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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81화 (181/275)

제181화

시후는 우선 대력공방으로 돌아왔다.

원후태령과 일전을 벌인 그곳에서 제갈세가까지는 상당한 거리도 있었고, 짐 덩어리 둘을 데리고 대낮에 돌아다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후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초연이 나왔다.

“오셨어요? 뒤에 둘은….”

“맞아, 너희 장로라는 녀석과 양파야.”

시후는 허공섭물로 들고 오던 둘을 박초연 앞에 내려놓았다.

둘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다른 분들은요?”

박초연은 혹시나 해 물었다.

그래도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그들의 안부를 물었다.

“모두 죽었어.”

“설마, 시후님께서요?”

“그러잖아도 그것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어.”

시후는 변명 대신에 원후태령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녀석이 어떻게 황보세가 사람들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갔는지.

그들이 당한 섭혼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원후태령을 데리고 사라진 궁주의 존재까지.

“네?! 오빠 앞에서 도망쳤다고요?!”

“어.”

양파를 보호하려는 것만 아니었으면 놓칠 일은 없었겠지만.

굳이 그것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놓친 것은 놓친 것이니까.

다만 시후의 그런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저런, 시후님께서 실패를 다 하셨다니요.”

평치혁이였다.

걱정된다는 말투와는 다르게 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평 장로님!”

그 모습에 박초연이 눈을 부라렸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같은 대력공방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냐는 거였다.

하지만 평치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왜? 어차피 그분들은 우리와 뜻이 달랐잖아.”

“장로님!”

“소리 지르지 마. 솔직히 박 방주도 저들이 골칫덩어리라고 생각했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시후는 둘이 다투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둘의 이야기 내용으로 보기에 천업단 내에서 황보세가 사람들은 상당히 골칫덩어리였던 거 같았다.

대력공방을 이끌어가는 방주로서도 말이다.

다만, 박초연은 그들의 목숨을 논할 정도로는 생각지 않았고 평수혁은 그들이 사라졌으면 했다는 게 차이였다.

둘은 점점 목소리까지 높여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민이 시후에게 다가왔다.

“오빠, 그냥 보고만 있으실 거예요?”

“그럼?”

“안 말리세요? 저러다가 싸움이라도 나겠어요.”

“에이,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거야.”

“어떻게 장담해요?”

“쟤는 이갑자 내공. 쟤는 반 갑자 내공.”

시후는 평치혁과 박초연을 번갈아 가리켰다.

내공의 차기가 극심하니 절대로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거였다.

하지만, 시후의 예상과는 다르게 둘의 말싸움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우리 좀 솔직해져 보자고.”

“하? 지금까지 가식의 가면을 쓰고 생활하신 분께서 하실 말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방주! 체면을 챙기는 것과 위선을 떠는 것은 다른 것이야.”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척-

분을 삭이지 못한 박초연이 평치혁의 얼굴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둘의 내공 차이는 시후의 말대로 컸기에 평치혁은 가볍게 제압했다.

얼굴 근처에서 박초연의 손을 잡아버린 거였다.

박초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치를 떨었다.

그만큼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는 거였다.

“쯧. 그만.”

시후는 설마 박초연이 화를 삭이지 못해 손을 날릴지는 몰랐기에 나서기로 했다.

둘은 시후의 혀 차는 소리에 떨어졌다.

그런 둘의 모습에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주라는 놈은 인정에 치우치기나 하고, 장로라는 놈은 그런 방주를 나무라기나 하고…. 응?! 생각보다….’

생각보다 둘의 합이 괜찮았다.

무공 실력이 떨어지지만 대장장이로서 실력은 좋고 정이 많은 방주.

성격이 개차반이라고 소문났기에 따르는 세력은 없지만, 무공 실력은 나름 괜찮은 장로.

“너희 제법 잘 어울리는데.”

“네?!”

“무, 무슨 그런 막말을 하십니까?!”

시후의 말에 둘은 발끈했다.

옆에 있던 조민 역시 시후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본 거냐는 눈빛으로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후는 앞으로의 일만 생각했다.

“이대로 대력공방 문 닫을 거야?”

“그, 그럴 리가요.”

박초연이 시후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평치혁과 다툰 일로 무슨 대력공방의 존폐를 거론하느냐는 표정이었다.

“그치? 그럼, 너는?”

“네? 저는 뭐요?”

“너는 대력공방 살려보겠다는 방주 내팽개치고 혼자 살 거냐고.”

“…….”

평치혁과 박초연은 시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 파악했으면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

“서로 헐뜯기나 하고. 너희가 금수야?”

“…….”

시후는 둘에게 거침없이 모진 말을 쏟아부었다.

