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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06화 (206/275)

제206화

당성치는 시후의 명령대로 본채에서 신명단 한 알을 먹고 운기조식을 했었다.

신명단의 뛰어난 약효에 놀라며 운기조식을 마치자 그의 기감에 덕칠이 느껴졌다.

평소 느끼던 덕칠의 기가 아니었다.

당성치는 참을 수 없어 한걸음에 수련실로 달려왔다.

그렇게 수련실 귀퉁이에서 몰래 훔쳐본 덕칠의 모습.

당성치는 너무 놀라 비명이라도 지를 뻔했다.

만천화우를 펼치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처음 보는 무음투척술을 펼쳐 보였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어디서 그것을 배웠는지 묻고 싶은 그 순간.

갑자기 여러 명의 시후가 덕칠을 두들겨 팼다.

그때 당성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며 응원까지 했다.

자기 딸만 한 녀석에 대한 질투였다.

그런데 잠시 후 두들겨 맞던 녀석은 더욱 높은 성취를 얻은 모습으로 일어났다.

당성치는 그런 덕칠의 모습과 시후를 번갈아 봤다.

무엇이 되었든 시후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면 큰 성과를 보이는 것이 확실했다.

당성치는 ‘내일’이면 자신도 시후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니 덕칠이 녀석보다 더 높은 성취를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내일을 기약하며 그대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다 봤겠지? 앞으로 사흘 동안 네가 겪을 모습이다.”

“히익!”

싸늘한 시후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흘렸다.

몰래 훔쳐보는 것을 들킨 거였다.

당성치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군… 제가 겪을 모습이라니요?”

“말 그대로야. 그러니 수련실에 들어가서 준비해. 여기 이야기 끝나는 대로 들어갈 테니까.”

“하, 하하… 내일 하신다고….”

“마음이 바뀌었어.”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는 시후에 당성치는 할 말을 잃었다.

분명 덕칠이 겪었던 것을 그대로 겪을 거라는 말은 자신을 흠씬 두들겨 패겠다는 말일 거였다.

내일 모래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을 생각을 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다고 가주의 체면이 있지. 여기서 꼬리를 말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그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당성치는 이를 악물며 각오를 다지고는 수련실로 들어갔다.

‘저런 것을 보고 가오가 정신을 지배한다고 하는 것인가.’

시후는 며칠 전에 너튜브에서 봤던 영상을 떠올렸다.

멋에 살고 멋에 죽는다는 남자 배우가 최루탄 가스가 터진 밀폐된 창고에서 방독면을 벗어 던졌었다.

그 배우는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자기는 괜찮다며 호기를 부렸다.

딱 지금 당성치의 모습과 같았다.

사실 시후는 그저 당성치를 살짝 골려주려던 거였다.

예부터 다른 무인의 수련 모습을 훔쳐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수련실 주변은 그 흔한 CCTV 하나 없었다.

당성치 역시 그것을 알기에 설치하지 않은 거였다.

‘그런데 고작 제자를 질투해 훔쳐보다니. 멍청한 녀석.’

가주라는 작자가 그리 속이 좁아서 어쩌겠냐마는 이미 품기로 한 녀석이니 조금 골려줘 잘못을 뉘우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당성치가 되레 호기를 부리니 시후로서는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 그 좁은 배포도 고쳐주마.”

시후는 당성치의 인성까지 뜯어고칠 계획을 세웠다.

그 여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시후가 그렇게 당성치 개조 계획을 세우는 동안 정자 위에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덕칠이와 한나미는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서로를 이해했고 조민은 한나미에게 이번 일을 설명했다.

시후가 정자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일정까지 짜 놓은 상태였다.

“올림포스 열두 신의 신성한 조각상을 찾는 일이라면 준비가 좀 필요해요.”

“준비?”

“시후 님은 이번 퀘스트를 되도록 빠르게 끝내려고 하시죠?”

“그렇지. 굳이 길게 끌 필요가 없지.”

시후가 원하는 것은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난 후에 얻는 경험치이지 Safety World를 즐기는 게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오빠 도움이 좀 필요해요.”

“무슨?”

“케난 협곡 주인이 오빠잖아요. 거기 정상에 재단을 만들어야 해요.”

