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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201화 (201/275)

제201화

시후가 집으로 들어서자 진지춘은 후다닥 달려와 시후의 손을 잡으려 했다. 꼭 잡으려는 것인지 금나수의 묘리까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시후 역시 진지춘이 달려드는 순간 이형환위까지 펼쳐 손을 피했다.

“…….”

“…….”

둘은 서로 한차례 눈빛을 주고받았다. 진지춘은 너무한다는 눈빛, 시후는 저리 꺼지라는 눈빛이었다.

“도련님, 너무하십니다.”

“뭐가.”

“좀 전에 메테르님 어머니께는 대뜸 손을 내밀어 주시더니.”

“네 눈깔은 동태눈깔이냐?”

시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손을 잡힌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녀석이 아닐 텐데 말이다. 아니면 정말 모르는 멍청이거나.

“설마?!”

“그래.”

진지춘이 놀란 표정으로 시후와 메테르의 어머니를 번갈아 봤다.

“헙!”

“뭐야, 그 재수 없는 표정은?”

진지춘이 두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더니 그건 아니라는 눈빛으로 시후를 봤다. 상당히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그 표정이었다.

“도련님께서 저런 연상을 좋아하실….”

푹-

뒷말은 더 들어볼 필요도 없었다. 시후는 지풍을 날려 진지춘의 아혈을 눌러 입을 다물게 했다.

“읍읍?”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쯧.”

헛소리도 저런 헛소리가 없었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인지.

시후는 진지춘에게 한쪽에 찌그러져 있으라고 손을 휘휘 젓고는 메테르를 불렀다.

“이제 결정해. 갈 거야? 말 거야?”

“저는….”

시후는 마지막 결정을 하라며 메테르에게 말했다. 이미 메테르의 어머니인 메타트론에게 이주할 것을 약속받았지만 메테르 본인에게 확답을 들으려는 거였다. 시후가 써먹으려고 하는 것은 메테르이지, 대천사 메타트론이 아니니 말이다.

대신 결정을 망설이는 메테르에게 시간 절약을 위해 도움을 줄 수는 있었다. 시후는 메타트론에게 눈짓을 주며 전음을 보냈다.

- 시간 없다.

메타트론은 머릿속에 직접 들리는 시후의 음성에 깜짝 놀랐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텔레파시와는 다른 거였다. 메타트론은 시후에게 이래저래 호감을 느꼈다.

자신이 대천사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나 신기한 스킬과 힘을 가졌다는 것에서 말이다.

하지만 메테르가 눈치채지 못하게 한쪽 눈썹을 계속 까딱이며 신호를 보내는 저 방자함만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크흠, 메테르. 우리가 신경 쓰이니?”

“어머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저분이 미덥지 않아 보이니?”

“솔직히….”

메테르는 시후를 힐끗 보고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 들린다 이 자식아.’

서너 걸음 정도 떨어져 있기에 귓가에 대고 속삭이지 않는 이상 저런 말이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시후는 잠깐 사이에 메테르의 성격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걱정 많고 그에 맞게 겁도 많고 그러면서 가족은 끔찍이 챙기면서도 눈치는 더럽게 없는 놈.’

그것이 시후가 메테르를 정의한 한 한 줄이다. 그리고 방금 그 눈치 없는 행동은 순전히 메타트론이 의도한 것임을 알았다.

- 나 그냥 간다.

시후는 진짜 마지막임을 메타트론에게 싸한 표정과 함께 전음으로 전했다.

메타트론은 시후의 반응에 더는 장난을 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메테르의 두 손을 살포시 잡았다.

“이 어미도 듣는 귀가 있단다.”

“…….”

“저분의 성함이 ‘천마’이시더구나. 이미 한스텔 마을에서는 유명하고 헤라 왕국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 하더구나.”

“유명한 것은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무슨 걱정 하는지 안단다. 하지만 저분에 대한 소문 중에는 자기 사람을 끔찍이도 여긴다는 말도 있더구나.”

“그래요?”

“응. 헤라 왕국 왕자님도 보증하시는 것이니 그를 믿어보는 게 어떻겠니?”

헤라 왕국 왕자의 보증이라는 말에 메테르는 시후를 봤다.

헤라 왕국 개망나니 왕자가 얼마 전 개과천선을 한 이야기는 유명했다. 그 뒤에 시후가 있었음을 알지는 못했지만 개과천선한 왕자가 보증한다는 것에 메테르는 결심을 굳혔다.

“어머니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따를게요.”

