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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35화 (135/275)

제135화

진지춘은 화산 앞에 숙소를 마련할 때 우선으로 고민한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 화산과의 접근성.

분명 시후는 화산에 다시 오를 테니 최대한 가까운 곳을 잡아야 했다.

두 번째, 6명의 인원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방 개수와 욕실 개수.

조민이 있기에 진지춘이 배려한 거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다른 이들의 관섭이 적은 독채.

시후의 행보가 결코 합법적인 것이 아니니 특히 주의했다.

진지춘은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ㄷ’ 자로 된 3층짜리 주택을 숙소로 구했다.

그리고 오늘.

진지춘은 자신의 수고에 환호를 질렀다.

“허허! 도련님, 저거 모두 진짜입니까?”

“그렇다니까, 몇 번을 묻는 거야.”

“믿어지지 않으니까 그렇죠. 너희도 그렇지?!”

진지춘의 말에 다른 일행들 역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 중정 바닥에 놓인 것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은보화였다.

시후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달려 나와 보니 금은괴가 들어 있는 궤짝과 여러 가지 보석이 들어 있는 장식장이 놓여 있었다.

저만한 양을 어떻게 이곳에 들고 왔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나니까?!’라며 거들먹거리는 대답일 게 뻔했다.

샐쭉이는 시후의 표정이 그것을 예견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진지춘은 왠지 모를 반감이 생겼다.

“칫.”

저도 모르게 혀 차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시후는 진지춘을 주시했다.

어떻게 된 녀석이 생각하는 게 표정에 그대로 나타났다.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 게 그렇게 얼굴에 다 드러나냐?”

“누구나 저런 거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도련님을 보면 저랑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렇다고 다들 너처럼 그렇게 대놓고 얼굴에 나타내 보이진 않아.”

“그건 도련님께서 눈치가 더럽게 빠르셔서…읍?!”

화악-

진지춘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다물어졌다.

이 타이밍에는 좀 더 신명 나게 대들어줘야 했는데 어째서인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시후가 혈을 짚은 것은 아닌가 싶어 기를 운용해 봤더니 그것은 또 아니었다.

몸도 움직이는데 정말 입만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진지춘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다들 의아해했다.

하지만 원인은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를 쳐다봤다.

시후는 이목이 쏠리자 슬쩍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렸다.

그러자 진지춘의 입이 열렸다.

“도, 도련님?! 이거 어떻게 하신 겁니까?”

“말해줘도 넌 못해.”

사실이었다.

살기를 뿜어내 상대방을 압박하는 기술이 아닌 천마지기를 흘려 상대의 자유의지를 빼앗는 행위였다.

이번에 Safety World에서 얻은 마기로 인해 천마지체가 보양되어 가능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설명해 달라고 하니.

가르쳐줘도 배우지 못하는 것을 설명해줄 만큼 시후는 설명충이 아니었다.

“쓸데없는 것에 아까운 시간 할애하지 말고 저것들을 처리할 방법이나 생각해봐.”

“칫.”

“어어? 너 오늘만 두 번째로 혀 차는 거다?”

“제가 그랬나요?”

“어. 그랬어.”

“눼눼, 아둔한 소인은 입 다물고 시키는 거나 합죠.”

잔뜩 토라진 진지춘의 행동에 시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다시 한번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아까운 것은 시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채찍을 열심히 쳤으니 이번에는 당근을 줄 차례라 생각했다.

“저것을 빨리 처리해야 네게 생사공을 가르쳐줄 텐데?”

“칫, 그깟 생사공이 뭐길… 네?! 생사공이요?!”

진지춘은 시후의 말을 흘려듣다가 생사공이라는 말에 몸을 홱 돌렸다.

분명 생사공이라고 했다.

일전에 약선방 지하에서 황 장로에게 펼쳤던 무공.

그 무공의 효과는 분명 약선방 방주에게만 전해져 오는 사상지공의 효과와 같았다.

그동안 시후의 행보로 보아 생사공이라 함은 현재의 사상시공이 맞을 터였다.

그렇다면 진지춘 자신이 취해야 할 최선의 행동은 하나였다.

진지춘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어, 나다. 여기 화산 근처에 있는 숙소인데….”

진지춘은 약선방으로 전화를 걸어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아마도 상대방은 샤오롱인 듯했다.

송하룡은 몸이 회복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일선에 나설 정도는 아닐 터였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장한 병력을 대동한 수송 차량을 이곳으로 보내라는 거였다.

그 모습에 시후는 진권을 슬쩍 쳐다봤다.

“봤지? 눈치라는 건 저런 거를 말하는 거다.”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너도 눈치 좀 챙기라는 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진권은 지금 시후가 알려준 달마청운보를 복습 중이었다.

그것도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헤벌쭉한 표정으로 말이다.

시후의 지적에 진권은 급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크, 크흠. 아미타불.”

합장까지 하며 자기 잘못을 탓하는 진권이었다.

