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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16화 (216/275)

제216화

크루즈가 밤섬에 정박하자 조민이 시후에게 다가왔다.

시후 역시 만나는 이들의 중요성을 알기에 조민과 단둘이서만 동행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힘 좀 쓰는 가문이라고 하니, 그들의 수준에 맞춰 대화할 수 있는 이로 조민을 꼽은 거였다.

그런데 그런 조민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시후에게 물었다.

“오빠? 저만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거 아니죠?”

“그러게. 저건 뭐지?”

조민은 크루즈가 정박하자 기감을 펼쳐 그 안에 타고 있는 인원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후 역시 조민과 마찬가지로 기감을 펼쳤었다.

그것도 조민보다 훨씬 전에 밤섬으로 향하는 크루즈를 발견하자마자 말이다.

시후가 느낀 것은 조민의 것과는 좀 달랐다.

‘내 펼친 기감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

마치 배가 나아가며 강물을 가르듯 시후의 기감을 거부감 없이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시후조차 이렇게 느낄 정도니 조민이 아무것도 감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조민에게 설명해주지 않았기에 그녀로서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유령선…은 아닐 테고, 이런 대낮에 무슨…, 그럼… 자동 운항? 그것도 아닐 텐데. 아무리 봐도 한강에서 흔히 보는 크루즈잖아요.”

크루즈, 아니 그 안에 타고 있는 이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조민은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시후는 그런 조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됐어. 만나보면 알겠지.”

어차피 저들도 밤섬에 정박한 이상 배에서 누군가는 내려야 한다.

그럼 그때 알아보면 될 거라 생각했다.

역시나 크루즈는 정박하자마자 출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리는 사람들.

“누가 봐도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네?”

검은색 정장 차림의 그들은 키가 훤칠하게 컸고 체격도 다부졌다.

거기에 한국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을 보였다.

“저들은 경호원 같은데요?”

조민의 생각대로 그들은 경호원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별다른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귀에 손을 가져갔다.

아마도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오늘의 진짜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호원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덩치의 남자와 아직 소녀의 티를 벗어내지 못한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유독 여자아이가 낯이 익었다.

“음… 상당히 낯이 익은데….”

“오빠도요? 저도 낯이 익은데요?”

둘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시후 오빠~!”

“응?”

여자아이가 시후 이름을 부르더니 달려왔다.

아니 달려오려는 찰나에 남자가 여자아이의 허리를 잡아 멈춰 세웠다.

그 모습에 조민은 고개를 돌려 시후를 봤다.

“오빠?!”

시후의 이름까지 부르는 저 여자아이는 누구냐고 묻는 거였다.

“분명 나를 아는 눈치지?”

하지만 시후는 아무리 생각해보려 해도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에 보이는데도 저들의 기척은 아직도 미미했다.

‘마치 저들만 안개 속에 있는 것 같군.’

그렇게 궁금증이 점점 커지는 사이 남자는 여자아이를 어깨에 얹고는 시후에게 다가왔다.

여자아이는 당장이라도 뛰어내려 시후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표정에서 역력히 드러나듯이 누가 봐도 시후를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남자는 시후를 내려다보며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이 상반되는 반응은?’

자기들이 보자고 했으면서 적의를 보이는 녀석이나.

기억에도 없는 녀석이 저를 반가워하는 거나.

시후는 슬슬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눈싸움이나 하자고 부른 건가?”

“…….”

“할 말 없어? 그럼, 그냥 가고.”

시후는 자신의 도발에도 녀석이 반응하지 않자 진짜 가버리겠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그러자 여자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Hey! Michael! Put me down!”

“Ok, Jennie. Calm down.”

영어로 나누는 둘의 대화가 시후의 발목을 붙잡았다.

시후는 고개를 돌려 여자아이를 봤다.

“제니?”

“하이! 시후 오빠~ 오랜만이에요.”

방긋 웃는 모습을 보자 시후는 확신했다.

강시후로 깨어나 가장 처음 도움을 준 아이.

천음절맥을 타고났기에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아이.

귀여움과 상큼함이 한도 초과였던 13살의 제니였다.

“네가 어떻게….”

시후는 정말 놀란 표정으로 그답지 않게 어버버 거렸다.

그 모습에 제니는 재미있다는 듯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를 까르르 웃었다.

“오빠 그런 모습 보려고 노력한 보람이 있네요.”

