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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24화 (124/275)

제124화

처음 겪는 상황에 시후는 빠르게 조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마무리된 것 같은데 퀘스트 완료가 안 된다?

- 정말요? 제가 금방 갈게요.

조민 역시 처음 겪는 상황인지 일단은 직접 확인해야겠다며 서둘러 영주성으로 왔다.

시후는 조민이 도착하자 바로 퀘스트 내용을 공유했다.

혹시나 달라진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였다.

하지만 조민 역시 특별한 것을 찾지 못했다.

다만.

“오빠, 우리 아무래도 번지수 잘못 찾은 거 같은데요?”

“무슨 번지수?”

“퀘스트에서 말하는 성이 여기가 아닌 것 같아요.”

확실히 퀘스트 내용에는 ‘한스텔 마을’이나 ‘디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저 퀘스트 여관 마스터가 보내준 것이니 당연히 이곳인 줄 알았을 뿐.

거기에 이곳 상황이 결코 좋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전혀 의심이 없었다.

시후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 있는 디카를 힐끗 봤다.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뭐, 저도 잘한 건 아니잖아?’

디카 영주가 퀘스트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건 말해주지 않기로 했다.

시후는 메시지 창을 열어 퀘스트 여관 마스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너 이 자식. 왜 퀘스트를 이따위로 주는 거야?!

-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 왜 그러십니까? 이 자식이…. 그 퀘스트 영주성이 왜 한스텔 마을 영주성이 아니라고 말 안 한 건데?

- 아닙니다! 분명 디카 영주와 관련된 퀘스트입니다!

- 진짜?

- 네! 진짜로요!

확신에 찬 퀘스트 여관 마스터의 메시지였다.

‘퀘스트 장소가 영주성인데 한스텔 마을의 영주성은 아니고 디카랑 연관이 있다?’

시후는 디카 영주에게 손짓했다.

“왜 부르는가?”

“너 무슨 문제 있었냐?”

“그, 그걸 자네가 어찌 알았나?”

“이런… 야! 그런 거 있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아니… 물어보지도 않아 놓고서는 왜 화를….”

“그런 거는 물어보기 전에 말하라고.”

“그런 억지가….”

시후의 우격다짐 격인 말에 디카 영주는 어처구니없어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우리 마을이 번영하다 보니 다른 마을에서 관심을 가지더군. 처음에는 교역이라는 명목하에 그들이 방문했지만 지금은….”

말끝을 흐리던 디카 영주는 마르스를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지금은 서로의 영토를 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라네.”

“사실이에요.”

디카 영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민이 다가왔다.

이미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조민은 커뮤니티에서 관련 기사를 찾아 공유했다.

[한스텔 마을에 다녀왔는데 환락탑 너무 좋아요. 그런데 4시간이나 기다렸어요.]

└ 맞아요,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빠른 번호표를 골드로 구매했어요.

└ 판매자 좌표 좀요.

└ 무슨 암표 시장 같았음.

└ 그거 말고도 새치기하는 놈들 엄청 많음.

└ 맞아요. 그런데 새치기하는 놈들 한스텔 마을 유저가 아닌듯했어요.

└ 저 그유저랑 PK 뜸요.

이제는 한스텔 마을의 명물이 된 환락탑에 대한 댓글들이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접속하지 않은 이후로 이런 일들이 일어났어요.”

“음… 프랑시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어?”

시후의 부름에 프랑시스가 다가왔다.

“요 며칠 전부터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요. 아이들을 시켜 단속해 보았지만,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나서는 바람에 단속이 어려웠어요.”

“네가 직접 나서도 어려울 정도의 레벨들이야?”

“네….”

시무룩한 표정의 프랑시스를 보며 시후는 디카 영주에게 손짓했다.

“그거 좀 띄워봐.”

“그거?”

“그 있잖아. 네 영지 화면 실시간으로 보는 거.”

“아… 이거.”

촤락-

디카는 수성전 때 펼쳤던 영지 화면을 띄웠다.

지도를 펼친 후 환락탑을 확대하자 그곳 영상이 나타났다.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그곳에서 프랑시스가 말한 것들이 바로 보였다.

