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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06화 (106/275)

제106화

시후는 봉천동에 있는 미륵불좌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오호~ 대단해. 만든 지 꽤 된 것 같은데 이렇게나 보존이 잘 되어 있다니.”

미륵불좌상을 보며 시후는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 험난한 세월을 보내면서도 아직도 그 위용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시후가 미륵불좌상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밑에서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헉, 헉헉, 시, 시후 님! 헉, 헉헉.”

당성치는 자신만의 아지트라 여기던 곳을 시후에게 알려준 후 미친 듯이 달려왔다.

대략적인 위치를 말해주었을 때 시후는 먼저 간다며 따라오라고 했었다.

당성치는 자신에게 익숙한 산길이었기에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시후는 점이 되어 사라진 후였다.

깜짝 놀란 당성치는 내공을 끌어올려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치의 경공을 펼쳤다.

일반인이 보았다면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당성치였지만 아무리 달려도 시후의 뒷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미륵불좌상 앞에 태연하게 서 있는 시후의 모습을 보자 숨을 헐떡이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런 당성치를 보며 시후는 혀를 찼다.

“쯧, 그래서 어디 밥 수저나 들 수 있겠느냐?”

“헉, 헉헉,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나이는 이래도… 헉, 헉헉.”

시후의 말에 반박하려던 당성치는 다시 입을 닫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무리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아도 시후의 앞에서는 그저 변명일 뿐이었다.

당성치가 숨을 어느 정도 고르자 시후가 물었다.

“사람들 이목이 가장 적은 곳이 이곳이라고?”

“네, 여기서 조금만 더 가시면 일반인들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헌데 거기는 왜 찾으시는 겁니까?”

“테스트 좀 하려고.”

“테스트요?”

시후가 이곳을 찾은 이유를 물은 당성치는 궁금증만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럴 때는 조용히 입 다물고 지켜보는 게 상책이라는 것을 알기에 예의 그곳으로 안내했다.

시후는 당성치가 안내한 곳을 보자 마음에 들었다.

“여기는 수련을 하던 곳인가 보구나?”

“예. 저는 그저 마음을 달래는 곳으로 쓰고 있었지만 덕칠이 녀석이 수련하더군요.”

“그래서 호접무의 흔적이 있었구나.”

시후는 나무에 찍혀 있는 상흔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기감을 넓혀 주변에 일반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조금 있으면 해가 떨어질 때라 그런지 반경 500m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시후는 천마분심공을 펼치며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그러자 시후의 몸에 걸쳐 있던 옷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당성치는 입을 쩍 벌렸다.

저 현상은 분명 운기행공을 할 때의 현상이었다.

그것도 상승의 경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

그런데 그것을 시후가 경치를 구경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해 보이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거였다.

‘분명, 운기행공을 하는 현상인데 어찌 저리 태연하게… 헉!’

당성치는 시후의 행동에 의문을 품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후의 눈빛에 숨을 멈추었다.

시후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기 때문이었다.

“무,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당성치는 저도 모르게 시후에게 시킬 일이 없냐고 묻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후는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미 당성치는 웬만한 일로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마음을 품고 있는 거였다.

“내가 몇 주 정도 중국에 다녀올 거야.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보초 좀 섰으면 하는 분들이 계셔.”

“보…초…요?”

당성치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되물었다.

하지만 시후의 대답은 더욱 단호했다.

“그래, 보초. 그분들의 일상에 단 일말의 변화도 생기지 않도록 보초를 서주길 바라.”

“그럼, 당가의 실력 있는 자들을 마련하여….”

“네가 직접 하라고.”

“……! 아니, 제가 그래도 가주인데요. 가주가 어디 가서 보초를 서고 있다고 하면 체면이… 헉!”

파치지직-

당성치는 그래도 가주의 체면이 있지 않냐며 시후의 말에 반박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당성치 앞에 있던 시후에게 갑자기 번개가 내려쳤다.

깜짝 놀란 당성치는 눈이 화등잔만 해졌고,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생각하던 때에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우르르-쾅-

당성치는 천둥소리와 함께 시후에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도저히 자신의 상식으로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것은 번개였다.

