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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08화 (208/275)

제208화

올림포스 신들의 리더인 제우스.

‘신’이란 존재부터 유저라는 존재까지, 그가 만나보지 못한 존재는 없었다.

그런데 그의 앞에 자리한 ‘천마’는 달랐다.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그의 강함을 느꼈다.

그의 손에서 아스트라페와 똑 닮은 뇌전이라는 것이 나타났을 때는 너무 놀라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때 뒤에 두 여신만 없었다면 줄행랑을 쳤을 거였다.

감히 ‘신’인 자신에게 그런 위압감을 준 천마.

그런 그가 인간에게 길든 얌전한 늑대가 되어 있었다.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립니다. 저희 오빠 성격이 너무 모나서 신님들께 실례를 저질렀네요. 오빠!”

“알았어. 미안.”

조민은 올림포스 신들에게 허리까지 숙여 사과했다.

그런데 정작 사고의 원인인 시후가 짝다리까지 짚고 방관만 하고 있으니 열불이 났다. 그 감정 그대로 담아 시후를 쏘아봤다.

그제야 시후도 마지못해 손을 들어 사과했다. 솔직히 시후는 저들에게 미안한 감정 따위 전혀 없었다.

지금 ‘미안’하다고 한 것도 조민에게 한 거였다.

자신이 보낸 메시지에 조민은 미친 듯이 달려왔다. 나흘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을 망치지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조민을 따라 미친 듯이 달려온 한 사람. 당소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뇌전은 시후의 손을 떠났을 거였다.

“이제 사과도 했으니 그만 놓지?”

당소영은 시후를 만난 후 줄곧 시후의 팔을 붙들고 있었다.

그가 혹시라도 사고를 칠지 모르니 대비를 하는 거였다.

“좀 더 있다가요!”

“하… 그래라.”

그만 놓으라는 시후의 말에 당소영은 되레 손에 힘을 주었다.

시후 역시 당소영의 고집을 알았기에 포기했다.

대신 궁금한 것을 물었다.

“Safety World는 언제부터 한 거야?”

“얼마 안 되었어요.”

얼마 안 되었다며 웃는 당소영.

시후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얼마 안 되긴. 쯧.’

얼마 되지 않은 것치고는 자기 팔을 잡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힘 스텟 수치가 얼마이길래 이 정도의 힘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시후는 당소영에게 독안공을 펼쳤다.

그러자 그녀의 스테이터스 창이 나타났다.

종족 : 인간

직위 : 없음

직업 : 무림인

<스텟 정보>

힘 : 82

민첩 : 84

체력 : 52

지능 : 30

<만나고 싶은 대상을 만나 기쁜 상태>

<올림포스 신들에 대한 경계 상태>

그녀가 왜 올림포스 신들을 경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에 빗대어 보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거다.

사실 당소영이 Safety World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시후 때문이었다.

시후가 중국에서 Safety World에 접속하고 S.W SOFT 회사 직원들을 만난 그날, 당소영은 시후가 Safety World에 진심인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시후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Safety World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시후가 ‘천마’인 것을 알았고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꿈도 못 꿀 무위를 가진 시후였지만, Safety World에서라면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당소영은 시간이 날 때면 Safety World를 했다.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서 말이다.

Safety World를 하는 덕칠의 도움까지 받아 벌써 Lv. 244였다.

이 정도면 시후를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에 이번에 조민에게 같이 가자고 해서 접속했다.

그런데 케난 협곡에 오르니 시후가 엄청난 기세로 제우스를 공격하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그를 불러 세웠다.

“앞으로 같이 해요. 도련님께 방해는 되지 않게 할게요.”

당소영은 은근슬쩍 속마음을 내비쳤다.

현실에서 시후와 입맞춤을 했지만 어쩐지 이런 마음을 전하는 것은 부끄러웠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고개를 드는데 어쩐지 시후가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아까는 잘도 ‘오빠’라고 부르더니, 지금은 왜 또 도련님이야?”

“그, 그건.”

“난 오빠라고 부르기에 조민인 줄 알았는데 당신이길래 깜짝 놀랐잖아.”