길게 늘어선 줄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새치기를 하는 인파.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하게 뒷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다.

그런데 초보자들이 주된 한스텔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그들이 싸우는 모습은 다른 유저들과 달랐다.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상대방의 공격을 막거나 상대방을 무력화시키고는 두들겨 팼다.

“저 기운은…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으흠….”

영상에 보이는 기운을 한참 노려보던 시후는 눈을 번뜩이며 조민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시후의 시선에 조민은 움찔했다.

“까, 깜짝이야. 왜요?”

“…….”

스윽-

시후는 조민의 말에 대답 없이 그저 손을 뻗었다.

조민은 시후의 손이 점점 다가오자 눈이 점점 커졌다.

‘가, 갑자기? 여, 여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조민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끼며 혹시나 했다.

지금의 상황은 전혀 잊고 한층 진지한 표정으로 점점 다가오는 시후의 손에 망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덥석-

“이거야!”

“……!”

시후는 조민의 목에 걸려 있는 [블락칸토의 목걸이]를 집었다.

“여기서 나오는 기운과 같은 기운이야.”

“그, 그래요?”

조민은 시후의 말에 순간 얼굴을 붉혔다.

다들 시후가 쥐고 있는 목걸이에 집중하느라 그런 조민의 얼굴을 볼 새가 없었다.

유일하게 넋을 잃고 멍하니 지도를 펼쳐주던 디카 영주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왜 그러나? 얼굴이 붉어… 커헉!”

“닥쳐.”

디카 영주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을 꺼내려다가 갑자기 목을 조여오는 힘에 입을 다물었다.

그 힘은 좀 전에 영상에서 보았던 검은 기운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시후가 그 힘을 지적하자 다들 그저 조민이 시연을 한 거라 생각했다.

시후는 목이 졸려 숨을 헐떡이는 디카에게 다가갔다.

“이것에 대해 알고 있지?”

“커, 커헉.”

디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가 손짓하자 조민이 힘을 풀어 디카 영주를 놓아줬다.

목을 쓰다듬은 디카 영주는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주받은 땅에서 왔다네.”

그렇게 시작된 디카 영주의 이야기에 다들 집중했다.

얼마 전 사찰단이라며 찾아온 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음침한 기운이 풍기는 그들은 디카 영주를 만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한스텔 마을과 자신들의 마을이 서로 자매결연을 해서 끊임없는 교류를 맺자는 거였다.

마을과 마을 간의 교류에 사찰단까지 보낸 것에 디카 영주는 호감이 일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한스텔 마을의 영토가 된 케냔 협곡의 소유권을 갖고 싶다는 거였다.

한스텔 마을보다 자신들의 영토가 케냔 협곡에 더 가깝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것들이… 내 것에 눈독을 들였다 이거지?”

케냔 협곡의 진정한 주인이 시후인 것을 모르는 탓에 벌어진 일 같았다.

“그래서 녀석들이 주겠다는 건 뭐였는데?”

“보호라고 했네. 한스텔 마을만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너 어지간히도 얕잡아 보였구나?”

“크흠….”

디카 영주는 시후의 정확한 지적에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사찰단이라고 찾아온 이들 전부가 디카 영주보다 레벨이 높았다.

여기까지 전후 사정을 들은 시후는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너 보고 영주 행세를 계속하게 해줄 테니까 케난 협곡을 내놓으라는 거였는데, 네가 거절하니 마을에서 저리 횡포를 부리는 거네? 너는 막을 힘이 없어 왕자인 마르스를 엮어 저들을 해결할 속셈이었다는 거고?”

“그렇다네…. 부끄럽군.”

띠링-

일단의 상황과 디카 영주의 인정을 받자 알림음이 울렸다.

그리고 나타난 메시지.

[어둠의 힘을 숭배하는 자들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퀘스트 내용이 변경됩니다.]

[‘블칸 영주성 침략’ 퀘스트 발생.]

