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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44화 (144/275)

제144화

“방주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철컥-

총을 장전하는 소리와 함께 진지춘의 외침이 약선방 옥상을 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송하룡은 시후만을 직시했다.

“저희 상황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해?”

“네. 진 장로가 이미 수배가 된 상황.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수배되었다는 말에 시후를 고개를 갸웃했다.

진지춘이 수배가 되었다면 자신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

헬기에서 내릴 때까지 조민이 열심히 알아보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슬쩍 쳐다보니 조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짓말이라.’

지금 송하룡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거였다.

그저 시후 일행에게 행하는 이런 짓에 명분을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으흠….”

시후는 낮은 신음을 길게 흘렸다.

그러고는 기감을 아주 옅고 넓게 펼쳤다.

저들이 총을 들고 있으니 다른 곳에 저격수라도 있나 싶어서였다.

송하룡 정도 되는 무인은 자신이 기감을 펼칠 때 반응할 우려가 있어 아주 옅게 펼쳤다.

“없네? 그럼, 뭐지?”

주변 건물들에서는 기감에 걸리는 게 없었다.

답답했다.

평소라면 독안공을 펼쳐 속내를 읽었겠지만 지금은 독안공을 펼칠 기력이 없었다.

혈천마라강시와의 싸움은 그만큼 격렬했고 선천지기를 사용하기 직전까지 싸웠었다.

헬기에 타면서부터 계속 천마분심공을 통해 운기조식을 했으나 아직 녹록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들에게 당할 만큼 지친 것은 아니었다.

독안공을 펼치지 못할 뿐.

“너희들 멱을 따는 것 정도는 가뿐한데 말이야.”

사아아-

시후의 말이 의념기가 되어 퍼져나갔다.

총을 들고 있는 인원들은 순간 몸이 굳어졌다.

시후와 눈이 마주치고 있지 않음에도 뱀 앞의 쥐 꼴이 된 것 같았다.

점점 그 정도가 심해져 이제는 숨이 턱턱 막혀왔다.

철컥-

“그만하시지요.”

송하룡이었다.

그는 권총을 꺼내 들어 장전했다.

총구의 방향은 시후였다.

“방주님! 미치셨습니까?!”

시후보다 진지춘이 먼저 반응했다.

그 목소리에 시후는 순간 끌어 올렸던 기를 가라앉혔다.

만약 진지춘이 소리치지 않았다면 송하룡의 팔을 잘랐을 터였다.

“진 장로, 그대는 조용히 있거라.”

“뭘 조용히 있습니까? 지금 방주님께서 자살행위를 하는데요!”

“그대 역시 당분간 자중을 해야 할 것이니, 그만 입 다물고.”

“개소리 좀 그만하시고! 그 총 좀 치우세요!”

“어허! 진 장로!”

점점 격해지는 진지춘의 말투처럼 상황은 긴박해졌다.

그때 시후의 눈에 송하룡 옆에 있는 샤오롱이 들어왔다.

‘쟨 왜 차분해?’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그것도 시후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아는 샤오롱은 상당히 침착했다.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다.

어째서일까 생각하는 사이 송하룡이 나섰다.

“역시, 말보다는 행동이겠죠.”

탕-

권총에서 굉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시후가 움직였다.

총알을 피하는 것쯤이야 총구의 방향만 보면 간단했다.

물 흐르듯 자세를 낮추고 달려 나가려는데.

“뭐냐? 그건?!”

“하, 하하!”

송하룡이 들고 있던 권총에서 꽃다발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탕-탕탕-

다른 총에서도 똑같이 꽃다발이 튀어나왔다.

총 꽃다발.

그들은 총에 꽂혀 있는 꽃다발을 시후 일행들에게 내밀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총 꽃다발을 받아 든 일행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진지춘을 쳐다봤다.

약선방에서 벌어진 일이니 네가 해명하라는 의미였다.

그 시선에 진지춘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악! 방주님! 또 이런 장난을!!”

“허, 허허! 장난이라니, 나는 그저 우리 약선방의 은인에게 작은 이벤트를 해드리고 싶었을 뿐인데.”

진저리가 난다는 듯한 진지춘의 반응과 호탕하게 웃는 송하룡의 모습과 고개를 푹 숙인 샤오롱까지.

시후는 그제야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영감탱이도 정상은 아니네.’

지금껏 나이 오십이 넘은 진지춘이 왜 저렇게 방정맞을까 싶었더니, 그가 보고 자란 환경의 주범이 여기 있었다.

“보고 배운 게 이런 거니 그랬던 거구나.”

