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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26화 (126/275)

제126화

다들 위리놈의 미소를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꼴깍-

갑자기 치솟은 긴장감에 마른침 넘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여전히 시후만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태연한 모습으로 위리놈을 마주했다.

그 모습에 위리놈은 한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며 웃었다.

“크흐흐, 흐흐.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대 같은 유저를 만나는 것은.”

“그래? 나도 정말 오랜만인데. 이렇게 정교한 환술을 이 정도의 규모로 펼친 녀석은 말이야.”

환술이라는 말에 일행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루프를 나오고 나서 보였던 성대한 환영식 인파나 레드 카펫, 하물며 마차까지 모두 그 전 모습이 아니었다.

박수갈채를 보내오던 인파는 뼈만 남은 스켈레톤이었고, 레드 카펫이라 여겼던 것은 끈적이는 피가 묻은 옷가지들이었다.

마차 역시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는 검은색 마차였다.

그런데 마차를 보는 순간 조민은 무언가를 눈치챘다.

“오빠, 저 마차요.”

“너도 느꼈나 보구나? 아무래도 찾아오기는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조민은 마치 공명이라도 하듯 같은 기운을 풀풀 흘리는 블락칸토의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그 모습에 위리놈이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호오~ 그건 어디서 나셨습니까? 제가 몇 개 만들지 않은 건데요?”

“네가 만들었다고?”

“네. 영주성을 지키는 개들을 묶어둘 때 쓰려고 만든 것이지요. 그걸 왜… 풉!”

그 말은 블락칸토의 목걸이가 집 지키는 개 목걸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위리놈의 웃겨 죽겠다는 미소로 보아 개 목걸이를 뭘 그리 소중하게 목에 차고 있느냐며 비웃는 것이 분명했다.

시후는 그 모습에 마주 방긋 웃어주며 손을 뻗었다.

“천마멸겁장.”

콰앙-

순식간에 뻗어져 나간 천마멸겁장은 위리놈과 마차를 덮쳤다.

다들 느닷없는 시후의 기습 공격에 자신들의 무기를 치켜들었다.

그런데.

“이거, 이거. 제 조크가 먹히지 않는 분이 계시는군요.”

흙먼지가 가라앉고 보이는 위리놈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옆에 있던 마차는 천마멸겁장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위리놈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여유로워 보였다.

오크 부족장인 델루조차 버티지 못했던 천마멸겁장에 저리 태연한 모습을 보이자 일행은 뒤쪽에 움츠려 있던 둘을 불렀다.

“뭐야, 쟤는 도대체 레벨이 몇인 거야?”

“그게… 저희도 잘 몰라요.”

“뭐? 아무리 락(rock)이 걸려 있어도 같은 영주성 소속이면 보이잖아.”

“저분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유저나 NPC의 상태창은 본인이 공유하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같은 영토에 소속이 된다면 공유해주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골드가최고와 뒤통수치기존잼이 이미 블칸 영주 소속인 것을 확인했었기에 둘의 말에 거짓이 없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블칸 영주 소속이 아닌데 블칸 영주가 측근으로 데리고 있을 정도로 뒤가 구린 놈이라는 거지.”

“정답입니다.”

조민에게 속삭인 말에 위리놈이 즐겁다는 듯이 대답했다.

“귀가 상당히 밝다?”

“그런 말을 자주 듣는 편이지요. 크큭.”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듣는 사람의 속을 긁는 재주가 있는 위리놈이었다.

평소라면 이죽거리는 저 얼굴을 구겨 주었겠지만 참아야만 했다.

‘보통 놈이 아니야. 섣부르게 움직였다가는 영주성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로그아웃이야.’

시후의 평가는 객관적이었다.

7성의 천마멸겁장에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한순간의 방심이 뼈아픈 실책으로 돌아올 상대였다.

그렇게 시후와 위리놈이 눈싸움을 벌일 때 조민이 슬쩍 귓속말을 보냈다.

- 오빠, 그거 안 돼요? 정보 몰래 보는 그거요.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독안공에 대해 거론하는 조민에 시후는 적잖이 놀랐다.

- 제가 그 정도 눈치도 없는 줄 알아요? 그것보다 지금 그거 못 쓰시냐고요.

- 나도 써보고 싶은데, 그걸 쓰는 순간 당할 것 같아서 말이지.

평소 약한 소리를 한 적이 없던 시후였기에 조민은 그만큼 위리놈이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 짐작했다.

그때였다.

조민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에 위리놈은 둘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눈치챘다.

“해보시지요?”

“뭐?”

“해보시라고요. 지금 무언가를 해보고 싶으신데 뒤에 계신 분들이 걱정되어서 하지 못하시는 거 아니십니까?”

