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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28화 (128/275)

제128화

시후는 실로 오랜만에 기대감에 벅차올랐다.

‘진실된 어둠의 구역’에 발을 들였다는 메시지를 봤을 때 느꼈던 그것.

‘혹시나 하였는데 역시나 마기였어.’

긴가민가했던 그것의 정체는 마기(魔氣)였다.

마기라 하면 무림인들에게 있어서는 기피 대상 중에 으뜸이었다.

정파, 사파 가릴 것 없이 마기를 원한다는 것은 마공을 익혔다는 거였으니 말이다.

성취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끝은 파국을 초래하는 것이 마공이었다.

죽은 자의 영혼을 구속하거나 영혼이 없는 육신을 조종하거나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천마 시절 마공을 익힌 자들을 직접 찾아 단죄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시후가 지금 이렇게 마공의 근본인 마기를 발견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것으로 나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천마에게 있어 마기는 기피 대상이 아니었다.

무의 끝에 다다랐던 천마는 등선이 코앞일 때 그것을 포기했다.

아니,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자신의 그릇을 더욱 늘리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마기와 천마흡기공이었다.

다른 이의 진기를 흡수할 수 있다고 알려진 천마흡기공의 진짜 역할은 마기를 흡수하는 거였다.

사실 마기를 흡수한다는 발상은 우연에서 비롯된 거였다.

천마 시절 사령을 부려 혼돈을 야기할 수 있는 사령신자(死靈神者)가 천마신교 영역에 들어왔었다.

그를 단죄하기 위해 천마가 직접 나섰고 사령신자를 큰 어려움 없이 죽일 수 있었다.

문제는 사령신자가 죽고 난 후였다.

그가 부리던 영혼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거였다.

그 수가 어림잡아 일천이 넘었고, 그 영혼들이 향하는 곳은 천마신교였다.

그래서 천마는 급히 영혼들의 기운을 빨아들일 무공을 만들었다.

그것이 천마흡기공(天魔吸氣功)이었다.

그리고 이날 천마흡기공을 통해 흡수한 마기가 자신에게 어떻게 이득이 되는지 알게 된 날이었다.

천마는 그 마기를 통해 천마지체의 그릇을 늘렸다.

무림인에게 그릇이 커진다는 것은 담을 수 있는 내공의 양이 늘어난다는 거였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것은 천마 오직 한 사람뿐.

그랬으니 홀로 소림사에 오를 수 있었다.

마기를 흡수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천마였기에 지금 블칸 영주를 속박하고 있는 마기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위리놈은 왜 자신의 힘으로도 끊을 수 없는 것을 끊기 위해 나를 이곳으로 보냈는가’에서 시작한 추리의 답은 독안공이었다.

‘아마도 녀석은 자신의 정체를 꿰뚫어 본 나에게 블칸 영주의 속박을 풀어줄 단서를 찾을 수 있겠다 싶었겠지.’

하지만 단서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속박을 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시후는 블칸 영주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고는 천마흡기공을 펼쳤다.

사아아아-

붉은색 의자가 단숨에 검은색으로 변할 만큼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블칸 영주를 감싸며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었다.

“어쭈? 버텨? 흐읍!”

시후는 천마흡기공에 반항하는 마기를 향해 더욱 내공을 끌어올렸다.

사아-사아아-

그러자 마기에서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시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후는 손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느낌에 확신했다.

‘진짜 마기다!’

얼마 전에 이룬 천마지체의 그릇이 팽창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상태로 일각 정도만 더 빨아들인다면 단숨에 1단계 틀을 깰 수 있을 거였다.

하지만.

사아-

어느덧 붉은 의자를 감싸고 있던 검은 마기는 옅어지며 사라져갔다.

그리고 나타난 메시지.

띠링-

[마기를 흡수하였습니다.]

[흡수한 마기가 스텟으로 조정됩니다.]

[마기 스텟이 생성됩니다.]

