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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54화 (154/275)

제154화

태산과 인호 프로게이머 만들기 계획.

시후는 이전부터 생각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둘은 자신처럼 S.W SOFT의 이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둘은 고레벨 유저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Lv. 300 언저리에도 못 미치는 레벨.

하지만 실력은 남달랐다.

‘내가 직접 가르쳤으니까.’

태산과 인호만큼 자신의 곁에서 구른 놈들은 없었기에 둘은 그저 그런 Lv. 200대 유저가 아니었다.

일전에 아킬라이와 견줄 수 있냐는 질문에 좀처럼 대답하지 못한 둘의 반응은 객관적이었다.

그래서 불렀다.

자기만 알고 있는 둘의 실력을 S.W SOFT 관계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어차피 저 녀석 중에 몇 놈은 내칠 생각이었으니까.’

시후는 박초연에게 프로게이머들을 훈련시키겠다는 조건을 내걸 때부터 멤버 구성을 갈아엎을 생각이었다.

어중간한 실력의 녀석들보다는 자신의 곁에 있는 녀석들이 더 쓸모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D.M과의 PVP에서 굳어졌다.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열심히 굴려줬더니 D.M은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 중국에까지 따라갔던 태산과 인호는 어떨까.

시후는 둘이 보여줄 모습에 설레기까지 했다.

-그리 알고 준비해. 태산 다음은 인호 너니까.

시후는 오늘 태산과 인호 둘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접속한 Safety World.

팀플레이를 위해 마련한 맵은 일대일 전용 맵과는 달랐다.

“뭔가 정겨운 배경이네?”

“그러게. 아라크네 찾으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태산의 말대로 주변은 모래로 가득했다.

후덥지근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태양 아래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래언덕뿐.

시후와 태산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언덕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런 곳 처음 와보나 본데?”

“그러게. 저리 두리번거리는 거 보면.”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이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둘은 자신들의 특징을 게임에 그대로 접목해놨다.

“너희들 그거 엄청나게 잘났다고 생각하지.”

시후가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을 콕 집어 말했다.

“티 나냐? 그래도 보는 눈은 있다?”

둘은 각자 자신의 닭 볏과 눈썹을 스윽 쓸어 넘기며 언덕을 내려왔다.

칭찬이 아닌데 둘이 칭찬으로 받아들이자 할 말이 없었다.

시후는 태산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저런 참신한 또라이 녀석들에게는 매가 약이지?”

“그렇지. 시후 네 방식대로라면.”

“좋아, 그럼. 태산 네가 앞, 내가 뒤.”

시후의 말에 태산이 한 발 나서며 자리했다.

태산의 대머리가 태양을 받아 번쩍였다.

그 모습에 닭 볏이 자기 머리카락을 다시 쓰다듬었다.

“너같이 헤어의 중요성을 모르는 녀석은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부웅-

닭 볏이 창을 꺼내더니 태산을 겨눴다.

‘모양이 수수한 것을 보니 일대일 PVP 때처럼 기본적인 무기만 주어지는 거 같군.’

7척 정도 되는 길이에 끝이 뾰족한 창을 닭 볏이 들자 숯검댕이 눈썹도 무기를 꺼냈다.

“넌 쌍부(雙斧)구나.”

숯검댕이 눈썹은 제 머리 크기만 한 면을 가진 도끼 두 자루를 꺼냈다.

태산도 그에 맞추어 평소 쓰던 거대한 해머를 꺼냈다.

“으흠….”

셋의 무기를 한 차례 훑은 시후는 턱을 매만졌다.

평소 사용하던 무기인 검으로 저들을 상대하면 쉽겠지만 그래서는 태산이 돋보일 수 없었다.

“좋아, 어울려주지.”

시후가 꺼낸 무기는 닭 볏과 마찬가지인 창이었다.

시후는 창 자루 끝을 오른손으로 잡고는 왼손을 뻗어 받쳤다.

그 모습에 태산이 눈을 크게 떴다.

“와, 네가 자세 잡는 거 처음 본다? 아니. 창을 잡는 걸 처음 보는 건가?”

사실이었다.

시후가 지금까지 태산과 인호를 가르치면서 창이라는 무기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할 줄 아는 창식(槍式)이 좀 딱딱한 거라. 별로 내키지 않았거든.”

시후는 한쪽 발을 뒤로 빼며 옆으로 살짝 돌아 마보를 취하며 창을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봉폐?!”

이번에는 닭 볏이 놀라며 소리쳤다.

시후의 준비 자세를 보고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시후는 창끝을 닭 볏에게 향했다.

“오, 좀 볼 줄 안다?”

“너 그거 어디서 배웠냐?”

“궁금해?”

“뭐?”

“궁금하면 오백 원.”

“…….”

셋이 시후를 이상한 눈빛으로 봤다.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너튜브에서 본 건데 별로 안 웃기나?”

실제로 웃기려고 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도 너튜브에서 탑골 개인기라고 나온 것을 봤을 때 웃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의 효과는 탁월했다.

