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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48화 (148/275)

제148화

김철수는 웰컴 모니터를 보며 슬쩍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본사에 있는 직원에게 톡을 보냈다.

- 뭐야? 똑바로 안 해?!!!!

느낌표를 마구 찍었다.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어필한 거였다.

그에.

-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따위 개소리 톡이 왔다.

김철수는 다시 웰컴 모니터를 봤다.

얼마 전에 ‘천마’라는 이름을 공표한 유저가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 앞에 이번에 S.W SOFT와 계약한 암살계 유저가 땅에 머리를 박은 채 두 손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김철수는 다시 톡을 보냈다.

- 제대로 안 하면 계약 해지한다고 전해.

그리고 잠시 후. 프로게이머 King D.M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시후는 허탈한 심정이었다.

프로게이머를 만날 생각으로 살짝 들떴건만 고작. D.M이라니.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가워 인사를 했다.

“허, 프로게이머라는 게 너였냐?”

안부를 묻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흔드는 손에 반가움을 담았다.

반면 D.M은 시후의 목소리를 듣더니 점점 눈이 커졌다.

“지, 진짜 도련님이십니까?!!”

“그놈의 도련님 소리는 좀 빼라.”

“왜 도련님이 여기 계십니까?”

“너와 같은 이유겠지. 그리고 도련님 소리 빼라니까?”

“그럴 리가요? 도련님께서 왜 프로게이머… 헉!”

사아아-

D.M은 놀라는 와중에 등골이 오싹했다.

“한 번만 더 도련님 소리 하면….”

시후의 엄포였다.

하지만 지금 D.M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자신은 프로게이머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동네 양아치처럼 상인들한테 자릿세나 뜯고 다니던 시절은 진작에 버렸다.

누구 덕분에?

바로 눈앞에 있는 시후 덕분에 말이다.

시후를 따라 신전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아라크네 퀘스트까지 졸졸 쫓아다녔더니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얻었다.

그리고 헤라 왕국 성에서의 만찬은 어땠는가.

먹는 족족 레벨이면 레벨, 스텟이면 스텟이 쭉쭉 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후가 준 비천잠행술 스킬북.

그건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암살계 유저로서 그동안 어렵다고 치부해왔던 퀘스트들을 모조리 클리어했다.

덕분에 D.M의 현재 레벨은 Lv. 321.

고레벨 암살계 유저라는 희귀성을 인정받아 S.W SOFT와 프로게이머 계약까지 앞두고 있었다.

오늘도 계약서의 소소한 내용을 추가하려고 본사를 찾았다.

그러다 PVP 좀 해달라는 직원의 말에 실력 좀 보여줄 생각으로 응했다.

원한 것을 얻기 위해 실력 행사를 좀 해보려는 거였다.

그런데.

“왜!! 왜 도련님이 여기 계시는 겁니까?! 네?!”

등골이 싸늘할 정도의 시후의 엄포를 무시할 정도로 이성을 상실한 D.M이었다.

좀 더 냉철하게 생각했다면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거였다.

“너 이 자식. 대가리 박아.”

“……!”

박으라는 시후의 말이 들리고서야 이성을 찾은 D.M이었다.

“도, 도련님?! 아, 어… 헉!”

쿵-

D.M은 변명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시후가 천마사기로 D.M의 몸을 속박하여 조종한 거였다.

“오랜만에 봤더니 그동안 감을 잃었나 보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내 말을 무시할까?”

“죄, 죄송합니다!”

“왜 죄송한 짓을 했을까?”

“시정하겠습니다!”

“뭐를 시정해야 할까?”

“아, 음….”

계속되는 시후의 질문에 D.M은 결국 답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남아로 병역의 의무를 마친 D.M은 순간 이곳이 군대인 줄 착각했다.

군대에서 갈구는 그 느낌을 이곳에서도 받다니.

기분이 뭐 같았다.

그 순간 시후가 속삭였다.

“너 지금 기분 더럽지?”

“아, 아닙니다!”

“에이, 아니기는. 지금 어떻게 한번 비벼볼까 생각 중이잖아.”

“아, 아니라니까요!”

“어쭈? 아니라는 놈이 점점 언성이 높아진다?”

“아니, 그거야, 후 님께서 계속 약 올리시니까….”

계속되는 시후의 갈굼에 D.M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때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 제대로 안 하면 계약 무산

누가 보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S.W SOFT 직원이었다.