둘은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모진 말이었지만 사실이었고, 자기들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둘은 어느새 시후의 앞에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잔뜩 기죽은 듯한 둘의 모습에 시후는 씨익 웃었다.

이제 타이밍이 온 거였다.

“잘못했지?”

“네….”

“좋아. 너희도 성인이니, 잘못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어야겠지.”

“네….”

“앞으로 둘은 같이 행동한다.”

“네… 네?!”

둘은 느닷없는 시후의 명령에 당황했다.

“뭐야, 무슨 뜻인지 몰라?”

“아, 아뇨. 그런 게 아니오라….”

시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이 행동하라니.

지금까지 둘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평치혁은 더욱 그랬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어땠는가.

외로운 늑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독보적인 외톨이 생활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박 방주와 같이 행동하라니.

분명 시후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결코 대충 말하는 것은 아닐 거였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평 장로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미 평치혁은 시후의 말을 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반면 박초연은 그러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평치혁은 자기 사람이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도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저 시후라는 구심점이 있으니 그 곁을 같이 지킬 뿐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와 ‘같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박초연은 시후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왜요?”

자신이 도대체 왜 평치혁과 함께 해야 하는지 묻는 거였다.

시후는 이미 그 답을 생각해 뒀기에 빠르게 말했다.

“내가 하라고 했으니까.”

“…네?!”

“헐.”

이런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없었다.

하지만 강하게 거부할 수가 없었다.

시후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절대 자기가 내뱉은 말을 번복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조, 조민 양?”

이제 둘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시후의 최측근인 조민뿐이었다.

조민은 둘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고개를 저었다.

“그냥 포기하시고 오빠 말씀 따르시죠?”

“이게 그냥 포기할 일입니까?”

자신들의 자유가 걸린 일인데 쉽게 포기하겠냐는 눈빛이었다.

조민은 둘의 그런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두 분을 위한 일이니까 그냥 따르시라는 거예요”

“우리를 위하다니요?”

이 정도까지 말했는데 감을 잡지 못하는 둘에 조민은 시후를 힐끗거렸다.

설명을 해주어도 되냐고 묻는 거였다.

“그래. 잘 설명해줘라.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것도 깨달을 정도로. 나는 먼저 S.W SOFT로 돌아가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시후는 대력공방을 나섰다.

역시 네가 최고라며 조민에게 엄지를 치켜들어 주며 말이다.

그렇게 시후가 사라지자 박초연과 평치혁은 조민에게 바짝 다가왔다.

“도대체 왜 우리에게 저러시는 겁니까?”

“그걸 모르시겠어요?”

조민은 진짜 모르겠냐는 듯 물었다.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모르겠어요. 저희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시후님의 말씀대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티격태격한 것인데….”

“물론, 그것이 시발점이 되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니죠.”

“그럼요?”

조민은 둘에게 바짝 다가오라는 신호를 하고는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아까 오빠가 원후태령 놓쳤다고 했을 때 웃으셨잖아요.”

“……! 네?!”

둘은 조민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되새겨봤다.

“분명….”

박초연은 손가락을 들어 평치혁을 가리켰다.

“장로님께서 웃으셨어요.”

“내가 언제…! 설마?!”

둘은 떠올렸다.

평치혁이 입꼬리를 씰룩거린 것을 말이다.

“고작 그것 때문에?”

평치혁은 그 잠깐의, 아주 조금의 씰룩거림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냐는 듯이 되물었다.

조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무슨 생각 하셨어요?”

“생각이라니?”

“혹시, 오빠를 엄청나게 욕하셨다 거나?”

“욕이라니! 그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을 떠올렸을 뿐이었는데.”

평치혁의 말을 들은 조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박초연을 봤다.

“나는….”

“비슷한 것을 떠올리셨겠죠?”

“…네.”

박초연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이 들지 않은가.

사람이 속으로 욕도 못 한단 말인가.

“네. 못 해요.”

“지, 지금 제 생각을 읽은 거예요?”

박초연은 제 생각을 조민이 말하자 깜짝 놀랐다.

조민은 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까딱였다.

“아니요, 그 정도는 추측으로 가능하죠. 그런데 말이죠.”

조민은 짐짓 중요한 이야기라는 듯이 분위기를 잡았다.

“오빠는 진짜로 생각을 읽으세요.”

그동안 시후가 보인 모습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거였다.

Safety World에서 위리놈과 첫 대면에서 그 사실을 떠봤었고, 시후는 조민에게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한 대답을 했었다.

그 이후 조민은 시후 앞에서만큼은 절대로 허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제갈신길과 제갈상민에게도 단단히 일러둔 거였다.

물론, 이 둘에게는 오늘이 처음이지만 말이다.

덕분에 둘은 목젖이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며 놀랐다.

“서, 설마. 독심술?”