[1. 블칸 영주성의 높아진 담을 허물어라. 0/1]

[2. 블칸 영주성에 감금되어 있는 공주를 구해라. 0/1]

[3. 블칸 귀족의 후원을 받아라. 0/1]

영주성의 이름이 바뀐 퀘스트 내용이었다.

시후는 퀘스트를 모두에게 공유해줬다.

“나는 저 녀석들과 담소 좀 나누고 올 테니 너희는 준비하고 있어. 오늘 밤이 가기 전에 퀘스트 클리어할 거니까.”

그 말을 끝으로 시후는 프랑시스의 허리를 낚아채고는 사라졌다.

순식간에 시후의 모습이 사라지자 다들 조민을 바라봤다.

이제는 이런 일에 익숙해진 조민이었지만 ‘오늘 밤’이라는 시간 제약에 인상을 구겼다.

“다들 들으셨겠죠?”

“어? 어… 네.”

“시간이 없으니 좀 하드하게 준비할게요.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으시고요.”

“네….”

조민에게서 풍겨오는 어두운 기운에 다들 얌전히 대답했다.

오늘 처음으로 Safety World를 경험하는 진권은 언제부턴가 태산의 뒤에 붙어 있었다.

“저 처자는 밖에서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입니다.”

“쉿!”

눈치 없는 진권의 입을 태산이 잽싸게 막았다.

하지만 이미 조민의 시선이 닿은 후였다.

“레벨이 낮은 진권 스님을 챙겨드릴 여유가 없으니 진권 스님은 오크들과 함께 움직이세요.”

“아, 알겠습니다.”

진권이 주춤하며 밖에 있는 오크들에게 향하자 다들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절대로 오크들과 움직이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체력이 가장 큰 장점인 오크들에게 진권을 보냈다는 것은 가장 힘들게 굴릴 거라는 뜻이었다.

그사이 시후는 프랑시스를 품에 안은 체 천마뢰음보를 펼쳐 환락탑으로 향했다.

콰과과광-

대지가 진동하는 천둥소리에 환락탑 앞에서 싸우던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빠르게 떨어지는 시후의 모습을 발견했다.

후웅-

빠르게 떨어진 것과는 다르게 깃털이 내려서는 것처럼 사뿐하게 땅에 내려선 시후는 주변을 훑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적어도 이백 후반대 레벨들이군.’

어두운 기운을 사용하는 이들 모두 강해 보였다.

시후는 프랑시스를 놓아주었다.

“탑에 들어가 있어.”

“네.”

앞으로 벌어질 일을 굳이 프랑시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내린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런 프랑시스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이 있었다.

“워워워~! 드디어 환락탑의 주인을 보네?”

“그렇게 말이야? 영주성에 잡혀 있다고 하더니 풀려났나 봐?”

“크으~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더 미인인데?”

휘파람까지 불며 시정잡배처럼 행동하는 그들은 슬금슬금 시후와 프랑시스를 둘러쌌다.

프랑시스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들에게 둘러싸이자 주춤거리며 시후 곁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에 다들 시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환락탑 주인의 기둥서방이야?”

“생긴 것도 곱상하게 생긴 것이 그래 보이는데?”

시후는 녀석들의 말과 행동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담소 좀 나누려 했는데, 너희는 매가 먼저겠구나.”

“뭐?”

“천마압정(天魔押釘).”

쿵-

순식간에 자신들의 몸을 눌러오는 힘에 녀석들은 바닥에 꼬꾸라졌다.

어찌나 강한 힘인지 녀석들 주위로 땅이 갈라지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다들 입을 쩌억 벌렸다.

시후는 프랑시스의 등을 토닥여주며 환락탑으로 가라고 슬쩍 밀었다.

프랑시스는 다시 한번 목도한 시후의 엄청난 힘에 얼굴을 붉혔다.

“역시, 주인님이 최고세요.”

쪽-

그녀는 기습적으로 시후의 볼에 뽀뽀하고는 후다닥 환락탑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제 프랑시스까지 곁에 없으니 시후는 본 게임을 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바닥에 찌부러지다시피 하는 녀석들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천마화등공(天魔火登功).”

쿠화아아-

녀석들의 몸을 뒤덮는 화염이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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