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는 천마님-171화 (171/275)

제171화

대악마 위리놈이 헤라 여왕을 찾아왔다?

그런데 헤라 왕국은 멀쩡했다.

마치 대악마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치고는 별 탈이 없었나 봐?”

“그는 나와 독대하고 떠났으니까.”

“독대라….”

한 번의 마주침. 그 이후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 전투.

대악마 위리놈과 마주한 시간은 짧았지만, 생사전(生死戰)만큼 상대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행위는 없다는 게 시후의 지론이었다.

‘밤하늘의 어둠보다 어두운 속내를 가진 그놈이 독대를 했다라.’

분명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놈과 한 대화는?”

“그는 싸우기를 원했다.”

헤라 여왕의 말은 이러했다.

대악마 위리놈은 어느 날 밤, 헤라 여왕의 침소에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났다.

대악마의 기척을 느끼지 못할 헤라 여왕이 아니었기에 잠에서 깨어 바로 전투태세를 보였다.

그런 헤라 여왕에게 위리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고 한다.

“지금은 싸울 생각이 없다. 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장소에서 화려하게 싸우고 싶다. 그전까지 안식에 빠진 자기 피를 데우기 위해 너희들의 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친놈이네.”

“그렇다, 미친놈이지만…. 그 미친놈이 꺼낸 보상은 너무나도 탐이 나는 거였다.”

“뭔데?”

“어둠의 숲에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자에게 대악마 위리놈의 아이템을 주겠다고 했다.”

“자기 아이템?”

시후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조민을 봤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민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알림창이 나타났다.

띠링-

[대악마의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최초로 얻은 유저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전 스텟 +2 상향됩니다.]

“정말인가 보네.”

시후는 알림창을 밀어 없애고는 헤라 여왕을 봤다.

위리놈의 아이템의 존재를 말했지만, 여전히 조급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것만 있는 건 아닌가 봐?”

“그렇다, 위리놈은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주기적으로 싸우지 않으면 쳐들어오기라도 할 거래?”

“어찌 알았나?”

헤라 여왕은 진심으로 놀라는 모습이었다.시후는 목을 긁적였다.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시후가 생각하는 위리놈의 성격은 단순했다.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기가 싸우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는 강자를 좋아했다.

그것도 병적으로 말이다.

‘그러니 블칸 영주를 그리 대한 거겠지.’

악마의 계약까지 하며 블칸 영주를 도와준 이유가 분명 거기에 있을 거였다.

블칸 영주의 영애, 5서클의 마법사로 액세서리를 제작할 수 있는 그녀를 미끼로 하여 수많은 이들을 꾀했을 거였다.

그 증거로 어둠의 힘을 숭배하는 자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들을 이용해 위리놈은 광고를 한 거였다.

‘대악마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교활하며 강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싸움에 미친 놈.’

그게 시후가 생각하는 위리놈의 평가였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

그런 위리놈이 벌인 이번 일이 마음에 들었다.

“뭐라? 우리 헤라 왕국의 위기가 그대는 마음에 든다는 말인가?”

헤라 여왕은 시후의 말에 발끈했다.

“진정해, 그런 뜻이 아니야.”

진정하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헤라 여왕의 눈은 이미 쌍심지를 켜고 있었다.

시후는 아무래도 좀 더 설명을 해줘야겠다 싶었다.

“아이템을 준다잖아.”

“그런데?”

“준다면 받아 오면 되는 거잖아. 저놈의 이름이 걸린 아이템이라면 꽤 좋은 것일 텐데?”

“그걸 누가 모르나?!”

탕-

시후의 말에 결국 참지 못한 귀족 한 명이 원탁을 내리쳤다.

시후에게 의자를 빼앗긴 귀족이었다.

시후는 자신을 노려보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넌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뭐?”

“내가 가져오는 아이템. 너는 안 줄 거라고.”

“그게 무슨….”

시후는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귀족에게서 시선을 돌려 헤라 여왕을 봤다.

“어차피 그곳에 다녀오라는 부탁하려는 거 아니었나?”

헤라 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의 말대로 헤라 여왕은 그에게 어둠의 숲에 다녀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위리놈의 일이 있고 난 뒤에 귀족들을 순차적으로 보냈지만 모두 리셋되는 결과만 나았다.

오늘 귀족들이 이 자리에 모인 주된 이유가 그거였다.

귀족들이 자신들은 되살아나지만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기사단 NPC는 되살아나지 못하기에 병력의 손실을 줄이려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말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회의지, 결국은 헤라 여왕에게 방법 좀 찾아달라고 징징거리는 자리였다.