재단을 만든다는 소리에 시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조민의 설명은 이랬다.

올림포스 열두 신에 신성한 조각상을 찾는 퀘스트에 생각보다 단서가 너무 부족하다는 거였다.

보통 이런 퀘스트는 단서를 주는 연계 퀘스트가 나타나는 법인데 이번에는 그런 게 일절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녀석들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거야?”

“네. 재단을 만들어 열두 신 모두와 대화해 보려고요.”

“그게 가능해?”

아무리 재단을 만든다고 한들 그래도 ‘신’이라는 녀석들인데.

아무리 게임 속 세상이라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답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에 조민이 씨익 웃었다.

순간 시후는 흠칫했다.

‘저 표정. 저게 그 표정이군.’

일전에 동료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이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시킬 때 짓는 표정이 있는데 난도가 높을수록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얄미운 표정을 짓는다고 했었다.

시후는 조민의 표정에 그동안 동료들이 자신을 어찌 생각했을지 생각하니 살짝 민망했다.

“크흠, 정확히 내게 바라는 게 무엇이지?”

“오빠가 녀석들을 도발해 주세요.”

조민은 시후에게 자세한 계획을 설명했다.

그렇게 시후를 포함한 모두가 이번 퀘스트에 합류를 약속하고 헤어졌다.

아무래도 케난 협곡에 재단을 설치하는 것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시간이 좀 필요했다.

시후는 그사이 당성치의 수련을 도왔다.

방법은 다른 이들을 가르쳤을 때와 같았다.

사흘 밤낮, 쉴 새 없이 움직이게 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당성치는 이미 절정의 고수.

그랬기에 그에게는 깨달음의 길을 열어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해 잡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굴렸다.

그 과정에 천마보-운을 펼쳐 무차별 폭행에 버금가는 추궁과혈도 해주었다.

그렇게 사흘째 되는 날.

“주, 주군!”

당성치는 충만하게 차오르는 기를 갈무리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초절정의 반열에 오른 거였다.

털썩-

“주군 이 은혜, 평생 보필하여 갚겠습니다.”

사흘 만에 인성까지 개조된 당성치였다.

“그래라. 그리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서 말하는데 당분간은 몸을 보훈 해라. 아직 틀이 완전치 않으니.”

틀이란 당성치의 신체를 말하는 거였다.

보통 초절정의 반열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환골탈태와 같은 기연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성치는 자연스럽게 오른 상황이 아니었다.

시후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전에 몸에 쌓은 내공이 문제였다.

‘몸에 싸인 독을 뱉어낼 수도 없고. 차라리 당가답게 만독지체를 이루는 게 녀석에게는 이득일 텐데.’

독을 주로 다루는 당가였기에 몸에 쌓인 기력이 정순하기보다는 독에 가까웠다.

그랬기에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한 신체가 초절정에 오른 내기에 맞출 시간이 당성치에게 필요했다.

당성치 역시 시후와 같은 생각을 했다.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초절정 반열에 오른 것은 분명 엄청난 성과였다.

이대로 더욱더 정진하면 언젠가는 시후의 말대로 역대 당가 가주 중에 가장 강한 이가 되리라.

“감사합니다.”

당성치는 다시 한번 시후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거기에는 앞으로도 쭈욱 잘 부탁한다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괴롭혀 주마.”

“네!”

시후가 괴롭혀 준다는 말에 당성치는 되레 화색을 보였다.

이제는 당성치 역시 시후가 자기 사람을 어찌 챙기는지 아는 거였다.

시후는 당성치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손을 휘휘 저었다.

‘이놈이고 돌팔이고 왜들 저렇게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이는 것인지.’

천마 시절이나 지금이나 어째서인지 시후를 대하는 연장자들은 모두 저런 눈빛이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보내는 지루한 삶에 강한 자극을 주는 이에 대한 동경과, 그 이상의 존재를 대하는 마음이 담겼을 테다.

‘좋게 말하면 그거지. 다르게 말하면 엄청난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 보이는 눈빛이지. 그러고 보니 성화령을 보러 갈 때면 저런 눈빛으로 나를 맞이해주던 노파가 있었지.’