메테르는 시후에게 자신의 결심을 보였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꼽에 위치하고는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는 시후가 내치지 않는 이상 열심히 따르겠다는 그의 다짐이었다.

‘그래. 지금은 그거면 되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자신을 따르게 하는 것은 자신을 좀 더 겪으면 자연스럽게 될 거라 자신하는 시후였다.

“그럼, 내 사람이 되었으니 그에 맞는 선물을 줘야겠지?”

“선물이요?”

선물이라는 말에 메테르는 허리를 세웠다. 살면서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던 메테르였기에 눈을 껌뻑이며 시후가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것을 봤다.

“프라이…팬?”

“좀 더 정확한 명칭은 ‘웍’이라고 하지.”

시후가 내민 것은 한쪽에만 기다란 손잡이가 달린 ‘웍’이었다. 축구공 세 개는 들어갈 것 같은 크기의 웍을 받아든 메테르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럴 수가!”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 뿐입니까?! 이런 귀한 것을 제가 받아도 되는 건가요?!”

“선물이라고 했잖아. 가져.”

“가, 감사합니다!”

웍을 받아든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감격한 메테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메테르가 받아든 웍은 빌리언 영주성에서 마지막에 해금한 대악마 아이템이었다.

[위리놈의 주방기구 1번 웍]

[미식가 위리놈의 개인 주방장 물건.]

[대악마 위리놈의 힘이 깃들어 파괴가 절대 불가능하다.]

[옵션 1 : 웍 속 내용물의 온도 조절 가능.]

[옵션 2 : 힘 스텟 +10%]

옵션이라고는 두 개뿐인 히든 아이템이었지만 메테르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파괴 불가능에 내용물 온도 조절이라니.”

메테르는 그 설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메테르는 불을 다루는 데 상당히 능숙했다. 능숙함을 넘어 불에 대한 감응력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가 불을 사용하면 다른 이들에 비해 몇 배나 다른 화력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얼핏 들으면 굉장한 능력 같지만 실제로 본인은 불편했다. 자고로 요리란 무엇이든 녹일 것 같은 화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은은하게 오래 끓여야하는 스튜가 있었다.

하지만 불에 대한 감응도가 남다른 메테르는 스튜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가 냄비에 불을 붙이기만하면 단숨에 활활 타올랐고 냄비에 든 스튜는 빠르게 끓었다. 은은한 불로 오래 끓이지 못한 스튜는 그 깊은 맛을 낼 수가 없었다.

거기에 화력 조절이 쉽지 않으니 메테르가 사용한 주방 기구는 빠르게 망가졌다. 그래서 메테르의 성질을 아는 빌리언 영주성의 요리사는 그에게 바비큐를 맡긴 거였다.

‘뭐, 그것도 나중에 되면 해결되지만 말이야.’

시후는 독안공으로 파악한 메테르의 정보를 떠올렸다. 그가 불에 대한 감응도가 남다른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메테르의 레벨이 오르게 되면 그것들이 모두 해결되리라는 것도 알았다.

시후는 손을 까닥여 조민을 불렀다.

“메테르에게 앞으로 그가 할 일을 설명해줘.”

조금 전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라고 했다.

조민은 시후의 지시대로 메테르가 만든 바비큐가 어떤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그에게 이것저것 설명했다.

사실 메테르가 만든 바비큐가 경험치를 얻게 해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NPC는 경험치를 얻을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유저에 한해서였고 고레벨 유저에게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경험치였다. 하지만 시후는 그것 나름대로 괜찮았다.

한스텔 마을이 어떤 곳인가. Safety World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 유저들이 주로 찾는 초보 유저 마을이다.

거기에 퀘스트 NPC인 여관 마스터가 초반에 주는 퀘스트는 마을 입구에 있는 토끼와 여우를 잡는 것이다.

성공만 하면 초보 유저가 착용할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골드를 주지만 그게 쉽겠는가.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면 당장이라도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인 듯한 체형을 소유한 토끼와 여우.

Lv. 50 이상의 유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한 마리 잡는 데 한 시간은 걸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렇게 얻은 경험치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만약 바비큐 하나를 먹고 토끼 한 마리를 잡았을 때와 같은 경험치를 얻는다면 어떻겠는가.

‘없어서 못 팔겠지.’

시후의 생각대로 초보 유저들은 바비큐를 먹고 경험치를 올린 후에 레벨업을 한 후 스텟을 올리고 토끼 사냥에 나갈 것이다.

바비큐 하나로 다른 유저의 도움 없이 홀로 사냥이 가능해지는 방안이었다.

이런 획기적인 방법으로 메테르를 사용할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그가 벌어들일 골드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시후였다.

