘 처음 본 마법을 배우겠다는 시후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마법은 결코,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후…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마나’ 감응도부터 확인해야 해요.”

“오~케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알아서 해보라는 시후였다.

제니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시후가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특별한 장치가 있는 곳에서 해야 하지만, 간이로 제가 테스트할게요. 오빠, 손 줘요.”

제니는 테이블에 두 손을 올리고, 시후가 손을 얹기 편하도록 제니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했다.

시후는 제니가 시키는 대로 제니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갰다.

“이제 제가 마나를 아주 조금 흘릴 거예요.”

“그게 다야?”

감응도 테스트가 고작 마나를 손에 흘리는 게 전부라고 했다.

너무 간단한 거 아니냐는 시후에게 제니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희 가문에 있는 마나 수련실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해요.”

사실 충분하기보다는 어려운 방법이었다.

제니는 지금 시후에게 마나 감응도 테스트를 직접 하려는 거였다.

본래 마나 감응도 테스트는 케네디 가문에 있는 마나 수련실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마나를 느낀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기에 케네디 가문은 특별한 장소를 만들었다.

마나 수련실이라 불리는 그곳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만, 마나가 대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게 모아둔 곳이었다.

응시자들이 그곳에 들어가 하는 것은 오직 하나, 마나를 느끼는 거였다.

만약 응시자가 마나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곳은 암흑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응시자가 마나를 느끼게 된다면, 이에 수련실이 즉각 반응한다.

암흑만이 존재한 그곳에서 마나는 응시자의 몸을 감싸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 밝기의 정도와 색으로 응시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마나 수련실이다.

제니는 지금 그것을 시후와 맞잡은 손에서 하려 했다.

“만약, 제가 흘리는 마나를 오빠가 느끼신다면 제 손에서 빛이… 어머?!”

제니는 설명하며 마나를 흘렸었다.

어차피 불가능한 거라 생각했기에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후에게 신호를 주지 않고 그와 맞잡은 손 사이 공간에 마나 수련실과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설명을 시작하려는 찰나 시후와 맞잡은 손에서 빛이 일어났다.

“이럴 수가….”

그 빛을 보고 놀란 것은 제니 혼자만이 아니었다.

시후에게 마나 감응도 테스트하는 것 자체도 못마땅한 마이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역시 케네디 가문 마나 수련실에서 마나 감응도 테스트를 받았기에 저 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도저히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마나를…, 아니 그보다 이 빛의 세기는 뭐야?!”

시후와 제니가 맞잡은 손은 처음에는 아주 옅은 빛을 발했지만, 점점 그 빛의 세기가 커졌다.

처음이 백열전구 정도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정도의 빛을 발했다.

혹여나 제니가 시후의 기를 살려주려고 쇼를 하는가 싶었지만, 자기만큼이나 당황한 제니의 표정을 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내, 내가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제니는 그간 자신이 겪은 일을 회상했다.

케네디 가문으로 돌아간 제니는 곧장 마나 감응도 테스트부터 했다.

당연하지만 수련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빛을 발하는 제니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마나를 몸에 축적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몸이 괜찮아지며 자유롭게 뛰어놀던 제니였다.

그런 그녀가 하루 20시간을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면서 그녀가 이룬 것은 마나를 몸속에 갈무리하는 거였다.

남들이 몇 달은 해야 이룰 수 있는 성취를 제니는 사흘 만에 해냈다.

그것만으로도 가문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던 제니가 처음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고 있었다.

“오빠, 설마 마나를 이미 알고 계셨던 거는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지금 몸에 스며드는 이 기운이 마나라는 거잖아?”

“네.”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시후는 제니의 손을 놓았다.

그러자 푸른빛이 손을 감쌌다.

제니는 더욱 어이없다며 그 손을 가리켰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시네요. 진짜 처음 맞아요?”

“왠지 이럴 것 같았거든.”

시후는 손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어떻게든 손에 붙잡아 두려고 했다.

그런 의지를 보이자 실제로 마나가 손에 모였다.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 했던가.’

본질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펼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시후는 그 생각에 더해 자신이 하지 못할 거라는 고정 관념이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될 거라 생각하고 다음을 시연했다.

본래는 제니의 손을 놓으면 마나가 허공에 흩뿌려지며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시후는 제니가 사흘 만에 한 것을 고작 삼 초 만에 이뤘다.

“와… 오빠 정말 대단해요. 혹시 가능하다면 그 손에 모은 마나를 살살 허공에 뿌려보시겠어요?”

“이렇게?”

“네… 그렇게요….”

제니는 자신이 시킨 일을 시후가 바로 해내자 어이가 없었다.

지금 시후가 한 것은 마법진을 만드는 기초 작업이었다.

‘이건 안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켰는데 그것도 얼렁뚱땅해냈다.

이쯤 되자 제니는 슬슬 궁금해졌다.

도대체 시후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능력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말이다.

“그럼, 오빠 그 허공에 흩뿌리던 마나를 움직여서 이렇게 만드실 수 있겠어요?”

츠아-

제니는 보란 듯이 시후 앞에 손을 움직여 마법진을 만들었다.

딱 제니의 손 크기의 푸른빛을 내는 원 안에는 처음 보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의 도형이 즐비했다.

제니는 어서 해보라는 듯이 시후에게 눈치를 줬다.

시후는 제니가 만든 마법진을 보며 최대한 똑같이 만들기 시작했다.

“원 안에 원…. 그 안에 글귀…. 앗!”

사아-

하지만 쉽지 않았다.

무언가 만들어지나 싶던 그때 돌연 마나의 흐름이 끊기며 빛이 사라졌다.

“쩝…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시후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하자 뒤끝이 찝찝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던 제니와 마이클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오늘 처음 마나를 느낀 이가 마법진을 만들기 바로 직전까지 해냈다.

천재라 불리던 제니 역시 마법진을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케네디 가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도 보통이 석 달이었다.

그런데 한껏 아쉽다는 시후의 표정을 보니, 그동안 케네디 가에서 조사한 그의 정보가 터무니없이 하향된 것을 깨달았다.

시후는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손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조금 전 감각을 되새겼다.

그때마다 마나가 모여 빛이 깜빡였다.

제니는 믿을 수 없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조민을 봤다.

“저게….”

저게 사람이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조민은 그런 제니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제니의 손을 살포시 잡아줬다.

“그냥 받아들여. 그게 네 심신에 도움이 될 거야.”

시후의 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것을 조민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자기 역시 제갈세가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후를 만난 그날,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였고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절실히 알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자신은 시후를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신적인 존재로 보았다.

딱, 제니와 마이클이 지금 짓는 표정으로 말이다.

“이렇게 또 오빠의 신도가 생기네요.”

시후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따르게 되는 이가 생겼다.

시후는 조민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내 매력이지. 그보다 제니는 마이클과는 마나 운용 방식이 다르네?”

“와… 그것도 느끼셨어요?”

더는 놀랄 게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제니는 이제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굳이 떠들어봐야 입만 아프니 직접 보여주려는 것이다.

“나의 부름에 모습을 보여주세요.”

제니의 손에서 마나가 일더니 허공에 흩뿌려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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