“허, 허허. 뭐라고 하셨습니까?”

들었으면서 못 들은 척까지 한다.

“아니야. 그래서 지금 이런 게 우리를 환영하기 위한 이벤트라는 거지?”

“허, 허허!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대쪽 같은 성격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송하룡은 어째 진지춘보다 장난기가 심해 보였다.

얼굴에 자글자글한 웃음 주름이 한껏 신나서 날뛰는 게 보였다.

“목숨 걸고 장난치지 마라.”

“네?”

“돌팔이. 네 방주라는 녀석에게는 나에 대해 잘 이야기해둬.”

“네! 도련님!”

시후는 진지춘에게 대충 상황을 정리하라며 송하룡을 떠넘겼다.

지금 시후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독안공만 펼쳤어도 이런 허접한 연극 따위는 간파했을 거였다.

그리고 설마 자신에게 목숨까지 걸고 이런 장난을 하는 인간이 진지춘 말고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마청우 녀석이 이런 것을 봤다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 텐데.”

그렇게 송하룡이 마련한 환영 이벤트는 끝났다.

시후는 일행들에게도 푹 쉬라도 일러놓았다.

자신이야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약간의 수면만 취하면 되었지만, 일행들은 아니었다.

어디 하나가 잘린 것은 아니었지만 자잘한 자상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내상이 깊었다.

다들 충분한 보양을 해야 했기에 시후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남은 일정을 약선방에서 보내기로 했다.

헬기에서 당소영의 심장에 다시 막을 쳐놓았으니 며칠은 괜찮을 터였다.

그동안 진지춘이 치료를 할 테고, 그사이에 시후는 중국에서의 일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약선방에서는 시후에게 개인실을 내주며 극진한 대접을 해주었다.

덕분에 시후는 하루 반나절 만에 본래 몸 상태를 되찾았다.

시후는 바람을 좀 쐐야겠다며 송하룡이 이벤트를 했던 옥상으로 올라왔다.

“천 년의 안배라.”

천 년 전, 소림사에 천마가 찾아가기 전부터 법정은 준비했을 터였다.

거기에 진짜 믿는 사람에게는 독안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천마의 약점을 파고들어 마천서생 평수혁이 가담을 했고.

사건의 발단은 혈교와 진소령의 죽음이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결과는 천마가 혈교를 무너트리고 천 년 후로 가는 거였다.

“멍청이들.”

그래 놓고서는 조정과 무림의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벽화에 그려놨었다.

천마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중국 황실은 그날 끝장났을 터였다.

그럼, 그것을 마천서생이 몰랐을까.

“알았겠지. 그만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천 년 후에 있을 일을 막기 위해 나를 택했다는 거지?”

이쯤 되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혈교가 그만한 힘을 가진 녀석들인가.

천마 시절 혈교 교주 녀석과 술잔을 나누어 마시며 느꼈던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라는 거였다.

사상이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달라 천마의 여인을 이용해 승기를 잡으려 했지만 말이다.

그런 녀석이 대업이라며 천 년 후까지 기약하는 안배를 해 놓았을까.

그것도 아니었을 거였다.

“그럼, 혈교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인데.”

그랬다.

혈교보다 더한 존재.

아니면 혈교를 뒤에서 조종할 정도의 존재.

무엇이 되었든 혈교를 내세워 세상을 어지럽히고 그 뒤에서 엄청난 짓을 꾸미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였다.

시후는 좀 더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알고 있는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들을 막으려면 세계의 판도에 뛰어들어야 했다.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야 했다.

재력이면 재력. 힘이면 힘. 권력이면 권력까지.

‘이번에 얻은 금은보화를 발판으로 삼아 큰손이 될 자가… 있네?!’

자기는 음악을 한다며 독을 쓰는 여자.

될 수 있으면 전선에 나서지 않았으면 했고, 실제로도 그런 쪽에 능력이 출중한 당소영이 있었다.

‘좋았어. 당소영 당첨. 힘은….’

힘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개인. 아니, 어쩌면 나라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는 판에서 시후의 혼자만으로는 힘들 터였다.

‘그렇다면 세력. 제갈세가, 당가, 남궁세가. 한국에 있는 이 세 개의 세가가 발판이 되겠군.’

이렇게 두 번째 문제까지 해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세 번째, 권력.

권력이라는 데에서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정치’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시후는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쩔까 싶을 때 문득 떠오른 이가 있었다.

‘또라이 영감.’

자신의 눈을 속이고 목숨을 담보로 장난을 치는 영감.

