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헤라 여왕이 대접하는 식사는 그저 그런 식사가 아니었다.
언제 준비했는지 다른 영지의 귀족들도 참석한 연회 자리였다.
다들 귀족답게 화려한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기다란 테이블 상석에 앉은 헤라 여왕 옆으로는 시후 일행들이 자리했다.
평소라면 귀족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주도하는 식사 자리였을 텐데 지금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귀족들은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도 잊은 채 시후 일행들의 식사 모습을 지켜봤다.
덜그럭-덜그럭-
쩌어억-쩝쩝-쩝-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고기가 찢어지는 소리.
거기에 입 안 가득 담긴 음식을 씹는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시후 일행들의 식사 방식은 한마디로 게걸스러웠다.
그중 가장 으뜸은 역시 시후였다.
커다란 칠면조의 다리를 양손으로 들고는 게걸스럽게 뜯고 있었다.
“우웁! 자하 하잉데?(장난 아닌데?)”
“후훗, 그렇게나 맛있나?”
“웅! 마호 마히지하 하흐 헤 후혀!(맛도 맛이지만 다른 게 죽여!)”
얼마나 입 안 가득 음식을 담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귀족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놨다.
하지만 헤라 여왕은 그런 시후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나 격식 없게 행동하는 이가 언제 있었는지 기억이 없었다.
거기에 시후는 그럴 만한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만약,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면 칠면조 다리를 손으로 잡는 순간 기사단의 칼에 손목이 잘렸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후는 능력이 있었고 어째서인지 저런 시후의 행동이 헤라 여왕은 역겹거나 싫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한편, 시후는 헤라 여왕의 질문에 진심으로 대답한 거였다.
맛도 맛이지만 아까 진지춘이 그렇게나 성화를 부릴 만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스테이터스 창의 경험치가 쭉쭉 올라갔다.
통돼지 한 마리를 혼자 다 먹었을 때는 Lv. 1이 올라 입에 담은 것을 뿜을 뻔했었다.
어느덧 칠면조 한 마리를 통째로 먹어 치운 시후는 다음 먹거리를 찾아 테이블을 두리번거렸다.
“이것도 한번 들어보겠나?”
다음 음식을 찾던 시후의 눈앞에 헤라 여왕이 직접 접시를 들이밀었다.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조금 작은 고깃덩어리로 보이는 것이 잘 구워져 있었다.
시후는 난생처음 보는 음식에 조민을 힐끗거렸다.
하지만 조민 역시 처음 보는 음식이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대신 좀 닥쳤으면 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왓! 도련님! 그거 푸아그라 아닙니까?!”
“푸아그라?”
“네! 히이야~ 세계 3대 진미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음식이죠.”
음식이 왜 비판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시후는 일단 푸아그라를 한 조각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음, 오, 아, 예! 뭐지? 이건?”
시후는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감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진지춘의 말대로 3대 진미로 꼽힐 만했다.
천마 시절, 황제가 먹었다는 만한전석 중에도 이만한 맛을 내는 음식은 없었다.
분명 고기처럼 생겼고 겉은 잘 구워져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입에 넣고 턱을 움직이는 순간 그 안에 한없이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마치 소의 골을 맛깔나게 요리한 것 같았다.
그리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지금까지 먹은 다른 음식들과는 다른 엄청난 경험치가 들어왔다.
띠링-
[Lv.1 레벨이 증가했습니다.]
“허? 장난 아닌데?”
시후는 이 엄청난 음식을 건네준 헤라 여왕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여 주었다.
그 모습에 헤라 여왕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유저로구나. 시간이 급해 캐비아와 송로버섯은 구하지 못했지만, 거위 간은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멈칫-
시후는 마지막 한 조각의 푸아그라를 입에 털어 넣는 순간 헤라 여왕의 말을 듣고는 씹는 걸 멈췄다.
“거위… 간?”
“푸아그라는 인위적으로 살을 찌운 거위의 간이다.”
재료 설명을 듣자는 것이 아니었지만 푸아그라는 시후가 아는 거위의 간과는 그 크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어림잡아도 3~4배 정도는 컸다.
‘자연적으로는 이런 크기의 간이 나올 수가 없는데, 설마.’
헤라 여왕의 ‘인위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시후는 테이블 위에 있는 냅킨으로 입가를 훔치고는 커뮤니티 창을 열었다.
[검색 : 푸아그라]
푸아그라를 검색하자 그에 대한 설명이 쭉 나왔다.
그중 하나의 동영상을 재생한 시후는 미간을 좁혔다.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를 살찌우는 행위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동영상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린 시후는 헤라 여왕을 바라봤다.
헤라 여왕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후의 표정을 주시했다.
“왜 그러느냐?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음식은 마음에 드는데 만드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네?”
“무슨 말이냐?”