“그러니까, 그건….”

“현실이 아니니 좀 과감하게 행동하기로 한 건가?”

시후가 자기 팔을 힐끗거렸다. 상당한 힘으로 시후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당소영. 덕분에 둘은 상당히 근접하게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꺄악!”

당소영은 화들짝 놀라며 팔을 놓아주고 떨어졌다. 그러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귀엽군.’

시후는 그런 당소영의 모습에 하마터면 끌어안을 뻔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너무나도 보는 이들이 많았다.

“오~ 도련님께서야 말로 Safety World라고 과감하게 들이대십니다?”

양쪽 눈썹을 꿈틀대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진지춘이 다가왔다.

그 뒤로 태산과 인호, 덕칠과 나미, 진권과 비천대까지 있었다.

다들 시후와 당소영의 모습에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

“천마님~ 두 분이 언제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신 거야?”

“올~ 우리 천마님, 무공에만 소질 있는 줄 알았더니 연애까지 탁월하셔?”

태산과 인호가 진지춘과 똑같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순간 진지춘이 세 명인 줄 착각한 시후였다.

“돌팔이가 여럿 버려놓았구나?”

“에이~ 제가 뭘 버려놓습니까. 그저~ 아주 조금의 연애 상담을 해줬을 뿐이죠.”

칭찬을 한 것이 아닌데 진지춘은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효과는 있고?”

“말도 마십시오~. 저 둘이 이번에 고백을 했다는 거…, 우웁!”

“의원님!!”

진지춘의 입을 태산과 인호가 급히 틀어막았다.

“오호? 고백?”

순간 입장이 뒤바뀌었다.

시후가 이번에는 눈썹을 꿈틀대며 고개를 가로 눕히고는 태산과 인호를 뚫어져라 봤다.

저 둘의 고백 대상은 분명 당나영과 당보영일 거였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은 당소영 역시 둘이 자기 언니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알고 있었다.

“진짜예요? 두 분이 언니들에게 고백했다는 게?”

“그, 그게…. 하, 하하….”

당소영이 태산과 인호에게 바짝 다가와 물었다.

둘은 진땀을 흘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표정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나 보군.’

이해는 갔다.

아직 저들은 고등학생. 당나영과 당보영은 직장까지 있는 성인이었다.

고등학생의 고백 따위는 치기 어린 마음이라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차였겠거니 싶어 시후는 둘을 달래주려 했다.

“그래… 뭐, 그럴 수 있….”

“어쩌다 보니 사귀게 되었습니다.”

“뭐?!”

시후는 둘을 위로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듣게 된 이야기는 놀라웠다.

태산과 인호는 진지춘의 조언대로 당당하게 당나영과 당보영을 찾아갔다고 했다.

장미꽃 한 송이씩을 들고 간 둘은 대뜸 둘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당나영과 당보영은 웃으며 둘이 내민 꽃을 받았다.

그렇게 넷은 커플이 되었다.

거기에 더 놀란 것은.

“커플 데이트까지 했다고? 언제?!”

“며칠 전에.”

“와….”

시후는 순간 배신감이 밀려왔다.

자신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수련을 도와준다며 밤낮을 새며 바빴는데 저 자식들은 알콩달콩 연애했단다.

거기에 더블데이트.

자신은 아직 당소영과 입맞춤을 한 것이 전부인데.

배꼽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느껴지는 그때였다.

“모두 모인 것 같은데 인제 그만 놀고 우리에게 집중하지?”

제우스가 시후를 불렀다.

그 순간 시후의 한쪽 눈썹이 꿈틀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올라가는 한쪽 입꼬리. 거기다 게슴츠레한 눈까지.

시후의 표정을 본 일행들은 떠들던 입을 닫고 ‘제우스’라는 희생양의 명복을 빌었다.

“일단 먹어. 메테르의 바비큐는 일품이니까.”

시후는 제우스의 부름에도 등을 돌리지 않고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일행들이 후다닥 달려갔다. 메테르가 준비한 바비큐를 접시에 담아 올림포스 신들의 앞으로 나르기 위해서였다.