약선방의 방주라는 좋은 직함도 있고 인상이 좋아 보이는 탈 속에 시후를 속인 음흉한 속내도 있었다.

“중국인이라는 게 좀 문제…는 아닌가?”

한국에서 기반으로 삼으려 했던 시후는 송하룡의 국적이 문제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만약 송하룡이 중국에서 시작한다면.

일의 진척이 더 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길어야 5년. 그 안에 권력을 잡아야 한다.”

시후는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치의 이면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천마 시절에도 정치질하는 노친네들에게 천마가 휘둘리지 않은 이유는 천마가 독보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반대로 말하면 힘으로 정치판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거였다.

그 과정이 결코 합법적이고 순수하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사명감이나 정의감에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강시후로 살아가기로 한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안위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일을 결정했다.

천마 시절이나 강시후인 지금이나.

규모와 포부가 남다르지만 말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시후는 바로 송하룡을 찾아갔다.

“어서 오시지요.”

“영감. 네가 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송하룡의 얼굴에 대뜸 본론을 꺼내는 시후였다.

당황할 만한 상황이었건만 송하룡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되려 호탕하게 웃으며 비서에게 차를 내오라며 내보냈다.

자연스럽게 둘만 남은 자리를 마련한 거였다.

“말씀하시지요.”

시후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까지 이 정도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영감이 중국 좀 먹었으면 하는데.”

“중국이 길거리 국수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은 아시지요?”

저 말투로 미루어보아 진지춘에게 시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그간 있었던 일까지 모두 전해 들었다면 저 말의 속뜻은 본인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였다.

“손을 좀 더럽힐 자들은 내가 따로 보내주지.”

뚝섬에서 혈교 녀석들과 싸웠던 남궁세가 녀석들을 교육 중이었다.

“그래 주시면 한결 수월하겠군요.”

“다른 건 필요한 거 없고?”

“필요한 거야 차차 생겨나겠지요. 그때마다 도와주실 거 아닙니까?”

“그건 당연한 거고. 진짜 필요한 게 없냐고 묻는 거야.”

중국을 먹는다는 게 결코 작은 의미는 아니겠지만, 살날보다 살아온 나날이 더 많은 송하룡이 단순히 권력욕 때문에 그 험난한 길을 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송하룡의 눈에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시후가 방장실을 찾아왔을 때부터 송하룡의 눈은 욕망으로 이글거렸다.

“저희 약선방의 시조이신 마청우 님을 아신다 들었습니다.”

천 년 전의 인물을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냐마는 송하룡이 묻는 것은 그 뜻이 아니었다.

“생사공. 너희는 사상지공이라 부른다지?”

“네. 저는 그것의 완결함을 보고 싶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영감의 생사공이 절정에 올라 있었다면 그리 쉽게 혈독이나 고독에 당하진 않았을 테니까.”

간단하게는 심장 박동을 조작할 수 있고 혈류를 역류시킬 수 있는 사상지공.

그것은 의술을 익힌 자이기에 펼칠 수 있는 무공이었다.

살아 있는 것의 피와 살, 기에 대한 전부를 이해한 후에야 배울 수 있는 게 사상지공이다.

그랬기에 약선방에서 가장 뛰어난 방주에게만 전해져 내려왔던 거였다.

만약, 송하룡이 사상지공을 대성했었다면 몸에 들어온 혈독과 고독은 그저 대·소변으로 배출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을 못 했으니 시후가 오기 전까지 그리 누워 있던 것이었고, 자신의 모자람을 알기에 송하룡의 눈이 이글거리는 거였다.

“가르쳐 주지.”

“감사합니다.”

송하룡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후 시후는 일행들을 모아 앞으로 진행할 일에 대해 간략하게 말했다.

아직 안색이 창백한 당소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조민은 점점 판이 커진다며 불안해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일행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록 한 달 정도의 일정이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한국을 떠날 때와는 또 다른 세상에 살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머니의 품이 그립네.”

시후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두 분을 어서 뵙고 싶었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신다면 미리 준비해놓은 스토리를 말해줄 거였다.

화산과 아미산을 구경하고 소림사를 둘러봤다며 여행을 다닌 것처럼 각색해서 말이다.

그래서 시후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이미 부모님께서는 귀국 소식을 듣고 집에서 저녁을 차려 놓고 기다리신다고 연락이 왔었다.

그리고 시후는 저녁 자리에서 준비해놓은 이야기보따리를 풀 차례였다.

하지만, 한발 먼저 아버지가 폭탄선언을 하셨다.

“아들. 엄마 임신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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