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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82화 (182/275)

제182화

조민이 보낸 톡을 확인한 시후는 흡족했다.

“하나로 힘들다면 둘이 같이 하는 게 낫지.”

대력공방에 적당히 손을 빌려주려던 시후는 계획을 바꿨다.

포달랍궁의 등장은 그만큼 시후에게 긴장감을 가지게 했다.

현재 시후의 능력으로도 녀석들의 섭혼술을 간파할 수가 없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끼쳤을까.”

녀석들의 마수가 과연 어디까지 뻗쳤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딜라마섭혼술에 걸렸다면 시후는 꼼짝없이 뒤통수를 맞을 거였다.

“그럴 수는 없지.”

그 빌어먹을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한 단계 위를 보아야만 했다.

내공의 증진도 급했지만, 무엇보다 천마지체 3단계의 경지를 이루어야 했다.

천마지체의 경지는 그 단계가 오를수록 곱절의 힘을 낸다.

1단계에서 고작 주먹과 발에 천마지기를 둘렀다면 2단계에서는 천마지기를 이용해야만 펼칠 수 있는 무공을 사용할 수 있었다.

종국에는 의념기에도 천마지기를 담을 수 있을 거였다.

“과거의 내가 그랬었으니까.”

천 년 전에도 했던 것을 지금이라고 못 할 게 없다는 게 시후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의 경지를 빠르게 이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Safety World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대력공방을 나온 후 서둘러 도착한 곳은 S.W SOFT였다.

“이번 퀘스트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녀석들과 해야겠어.”

포달랍궁의 섭혼술의 마수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들을 찾았다.

‘강태산, 차인호.’

강시후가 된 이후로 가장 많은 시간과 정을 나눈 이들.

아무리 완벽한 섭혼술이라도 일상생활까지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었다.

원후태령을 만나기 전까지 둘에게는 섭혼술의 증상은 보이지 않았으니 시후는 자신의 눈을 믿기로 했다.

S.W SOFT를 들어오며 이미 둘이 어디 있는지 기감을 펼쳐 찾았다.

그들은 시후가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클라이밍 장에 있었다.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마찬가지로 조금 전까지 클라이밍을 했던 것인지 땀범벅인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태산과 인호는 시후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왔어?”

“어. 그런데 아직 훈련 중이었나 봐?”

“응?”

둘은 시후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이곳에 두 발로 서 있는 사람은 방금 들어온 시후와 태산과 인호뿐이었다.

누가 봐도 고된 훈련이었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시후가 아직 훈련 중이라고 물으니 둘은 표정으로 물은 거였다.

“아직 기절한 놈이 하나도 없잖아.”

“굳이 기절까지….”

“왜? 너희는 나한테 배울 때 그랬는데?”

“하긴, 우리는 그렇기는 했었지.”

“으흠….”

태산과 인호는 과거를 떠올렸다.

땅에 묻히고 오감을 빼앗기고 손가락 하나로 암벽을 오르고.

부들부들-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둘의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

“듣고 보니 그러네?”

“우리는 죽을 똥을 싸며 훈련했었는데.”

“그래. 너희가 너무 신사적이었어. 기절 한두 번은 해야 훈련이지.”

셋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돌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프로게이머들을 봤다.

떨어져 있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프로게이머들도 셋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그들은 셋의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 때마다 눈동자가 무섭도록 요동쳤다.

“미, 미친 거 아니야?!”

결국 참다못해 발악하듯 박혜령이 나섰다.

기세 좋게 나서기는 했지만, 몸은 일으키지 못하고 겨우 한쪽 팔로 버텨 시후를 노려봤다.

표독스러운 눈빛에 태산과 인호는 찔끔했다.

하지만 시후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왜? 뭐가 문제지?”

“뭐가 문제냐고?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시후는 박혜령의 말에 주변을 훑었다.

박혜령을 제외하고는 다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거기에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은 덤이었다.

그 모습에 시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말했지. 현실에서의 실력이 올라가면 Safety World에서의 실력도 올라간다고.”

“하지만 우리는 프로게이머라고, 두뇌 플레이만으로도 충분….”

“지금 충분이라고 했나?”

샤악-

시후는 박혜령의 충분하다는 말에 살기를 옅게 피웠다.

아주 옅게. 정말 아주아주 옅게 말이다.

태산과 인호가 느끼기에는 그저 살짝 닭살이 돋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달랐다.