시후의 의중을 정확히 짚은 위리놈이었다.

그 말에 일행들은 시후를 바라봤다.

현실에서는 모르겠지만 Safety World에서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시후라 생각했는데, 위리놈의 말에 자신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말에 가장 열이 받은 것은 태산과 인호였다.

둘은 자신들이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이곳에서까지 시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에 화가 났다.

“후야.”

“여기서까지 네가 그럴 필요는 없어.”

둘은 시후에게 각오가 담긴 말을 남기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야! 어디….”

텁-

둘을 말리려는 시후의 어깨를 조민이 잡았다.

그리고 귓속말을 보냈다.

- 둘의 각오를 가볍게 보시는 건 아니시죠?

그 말에 시후는 여전히 자신이 태산과 인호를 과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현실과는 다른 곳임을 잠시 잊은 거였다.

“좋아. 그럼, 부탁한다.”

그 말에 태산과 인호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움직였다.

스팟-

둘은 미리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보법으로 위리놈의 지척에 나타났다.

먼저 위리놈의 옆에 나타나 손을 뻗은 것은 태산이었다.

“이 초식, 중(重).”

평소 펼치던 이 초식과는 다르게 발을 구르며 중력을 가중하는 범위를 위리놈이 있는 그 부분으로 한정했다.

이는 개걸폭렬권의 묘리를 터득하지 못하면 펼칠 수 없는 오의였다.

위리놈은 태산이 지척에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시선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눈알만 돌렸다.

마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라는 듯한 방관하는 태도였다.

그리고 태산의 공격에 몸이 짓눌리는 느낌을 받자 살짝 미소 지었다.

그 순간 위리놈의 머리 위에 나타난 인호가 소리쳤다.

“흥!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 섬(纖)!”

인호의 투신검각권 섬 역시 태산과 마찬가지로 평소와 달랐다.

평소 발을 수직으로 치솟아 대기를 달랐지만, 지금은 하늘에서 땅으로 그었다.

그것도 단발이 아닌 삼 연발로 말이다.

이 역시 투신검각권의 오의를 터득하지 못하면 펼칠 수 없는 동작이었다.

촤라락-

무언가 폭발하는 충격파가 아닌 대기를 가르는 듯한 절단음이 들렸다.

하지만 위리놈은 이 역시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짓누르고 훑고 지나가는 거대한 힘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땅이 갈라졌지만 위리놈은 멀쩡했다.

하지만 이미 그럴 거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태산과 인호는 연신 절초를 뿜어냈다.

순식간에 시후에게서 배운 개걸폭렬권과 투신검각권의 모든 초식을 펼쳤다.

그에 위리놈 주위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다.

“크하하, 즐겁습니다! 그대뿐만 아니라 이분들도 제법이군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제힘을 아주 조금 보여드리죠.”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짓던 위리놈이 처음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위리놈 주위로 어둠의 기운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뻗어져 나갔다.

태산과 인호는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어둠의 기운에 공격을 멈추고 보법을 밟았다.

태산이 취팔선보를 밟아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몸을 비틀었다.

검은 기운은 그런 태산을 따라 연신 질러갔다.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는 취팔선보로 태산은 끝이 뾰족한 어둠의 기운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취팔선보를 펼칠 때마다 마나가 쭉쭉 다는 반면, 위리놈이 내뿜는 어둠의 기운은 더욱 빨라졌다.

결국.

푹푹푹-

“커헉!”

한 번 찔려 균형을 잃자 뒤이어 날아온 어둠의 기운에 몸 이곳저곳이 꿰뚫렸다.

그런데 태산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웃었다.

그 모습에 위리놈이 물었다.

“뭐가 웃기시죠?”

“크크! 여기가 게임 속이라서 말이야. 나만 바라봐!”

태산은 시후에게 배운 무공 스킬이 아닌 본래 전사 직업의 어그로 스킬 ‘나만 바라봐’를 사용했다.

본래라면 10초가량 태산에게 집중해야 하지만 위리놈에게는 찰나의 순간만 집중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태산의 목적은 달성했다.

태산이 자신이 할 일을 했다는 듯이 웃으며 로그아웃되자 그 뒤에 숨어 있던 인호가 나타났다.

인호는 태산이 공격당하는 동안 계속 천기보를 펼쳐 태산의 지척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 위리놈이 멈칫하는 순간을 노렸다.

인호는 본래라면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쏴야 하는 활의 한쪽을 잡고는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내려쳤다.

“낙뢰(落雷).”

쿠콰과광-

검마의 삼재검법 중 일 초식인 낙뢰였다.

본래라면 삼재검법의 삼 초식인 충뢰로 일점의 공격을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숙련도가 낮아 100%의 숙련도인 낙뢰를 펼친 거였다.

