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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79화 (179/275)

제179화

시후는 대력공방을 빠져나와 전자상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디쯤 갔나 볼까.”

옥총이 본모습으로 돌아와도 정신을 잃은 성인 열댓 명 모두를 혼자서 데리고 나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조력자가 있거나, 아니면 그놈들이 스스로 걸어 나갔거나.”

시후는 될 수 있으면 후자이길 바랐다.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줬고, 양파는 천업단을 선택했다.

그 순간 시후는 양파를 자기 사람으로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 그들의 도주에 양파의 의지가 깃들어 있지 않기를 바랐다.

시후는 기감을 넓게 펼쳤다.

이미 옥총을 비롯한 황보세가 녀석들의 기를 기억했기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시후는 곧장 몸을 날렸다.

녀석들의 기감이 느껴진 곳을 향해 건물 위를 날아가니 트럭 한 대가 보였다.

아직 주변에 사람들이 많기에 시후는 트럭을 주시하며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 지나자 트럭이 서울 외곽으로 빠졌다.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르자 시후는 경공술을 펼쳐 날아갔다.

콰직-

트럭 위에 내려서자 시후는 곧장 손을 내려찍었다.

마치 종이로 만든 문을 열 듯 트럭 천정을 뜯었다.

“음, 전자였네.”

트럭 안에는 황보세가 녀석들이 있었다.

여전히 수혈을 집혀 잠든 상태 그대로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조력자가 양파와 함께 저들을 옮겼다는 건데.

“내 이목을 속이고 말이지.”

끼익-

도대체 어떤 놈인지 궁금하던 참에 트럭이 멈췄다.

그러고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열리며 사람들이 내렸다.

조수석에서 내린 것은 양파였다.

그런데 상태가 이상했다.

의안을 빼냈기에 한쪽 눈을 감고 있어야 정상인데, 양파는 그러지 않았다.

텅 빈 구멍에 바람이 들어갔다가 나와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눈을 뜨고 이쪽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오른쪽 눈을 보는 순간 그 이유를 알았다.

“섭혼술?”

반쯤 뜬 흐리멍덩한 눈.

그랬다.

지금 옥총은 섭혼술에 걸려 조종당하고 있었다.

시후는 살짝 놀랐다.

분명 옥총의 목을 졸랐을 때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했었다.

“분명 섭혼술의 흔적은 없었는데?”

“훗. 섭혼술이라고 다 같은 섭혼술이겠습니까?”

운전석에서 나온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년 여성의 목소리인데 어째서인지 귀에 익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목소리만 귀에 익은 것이 아니었다.

“허?! 네가 왜 여기 있냐?”

“오랜만에 뵙습니다?”

“내 분명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으면 중국에 얌전히 있으라 했을 텐데?”

운전석에서 나온 이는 원후태령이었다.

제갈신길의 며느리. 제갈상민에게 섭혼술을 걸어 제갈세가를 꿀꺽하려던 그녀였다.

태령은 어깨를 으쓱이며 빈정댔다.

“연락을 주지 않으시고 흔적만 남기고 다니시니 이렇게 찾아왔지 않겠습니까?”

태령의 빈정대는 모습에 시후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호기심이 일었다.

시후는 훌쩍 날아올라 트럭 앞에 내려섰다.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무언가 준비를 했다는 거겠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 준비가 궁금해지는데? 그리고 왜 나타났는지 이유도.”

“이유는….”

딱-

태령이 손가락을 튕기자 트럭이 흔들거렸다.

그러고는 시후가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태령 앞에 내려선 그들은 황보세가 사람들이었다.

이들 역시 양파와 마찬가지로 눈이 풀려 있었다.

“이것 봐라?”

양파처럼 이들에게서 섭혼술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팔이 움직여?”

“신기하시죠?”

태령이 황보태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황보태정이 품속에서 막대 두 개를 꺼냈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 역시 품속에서 막대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바닥으로 한 차례 휘두르자.