“커…. 억.”

“크윽.”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오더니 몇몇은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박혜령과 닭 볏과 숯 눈썹, 그리고 D.M만이 버텼다.

시후에게 몇 번 괴롭힘을 당해서 그런지 이 정도 살기는 견디는 것 같았다.

“차이가 보이나? 고작 이 정도 살기에 쓰러지는 쟤들과 너희들의.”

“크…. 그, 그게 뭐?!”

“뭐냐니. 너희들 게임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봐.”

“……!”

박혜령은 시후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순위를 평가할 필요도 없었다.

Safety World 커뮤니티에는 프로게이머들의 순위를 기록한 게 있었다.

이곳에 있는 프로게이머들 역시 거기에 등록되어 있었고 평소 커뮤니티를 수시로 들여다보는 박혜령이었기에 잘 알았다.

시후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정신을 잃은 녀석들은 모두 중위권 프로게이머들이었다.

D.M이라는 녀석의 순위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닭 볏과 숯 눈썹은 자신처럼 상위권 순위의 프로게이머였다.

그리고 시후는 자신처럼 커뮤니티를 즐겨 들여다보는 사람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진짜 시후의 말대로 시후가 지금 벌이는 일로 Safety World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해?”

“불가능할 건 또 뭔데?”

자기 속마음이라도 읽은 듯이 답하는 시후에 박혜령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시후는 이미 박혜령과 눈을 마주하며 독안공을 펼치는 중이었다.

덕분에 Safety World 커뮤니티의 순위와 프로게이머들의 레벨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박혜령이 나머지 녀석들의 구심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마도 저택에서 보여준 단호한 모습과 자기를 쫓겠다며 여기까지 악바리같이 달려온 것, 그리고 이곳 클라이밍 장에서의 보여준 집념에 가까운 끈기에 자연스럽게 그리되었을 거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박혜령의 머릿속에 그려진 시나리오였다.

“불여우 같은 녀석.”

“…….”

겉과 속이 다른 짓을 하는 녀석이었지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크게 샀다.

“불여우, 잘 봐둬라. 네 상식선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보여줄 테니까.”

딱-

시후가 손가락을 튕기자 언제 왔는지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다.

의료진은 기절한 이들을 돌봐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혜령과 닭 볏, 숯 눈썹과 D.M을 부축하더니 휠체어에 태웠다.

“우리가 Safety World에서 플레이하는 걸 잘 봐라.”

시후는 이들 넷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지금부터 자신을 포함한 태산과 인호가 Safety World에서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말이다.

태산과 인호에게는 이미 전음으로 이야기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일곱은 캡슐 방으로 갔다.

시후는 웰컴 모니터 앞에 휠체어를 탄 넷을 고정해 놓고는 태산, 인호와 함께 캡슐에 들어갔다.

시후는 마지막 로그아웃 지점인 헤라 왕국으로 로그인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며 펼쳐지는 저녁노을은 붉은 파도가 되어 보는 이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왔다.

하지만 시후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근처 퀘스트 여관을 찾았다.

태산과 인호에게는 헤라 왕국으로 오라고 일러뒀기에 그 전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고 보니 헤라 왕국에서 퀘스트 여관을 찾는 것은 처음이네.”

끼익-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기대감을 갖고 문을 열었다.

“휘유, 넓은데?”

여관 문을 열고 느낀 시후의 첫 감상평은 꽤 넓은 실내라는 거였다.

밖에서 봤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배는 넓어 보였다.

공간이 넓은 만큼 안에 있는 유저들도 많았다.

대부분이 음식과 음료를 즐겼지만, 한쪽에서는 여러 가지 오락 시설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각 테이블로 음식을 날라주는 웨이터가 있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그들은 물이 미끄러지듯이 유저들을 피해 음식을 날랐다.

그렇게 시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엇을 찾으십니까?”

지나가던 웨이터가 물어왔다.

눈웃음이 참으로 인상적인 전형적인 미남이었다.

살짝 마른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말이다.

“퀘스트 여관 마스터를 찾아왔는데?”

“마스터님을요?”

마스터를 찾는다는 시후의 말에 떠들썩하던 주변이 순간 조용해졌다.

시후는 변한 분위기를 느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물을 것만 묻고 떠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마스터님은 왜 찾으십니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사전에 약속하셨나요?”

“마스터 녀석을 만나는 데 약속까지 잡아야 하나?”