그런데 때마침 시후가 마르스를 데리고 왔다는 소식에 헤라 여왕은 시후에게 부탁을 할 생각이었다.

그 과정에 하인스와 불필요한 충돌이 있기는 했지만, 덕분에 시후의 강함을 다시 한번 귀족들에게 알리는 셈이 되었다.

“그럼, 그대가 해주겠나?”

“물론, 우리 헤라 여왕님의 부탁이신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지.”

슥슥-

부탁을 들어준다던 시후는 한쪽 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를 비볐다.

시정잡배가 돈을 요구할 때나 할법한 행동이었다.

그 모습에 귀족들은 테이블 위에 올린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끓어올랐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이는 없었다.

괜히 여기서 나섰다가는 좀 전에 설쳤던 귀족과 같은 꼴이 될 게 뻔하니 말이다.

귀족과 여왕을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시후가 눈엣가시였지만 그가 가져올 아이템은 그런 가시에 찔려도 참을 만큼 매력적인 것들이었다.

한편 헤라 여왕은 시후의 그런 행동에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저번에도 그렇고 시후는 자기 입으로 내뱉은 것에는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장내의 분위기를 살피는 마르스를 볼 때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내 그대에게 후한 보상을 약속하지. 헤라 왕국의 국보라도….”

“국보는 빼지. 대신….”

내구력이 병아리 생명력 같은 그런 빛 좋은 개살구는 필요 없었다.

국보를 거절하는 시후에 헤라 여왕이 말을 멈춘 사이 시후는 진지춘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네 말빨 좀 볼까?”

“크! 역시 우리 도련님. 제 진가를 아신다니까요.”

보상에 관련된 최적의 요원을 내보냈다.

지금까지 얌전히 돌아가는 분위기를 살피던 진지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원탁에 앉아 있는 귀족들 뒤로 걸어간 진지춘은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귀족의 뒤에 자리했다.

좀 전에 시후에게 까불어 아이템을 받지 못하게 된 그 귀족이었다.

“저희가 가져올 아이템. 상당히 탐들 나시죠?”

“크흠….”

다들 가타부타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진지춘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위리놈의 아이템 한 점에 여러분들이 갖고 계신 아이템 한 점과 맞교환 어떻습니까?”

“뭐?!”

진지춘의 말에 귀족들이 깜짝 놀랐다.

보상을 논하기에 당연히 헤라 여왕과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았는데 자기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다니.

그러면서도 귀족들은 눈동자를 연신 굴렸다.

아직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위리놈의 아이템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아이템과 교환이라니.

“그게 가당키나 하는 소리요!”

당연한 반응이었다.

진지춘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는지 빠르게 말을 가로챘다.

“에헤이~ 다들 배포가 작으십니다.”

“뭐요?!”

“본 적도 없는 아이템이니 걱정이 한 바가지인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자그마치 대악마입니다. 대악마!”

“……”

“그냥 악마도 아닌 대악마인 그가, 과연 허접한 아이템을 내놓았을까요?”

“……”

“적어도 지금 여러분이 차고 계신 그것들보단 옵션 한두 개는 더 붙어 있을걸요?”

턱-

그러면서 서 있는 귀족의 망토를 집어 들어 올렸다.

그 망토는 희귀 등급으로 방어력 상승과 체온 유지 옵션이 붙어 있었다.

유니크 등급은 아니었지만 나름 귀족들 사이에서는 쓸 만하다는 평이 붙은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이 망토는 이 귀족 외에도 몇몇 귀족들도 착용하고 있었다.

진지춘의 말에 그 귀족들은 자기 망토를 힐끗거렸다.

분명 위리놈이 내놓은 아이템에는 망토도 있을 터였다.

만약 시후가 가져온 위리놈의 망토가 지금 자기들이 착용하고 있는 것보다 좋다면.

그런데 그것을 시후가 주지 않는다면?

아니. 시후라면 그것을 주기는 줄 것이다.

엄청난 골드를 부르면서 말이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창고에 잠들어 있는 아이템과 교환하는 것이 이익은 아닌가 싶었다.

귀족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 버렸다.

진지춘의 말 몇 마디에 말이다.

시후는 그런 귀족들의 모습을 보며 진지춘과 조민에게 전음을 흘렸다.

-시크릿 아이템.

그 말에 조민은 서둘러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꺼냈다.

<듀리한의 허리띠>, <데스나이트의 반지>, <블락칸토의 심장 목걸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10점의 아이템은 일전에 헤라 왕국으로 들어오는 길에 노점에서 진상 짓을 하며 헐값에 사들인 물건들이었다.