하늘이 번쩍이며 내려친 번개는 순식간에 위리놈을 덮쳤다.

“됐다!”

그 모습에 인호는 환호했다.

태산이 만들어준 아주 작은 틈으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인 낙뢰에 성공해서였다.

하지만.

푹푹푹-

“커헉!”

번개의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인호의 몸이 어둠의 기운에 꿰뚫렸다.

다들 그 모습에 아쉽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인호 역시 이 순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낙뢰의 빛이 사그라지고 드러난 위리놈의 모습은 제대로 그슬린 모습이었다.

턱시도 끝과 모자가 번개에 그슬려있었고 무엇보다 연신 웃고 있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짜식들. 멋졌다.”

시후의 퉁명스러운 칭찬에 인호는 몸이 흐려지며 로그아웃되는 중에도 엄지를 치켜들 수 있었다.

그렇게 태산과 인호가 사라지자 위리놈은 몸에 붙은 불씨를 툭툭 털어냈다.

별거 아니라 여겼건만 자기 턱시도를 이리 만든 둘에 살짝 짜증이 밀려온 얼굴이었다.

“오랜만에 좀 즐겨볼 유저를 만났다는 것에 제가 흥분했나 보군요.”

“흥분한 것치고는 표정이 별로인데?”

“그러게요. 블락칸토의 썩은 머리를 씹은 느낌입니다. 이걸 어찌 풀까요….”

위리놈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자 일행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상태 이상에 걸립니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침식당해 반응 속도가 30% 감소합니다.]

마치 살기에 노출된 듯 모두 몸이 굳어졌다.

그것은 시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리놈은 당황하는 시후 일행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좀 전처럼 어둠의 기운이 땅에서 일렁이며 솟아올랐다.

태산과 인호를 공격한 것처럼 손을 뻗으려는 찰나.

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죽음의 왕? 파리 교단의 최고 훈장? 아바돈에서 놀러 나왔다고?”

“……!”

그 말에 위리놈은 손을 멈췄다.

그리고 일행들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대악마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전 스텟 +10 상승.]

[대륙에 명성이 널리 퍼집니다.]

[명성치 +300 상승.]

태산과 인호가 만들어준 귀중한 틈에 독안공을 펼친 거였다.

그것으로 위리놈의 상태창을 보고 읽었다.

그 메시지는 골드가최고와 뒤통수치기존잼에게도 나타났다.

“대악마? 위리놈 님이? 헐!”

“죽음의 왕이면… 설마… 커헉!”

둘은 위리놈에 대해 아는 것을 신나게 떠벌리던 중 입을 닫아야만 했다.

어느새 위리놈이 일으킨 어둠의 기운이 둘을 사정없이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고슴도치를 연상시키듯 수많은 어둠의 기운에 꿰뚫린 둘은 신음을 흘릴 새도 없이 로그아웃되었다.

그 모습에 다들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대악마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위리놈은 그런 시후 일행들을 보며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이거, 아무래도 그대를 초대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군요. 하지만, 다른 이들은 필요 없겠지요?”

“뭐?”

파바바팟-

시후가 반문하기도 전에 위리놈은 손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모여 있는 일행들의 몸을 어둠의 기운이 꿰뚫었다.

다들 골드가최고와 뒤통수치기존잼과 마찬가지로 신음 한번 내뱉지 못하고 로그아웃했다.

홀로 남은 시후는 무력한 자신을 탓할 새도 없이 위리놈이 말했다.

“영주성으로 그대를 초대하지요. 이 녀석이 진짜 영주성까지 데려다줄 겁니다.”

위리놈이 손을 살짝 흔들자 본래 마차가 있던 곳에 검은색 기운이 일렁이더니 커다란 늑대가 나타났다.

위리놈은 그 늑대를 한차례 쓰다듬더니 시후를 가리켰다.

“내가 떠나고 1분. 저자가 너를 타지 않는다면. 죽여라.”

그 말을 끝으로 위리놈은 일렁이더니 사라졌다.

커다란 검은색 늑대는 위리놈이 사라지자 시후를 향해 걸어가 앉았다.

순식간에 일행들은 로그아웃되고, 위리놈은 사라지고,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만만찮은 늑대가 어서 타라고 노려보자 시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역시, Safety World는 재미 그 이상이 있어.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단 말이지.”

호승심.

천마였기에 어느샌가 느낄 수 없었던 그 감정.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들 수 있는 강자를 만났을 때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크르릉.”

어서 타라고 보채는 검은 늑대에 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인마. 탈거야. 그러니 바람처럼 그놈에게 데려다 주거라.”

그리고 훌쩍 올라타 검은 늑대의 갈기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검은 늑대는 몸을 일으키며 곧장 내달렸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이 아닌 땅속으로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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