- 그 표정은 참으로 꼴불견이군.

- 오,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 그대가 하는 것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어떻게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메타트론이 전음을 보냈다.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메타트론을 보며 시후는 피식 웃었다. 대악마 위리놈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익히 아는 시후였다.

그렇다면 ‘대천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저놈은 또 얼마나 대단할까. 지금 쓰고 있는 인자한 어머니의 가면을 벗었을 때 그가 펼치는 전투는 얼마나 대단할까. 시후의 호승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메타트론은 시후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보고는 흠칫했다. 잠깐이나마 그의 눈에서 호승심을 엿봤다. 이대로 뒀다가는 당장 한판 붙자고 할 것 같았다.

- 좀 전에 말한 내 부탁을 이야기하겠다.

- 말해봐.

- 그대가 올림포스 신들의 조각상을 찾아줬으면 한다.

메타트론은 시후에게 부탁을 하며 말을 돌렸다.

그리고 나타난 알림창.

[대천사 메타트론의 부탁 퀘스트]

[힘을 잃은 메타트론이 올림포스 신들의 힘이 깃든 조각상을 얻어 그 힘을 회복하려 한다.]

[올림포스 십이 신의 신성한 조각상을 가져오세요.]

[보상 : 경험치, 골드, 올림포스 십이 신의 유물.]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시후는 퀘스트를 빠르게 수락하고는 마침 메테르에게 설명을 마친 조민에게 공유했다. 퀘스트 설명을 읽은 조민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천사 메타트론이라는 대목에서 놀란 거였다. 당연하게 조민은 메타트론을 보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메타트론은 시후를 보며 내가 이 정도야라고 말하듯 어깨를 으쓱였다.

‘얘도 정상이 아니야.’

시후는 그런 메타트론을 보며 괜히 이상한 놈 하나와 엮인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 사이 퀘스트 내용을 모두 읽은 조민이 시후에게 다가왔다.

“오빠, 이거 아무래도 저희끼리 하기에는 힘들 것 같은데요?”

“그 정도야?”

“네. 자세한 내용은 나가서 말씀드리는 게 빠를 것 같아요.”

조민의 말에 시후는 알았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메테르 가족의 이주를 빠르게 해결하도록 짐 정리를 끝낸 후에 다인 이동 스크롤로 모두 한스텔 마을로 이동했다.

마르스에게는 디카 영주한테 이 상황을 전달하라고 했고 타란에게는 프랑시스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일 처리를 마무리하고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시후는 곧장 조민을 찾았다.

“어느 정도 어려운 퀘스트길래 그래?”

“일단 손이 많이 가요.”

“왜?”

“올림포스 십이 신의 신성한 조각상을 찾으라는 말은 결국 열두 점의 조각상을 찾아오라는 말이니까요.”

“아! 그런 거였어?”

십이 신의 조각상을 찾아오라는 말이 그 뜻이었다니.

시후는 아차 싶었다.

그것을 그때 알았다면 메타트론에게 따져서 퀘스트 내용을 변경했을 텐데 말이다.

한번 받은 퀘스트는 내용 변경이 불가능함을 시후도 알았기에 아쉬웠다. 그런 시후에게 조민은 안타까운 사정을 더 말했다.

“그리고 오빠 올림포스 십이 신 모두 아세요?”

“그 정도야 알지.”

일전에 덕칠의 여자 친구인 한나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데메테르, 아테나,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레스,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 디오니소스잖아.”

정확히 올림포스 십이 신의 이름을 모두 말한 시후였다.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그를 보며 조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무슨 신인지는 아시고요?”

“무슨… 신? 신이면 신이지 뭐가 더 있어야 해?”

“당연하죠. 제우스만 해도 하늘과 천둥, 정의의 신이고 헤라는 결혼과 양육의 신이고….”

“자, 잠깐만.”

시후는 급히 조민의 말을 끊었다. 무슨 무림인 별호도 아니고 저마다 가진 이명이 저리 많은지. 단번에 외우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았다.

열두 명의 신에 대한 이명을 꺼낸 것을 보면 그들에 대한 특성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모두 외우라는 듯이 조민이 입을 달싹였다. 어서 설명을 늘려 놓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시후는 일전에도 올림포스 신전의 신들과 관련된 퀘스트를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자 조민이 거론한 문제를 타파할 방법이 생각났다.

“손이 많이 가는 거라면 손을 더 구하면 되지.”

“네?”

“가서 당성치 좀 오라고 해.”

시후는 대뜸 당가의 가주인 당성치를 불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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