촤륵-

한 자 정도 길이로 늘어났다.

경찰들이 쓰는 진압봉이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우웅-

공기가 진동할 정도로 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황보태정이야 이 갑자의 내공을 가졌으니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도 똑같이 하다니.

“설마, 폭선공(爆先功)?”

“이야, 대단하십니다? 그걸 알아보시다니.”

“그래. 그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런 치졸한 섭혼술로 제갈세가를 먹으려 했으니.”

“…….”

“언제부터 포달랍궁이 원후가가 되었느냐?”

“허? 거기까지 알아보시다니. 당신과 이야기하면 할수록 놀랄 일만 생기는군요.”

태령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손목에는 붉은색 팔찌가 채워져 있었는데, 손을 흔들자 초음파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진압봉을 들고 있던 황보세가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황보태정을 선두로 시후를 덮쳤다.

시후는 제자리에서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평소라면 지풍을 날려 수혈을 짚거나 천마기사를 펼쳐 몸을 묶었겠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폭선공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귀찮은 무공을 상대하기에 짜증이 솟구치는 그때였다.

“칫.”

황보태정이 시후의 무릎을 향해 진압봉을 휘두르자 시후가 한발 물러나는 순간.

시후 뒤쪽에 있던 이가 시후를 향해 두 팔을 벌려 날아올랐다.

뒤에서 끌어안으려는 의도였다.

시후가 황보태정이 휘두르는 진압봉을 피하고자 한쪽 발을 들고 허리를 숙였다.

한쪽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자 시후를 끌어안으려던 사람의 두 손이 시후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펑-

“큭.”

짧은 폭발음과 함께 끌어안으려던 사람이 폭발했다.

시후는 몸에 두르고 있던 천마지기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폭발의 충격으로 잠시 동작이 멈췄다.

그러자 황보태정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시후를 향해 육탄 돌격을 했다.

“쯧.”

시후는 혀를 찼다.

폭선공은 이래서 상대하기 싫었다.

선천지기를 끌어다가 사용하며 그것으로 내공을 폭발시켜 자기 몸을 터트리는 무공이 폭선공이었다.

그리고 폭선공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비슷하게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펼칠 수는 있었지만, 살짝 충격만 입어도 몸이 터지는 폭선공은 무공 요결 자체가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포달랍궁이 자랑하는 딜라마섭혼술에 조종을 당해야만 펼칠 수 있는 거였다.

즉. 지금 원후태령은 딜라마섭혼술을 펼치고 있다는 거였다.

‘어떻게 그것을 배웠는지 궁금하기는 하다만.’

지금은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시후는 사방에서 덮쳐오는 인간 폭탄을 한 차례 훑었다.

귀령공을 통해 이들의 팔을 못 쓰게 만든 이유는 재활용이라도 해보겠다는 심산에서였다.

그래도 한때는 협을 중요시하는 공로의 사상이 물들어 있던 단체였으니 나름대로 챙겨준 거였다.

그리고 아무리 꼭두각시처럼 살았다 하지만 양파 주위에 있던 자들을 모두 죽인다면 양파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시후가 본 양파는 자신만큼 모진 심성을 가진 녀석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이들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천마보(天魔步).”

시후는 마음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천마보를 펼쳤다.

뒷짐을 진 채로 발을 어지럽게 놀리자 사방에서 쏟아져 오던 녀석들의 빈틈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시후가 빠져나오자 사방에서 몰아닥치던 녀석들은 서로 충돌했다.

퍼버벙-

여럿이 폭발하니 그 여파도 컸다.

“크윽. 대단하십니다.”

태령은 저만한 틈을 비집고 멀쩡하게 나온 시후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시후에게 당한 그날의 치욕을 갚아주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버렸던가.

빠득-

태령은 이를 악물며 두 손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그러자 줄곧 옆에 서 있던 옥총이 움직였다.

뿌득-뿌득-

옥총은 몸을 뒤틀며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시후와 비슷한 체격으로 돌아간 옥총에 이어 황보태정 역시 몸을 뒤틀더니 모습이 변했다.