시후는 수련실을 떠나는 당성치의 모습에서 천마 시절 연을 맺은 한 노파를 떠올렸다.

그녀는 성화령을 지키는 성화신녀로서 성화당에서 평생을 보낸 노파였다.

언제나 독불장군 같던 천마도 그녀에게만은 곁을 주었다.

‘딱히 피해를 주는 것도 없었고 그곳에서 평생을 보낸다는 게 가엾기도 했으니까.’

시후는 성화당 노파를 떠올리며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솔직히 성화령을 보러 가기보다는 그 노파를 보기 위해서 성화당을 찾았던 적이 많았다.

‘노파와 대화하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지.’

천마라는 지위는 언제나 무의 정점에 있어야 했기에 꾸준히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에게는 그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절대자라는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는 감히 침범할 수 없어 보여야 하는 우상이어야 한다며 지괴가 말해준 거였다.

다행히 천마분심공이 있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못했다.

무를 연마한다는 것은 마치 보검의 날을 더욱 세우는 거와 같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천마는 저잣거리를 찾았다.

날이 잔뜩 세워진 자신을 내려놓으려는 방편으로 말이다.

하지만 천마신교의 일이 많아 저잣거리를 나가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 찾던 이가 바로 성화당 노파였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파도 죽었지.’

진소령이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화당 노파도 세상을 떠났다.

천수를 누렸다고 말할 만큼 오래 살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천마는 그녀의 마지막을 볼 수 없었다.

성화당에서 죽은 성화신녀는 모두 성화의 불길에 재가 되며 그 누구도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천마신교의 법도였다.

시후는 마음 한편이 아렸다.

‘천년이나 지났지만, 부디 좋은 곳에서 잘 있길 바라네.’

진심으로 성화당 노파의 사후 세계 안부를 비는 시후였다.

“이제 할 일을 해볼까.”

시후는 울적한 마음을 털어내며 수련실을 나섰다.

이제 할 일은 Safety World에 접속하는 것이다.

당성치를 가르치는 동안 다른 일행들이 케난 협곡에 재단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올림포스 열두 신을 맞이할 재단이 마련되었으니 시후는 일행들에게 전음으로 접속하라고 말한 후 Safety World에 접속했다.

한스텔 마을에 접속한 바로 루프를 타고 케난 협곡으로 향했다.

일행들이 접속하려면 아직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시후는 산책하는 마음으로 케난 협곡을 올랐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어, 저기 있군. 동글아.”

- 끼에엑

시후의 부름에 케난 협곡 입구에 있던 거대한 거미가 울부짖었다.

일전에 아라크네의 수하였던 녀석이었지만 커다란 덩치 덕에 타고 다니기에 좋아 ‘동글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거두었다.

동글이는 여덟 개의 다리로 미친 듯이 달려왔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거대거미가 공격하는 모습처럼 보였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 끼엑, 끼에엑.

동글이는 시후 앞에 다다르더니 더듬이를 갈무리하고는 시후의 몸에 얼굴을 비볐다.

마치 강아지가 오랜만에 만난 주인에게 몸을 비비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 나도 반갑다.”

시후는 그런 동글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 후 동글이가 안정되자 시후는 자연스럽게 동글이의 등 위로 올랐다.

“정상까지 빠르게 가볼까. 동글아?”

- 끼에엑.

시후의 명령에 동글이는 케난 협곡의 암벽에 발을 꽂았다.

마치 암벽에 곡괭이질을 하는 소리를 울리며 최단 거리로 정상으로 향했다.

몸이 좀 흔들리기는 하지만 시후는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편하게 올랐다.

일직선으로 올라선 지 고작 20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오, 저게 재단이군.”

정상에 오르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새로 지은 재단이었다.

열두 신을 맞이한다는 데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원탁을 중심으로 커다란 의자 열두 개가 자리했고 그 뒤에는 열두 신의 모습을 한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이런 거를 나흘간에 지었으니 꽤 고생 좀 했겠어.”

시후는 재단이 보이는 위용에 일행들의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일행들이 올라오면 잘했다며 칭찬 한마디 정도는 해주리라 다짐하던 그때였다.

“그러게. 우리를 맞이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재단이야.”

지금까지 아무도 없던 재단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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