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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53화 (153/275)

제153화

“휘유~. 역시 게임 개발사라 이건가?”

시후는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혀를 내둘렀다.

S.W SOFT 3층은 게임 운영실로, Safety World에 적용할 프로그램을 미리 시연해보는 장소였다.

버그나 렉을 방지하는 것을 찾기 위해 직접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여러 버전의 캡슐을 갖추었으며 그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보통의 건물과는 다른 층고를 보이는 3층은 캡슐이 2단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구형부터 최신형까지의 캡슐을 마련해 놨습니다.”

“그래 보이네. 우리 집에 있는 버전들이 다 있는 거 보니까.”

“캡슐 기기만 모두 40대에 달하며 이번에 출시될 모델들까지 추가로 10대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미출시된 모델이라는 말에 시후가 눈을 번뜩였다.

시후도 Safety World 캡슐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집에 있는 시후의 캡슐은 지금까지 출시된 모델 중에 가장 최신 사양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 모델에서만 플레이한 것은 아니었다.

태산과 인호와 함께 종종 캡슐 방을 찾았으니 말이다.

그곳에는 보편적인 모델들이 있었고, 시후는 그 모델들에서 플레이할 때마다 이질감을 느꼈다.

‘묘하게 살짝 느렸지.’

게임 속에서 시후가 펼치는 무공의 반응 속도가 기기의 성능에 따라 좌우되는 거였다.

그래서 시후는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 퀘스트를 할 때는 집에서 했다.

그리고 이번에 위리놈과의 결투에서 그 부분은 더욱 절실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제일 처음 건의했던 그 건은 처리되었다고 들었는데?”

위리놈을 떠올리니 중국에서 김철수에게 내걸었던 조건이 떠올랐다.

오늘 김철수를 만날 때 그가 분명히 말했었다.

“네. 그것 때문에 월드 오브 리그전의 기본 규칙까지 바꿨지만요.”

박초연은 시후에게 그 내용을 설명했다.

기존에 월드 오브 리그전은 국가 대항전으로 이루어지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그런데 시후가 내건 조건.

[지정 NPC와의 비무 약속]

그것을 적용하기 위한 대대적인 설계 변경.

그것은.

“NPC가 월드 오브 리그전에 참전?”

박초연의 설명을 들은 시후가 살짝 놀랐다.

자기는 위리놈과 붙을 기회만 있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건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 이벤트였다.

Safety World의 NPC는 접속한 유저들의 수보다 많았다.

개중에는 시후가 만난 퀘스트 여관 마스터처럼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도움을 주는 NPC도 있지만 타란처럼 유저와 대립하는 NPC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NPC들과 PVP를 한다니.

만약 NPC가 원한다면 헤라 여왕이나 마르스, 종국에는 위리놈 같은 대악마도 출전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되는 거야?”

“밸붕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저희도 그만한 대책은 있습니다.”

박초연은 밸런스 붕괴로 인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대책을 이야기했다.

NPC가 참여할 수 있는 리그전은 일대일 리그전.

그 한 종목에만 참전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유저와 마찬가지로 아이템을 모두 해제하고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헤라 왕국에서 보았던 국보급 아이템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확실히 그거라면 해볼 만하겠네.”

위리놈 같은 대악마가 출전한다면 어떨지 모르지만,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다면 컨트롤 실력과 본연의 스킬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자기 실력에 도취한 저런 녀석들에게 한해서지만 말이야.”

시후는 중앙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맞습니다. 저들이 이번에 회사에서 계약한 프로게이머들입니다. 급히 모여 달라는 요청에 응한 분들이 다행히 한 분 제외하고는 모두 응했습니다.”

박초연의 말대로 그곳에 모인 인원은 10명.

D.M은 이미 S.W SOFT에 있었다고 했으니 시후가 모르는 이들이 9명이나 있다는 말이었다.

남자 7명, 여자 2명이었다.

그들은 시후의 등장에 한참 전부터 이쪽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후의 주변에는 박초연을 비롯해 다수의 S.W SOFT 직원들이 함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중 몇은 시후를 아는 눈치였다.

시후는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는 시선에 피식 웃었다.

“딱히 나에 대한 것은 비밀이 아녔나 봐?”

“당신이 이번에 내건 조건은 임원 회의까지 올라간 사안이었기에 불가피하게 박진수 이사에게 알려졌습니다.”

“그 말은 저기 5명은 박진수 이사의 사람이라는 거지?”

“네.”

“그 박진수인가 뭔가 하는 놈은 보지도 못했는데 싫어지려 하네?”

“네?”

시후는 박진수의 사람이라는 프로게이머들의 시선에서 적대감을 읽었다.