일 척 정도 되는 길이로 서늘한 느낌이 드는 빛과 스파크를 일으키는 번개.

어떻게 사람이 번개를 잡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당성치는 살며시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기도 했다.

반면, 시후는 손에 들린 번개를 바라보며 낮은 침음(沈吟)을 흘렸다.

‘겨우 오 할의 내공을 되찾아 천마뇌전공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구나.’

천마뇌전공(天魔雷電功).

천마 시절, 거들먹거리는 정파 녀석들에게 하늘이 내리는 천벌이라고 외치며 펼쳤던 무공이었다.

지금 시후의 손에 올려져 있는 것은 총 삼식(三式)으로 되어 있는 천마뇌전공의 일식(一式) 뇌전(雷電)이었다.

보기에는 일 척 정도의 작은 검처럼 보였지만,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처음 이 무공을 창시하여 이 작은 뇌전을 시험한다며 산에 던졌다가 크게 후회한 적이 있었다.

뇌전에 닿은 산이 통째로 폭발하는 바람에 근처 길을 덮쳐 행인들의 발걸음을 묶어서였다.

“그때 마청우와 지괴한테 엄청나게 혼났었지.”

시후는 자신을 꾸짖던 둘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 산에 얼마나 많은 약초가 있는지 아느냐며 마청우가 꾸짖었고, 교도들이 다닐 길을 저렇게 무너트리면 어떻게 교역을 하냐며 지괴가 나무랐다.

아무리 천마신교의 정점에 있는 천마였지만 자신의 잘못을 알았기에 그 둘의 질타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자숙했었다.

반면 천마신교 교도들은 그가 번개까지 다루는 모습을 보고는 천마를 더욱 따르게 되었었다.

그런 일화를 추억하던 시후는 마청우를 생각하자 약선방의 일이 떠올랐다.

이제 좀 있으면 겨울 방학이었다.

그 기간 동안 제갈신길이 마련해 놓은 방편으로 중국을 다녀올 거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부모님의 곁에 있을 수가 없게 될 테니 당성치를 시켜 두 분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일전에 만났던 혈교 녀석들의 실력을 미루어보면 당성치 정도는 되어야 상대가 가능할 것 같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일을 맡겨야 하는 당성치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당성치는 양쪽 볼이 붉어질 정도로 꼬집고는 시후의 손에서 번개가 사라지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시후 님, 도대체 그, 그건 뭡니까?”

“뭐긴, 무공이지.”

“무공이요? 하늘에서 떨어진 낙뢰를 사용하는 무공이라니… 처음 봅니다.”

“그렇겠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네?!!”

당성치는 시후의 말에 더욱 놀랐다.

무공을 창시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니, 이제는 확실히 믿을 수 있었다.

시후는 분명 반로환동한 고인이 분명했다.

자신의 잣대로는 도저히 시후를 평가할 수 없고 괜히 트집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문득 조금 전에 시후의 말에 반박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쳤지, 미쳤어.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 해!!’

속으로 비명을 지르던 당성치는 두 손을 포개며 허리를 숙였다.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주군?”

“네!! 호접무의 오의까지 일깨워 주셨으니 주군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다고 봅니다.”

“오호~ 그래? 그럼, 주군으로서 부탁 하나만 더 하자.”

“하명(下命)하십시오.”

시후는 당성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무공이 상상 이상임을 깨닫고는 득과 실을 따졌을 거였고, 자신과 멀어지게 되면 실이 많을 거라는 계산에 이르렀기에 저러는 거였다.

충(忠)을 중요시하는 군신의 관계는 아니었지만 당성치와 같은 이에게 그것보다는 이런 관계성이 더욱 잘 먹힐 거였다.

얻는 게 크면 클수록 그 어떤 이들보다 열심히 따를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조금 있으면 갈 중국에 당소영을 데려갔으면 한다.”

“소영이를요?”

“그래, 당소영이 중국어를 잘한다며? 북경어에 광둥어까지 웬만한 오지가 아니라면 대화할 수 있다고 들었다.”

“아, 네. 제 여식이라서가 아니라 애가 워낙 어학 쪽에 재능이 있어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만…. 혹여… 다른 의중이 있으신 건 아니시지요?”