“…혹시 레벨이 어떻게 되십니까?”

레벨까지 물으며 계속되는 웨이터의 질문에 시후는 슬슬 짜증이 일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길래 이런 식으로 유저를 대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대충 이곳을 뒤집으면 녀석이 나올까도 싶었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에 화를 삭이며 입을 열었다.

“204.”

“풉!”

시후가 레벨을 말하자 웨이터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크, 크흠. 죄송합니다.”

“…….”

왜 레벨을 물어놓고 대답하니 웃는지 알 수 없던 그때 이유를 대답해 줄 것 같은 녀석이 다가왔다.

“크크큭, 레벨이 204면 초보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 촌놈인가?”

빈정대며 다가오는 녀석은 태산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벗겨져 광이 나는 녀석이었다.

덩치가 크고 등에 큰 대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힘과 체력 스텟을 키운 녀석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왜 레벨을 말하니 웨이터를 비롯한 모두가 비웃었으며 퀘스트 여관을 찾아왔는데 마스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지.

“마스터가 외출이라도 했나?”

“풉. 정말 모르나 본데?”

“무엇을 말이지?”

“헤라 왕국의 퀘스트 여관 마스터는 헤라 여왕만큼이나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야.”

“음…. 그런가? 왜지?”

마음만 먹으면 헤라 왕국 성으로 들어가 언제라도 헤라 여왕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의 흐름으로 봐서 이곳에 있는 자들은 순순히 퀘스트 여관 마스터의 소재를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알고 싶어? 그럼 이 형님에게 술이라도 한잔 사보겠나? 그럼 내가 주사라도 부리며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헤죽헤죽하는 덩치의 상판을 보니 술을 사줘도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어느새 곁에서 웃음을 참고 있던 웨이터도 덩치의 말에 키득키득하며 자리를 뜨고 있었다.

이후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텁-

덩치는 시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술도 사지 않을 거면 이만 꺼져주는 게 어떨까?”

그리고는 시후를 지나치고는 힘껏 당겼다.

단번에 엎쳐 문밖으로 던져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 뭐, 뭐야.”

보기 좋게 힘을 준 것치고는 시후는 꼼짝하지 않았다.

자세를 한껏 낮춰 힘줄이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썼지만 말이다.

그러자 덩치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녀석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크큭, 뭐 하는 거야? 적당히 놀아.”

“그래. 대충 내던지고 이리 와. 아까운 레인보우 워터가 기다리잖나.”

다들 덩치가 시후를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덩치는 그 말에 서둘러 자세를 고쳐 잡고는 움켜쥐고 있던 시후의 어깨를 놓았다.

“하, 하하….”

멋쩍어하며 웃지만,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덩치는 슬슬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레벨은 Lv.288.

시후의 예상대로 힘과 체력에 스텟을 치중하였기에 힘 스텟만 해도 88이었다.

그런데 Lv.204라고 말한 시후가 꼼짝도 하지 않다니.

덩치는 시후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나려 했다.

“레인보우 워터라. 좋은 거 마시고 있잖아.”

시후가 덩치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말했다.

덩치는 마른침만을 삼킬 뿐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자기 명치에 닿는 시후의 손을 봤다.

“넌 저거 못 마실 것 같으니 내가 대신 마시마.”

쾅-

그리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덩치가 튕겨 나갔고 어느새 벽에 처박혔다.

다른 이들은 소리가 들린 후에야 처박힌 덩치를 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퀘스트 여관 안에 있던 모두가 일순간 정지했다.

시후는 그 침묵 속에 천천히 걸어가 덩치 일행들이 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리고는 레인보우 워터가 가득 담긴 크리스털 잔을 들었다.

“내가 이 잔을 다 비우기 전까지….”

꿀꺽-

시후가 잠시 말을 멈추자 정적 사이로 유저와 NPC의 침 넘김 소리가 울렸다.

시후는 천천히 크리스털 잔을 입에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이곳을 떠나지 않는 녀석은 죽는다.”

꿀꺽-

그리고는 단숨에 레인보우 워터를 들이켰다.

애초에 퀘스트 여관 안에 있는 이들이 도망갈 시간 따위는 전혀 주지 않을 심산이었다.

시후는 들고 있던 크리스털 잔을 허공섭물로 둥둥 띄웠다.

그리고는 퀘스트 여관 중앙으로 날리고는 내공을 흘려 넣었다.

“천마화등공(天魔火登功).”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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