“그것보다 좀 더 고차원적인 무공 같더라고요.”

독안공의 존재는 모르지만 그만한 위력의 무공이 있을 거라고 짐작한 조민이었다.

그 말을 듣자 박초연과 평치혁은 사색이 되어갔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시후를 만나 어떤 생각을 했던가.

평치혁은 자신이 아는 욕은 전부 했었던 것 같았다.

박초연은 시후가 보물을 넘겨줄 때 그를 ‘호구’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만한 보물을 넙죽 건네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시후가 모두 읽고도 모른 체를 했다고 생각하니.

딸꾹-

너무 놀라 딸꾹질이 나오며 등골이 오싹했다.

조민은 둘이 이만하면 시후에 대한 경각심을 충분히 가졌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진짜 시후가 시킨 일을 해결할 차례였다.

“그리고 오빠가 두 분을 엮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연유는 무슨…. 그저 화풀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럼, 아니라는 거야?”

평치혁이 살짝 짜증 내는 투로 말했다.

조민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박 방주님은 무공이 형편없으세요.”

“크, 크흠.”

뼈 때리는 말에 박초연이 흠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민은 말을 이어갔다

“대력공방 또한 무림인들로 이루어진 곳이에요. 그런 곳에서 고작 30년 내공을 가진 방주라니요. 퍽이나 말을 듣겠어요.”

사실이었다.

박초연이 대장장이로서의 능력이 뛰어났기에 그나마 방주 직을 맡을 수 있는 것이었지, 그것도 없었다면 진작에 내쳐졌을 거였다.

그 증거로 황보태정과 같은 이들처럼 대력공방은 여러 가지의 파로 나뉘어 있었다.

조민은 박초연이 자기 말을 알아듣는 것을 확인하고는 평치혁을 바라봤다.

“그래서 평치혁 님이 필요하신 거예요.”

“나?”

“네. 외로운 늑대. 독불장군. 외톨이. 이런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홀로서기를 하신 분이시잖아요.”

“크흠, 내가 쫌 그렇지.”

딱히 칭찬한 것이 아니었는데 한껏 어깨가 올라간 평치혁이었다.

어떨 때는 선비 같은 모습을 보였다가 지금처럼 약간 모자란 모습을 보일 때면 그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잖아요.”

“뭐?”

“이 갑자의 내공에 뛰어난 무공 실력을 지녔음에도 대력공방에서 맡은 역할이라고는 여기, 전당포 사장이잖아요.”

“크, 크흠.”

평치혁 역시 조민의 뼈 때리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조민의 말대로 평치혁은 대력공방에서 입지가 적었다.

무공 실력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딱 그것뿐.

대력공방의 근본은 대장장이였기에 망치를 들지 않은 평치혁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이런 전당포가 전부였다.

말이 좋아 제1 장로지.

이곳 전당포는 유배지나 다름없었다.

외부인을 상대할 뿐.

평치혁에게 대력공방의 일을 의논하는 이는 전혀 없었다.

이렇게 대력공방에서 둘의 상황을 정확히 집어준 조민은 둘의 어깨를 동시에 눌렀다.

“그래서 오빠가 두 분을 엮은 거예요.”

“……”

“세력을 가진 방주와 힘을 가진 장로. 두 분이 힘을 합치면?”

조민의 말에 둘의 눈은 점점 커졌다.

둘은 서로의 장점과 자신의 장점을 떠올리며 대력공방의 상황과 매치시켰다.

여러 파벌로 나뉜 대력공방.

이번 황보태정의 일은 작은 단면에 불과했다.

그런데 때마침 포달랍궁이라는 존재가 나타났고, 그 존재가 섭혼술로 대력공방을 집어삼키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멍청이들도 대력공방의 존폐를 논하는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는 이는 없을 거였다.

그 상황에서 세력과 힘과 머리를 가진 존재가 두각을 드러낸다면.

“박 방주는 진정한 방주가 되겠지.”

“평 장로님께서는 원하시는 삶을 사실 수 있고요.”

둘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손을 마주 잡았다.

둘의 의기투합한 모습에 조민은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 두들겼다.

-우결. 시작이요.

시후에게 보낸 톡이었다.

사실 시후는 조민에게 엄지를 치켜들 때 전음도 함께 보냈었다.

앞으로 둘이 대력공방을 이끌어 갈 수 있게 판을 만들자고 말이다.

얼마 전 너튜브에서 본 옛날 예능.

‘우리 결혼했다요’처럼 둘을 엮자는 거였다.

그 말만으로도 조민은 빠르게 이런 상황을 만든 거였다.

그리고 시후에게 돌아온 톡은 조민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우리 지괴 최고.

“우리… 우리라고 했다.”

조민의 볼이 살짝 상기됐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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