[블칸 영주의 속박 저주를 해주하였습니다.]

아쉽지만 이번 한 번으로 천마지체 1단계의 틀을 깰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전혀 득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틀은 깨지 못했지만 천마지체가 보양된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 천마지기라면 그 자식과 다시 붙어볼 만하겠어.’

시후는 천마멸겁장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위리놈을 떠올렸다.

그러자면 얼떨떨한 표정의 이 영감부터 챙겨야 할 것 같았다.

“어때? 자유를 얻은 느낌이?”

“이, 이럴 수가. 진짜로 풀려나다니!”

블칸 영주는 붉은색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엉덩이를 떼지 못했던 그 의자에서 너무나도 쉽게 몸을 일으켰다.

온몸의 뼈마디가 삐걱대며 고통을 안겨 왔지만 버틸 수 있었다.

이 정도 고통은 자유를 얻은 감동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크크, 크하하! 드디어 내가 자유를 얻었다!”

쩌렁쩌렁한 블칸 영주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시후는 찌릿거리는 그 느낌에 블칸 영주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마음 놓고 독안공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몰라 독안공을 펼쳤다.

종족 : 인간(T.NPC)

직위 : 백작/영주

직업 : 기사

<스텟 정보>

힘 : 120

민첩 : 60

체력 : 100

지능 : 75

<속박의 저주에서 풀려나 기쁨에 차오른 상태.>

<다른 이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상태.>

확실히 다른 녀석들과는 달랐다.

‘가진 종합 스텟만 봐도 헤라 여왕 정도는 쌈 싸 먹겠는데?’

객관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시후는 이때 좀 더 다른 곳에 눈을 뒀어야 했다.

“이봐, 영감. 이제 슬슬 가지?”

“으하, 하하! 드디어 풀려났다!”

“이봐, 영감? 가자고.”

“으하, 하하! 크하, 하하!”

“영감… 아, 저 모습을 보니 쓸데없는 자식이 떠오르네.”

자기 말은 귓등으로 들어 처먹는 블칸 영주의 모습에 진지춘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시후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딱-

“크악!”

블칸 영주의 뒤통수를 후려친 시후였다.

감동에 휩싸여 있던 블칸 영주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통증에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짜식이 몇 번이나 불렀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벌떡 일어난 블칸 영주는 아직도 눈앞에서 번쩍이는 별들을 봤다.

순식간에 속박의 저주에서 풀려났다는 감동 따위는 사라지고 어느덧 눈에 살기까지 피워냈다.

그 모습에 시후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은인한테 눈깔 그따위로 뜨는 거야?”

“손찌검은 자네가 먼저 했네만!”

“어쭈? 그러다가 붙자고 하겠다?”

“허! 못 할 것도 없지!”

“앞으로 동행할 처지인데 굳이… 음….”

시후는 잠시 고민했다.

앞으로 위리놈을 찾고 나머지 퀘스트도 클리어하려면 블칸 영주와 동행은 불가피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굳이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블칸 영주와 진지춘이 겹쳐 보이자 그럴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 영감 같은 성향은 내가 잘 알지.”

“뭐야?”

“강자가 아니라면 상대도 하지 않으려는 심성.”

“잘 아는군. 그럼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쿠왕-

블칸 영주는 순식간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백발의 노인이 뿜어내는 기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기세였다.

하지만.

“어딜.”

딱-

“크악!”

이번에는 정면에서 휘두른 시후의 손에 그대로 딱밤을 허용했다.

분명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고통이 느껴졌다.

블칸 영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딱-

“크악! 그, 그만!”

블칸 영주는 다시 한번 눈앞이 번쩍이는 것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세 번이나 머리를 얻어맞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곱상하게만 생긴 저자에게서 위리놈을 마주했을 때의 무력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지금 시후는 천마지기를 이용해 블칸 영주를 때리고 있었다.

마기를 흡수한 덕분에 빵빵해진 천마지기를 시험 삼아 사용한 거였다.