“하, 이게 무슨.”

시후는 좀처럼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제니의 상태가 호전되어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은 들었었다.

시후 역시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제니의 천음절맥을 모두 해결한 상태였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언젠가 건강한 모습으로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런 자리에서 재회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미국에서 유명한 가문을 만나기로 한 자리에서 말이다.

“제니야,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네 풀네임이 뭐야?”

“오빠라면 그것부터 물을 줄 알았어요. 저는 Jennie Kennedy. 오빠가 생각하는 그 가문의 아이가 맞아요.”

“그랬구나. 뭐, 됐다.”

제니의 입으로 직접 케네디 가문이라는 말을 듣자 빠르게 받아들인 시후였다.

오히려 제니가 그런 거대한 힘을 가진 가문의 일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덜어졌다.

시후에게 제니는 그저 잘 자랐으면 하는 동생 같은 존재였다.

“우리 제니. 그럼 오랜만에 안아볼까?”

시후가 제니에게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강인 병원에 있을 때처럼 제니가 달려와 안기기를 바라는 거였다.

제니 역시 시후의 두 팔에 안기려고 남자의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Jennie, Stop.”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남자가 제니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제니는 뚱한 표정으로 입을 삐쭉 내밀고는 옆으로 물러났다.

제니의 불편한 표정을 보자 시후의 한쪽 눈썹이 꿈틀댔다.

“두 번째네. 너 세 번째는 없다.”

시후는 남자에게 경고했다.

이들이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남자가 품고 있는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녀석들과 붙여 놓으면 볼 만하겠어.’

요즘 한창 수련에 박차를 가하는 태산과 인호에게 수련 상대로 붙여 놓기에 딱 좋은 재목으로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시후에게는 딱히 위협적인 녀석은 아니었다.

제니 옆에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제니를 돌봐주는 녀석 같기에 시후 나름대로 인내심을 발휘했다.

남자는 시후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시후가 내뿜는 살기는 느꼈는지 몸을 한차례 움찔했다.

그러더니 크리스마스에 산타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Ha, Haha! Good! Translate.”

남자가 호탕하게 웃더니 갑자기 기운을 일으켰다.

간질거리는 무언가가 주변을 감싸 안았다.

위협적인 기운은 아니었기에 시후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그때 남자가 말했다.

“강시후, 듣던 대로군. 한번 붙자.”

“응?”

시후는 갑자기 남자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말하는 입 모양을 봐서는 분명 영어로 말하는 중인데 어째서인지 한국어로 들려왔다.

“뭐야? 이건?”

“놀라지 말아라. 이건 통역 마법이다.”

“통역… 뭐? 마법?!”

마법이라니.

시후는 순간 미국 놈이 한국에서 김치라도 잘못 먹고 헛소리를 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곁에 있는 제니가 고개를 끄덕끄덕 흔드는 것이 보였다.

제니와 알고 지내면서 시후가 깨달은 것은 그녀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시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마이클에게 독안공을 펼쳤다.

‘진짜야?!’

그렇게 알게 된 사실. 이들은 진짜 ‘마법’이라는 것을 사용했다.

“이게 무슨… 큭!”

쿵-

시후는 마이클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연유를 물으려는 그때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그의 손아귀에 순식간에 모인 기운은 어느새 축구공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그것에 놀랄 새도 없이 그 얼음덩어리가 시후에게로 쏘아졌다.

시후는 축구공 크기의 얼음덩어리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그 안에 담긴 힘이 결코 적지 않았기에 시후는 방탄강기를 일으켰다.

“이것 봐라?”

그리고 고만한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두들겼다고는 믿기지 않는 충격이 밀려왔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그들이 타고 온 크루즈 한 척쯤은 가볍게 날려버릴 듯했다.

반면 지척에서 날린 공격을 시후가 가볍게 막아내는 모습에 마이클은 신이 났다.

“하, 하하! 정말 동양의 무공이라는 것인가? 대단하다! 이것도 막아봐라.”

화르륵-

마이클은 바로 또다시 기운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얼음 축구공이 아닌 화염 축구공이었다.

그것도 좀 전보다 더 커다란 기운이 담겼다.

“여기를 몽땅 태워버릴 생각인가.”

시후는 마이클의 화염 공격에 이를 악물었다.

Safety World에서나 보던 마법 공격에 당황하는 건 여기까지였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처할 수 없는 공격은 아니었다.