PVP 하라고 보내놨더니 대가리나 박고 있으니 저런 메시지를 보냈을 터였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몸이 움직여야 뭘 하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이니 실력 좀 볼까?”

“갑자기요?”

“어차피 너 나랑 붙으려고 접속한 거잖아.”

“제가 감히 어떻게 후 님이랑….”

“에이, 그런 것치고는 눈에 자신감이 충만한데?”

사실이었다.

시후가 실력 좀 보자는 소리를 할 때 D.M의 눈이 번뜩였다.

시후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뭐가 되었든 웰컴 모니터를 통해 이 상황을 보고 있을 김철수에게 실력을 보여줘야 했다.

그렇다고 이미 비천대로 삼기로 한 D.M을 마구잡이로 팰 수도 없었다.

적당히, 시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정도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 ‘적당히’가 시후의 기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어나.”

“네!”

벌떡-

시후가 천마사기를 거두자 D.M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눈으로 물었다.

정말 붙을 거냐고 말이다.

시후는 피식 웃으며 한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S.W SOFT에서 마련한 PVP 장소는 시후도 익히 아는 곳이었다.

헤라 왕국 성의 연무장.

이곳도 그곳처럼 한쪽에 무기들이 즐비해 있었다.

시후가 손을 내밀자 그곳에 있는 무기들이 날아왔다.

척-척-

시후는 검 한 자루를 손에 쥐고는 D.M에게 단검 두 자루를 던져주었다.

평소 D.M이 즐겨 쓰던 무기가 단검인 것을 기억한 거였다.

‘으흠, 이렇게 보니 꼭 혈천마라강시와 붙었을 때 같군.’

들고 있는 무기와 성향이 그때를 회상시켰다.

한술 더 떠 D.M이 단검 한 자루는 정수로, 다른 한 자루는 역수로 고쳐 들었다.

“재미있군.”

“저도 흥분이 되고 있습니다.”

“남자가 흥분하는 모습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만….”

시후의 말에 D.M이 받아쳤다.

시후는 D.M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보였다.

의욕만으로는 단숨에 시후의 등에 칼을 꽂을 것 같았다.

“어디. 그동안 얼마나 잘나졌는지 좀 볼까?”

“생각 이상일 겁니다.”

“자신감 좋고. 아, 삼 초식을 양보하지.”

“네?”

“본래 고수는 하수를 상대할 때 삼 초식을 양보하는 법이야.”

D.M으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럼 헤라 왕국에서 자신들에게 대뜸 손을 댄 건 무엇이란 말인가.

그 생각에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심리전을 펼치시는 거라면 성공하셨습니다.”

D.M의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열을 받았다는 거다.

시후는 그런 D.M을 향해 검을 치켜세웠다.

“너 정도 녀석에게 심리전은 무슨.”

사실을 말한 거였지만 듣는 D.M은 순간 이성의 끈을 놓았다.

스팟-

D.M은 비천잠행술을 펼쳐 땅으로 꺼졌다.

순식간에 기척까지 죽이며 시후의 등 뒤로 움직였다.

몸을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역수로 든 단검을 찔러 넣었다.

챙-

역시나 막혔다.

그런데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D.M은 실망한 기색이 없었다.

되레.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림자 난무.”

Lv. 300을 달성하면서 얻은 유니크 스킬 그림자 난무를 사용했다.

마지 열 개의 단검이 시후를 찌르는 것처럼 보였다.

[스킬 : 그림자 난무]

[어둠 속에서 어지럽게 흩날리는 검]

[대상 그림자에서 사용 시 치명타 확률 +50%]

[숙련도에 따라 연격 횟수 증가]

[숙련도 : Lv. 3(3연격 가능)]

마나 사용률이 높아 결정타로 사용해야 하는 스킬이지만 지금은 선공으로 사용했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눈앞을 가득 메울 정도의 검격으로 시후를 놀라게 해줄 심산이었다.

문제는.

챙챙챙-

검을 비트는 단순한 동작으로 시후가 3연격을 막아 버렸다는 거였다.

D.M은 공격이 실패하자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열 개의 검격 그림자에서 세 개의 실체를 찾을 수 있지?”

“허와 실을 섞을 때는 허에도 살기를 실어야 하는 법.”

놀라는 D.M의 말에 시후가 훈수를 뒀다.

그 말에 D.M은 다시 한번 인상을 구겼다.

“다시 한번 막아 보십시오.”

“그래. 덤벼라. 그리고 이제 이 초식 남았다.”