그사이 통화를 종료한 진지춘이 시후에게 다가왔다.

“약선방에서 수송 차량이 오면 저것들을 약선방으로 옮길 것입니다.”

“그래?”

“본래 귀한 약재들을 옮길 때 쓰던 방법이기에 웬만한 군사 작전과 비슷한 전력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그 후에는?”

“그 후에는 약선방에 있는 당소영과 샤오롱이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오~!”

여기서 당소영을 거론하자 시후는 진심으로 기특하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당소영은 현재 남궁세가가 담당하던 사업장을 맡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카지노하며 대부업체를 통해 저것들을 현금화시킬 거라는 얘기였다.

예로부터 구린 돈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에 그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시후였기에 순식간에 그것까지 생각해낸 진지춘을 칭찬했다.

그 칭찬에 진지춘은 또 헤헤거리며 좋아했다.

진권은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가장 연장자인 진지춘이 시후에게 저리 굽신거리자 의아해하며 조민을 찾았다.

“무언가 잘못된 관계 같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냥 저희처럼 생각하세요.”

“무엇을….”

“오빠가 반로환동한 고인이라고요.”

“아….”

진권은 그 말에 시후가 보인 행동이 하나씩 이해가 갔다.

솔직히 시후가 보여준 무위나 가르쳐준 무공들이나 그편이 가장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다른 문파의 무공들을 알고 있으며 그것들을 펼칠 수 있는지였다.

화산을 오를 때 슬쩍 물어보기는 했지만, 그때 시후는 대충 ‘그런 거 생각할 시간에 네 무위나 올릴 생각해.’라며 일축했다.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기에 진권은 그때 이후 수시로 자신의 무공을 돌아봤다.

그리고 시후와 함께 화산을 오른 그 짧은 시간에 진권은 한 발 전진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방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빠지고 싶었지만, 아직도 궁금한 게 많아 그러지 못했다.

특히, 무혈검이라 불렀던 그 검.

분명 일반적인 검은 아니었는데 어느새 사라졌다.

결국, 참다못한 진권이 나섰다.

“강 시주, 아까 그 검은 어디로 갔습니까?”

진권의 말에 다들 하던 행동을 멈추고 시후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시후의 손에 들린 것이라고는 판관필뿐이었다.

푸른색 옥으로 만든 판관필이 유독 눈에 들어와 신경 쓰였던 일행들이 물었을 때 시후는 저것들과 같이 얻은 거라 했었다.

그런데 검이라니.

다들 시후의 몸을 이리저리 훑었다.

시후는 그런 일행들의 행동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챙-

시후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자 두르고 있던 황금색과 붉은색의 허리띠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검파부터 검신까지 전부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그 검을 보자 다들 한 가지를 떠올렸다.

‘월영검.’

Safety World에서 투산이 만들어준 아이템이 생각났다.

델루와 싸울 때 크게 이바지한 월영검을 떠올린 일행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해명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렇다고 시후는 이들에게 사실을 이야기해줄 수 없었다.

‘천마 시절 내 애병기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잖아.’

가뜩이나 자신을 반로환동한 고인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했다가는 천 년을 산 괴물로 여길 터였다.

이럴 때는 사실에 근거한 거짓말이 최고였다.

“이 판관필과 같은 곳에서 얻은 거야. 월영검과 너무 닮았기에 내 애병기로 삼으려고 가져온 거야.”

그러고는 진권에게 전음을 보냈다.

- 쓸데없이 나불대면 달마고 탄지신공이고 뭣도 없다.

같이 화산 비고에 들어갔었던 진권이기에 입을 맞추라는 거였다.

때마침 입을 열려던 진권은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진짜 무공 외에는 눈치가 더럽게 없어.’

저 눈치 없는 화상을 어디에다가 써먹어야 하나 싶었다.

“아!”

순간 진권을 써먹을 좋은 곳이 생각났다.

어차피 태산과 인호의 대련 상대로 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진열장을 보니 마침 알맞은 게 있었다.

앞으로 혈교 녀석들을 만나 전투가 벌어지면 생사가 오고 갈 순간이 분명히 올 터였다.

자신이야 문제없지만 혈천마라강시와 싸우는 도중이라면 다른 이들을 미처 챙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진권을 대련 상대로 붙여주고 실력을 키운다고 해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데, 때마침 좋은 것이 보였다.

“태산아, 인호야. 이리 와봐.”

시후는 진열장으로 다가가 둘을 불렀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둘에게 던졌다.

“이건 뭐야?”

시후가 던진 것을 받아 든 태산은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건 백호갑(白虎鉀)이라는 거야. 양쪽 손목에 차봐.”

태산은 시후의 말대로 흰색 손목 띠처럼 생긴 그것을 양쪽 손목에 찼다.

그러자 시후가 다가왔다.

“여기를 이렇게 당기면.”