마이클은 화염 덩어리에 담긴 기운이 적지 않았기에 제니의 손을 잡고는 뒤로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시후를 향해 화염 덩어리를 쏘아냈다.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는 화염 덩어리를 보니 마이클은 밤섬의 반을 날려버릴 생각인 듯했다.

그만한 기운을 시후가 어찌 막는지 구경하려던 찰나.

흠칫-

마이클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까지 느껴지지 않던 시후의 살기가 느껴진 거였다.

그리고 보았다.

밤섬의 반을 날려버릴 만한 위력이 담긴 화염 덩어리를 향해 망설임 없이 손을 뻗는 시후를 말이다.

시후의 손이 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거라 짐작하던 그 순간 그의 손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자 화염 덩어리가 쏘아져 간 속도보다 빠르게 수직으로 치솟았다.

펑-

“뭐, 뭐야?”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대었을 뿐인데 자신이 쏘아낸 화염 덩어리의 방향이 바뀌었다.

덕분에 해가 쨍쨍한 대낮에 한강에서 폭죽놀이가 보였다.

“그 손 놓아라. 아니면 자른다.”

“헉!”

마이클은 어느새 다가온 시후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시후가 자른다고 말하자 실제로 제니의 손을 잡은 팔이 잘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미친! 헤이스트.”

마이클이 또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형환위라도 펼친 것처럼 순식간에 시후 앞에서 사라졌다.

그가 나타난 곳은 크루즈 앞에 대기하던 경호원 옆이었다.

마이클은 그들에게 제니를 맡기고는 다시 시후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어디 이것도 튕겨내 보든가. 그래비티.”

마이클이 외치자 하늘에 떠 있던 시후가 순식간에 떨어져 내렸다.

시후를 중심으로 엄청난 중력을 가하는 마법을 펼친 거였다.

지금 시후는 평소 10배에 달하는 중력을 경험하고 있다.

“크하, 하하! 강시후, 어디 여기서도 벗어나….헉!”

마이클은 시후에게 벗어나 보라고 말하려던 중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여기까지만 하시죠.”

“…….”

어느새 다가왔는지 조민이 옥룡을 마이클의 목젖 밑에 가져다 댔다.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조민이 다가온 것을 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민 역시 이번에 시후에게 수련을 받는 동안 비천잠행술을 익혔다.

아직 5성의 경지였지만 100m 안에 있는 이라면, 언제든 쥐도 새도 모르게 그 뒤를 잡을 실력은 되었다.

옥룡의 붓촉에 강기가 담기자 마이클의 목에 옅은 혈선이 생겼다.

하지만 마이클 역시 시후를 붙잡은 상태.

그는 무리수를 두었다.

“네 주인이 무사하기를 바란다면 이것을 치워라.”

자신의 펼친 그래비티 마법에 시후가 꼼짝 못 한 상태이니 승기를 잡으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조민은 그런 마이클을 비웃었다.

“네까짓 녀석의 그런 조잡한 기술쯤은 오빠한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해.”

“뭐?”

“지금 내가 나선 거는 오빠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뜻에서 이러는 거야.”

그러면서 조민은 곁눈질로 시후를 가리켰다.

마이클은 조민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봤다.

“무, 무슨…?!”

지구 중력 10배에 달하는 그래비티 공간에서 시후는 천연덕스럽게 코를 파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이클이 놀라자 시후는 코를 파던 새끼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는 새끼손가락에 엄지를 걸었다.

“조민아, 제니 데리고 물러나.”

“네.”

시후의 명령에 조민은 욕룡을 거두고 제니의 손을 붙잡고는 비천잠행술을 펼쳐 순식간에 시후 곁으로 이동했다.

마이클은 둘이 시후 곁에 나타난 것과 함께 시후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미, 미친.”

도저히 인간이 낼 수 있는 기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힘이었다.

거기에 자세히 보니 시후의 손가락에는 아주 조그마한 이물질이 묻어 있다.

“그래. 코딱지야. 영광으로 알라고. 내 코딱지에 죽는 첫 번째 될 테니까.”

그렇게 코딱지에 천마지기까지 담아 날리려는 순간.

“두 분 모두 그만 하세요. Safe zone.”

제니가 펼치는 마법에 시후와 마이클이 일으킨 기운 모두 한순간에 사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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