시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D.M이 다시 한번 땅으로 꺼졌다.

비천잠행술을 펼친 거였다.

그 모습에 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 같은 기술을 반복해서 사용하다니. 아둔하구나.”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그림자 거울.”

D.M은 시후의 말에 대답하며 지척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D.M이 셋이나 더 나타난 거였다.

그들은 시후의 전후좌우에 동시에 나타나 쌍검을 휘둘렀다.

[스킬 : 그림자 거울]

[거울에 투영된 그림자가 대상을 공격한다]

[숙련도에 따라 그림자 수가 늘어난다]

[숙련도 : Lv. 3(그림자 개수 3)]

이 역시 Lv. 300 달성 보상으로 받은 히든 스킬로 분신을 만들어 똑같은 동작으로 상대방을 공격했다.

D.M은 단검을 횡으로 그으며 시후의 목, 가슴, 배, 다리를 베어 갔다.

시후는 사방에서 베어 오는 공격에 들고 있던 검을 내려 발밑에 찍었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몸을 띄워 물구나무를 서듯 날아올랐다.

덕분에.

챙챙챙챙-

사방에서 날아온 공격은 시후가 아닌 검을 베었다.

솔직히 D.M은 시후가 피하는 동작을 보지 못했다.

갑자기 시후가 흐릿해지더니 그 자리에 검이 있을 뿐이었다.

베어 가던 동작을 멈출 새도 없었다.

사라진 시후를 찾아 고개를 들자 웃는 낯짝이 보였다.

“고작 사방에서의 공격이라니. 그것도 같은 동작으로. 그림자 수를 늘리든가 공격 방식을 달리하는 게 좋을 거다.”

이번에도 시후의 훈수가 이어졌다.

“으아아아!”

D.M은 고함을 질렀다.

벌써 자신이 가진 스킬 중에 가장 강한 두 개의 스킬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시후에게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이것도 막으시면 평생을 따르겠습니다.”

D.M은 그림자 거울 스킬을 해제하며 단검 두 개를 공중에 띄웠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단검 두 개를 더 꺼냈다.

그런데 이번에 꺼낸 단검은 검신 끝이 살짝 구부러져 있었다.

D.M은 그 부분을 이용해 공중에 띄웠던 단검을 낚아채고는 돌렸다.

휭-휭-

빠른 회전력에 날카로운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그 소리에 시후가 처음으로 얼굴에 미소를 지웠다.

그러고는 땅에 찔러 넣었던 검에 힘을 주어 튕겼다.

그 반동으로 뒤로 물러나곤 검을 치켜들었다.

“일 초식 남았다.”

“이걸로 끝입니다! 유성비음검(流星飛音劍).”

[스킬 : 유성비음검]

[하늘을 나는 단검의 소리가 상대를 공격한다]

[대상에 상태 이상 무작위 적용]

[치명타 확률 +50%]

[숙련도 : Lv. 2]

유성비음검은 Lv. 300이 된 후 무림인으로 전직하면서 얻은 스킬이었다.

좀처럼 오르지 않은 숙련도 때문에 발동 확률이 20%도 되지 않지만 일단 터지고 나면 상대방에서 큰 피해를 주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번에는 스킬이 발동되었다.

삐이이-삐이이-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리며 단검 네 개가 하늘을 날았다.

그런데 날아가는 방향이 제각각이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이 시시각각 변하며 시후를 향해 쏘아져 갔다.

D.M은 자신했다.

유성비음검이 발동되는 순간 시후는 귀를 막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상태 이상에 걸렸다는 것.

그리고 보란 듯이 검을 휘두르는 시후의 동작이 엄청 느렸다.

“하, 하하! 후 님! 제가 이겼습니다!”

자신감에 차오르며 품속에서 단검 두 개를 더 꺼냈다.

유성비음검으로는 시후를 죽일 수 없기에 치명상을 입는 즉시 달려가 시후의 목을 벨 생각이었다.

어느덧 날아가던 단검 네 개가 시후의 코앞까지 다다랐다.

시후는 여전히 들고 있는 검으로 원을 천천히 그릴 뿐이었다.

D.M은 자세를 낮췄다.

역수로 쥔 단검에 힘을 주었다.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드디어 날아간 단검 네 개가 시후의 검에 닿았다.

그런데.

터더더덕-

검과 검이 부딪쳤다고는 믿기지 않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들리는 시후의 목소리.

“이번 건 좀 쓸 만했다.”

털썩-

D.M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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