“다른 의중?”

“그… 여행길의 적적한 밤에….”

“쯧, 쓸데없는 소리는!!”

시후는 당성치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눈치채고는 혀를 찼다.

사실 당성치는 되레 시후가 그래 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만약 이번 여행에서 시후와 당소영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주군을 모시는 수하에서 장인어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서 돌아가 소영이에게 언질을 줘야겠어.’

딱히 독안공을 사용하지 않아도 당성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기에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주소를 보내놓을 테니 내일 찾아와서 두 분을 뵙고 앞으로 어찌할지 잘 설명해 드려라.”

“네, 맡겨만 주십시오.”

이렇게 말해뒀으니 당성치는 알아서 할 거였다.

부모님께서 의심하지 않는 적절한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래, 그럼 내일 보자.”

시후는 당성치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훌쩍 솟아올랐다.

오 할의 공력을 회복하고, 천마뇌전공을 사용할 수 있기에 빠르게 집으로 향하기로 한 거였다.

오늘처럼 흐린 날에만 펼칠 수 있지만 구름 속에서 진짜 번개가 되어 빠르게 이동하는 천마뇌전공 이식(二式) 뇌전도행(雷電道行)이었다.

번쩍- 콰과광-

구름 속에 스며든 시후는 번개가 되어 쏘아져 나갔다.

당성치는 순식간에 사라진 시후의 모습에 다시 한번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올라올 때보다 더욱 최선을 다한 경공술을 펼치며 집으로 돌아가 당소영을 찾았다.

* * *

홍콩 구룡의 낡은 건물 옥상에서 첫눈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진류강은 손을 펼쳐 떨어지는 눈꽃을 받아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진류강의 손에 떨어진 눈꽃은 사람의 체온에 닿았음도 녹지 않았다.

오히려 딱딱한 모습으로 변하며 하나의 얼음이 되었다.

파칭-

진류강은 얼음으로 변한 눈꽃을 꽉 쥐어 깨트리고는 하늘에 뿌렸다.

“드디어 너희들의 넋을 기리는 49일이 지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 그 빌어먹을 남궁정도의 목을 뜯어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내가 힘이 부족하다.”

“…….”

진류강 옆에 부복해 있는 린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 또한 진류강의 말과 같은 심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린은 한 가지 수단을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소교주가 진짜 교주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유일한 수단.

혈천마라강시(血天魔羅彊屍).

혈천마라강시는 일반적인 강시와는 달랐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심장을 꺼내는 시술이 진행된다.

그 심장은 아주 은밀한 곳에 보관되며 그 심장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혈천마라강시는 죽지 않는다.

몸은 만년한철보다 단단해지고, 사 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갖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지(理智)가 살아 있다.

그렇기에 린은 진류강에게 부복을 하고 있는 거였다.

자신을 혈천마라강시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이다.

진류강은 그런 린에게 내공을 흘려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일전보다 한 단계 발전한 허공섭물의 경지였지만 진류강은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여전히 남궁정도의 허공섭물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구나.”

“심려치 마십시오. 소교주님께서는 분명 그를 넘어서실 겁니다.”

“그렇겠지, 언젠가는 말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제가 소교주님의 검이자 방패가 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린….”

진류강은 쉽게 허락을 내리지 못했다.

솔직히 린만큼 혈천마라강시에 어울리는 인재도 없었다.

혈천수라강을 팔 성 가까이 익혔고, 의지 또한 대단했다.

결코,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여자이기를 포기하는 린의 모습에 진류강은 쉽게 허락을 내리지 못하는 거였다.

그런 진류강의 마음을 알았는지 린은 고개를 숙였다.

왠지 여기서 진류강의 얼굴을 더 보고 있자면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소교주님, 제발… 죽은 녀석들의 몫까지 더해 부탁드립니다.”

“…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내 검이 되어 나와 함께하자꾸나.”

“감사합니다!”

“그만 가 보거라.”

“네!”

린은 혹여나 진류강의 마음이 변할까 숙인 자세 그대로 사라졌다.

린이 사라진 자리를 내려다보던 진류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궁정도.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간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될 거다.”

진류강은 살아 있지도 않은 남궁 정도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갈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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