일행들 모두가 시후의 곁을 떠나자 조민이 다가왔다.

“오빠, 알죠?”

“알아. 마침 기분도 딱이니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네.”

“적당히. 너무 강하게는 말고요.”

“알았어. 걱정은.”

시후는 조민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조민이 이번 퀘스트를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시후는 알고 있었다.

우선 케난 협곡에 재단을 만들기 위해서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올림포스 신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재단의 재료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신력이 어느 정도 깃들어 있어야 하기에 정령의 가호가 필요했다.

재료를 손질하고 그 뒤에 동상까지 세우기 위해 손재주가 좋은 이들도 필요했다.

덕분에 타란과 투산은 오늘까지도 작업을 하는 바람에 탈진해서 이 자리에 없었다.

거기에 자리만 마련한다고 끝이 아니기에 그들이 먹을 음식도 준비했다.

그것을 위해 메테르가 지금도 열심히 바비큐를 굽고 있다.

열두 명의 신들이 먹을 양을 내오기 위해 미친 듯이 화력을 조절하며 말이다.

이 모든 계획을 짜고 진두지휘한 것은 조민이었다.

조민의 노고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올림포스 신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에서 보였다.

이제 조민의 계획대로 시후가 마지막 역할을 해줄 차례였다.

평소에 시후가 잘하는 것이었지만 조금 전 일로 더 잘할 거라 조민은 생각했다.

다만 너무 과해 역효과가 나지 않았으면 해서 시후에게 마지막으로 당부를 한 거였다.

그런 조민의 마음을 알았기에 시후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올림포스 신들에게로 향했다.

“어때? 입맛에 맞나?”

“뭐, 씹을 만은 하네.”

데메테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보이기는 하네. 두 손에 쥔 바비큐와 입가에 덕지덕지 묻은 소스를 보니.”

“이, 이건!”

시후의 말에 데메테르는 얼른 입가를 훔쳤다.

그리고 시후의 그 말은 데메테르에 혼자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당소영과 조민이 시후를 말린 이후 음식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신들도 나타났다.

그때 제우스 곁으로 다가온 신들 덕분에 시후의 화가 누그러진 것도 있었다.

신들은 제우스를 긴장시킨 시후라는 존재에 큰 관심을 보이며 앞다투어 자신을 소개했다.

덕분에 시후는 빠르게 업적 보상을 받았다.

현실에서 얼마나 내공이 증진되었을지 궁금했지만, 이번 퀘스트를 위해 시후는 잠시 참기로 했다.

이제 조민이 부탁한 일을 할 차례였다.

“지금 모습을 보면 너희가 돼지인지 신인지 잘 모르겠다.”

“뭐?”

시후의 말에 순간 주변 모두가 동작을 멈췄다.

돼지라니, 지금 올림포스 신들을 돼지라고 부르다니.

그 말을 들은 조민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마를 짚었다.

우려했던 일이 단번에 일어났다.

조민이 시후에게 부탁한 것은 신들을 도발하는 거였다.

대천사 메타트론의 부탁 퀘스트인 올림포스 신들의 힘이 깃든 조각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힘이 어느 정도 깃들어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단순한 조각상을 말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시후는 퀘스트를 빠르게 클리어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조민이 생각해낸 것은 올림포스 신들을 불러 그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말다툼을 하는 사이 정보를 얻는 거였다.

그리고 신들을 자극하는 일에 시후만큼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는 없었기에 맡겼다.

하지만 시후는 조민의 그런 기대에 너무나도 과하게 부응해줬다.

신들은 자신들이 잘못 들었나 싶어 들고 있는 바비큐를 내려놓으며 다시 물었다.

“지금 우리보고 돼지라고 한 건가?”

“그럼, 여기서 음식 먹고 있는 것은 너희들뿐인데 누구한테 그랬겠어?”

싸악-

시후의 확인 사살에 열두 신들의 표정이 싸해졌다.

그리고 케난 협곡 정상에 공기를 짓누르는 살기가 쏟아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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