시후는 손을 슬쩍 들어 허공섭물로 그것들을 원탁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진지춘이 손을 뻗어 아이템들을 가리켰다.

“이 아이템들은 모두 어둠 계열의 아이템입니다.”

“그런데?”

귀족들은 뜬금없이 저것들을 왜 꺼내냐는 눈빛이었다.

이번에는 시후가 나섰다.

“헤라 여왕. 일전에 마르스와 관련된 보상. 저것들 좀 풀어주지?”

“설마….”

“맞아, 저것들 모두 시크릿 아이템들이야.”

그 말에 다들 헤라 여왕을 쳐다봤다.

헤라 여왕은 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10개 아이템에서 노란색 빛이 일렁였다.

잠시 후 아이템들에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사라졌다.

시후는 블락칸토의 심장 목걸이를 허공섭물로 끌어왔다.

[블락칸토의 심장 목걸이]

[심연에 잠들어 있던 블락칸토를 사냥하고 얻은 심장으로 제련한 목걸이]

[등급 : 레어]

[기민함 : +10%]

[어둠 계열 스킬 능력 : +10%]

[시크릿 옵션 : 개형 몬스터에게 추가 피해 +30%]

아이템 정보 가장 하단에 새롭게 나타난 옵션에 시후를 미소를 보였다.

“조만간 요긴하게 쓰겠구나.”

시후는 조민에게 목걸이를 돌려주었다.

조민은 아이템 설명을 읽은 후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헐! 30% 추가 피해요?!”

다소 격양된 목소리에 귀족들이 먼저 반응했다.

그들은 서로 앞다투어 원탁에 올려진 아이템들의 정보를 읽었다.

다들 블락칸토의 심장 목걸이처럼 가장 하단에 나타난 시크릿 옵션을 확인하고는 조민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시후는 진지춘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제 마무리를 하라는 뜻이었다.

“크흠,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것들 모두 어둠 계열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모두 천마 님께서 발견하신 것이지요.”

“이것들 모두를 말이요?”

“네. 잘 생각해 보세요. 대악마 위리놈, 어둠 계열 아이템, 시크릿 옵션.”

귀족들은 진지춘이 말하는 것 하나하나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세계의 집합이 겹치듯 중앙에 교집합 하나가 떠올랐다.

“크, 크흠. 나 헤인스는 천마 님의 보상 조건을 수락하오.”

“허, 허허. 나 레놀드는 진작에 그 보상 조건을 수락할 생각이었소.”

언제 망설였냐는 듯 너스레를 떨며 귀족들이 시후가 내건 조건을 수락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멍한 표정으로 장내를 구경하던 귀족이 진지춘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크흠. 다주힐 님. 힘드실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저도 어떻게 좀….”

이 판에 자신도 껴달라는 뜻이었다.

진지춘은 그 귀족에게 바짝 붙어 더욱 작게 속삭였다.

“정말 힘든 일인 거는 아시지요?”

“다, 당연하지요. 그러니 내가 이렇게 다주힐 님에게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스윽-

그러면서 그는 손에 끼고 있던 반지 하나를 건넸다.

진지춘은 애써 못 이기는 척 반지를 받아 품속에 갈무리하고는 그 귀족의 어깨를 다독였다.

“도련님께서 또 제 말은 기똥차게 들어주시는 편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 하하!”

“역시! 이 빌리언. 다주힐 님만 믿습니다.”

빌리언은 세상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진지춘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사실 지금의 상황 역시 시후가 이미 진지춘에게 언질을 준 거였다.

어차피 시후의 목적은 귀족들의 창고를 터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것으로 한스텔 마을에서 아이템을 팔지 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겠어.”

한스텔 마을 광장에서 머리를 쥐어뜯을 정도로 아쉬움이 컸던 시후의 큰 그림이었다.

“오빠 뒤끝 작렬인 거 아세요?”

조민은 시후의 혼잣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조민을 시후가 물끄러미 봤다.

“너, 그 아이템 그냥 주는 거 아닌 거 알지?”

“네?! 왜요?”

“왜긴. 시크릿 옵션 나 아니었으면 못 풀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조민은 자기 주둥이를 힘껏 때리고 싶었다.

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 이런 일을 자초했는지.

“그럼… 뭐를 드려야 해요?”

“뭐, 네가 아주 조금만 알아봐 주면 되는 거야.”

“뭘요?”

“헤라의 요람.”

“…네?!”

마르스를 회복한 그 치료실을 왜 자신에게 알아봐 달라는지 연유를 알 수 없는 조민이었다.

그런 조민에게 시후는 방긋 웃으며 한마디를 더 했다.

“그거 현실에서 만들 방안 좀 찾아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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