닭 볏이 안면을 꿈틀대며 열받아하는 게 보였다.

“어디서 어쭙잖은 흉내를.”

훙-

닭 볏이 결국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시후를 향해 날아오르더니 허공에서 봉을 한 바퀴 돌리고는 곧장 찔러왔다.

기본적인 찌르기였지만 고레벨 유저답게 기본 스텟이 높아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그것에 대항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여기서 뽐낼 실력자는 자신이 아닌….

“태산.”

“응!”

쾅-

날아오는 창끝에 맞추어 해머를 휘둘러 쳐내는 태산이었으니 말이다.

닭 볏은 태산이 해머를 휘두르는 순간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창끝을 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태산이 휘두른 해머의 공격 범위는 창이 휘는 궤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뱀처럼 휜 창끝을 태산이 쳐내자 닭 볏은 그 반동으로 몸이 돌아갔다.

닭 볏이 손끝을 덜덜 떨며 숯검댕이 눈썹을 바라봤다.

“만만치 않은 놈이다.”

“보면 안다. 포메이션 잡고 가자.”

숯검댕이 눈썹이 쌍부를 엑스(X)자로 교차시키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자 닭 볏이 숯검댕이 뒤로 몸을 숨겼다.

“기본은 할 줄 아는군. 태산아, 우리도.”

시후는 전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둘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했다.

모랫바닥에 발을 질질 끌며 서로 가까워진 두 팀이 동시에 움직였다.

숯검댕이 눈썹과 태산은 서로의 무기의 위력을 시험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힘을 주어 부딪쳤다.

쾅-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일어난 충격파가 둘의 몸을 뒤덮을 때 닭 볏이 창을 찔러왔다.

슈슉-

숯검댕이 눈썹의 옆구리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창이 태산의 발등을 노렸다.

챙-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시후의 창끝이 있었다.

“쯧.”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닭 볏은 창을 돌려 태산의 몸을 찔러갔다.

하지만 이 역시 시후의 창끝이 막았다.

그리고.

챙챙챙-

닭 볏이 태산의 몸 어디를 노려도 시후의 창끝이 그 앞을 막았다.

그제야 닭 볏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크악, 그럴 리가 없어! 폭발의 창!”

닭 볏은 스킬명을 외치며 태산의 몸을 찔러갔다.

‘폭발의 창’은 그가 가진 스킬 중 가장 위력적인 스킬로, 창끝에 닿는 부분에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스킬이었다.

시후가 계속 창끝으로 자신의 창을 막으니 닿는 순간 강한 폭발력으로 태산에게 피해를 줄 심산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시후의 창끝이 마중을 나왔다.

“옳지!”

닭 볏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마중 나온 시후의 창끝이 닭 볏의 창끝을 그냥 지나쳤다.

그러고는 마치 닭 벼슬의 창을 뱀이 휘감듯 감아오더니….

탕-

한순간에 쳐냈다.

그것도 닭 볏이 한순간 창을 놓칠 정도로 말이다.

그 순간을 태산은 놓치지 않았다.

“메이스의 철벽.”

태산이 들고 있던 해머를 땅에 꽂았다.

그러자 모래를 뚫고 철의 벽이 솟구쳐 올랐다.

덕분에 땅에 떨어진 창은 철벽에 튕겨 날아올랐다.

“미친!”

닭 볏이 하늘로 날아오른 창을 잡기 위해 욕설을 퍼부으며 날아올랐다.

그 때문에 무방비 상태가 되었지만, 숯검댕이 눈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동료가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쌍부를 겹쳤다.

“강타!”

단순한 휘두르기 스킬이었지만 스킬의 숙련도는 Lv. Max였기에 숯검댕이 눈썹이 휘두른 쌍부에 철의 벽이 산산이 조각나며 부서졌다.

그사이 닭 볏은 하늘에서 창을 잡았고, 그 기세 그대로 태산을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어디 갔어?”

철벽 뒤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태산이 없었다.

대신 시후가 한쪽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잠깐에.

“개걸폭렬권. 삼 초식.”

어느새 닭 볏의 머리 위에 나타난 태산이 외쳤다.

닭 볏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았다.

태산이 연속으로 내지르는 주먹에서 유성과도 같은 기운이 쏟아지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닭 볏뿐만 아니라 밑에 있던 숯검댕이 눈썹에까지 미쳤다.

펑-

“커헉!”

“크악!”

둘의 비명과 함께 주변 사막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둘이 모래에 처박힌 충격에 일어난 거였다.

그리고 처박힌 둘의 위로 태산이 떨어지며 해머를 번쩍 치켜들었다.

“검마 삼재검법, 낙뢰.”

콰과광-

태산이 해머로 검마의 삼재검법을 펼쳤다.

천둥 번개가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에게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HP를 모두 소멸시킬 정도의 충격에 둘은 그대로 로그아웃됐다.

시후는 태산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해 주고는 로그아웃했다.

캡슐을 열고 나오자 어수선한 밖의 소리가 들렸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다시 해야 한다고요!”