“내가 생각보다 동물 애호가거든? 굳이 이런 맛을 내기 위해서 이 정도로 동물을 학대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으흠, 이해가 가지 않는다만?”
헤라 여왕은 시후를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시후가 먹은 돼지나 칠면조 역시 사람에 의해서 요리가 된 거였다.
푸아그라 역시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헤라 여왕의 생각이었다.
물론, 지방간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음식을 먹이기는 하지만 그건 거위의 운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후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이해할 수가 없는 거였다.
지금까지 시후가 보인 행보는 이런 모습과 전혀 달랐으니 말이다.
그것은 시후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이든 자기 생각대로 이루고 마는 시후가 느닷없이 동물 애호가라는 말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
“오빠, 그 말 진심이세요?”
“너희는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나는 말이다, 내가 잡아먹을 멍멍이도 한칼에 보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숭고한 희생을 모욕하는 녀석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천마 시절, 똥개 한 마리를 쫓아 어느 문파에 들어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그 똥개를 두드려 팬 녀석들에 화가 난 천마는 그 문파를 지워 버렸었다.
물론, 그 똥개는 잡아다가 개방 거지들과 잔치를 벌였지만 말이다.
시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헤라 여왕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음부터 이건 내오지 마라. 아무리 맛과 효능이 좋아도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것은 언젠가 탈이 나는 법이야.”
“음…. 그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지.”
“보자 보자 하니까, 아주 끝을 보는구나?!!”
헤라 여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정갈하게 정리된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걸어오는 남성은 시후를 향해 손가락질해댔다.
“너 이 자식! 아까부터 내가 저기에서 보고 있었는데, 뭐가 어쩌고저쩌고해? 다음부터는 내오지 마라? 어디다 대고 명령질이야?! 그리고, 감히 여왕님의 물음에 음식을 먹으면서 대답을 해?!”
시후는 코앞까지 다가와 콧김을 내뿜는 남성을 빤히 바라봤다.
세상에나, 어떻게 시대가 변하고 하다못해 현실이 아닌 게임 속에서도 이런 녀석이 존재하는지 신기했다.
“죽으려고 용을 쓰는 놈인가?”
“뭐야?!”
남성은 시후의 말에 발끈하더니 헤라 여왕을 향해 고개를 홱 꺾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무언가에 허락을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헤라 여왕의 입에서 나온 것은 남성이 기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거였다.
“말조심하거라, 마르스.”
“어머니!”
“어머니?”
시후는 헤라 여왕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녀석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럼 이 녀석이 헤라 왕국의 왕자?’
어쩜 이렇게 ‘안하무인’이라는 말과 어울리게 생겼는지.
그리고 그 생각은 시후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헐~! 어디서 객사하기 딱 좋게 생긴 상판대기가 왕국의 왕자라고?”
시후 곁으로 다가온 진지춘이 혀를 찼다.
그런 진지춘의 태도에 마르스는 인상을 확 구겼다.
“얼굴만 믿고 설치는 유저인가 본데, 여기서 그러다가는 척살령을 받는 수가 있으니 조심해라.”
“와… 말하는 본새 보소? 미친놈이네. 널 보니 이런 말이 떠오른다. 관상은 뭐다?”
“과학이다.”
“그렇지~! 덕칠이라고 했었나? 너 마음에 든다.”
진지춘은 자신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덕칠에게 쌍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이것들이!”
챙-
“마르스!”
결국, 진지춘의 말발에 화를 주체하지 못한 마르스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그 모습에 헤라 여왕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마르스는 진지춘을 반으로 쪼갤 심산으로 검을 빠르게 내리쳤다.
약간 모자라 보이는 얼굴 때문에 다들 방심했던 탓인지 순간적으로 마르스의 움직임을 놓쳤다.
그럴 만한 것이 마르스는 생긴 것은 동네 바보 형처럼 생겼어도 Lv. 311의 고렙 NPC였다.
거기에 헤라 왕국의 왕자이기에 받는 기본 버프까지 있어 능력치도 뻥튀기된 상태였다.
그랬기에 지척에 있던 헤라 여왕도 반응할 수가 없었다.
오직 시후 한 명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턱-
“거기까지.”
“헉!”
마르스는 자신의 손을 움켜쥔 시후의 모습에 헛바람을 삼켰다.
지금까지 자신의 공격을 이렇게나 가볍게 막아선 이는 없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마르스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웠다.
한편 시후는 마르스의 손목을 잡고는 헤라 여왕을 바라봤다.
“자식 교육을 어찌했길래 요 모양 요 꼴이냐?”
“뭐? 이, 이 자식이!”
“마르스! 그만! See 후여, 내가 대신 사과를 하지.”
“어머니!”
시후에게 고개를 숙이는 헤라 여왕의 모습에 마르스는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무엄하게 여왕님 앞에서 조동이를 나불대는 것이냐?!”
“어허! 이래서 유저 따위를 왕성에 들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쯧쯧, 헤라 여왕님께서는 너무 정이 많으셔서….”