철컹-

시후가 손목 띠를 돌리듯 잡아당기자 띠의 형태였던 백호갑은 태산의 주먹을 감싸는 권갑이 되었다.

“우어! 이거 뭐야?!”

태산은 변형된 백호갑의 모습에 괴성을 질렀다.

주먹을 감싼 권갑 밑에는 손가락을 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곳에 손가락을 끼우자 주먹을 쥐는 대로 권갑이 감싸 안았다.

“쓸 만할 거야.”

별거 아닌 듯 말했지만 사실 백호갑은 천마 시절 녹림십팔채의 수장이었던 녹림호걸의 애병기였다.

그는 그것으로 산적이라 폄하되던 자신들을 하나의 문파로 인정할 만한 위상을 떨쳤다.

물론, 천마에 의해 괴멸되어 저렇게 전리품으로 전락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강권은 볼만했지.’

백호갑을 두르고 주먹에 기를 담으면 태산도 부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태산이 저것을 이용해 개걸폭렬권을 펼친다면 볼만할 것 같았다.

그렇게 태산이 백호갑을 얻은 것에 호들갑을 떨자 인호가 다그치듯 말했다.

“시후야! 내 건?!”

“그래, 네 것은 보다시피 정강이에 차는 거야.”

시후의 말에 인호는 바지를 한껏 치켜올리고는 정강이에 보호대를 둘렀다.

축구 선수가 양말 속에 정강이를 보호하기 위해 차는 보호대처럼 생긴 그것이 맨살에 닿는 순간 열기가 느껴졌다.

“어? 이거 왜 따뜻해?”

“그럴 거야. 그거 열화갑(熱火鉀)이라고 해서, 요즘 같은 계절에 쓰면 딱이야. 그리고 이렇게 올리면.”

촤륵-

열화갑의 윗면을 누르며 한껏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열화갑이 인호의 무릎을 지나 허벅지까지 늘어났다.

“우오!”

인호 역시 태산과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며 환호를 했다.

“그렇게 차면 웬만한 칼질쯤은 막아줄 거야.”

이번에도 역시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열화갑 역시 녹림십팔채에서 얻은 거였다.

백호갑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눈먼 칼질 정도는 막아줄 거였다.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것들 대부분이 산적 나부랭이들을 토벌한 후에 챙긴 것들이잖아.’

녹립십팔채를 괴멸시킨 후에 얻은 전리품들이 왜 화산에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눈에 익은 것들이 많았다.

시후는 진열장으로 다가가 손수 구분하기 시작했다.

액세서리 같은 것들은 당장 처분할 것들이니 그대로 놔두었고 무기나 보호구로 쓸 만한 것들은 따로 빼냈다.

그렇게 장비들을 한쪽으로 나눈 후 진지춘에게 일렀다.

“이것들은 처분하지 말고 잘 보관해서 제갈세가로 보내.”

“네. 알겠습니다.”

진지춘이 알았다며 무기와 보호구에 표기를 하는 사이 시후 뒤로 조민이 슬쩍 다가왔다.

“왜?”

“오빠, 저는요?”

태산과 인호에게 저런 귀한 것을 줬는데 자신은 왜 안 주냐는 눈빛이었다.

시후는 이미 조민에게 줄 것을 생각해 뒀었다.

“네 건 이거.”

“진짜요?!”

시후가 건넨 것은 마천서생의 판관필인 옥룡이었다.

시후가 줄곧 들고 있던 것을 내밀자 조민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윗부분을 잡고 슬쩍 돌렸다.

스릉-

그러자 작은 단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명에 반사되는 검신의 예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거에 베이면 따끔하고 끝나진 않는다.”

옥룡의 저 검신은 북해빙궁 장인의 손길이 들어가 있었다.

시후의 말대로 검신에 베이기라도 한다면 차가운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어 갈 터였다.

이렇게 하나둘씩 무기를 배급받자 진열대에 있던 진지춘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왔다.

시후는 그런 진지춘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진권을 불렀다.

“진권. 아미산에 도착하는 동안 틈나는 대로 저 녀석들과 대련해 줘.”

“네?”

“그게 달마신공과 탄지신공을 가르치는 조건이다.”

“아….”

진권은 시후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명령에 가까운 지시를 거부하기에는 돌아오는 게 너무 컸다.

그리고 태산과 인호와 겨룬다는 것에 살짝 기대도 되었다.

국수집 뒤뜰에서 보았던 둘의 무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조민까지 가세한다면.

씨익-

진권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이제야 짐을 좀 덜었네.’

그동안 혼자 생각했던 일들을 착착 마무리 지으니 한시름을 놓은 것 같았다.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진지춘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넌 약선방에서 그거 회수해 가면 그때 가르쳐 주마.”

“진짜요?! 그때는 진짜로 알려주시는 겁니다!”

“알았다니까.”

진지춘의 성화까지 끝이 나자 진짜로 일을 마무리 지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약선방에서 온 수송 팀은 다른 의미로 시후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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