둘이 박초연에게 따지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물론 박초연은 둘의 소리를 귓등으로 듣지 않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시후가 나오자 박초연이 다가왔다.

“옷이 필요할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땡큐.”

숯검댕이 눈썹이 찢어 버린 덕분에 상의가 없던 시후를 위해 박초연이 구해 온 후드티였다.

시후는 후드티를 입으며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을 쳐다봤다.

둘은 시후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왜? 분해? 한판 더 뜰까?”

“굳이?”

시후의 말에 옆에 있던 박초연이 대답했다.

이미 태산의 실력도 봤고 말도 안 되는 내기의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 왜 다시 붙느냐는 말이었다.

물론, 이유야 하나뿐이었다.

“이번에는 태산이 아니라 인호가 들어와.”

이번에는 인호를 뽐낼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것을 모르는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은 박초연이 막아설까 싶어 서둘러 캡슐로 들어갔다.

정상적인 Safety World였다면 24시간의 접속 제한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S.W SOFT에서 개발한 PVP 시스템이기에 바로 접속할 수 있었다.

인호는 시후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캡슐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시후가 캡슐로 들어가며 박초연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녀가 다가오자 시후가 속삭였다.

“계약서 두 개 준비해놔. 강태산, 차인호. 이 두 명 이름으로.”

그러고는 캡슐을 닫고 로그인했다.

이번 맵도 역시 사막 맵이었다.

시후는 좀 전과 마찬가지로 창을 들었고 인호는 활을 꺼내 들었다.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은 벌써 예의 포메이션을 잡고 있었다.

“흥! 이번에는 다를 거다.”

둘은 시후와 인호가 자세를 잡으면 즉시 덮칠 기세였다.

“너희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데.”

시후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네며 인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얘는 아까 걔보다 똑똑하다.”

“뭐?”

닭 볏이 시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짓자 인호가 활을 치켜들어 시위를 당겼다.

“이미 둘의 플레이 영상을 봤으니 조심하시라는 말입니다.”

피슝-

인호는 순식간에 화살 세 개를 날렸다.

깜짝 놀란 숯검댕이 눈썹이 쌍부를 휘둘렀다.

세 개의 화살은 생각보다 가볍게 쌍부에 막혀 떨어졌다.

그런데 어느새 움직인 건지 인호가 둘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또다시 화살 세 개를 날렸다.

피슝-

“장난하냐!”

닭 볏이 태산과 같은 공격을 퍼붓는 인호의 모습에 화를 내며 창을 치켜들어 화살을 쳐냈다.

그런데 화살을 쳐내기 위해 시선을 돌린 그 찰나의 순간.

“어디… 헉!”

하늘에 있던 인호가 사라졌다.

“투신검각권, 풍.”

어느새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 사이에서 인호가 나타났다.

천기보로 순식간에 둘 사이에 들어온 인호는 풍을 펼쳐 회오리를 만들었다.

“으악!!”

둘은 순식간에 솟구쳐 오른 회오리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날아올랐다.

인호는 둘이 떠오르자 자세를 가다듬고 발을 수직으로 올려 찼다.

“투신검각권, 섬.”

촤악-

회오리를 반으로 쩍 가를 정도의 기운에 닭 볏과 숯검댕이 눈썹은 순식간에 로그아웃했다.

“역시 인호. 한 번 봤다고 둘의 어쭙잖은 포메이션의 약점을 눈치채고 바로 파고들었어.”

“당연하지. 리치가 긴 창으로 덩치 뒤에 숨는 게 얼핏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덩치 뒤로 돌아가면 창은 그 틈을 메울 수 없으니까.”

시후는 인호의 분석을 칭찬하며 윙크를 해주었다.

그리고 로그아웃을 하자 이번에도 역시나 밖이 소란스러웠다.

대신 조금 전과는 다르게 둘은 따지는 게 아니라 빌고 있었다.

“박 이사님, 제발요.”

“이렇게 허무하게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시후와 한 내기를 물려달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박초연은 이번에도 역시나 둘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대신 언제 준비했는지 계약 해지서를 둘에게 내밀었다.

“이번 프로게이머 인사 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위임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쓸데없이 다른 분을 찾아가 봐야 소용없을 겁니다.”

박진수 이사를 찾아가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둘은 그 말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라면 깔끔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시후가 다가왔다.

그러자 둘은 연신 떠들어대던 입을 닫았다.

이 이상 자신들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시후의 실력은 둘째 치고 태산과 인호가 처음 보는 스킬로 자신들을 상대하는 것에 놀랐다.

둘은 태산과 인호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고레벨 유저로 생각했다.

간혹 Safety World에는 정말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고레벨 유저가 있었다.

둘은 그런 생각에 더 이상 매달리는 것을 포기하고 박초연이 내민 계약 해지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 펜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대신. 내 조건 들어주면 그 계약 해지 안 해도 되는데.”

시후가 둘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둘은 보았다.

미소년의 얼굴을 한 악마의 미소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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