시후의 천마지기는 살기를 내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마치 살기를 두른 손을 휘두른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블칸 영주가 반응할 수가 없는 거였다.

시후는 두 손 들고 쩔쩔매는 블칸 영주의 모습에 다시 한번 천마지기의 활용도를 높이 샀다.

‘기회가 되는 대로 마기란 마기는 모두 흡수해야겠어.’

마기 흡수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순간이었다.

한편, 시후의 공격이 멈추자 블칸 영주는 슬쩍 손을 내렸다.

“크, 크흠. 우리, 말로 합시다.”

“난 처음부터 말로 하려고 했었다.”

“크, 크흠. 알겠소. 그대가 나를 구해준 것은 사실이니 내 보상을 주리다. 허나, 지금은 줄 수가 없소.”

“뭐?”

당당하게 보상 이야기를 한 주제에 지금 당장 줄 수 없다니.

그러면서 저리 당당한 태도라니.

시후는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블칸 영주는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내 영주성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뭐든 줄 수가 있소!”

“여기가 네 영주성이 아닌 거야?”

“그렇소, 여기는 일종의 감옥이오.”

“그럼 네 영주성은 어디 있는데?”

“이곳, 진실된 어둠의 이면에 있소.”

“그게 어딘데?”

“그건, 모르오.”

“…….”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말에 시후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뛰어넘기로 했다.

“그럼, 보상은 나중에 받기로 하고 위리놈부터 찾아가기로 하지.”

“그게 그거요.”

“설마….”

“그렇소. 위리놈이 있는 곳이 내 영주성이요.”

좀처럼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자 시후는 슬슬 짜증이 솟구쳤다.

그때였다.

- 크르르릉

뒤쪽에 있던 블랙 라이칸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시선을 돌리니 앞발로 바닥을 긁고 있었다.

마치 그곳을 파라는 듯이 말이다.

“영감, 따라와.”

시후는 블칸 영주를 데리고 단상을 내려가 늑대 곁으로 갔다.

그러고는 블랙 라이칸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기에 뭔가 있다는 거지?”

- 크르릉

시후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블랙 라이칸이 대답했다.

시후는 블칸 영주를 불렀다.

“영감, 여기 밑에 뭐가 있냐?”

“그건 나도 모르오.”

“위리놈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영주성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여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네?”

“크, 크흠.”

시후가 팩트를 지적하자 블칸 영주는 멋쩍은 듯이 헛기침을 했다.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블랙 라이칸을 슬쩍 밀었다.

“비켜봐, 여기 뭐가 있다면 부숴야지.”

스윽-

시후는 한쪽 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그 발에 천마지기를 담기 시작했다.

블칸 영주는 시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흠칫했다.

‘이 어두우면서도 정순한 기운은 무엇인가?’

두 개의 이질적인 기운이 점점 거세지는 것을 느꼈다.

저 발이 떨어져 내렸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몰랐지만, 그것에 대해 대비는 해야 싶었다.

블칸 영주는 늑대 곁으로 재빨리 움직이고는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그사이 발끝에 원하는 만큼의 천마지기를 담은 시후는 발을 내려 바닥을 찍었다.

“천마군황보(天魔君皇步)”

쿵-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기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시후의 발이 찍힌 바닥에 금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성이었던 이곳을 단숨에 부수어버리려는 듯 균열이 갔다.

당장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 순간.

챙그랑-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성의 내부라고 생각했던 그곳이 울렁이더니 사방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뒤집히던 세상이 제자리를 찾아가자 깨졌던 성이 다시 복구되기 시작했다.

본래의 검은색 성의 모습을 찾아가더니 천마군황보에 찍혔던 자리마저 복구되었다.

깨진 성이 다시 복구되는 기이한 현상에 이상하게 생각하던 그때.

“크, 크큭. 잘도 찾아오셨습니다?”

단상 위에서 위리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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