“내가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대놓고 싫어하잖아.”

“아, 기분이 나쁘셨다면 양해 바랍니다. 박진수 이사님과 박철 사장님과는 아무래도 대립 구도라….”

박초연은 자기 옷소매를 잡는 손길에 말끝을 흐렸다.

조민이었다.

조민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양해는 저희가 부탁드릴게요.”

“무슨….”

“오빠가 ‘아직’이라고 했잖아요.”

“네?”

“우리 시후 오빠,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그게 무슨….”

박초연은 도대체 조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이해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여~ 샤과(傻瓜).”

시후가 손을 번쩍 들어 외쳤다.

처음 들어보는 중국어에 다들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거기에 시후가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생글생글 웃고 있자 인사 정도라 생각했다.

조민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오빠!”

“쉿.”

시후는 얼굴까지 붉어진 조민에게 조용히 하라며 손짓했다.

그리고 어느새 가까워진 프로게이머들에게 시후는 다시 한번 말했다.

“반갑다. 샤과.”

“뭐야, 짱개였어?”

시후의 중국어에 노란색 머리를 닭 볏처럼 올린 녀석이 말했다.

시후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 한국인이야. 샤과.”

“그런데 왜 중국말을 쓰지?”

“며칠 전까지 중국에 다녀왔더니 입에 뱄네. 쏘리. 샤과.”

말끝마다 시후가 같은 중국어를 말하자 그제야 다들 그 말이 좋은 의미가 아닌 것을 눈치챘다.

노란 닭 볏 옆에 있던 건장한 체격의 숯 검댕 눈썹 남자가 한걸음 다가왔다.

“너 이 새끼. 그거 욕이지.”

“에이~ 설마. 너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이게 욕이겠니?”

“뭐?”

“자고로 욕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기분이 더러워져야 욕인 거라는 말이지.”

“무슨 개소리야.”

“그냥, 그렇다고. 샤과.”

또 한 번 꺼낸 중국어에 숯 검댕이 눈썹이 시후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박초연은 이미 시후의 무위를 알고 있으니 도리어 걱정되는 것은 상대방이었다.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고 시후가 손을 쓰려고 한다면 나설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쯤 되자 박초연도 궁금해졌다.

“저 말, 무슨 뜻입니까?”

시후가 하는 말을 알아들은 조민에게 속삭여 물었다.

그러자 조민이 한숨을 내쉬며 외쳤다.

“멍청이!”

그 외침에 다들 놀란 표정으로 시후를 봤다.

특히, 시후의 멱살을 쥐고 있는 숯 검댕이 눈썹과 노란 닭 볏은 당장이라도 시후를 잡아먹을 기세였다.

“이 새끼가!”

숯 검댕이 눈썹이 시후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가득 주고는 몸을 돌렸다.

단숨에 시후를 땅바닥에 메다꽂을 자세였다.

그런데.

부욱-

어찌 된 것인지 숯 검댕이 눈썹이 팔을 휘둘렀지만 시후는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대신 숯 검댕이 눈썹이 쥐고 있던 시후의 옷깃이 찢어지며 상의의 반이 날아갔다.

숯 검댕이 눈썹은 자기 손에 딸려 오지 않은 시후에 놀랐고 다른 이들은 곱상한 외모 속에 감추어져 있던 시후의 탄탄한 근육에 놀랐다.

“어머, 어머! 저 근육 좀 봐!”

“무슨 보디빌더인가?”

프로게이머 중에 단둘뿐인 여성은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시후의 몸을 칭찬했다.

시후가 둘에게 시선을 돌리자 두 여성은 뭐가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시선은 여전히 찢어진 옷 사이로 비치는 탄탄한 복근에 고정한 채로 말이다.

“이런, 이런. 이거 비싼 옷인데.”

부욱-

시후는 나머지 옷가지 부분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나마 걸치고 있던 상의가 모두 찢겨 떨어졌다.

시후의 몸은 말 그대로 조각상이었다.

딱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가슴 근육을 지나 빨래판 같은 복근까지.

여성들이 보디빌더 아니냐고 의문을 보낼 만큼 대단했다.

그에 닭 볏이 주춤하며 숯 검댕이 눈썹을 툭툭 쳤다.

둘은 곱상한 외모 속에 감추어져 있던 시후의 몸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폭력을 행사하기에는 자기들 실력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그 모습에 시후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어떻게 폭력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

“이곳 CCTV로 찍혔을 테니 가능합니다.”

시후의 말에 뒤에 따라오던 무테안경을 쓴 직원이 다가왔다.

시후는 두 사람에게 무테안경 직원을 가리켰다.

“J.K 제약회사 법무팀이야. 너희 둘의 처분에 대해 잘 이야기해 봐.”