190cm의 근육질의 모습으로 변한 둘은 태령의 앞에 자리했다.

“결국, 그 아이를 쓰는군.”

“그럼요, 제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데요.”

“그렇게까지 한 연유가 설마?”

“맞습니다. 당신 때문이죠.”

제갈세가를 집어삼키려던 녀석들을 기껏 살려서 돌려보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확실히 많이 유해졌어.”

그러면서 살기를 끌어올렸다.

기껏 베푼 온정이 칼날이 되어 돌아왔으니 상대해줘야 했다.

그리고 그 끝은 칼날을 잘라버리는 거였다.

딱딱-

“헉!”

시후가 손가락을 튕기자 태령이 흠칫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황보태정과 옥총 역시 흠칫했다.

아니. 둘은 흠칫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딱딱딱-

시후가 또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이번에는 좀 전보다 더욱 강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태령의 손목에 끼워져 있던 붉은 팔찌가 떨렸다.

태령은 순간 직감했다.

“설마, 버리시는 겁니까?!”

“…….”

딱딱-

시후는 대답 대신에 손가락을 더 튕겼다.

그러자 황보태정과 옥총이 바들바들 떨며 무릎을 꿇었다.

특히 황보태정은 들고 있던 진압봉까지 놓쳤다.

그러고는 두 팔을 축 늘어트렸다.

태령은 지금 시후가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달았다.

시후는 지금 섭혼술을 펼치는 거였다.

그것도 자신이 펼치는 딜라마섭혼술에 대항할 만큼 강력한 섭혼술을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태령은 중국에 있는 동안 시후에 대해 꽤 많은 조사를 했다.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동원해 그의 일거수일투족 모두를 말이다.

그가 병원장과 변호사의 아들이며 제갈세가와 남궁세가를 휘하에 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준비하는 기간이 더욱 길어졌다.

종국에는 원후가의 본가인 포달랍궁에까지 손을 내밀었다.

포달랍궁은 원후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가문을 만들었고 그들을 통해 포달랍궁의 세력을 키웠다.

나아가 원후태령이 제갈세가를 집어삼키려던 것처럼 다른 가문들을 하나하나 먹어 치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섭혼술을 통한 포교 활동을 했다.

태령은 포달랍궁이 한국에 뻗은 마수 중에 대력공방에 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선 가장 포섭하기 좋은 황보세가를 택했다.

황보태정은 대력공방의 제2 장로였으며 이미 더러운 때가 철철 묻은 이였다.

생긴 것과 다르게 여자와 돈에 환장하는 이였고, 태령은 쉽게 그를 함락시켰다.

그 후 그의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섭혼술을 걸었고 나중에는 옥총에게도 걸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었다.

그녀가 알아본 시후의 성정은 자기 사람을 끔찍이도 챙기고 아낀다는 거였다.

그래서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섭혼술에 걸린 옥총을 이용한다면 시후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태령은 옥총에게도 폭선공을 펼쳐놓았다.

자신이 원하는 순간 어느 때고 폭발할 수 있으며 시후가 혈을 짚기 위해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수 있게 말이다.

그런데 시후가 택한 것은 자신이 걸은 섭혼공을 다른 섭혼공으로 맞서는 거였다.

섭혼공에 섭혼공으로 맞선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당한 이는 백치가 되는 것이 확실했다.

지금까지 포달랍궁에서 수백 번, 수천 번 해봤으니 말이다.

“그녀가 백치가 되어도 좋다는 말입니까?!”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녀석. 너는 포달랍궁이 섭혼술의 정점이라 생각하겠지?”

“…….”

“나는 포달랍궁의 그 어떤 라마들보다도 섭혼술을 잘 쓰던 녀석을 알고 있다.”

시후는 손가락에 내공을 가득 담아 튕겼다.

따악-

“영령역혼술(泠泠逆魂術)”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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