“아, 아니. 이, 이봐!”

둘은 시후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뭐야, 갑자기 폭력을 휘두른 건 너희들이잖아.”

“그건 네가 우리한테 멍청이라고 해서 그런 거잖아!”

“내가? 언제?”

시후는 시침을 뚝 뗐다.

그제야 둘은 시후에게 자신들이 당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칫. 이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쉽게 가자고.”

“훗. 그래도 닭 볏이 눈치 좀 있네.”

금색 닭 볏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한발 나섰다.

시후가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자신들과 기 싸움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뭔데?”

“내기 한판 할까?”

“뭐?”

“너희 둘이랑 나랑 PVP. 어때?”

“……?”

둘은 시후의 말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후는 친절하게 근처에 있는 캡슐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Safety World에서 말이야. 내가 너희랑 같은 팀에 있기 싫어서 그래.”

“너 설마?”

“그래. 지는 놈이 계약 해지하고 나가기. 콜?”

“허?”

시후의 제안에 둘은 시후를 미친놈으로 보고 있었다.

대뜸 나타나 욕을 지껄이고 화를 돋우더니 이제는 계약 해지를 걸고 PVP를 하잔다.

그러면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둘은 솔직히 옳다구나 싶었다.

자신들이 박진수에게 받은 명령은 시후에게 텃세 좀 부리라는 거였다.

둘은 그 말에 시후를 박철의 사람으로 이해했다.

박철과 박진수가 S.W SOFT의 지분을 두고 파벌 싸움이 한창이라는 것을 둘도 알고 있었기에 기회다 싶었다.

만약 여기서 시후를 쫓아낸다면 자신들은 박진수의 눈에 확 들 거라는 계산까지 했다.

둘이 눈빛을 교환하며 씨익 웃자 시후는 박초연을 바라봤다.

“여기 일대일 말고 다른 프로그램 PVP도 가능하지?”

“네. 팀전으로 참석할 수 있는 맵이 있습니다.”

“좋아. 그럼, 준비 좀 해.”

“그럼, 저 둘과 팀전을 하시겠다고요?”

“그래.”

“그 맵은 혼자서 참여할 수 있는 맵이 아닙니다.”

인원 제한이 걸려 있다는 거였다.

즉, 1 대 2는 매칭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걱정 말아. 쟤들과 함께 들어갈 거니까.”

시후가 3층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그러자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둘이 내렸다.

“여기야.”

시후가 손을 흔들며 부르자 둘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뭐야, 강시후. 대뜸 여기로 오라니?”

“깜짝 놀랐잖아. 너 그런 것도 할 수 있었어?”

태산과 인호였다.

태산과 인호는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도중에 시후의 전음을 듣고 이리 달려왔다.

천 리 밖에 있는 상대에게도 전음을 보낼 수 있는 천리전음(千里傳音)을 보낸 거였다.

“오빠, 저 둘은 또 언제 불렀어요?”

“네가 저 여자 목을 펜으로 찌를 때?”

“헐….”

조민은 그제야 지금 시후가 벌이고 있는 일이 모두 계획된 것임을 알았다.

시후는 질린다는 조민의 표정을 뒤로 하고 닭 볏과 숯 검댕이 눈썹을 봤다.

“쟤네 중 한 명이 나랑 팀. 너희 둘이 팀. 콜?”

“허, 당연히 콜.”

“콜.”

둘은 시후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내기를 받았다.

시후가 불러서 왔다는 둘은 아무리 봐도 고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둘은 시후가 앞뒤 분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로 보였다.

프로게이머의 세계가 어떤지도 모르는 동네에서 게임 좀 한다는 고딩으로 생각했다.

저런 객기는 무참히 짓밟아줘야 했기에 둘은 주먹까지 맞대며 의지를 다졌다.

박초연은 어느새 시후의 말대로 2 대 2 PVP 매칭을 준비했다.

“이쪽 캡슐을 쓰시면 됩니다. 당신 말고 다른 한 분은 누가 할 겁니까?”

“쟤.”

시후는 태산을 가리켰다.

태산은 시후의 지목에 흠칫하더니 슬쩍 다가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프로게이머 계약서 걸고 PVP 한판 뜨는 거야.”

“아니. 내 말은 그런 중요한 거에 내가 너랑 팀을 맺어서 저분들을 상대해도 되는 거냐는 거야.”

태산과 인호도 대충 돌아가는 이야기 흐름으로 어떤 상황인지 눈치챘다.

이런 일을 벌인 시후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어서 물었다.

그 말에 시후는 태산과 인호에게 전음을 흘렸다.

-너희 둘도 프로게이머 계약하게 하려고.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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