다들 이때다 싶어 시후를 물어뜯었다.
기본적인 식사 예절조차 지키지 않던 시후가 못마땅했는데 기회다 싶은 거였다.
귀족들의 그런 모습에 시후는 한 명씩 찬찬히 얼굴을 훑었다.
마치 한 명, 한 명, 기억하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시후 일행들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식탁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헤라 여왕은 귀족들의 반응과 시후 일행들의 반응을 주시했다.
자기 아들이 벌이는 망나니 같은 일도 잠시 지켜보는 것 또한 헤라 여왕의 숨은 의중이었다.
앞으로 시후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인재인지를 확인하려는 거였다.
그사이 시후 일행들이 식탁에서 한참 멀리 떨어지자 시후가 입을 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 아나?”
사아아-
그것이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불같이 끓어오르던 마르스와 귀족들은 일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마르스는 자신의 손목을 천천히 놓는 시후를 바라보며 눈이 떨렸다.
사리 분별 못하는 유저라고 생각했던 이가 한없이 거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감히 자신이 어찌해볼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시후의 시선을 받은 귀족들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시후의 눈빛은 그저 그런 눈빛이 아니었다.
범의 눈. 그것도 몇 날 며칠을 굶어 먹이를 갈구하는 포식자의 눈빛.
그 느낌에 다들 잊고 있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집정관… 헉!”
얼마 전 집정관이 한 유저에게 죽을 뻔했던 일이 떠오른 거였다.
집정관은 아직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경기를 일으키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래서 집정관은 오늘 이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한 귀족들은 시후가 바로 그 사건의 유저임을 깨달았다.
시후는 귀족들의 눈빛이 공포로 물들자 아주 낮은 어조로 말했다.
“어디 한번 왕국 하나 없애봐?”
시후를 모르는 이가 들었다면 광오하다 여겼을 말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 하나 그 말이 가볍다 여기지 못했다.
하다못해 헤라 여왕조차 말이다.
“See 후여, 그만해주게. 나를 봐서라도.”
오늘만 벌써 두 번째 고개를 숙이는 헤라 여왕이었다.
그 모습에 시후는 잠시 고민하더니 피식 웃었다.
“진짜 마지막이야, 한 번만 더 이따위 짓거리를 보이면… 천마멸겁장.”
스윽-
쾅-
시후는 말을 마치며 한쪽 손을 들어 벽에 천마멸겁장을 펼쳤다.
큰 굉음과 함께 지금까지 화려한 장식을 뽐내던 벽이 사라졌다.
벽이 있던 자리는 벽 대신 왕성 밖을 보여주고 있었다.
흩날리는 먼지와 떨어지는 돌멩이들이 식탁을 넘어 마르스에까지 날아들었다.
마르스는 그 돌멩이나 먼지들을 피하기는커녕 토끼 눈을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 손짓 한 번에 어찌 저런 위력을…. 도대체, 당신은 누구….”
마르스는 자신도 모르게 시후에 대한 호칭을 ‘야, 너’에서 ‘당신’으로 바꾸어 말했다.
다들 마르스와 비슷하게 놀란 표정들을 짓고 있었는데 유독 헤라 여왕만이 넋 나간 마르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자네가 제격이겠어. See 후여, 나의 부탁을 들어주겠나?”
“뭐?”
띠링-
느닷없이 부탁을 들어달라는 헤라 여왕의 말과 함께 시후의 눈앞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헤라 여왕의 부탁 퀘스트’ 발생]
[헤라 여왕은 자신의 자식이 제대로 된 삶을 살기 바랍니다.]
[망나니를 갱생하십시오.]
[퀘스트 달성 조건 : 마르스에게 왕의 품격이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든다.]
[보상 : 경험치, 헤라 왕국의 수호자, 제국 사절단으로 부임, 히든 퀘스트 발생 조건 달성.]
시후는 멀리 떨어져 있던 조민에게 손짓했다.
퀘스트 내용을 공유하며 어찌할까를 묻는 거였다.
“어때? 엄청 귀찮은 일 같지?”
“뭐… 상황에 따라서는요?”
조민은 아직도 넋이 빠져 있는 마르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스템에서까지 ‘망나니’라고 치부하는 거라면 방금 본 장면은 약과라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보상 내용이 좋았다.
헤라 왕국의 수호자로 임명되는 것과 히든 퀘스트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니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조민은 시후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귀찮은 건 질색인데.”
“그리 귀찮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대가 가는 여정에 저 아이를 함께 데려가면 그만인 것이니까.”
“그게 귀찮다는 거야.”
헤라 여왕은 시후가 거절할 것 같아 슬슬 조바심이 났다.
후에 있을 일에 대비하여 마르스의 성품을 고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날릴 수는 없었다.
“좋다, 그러면 보수를 미리 주도록 하지.”
“보수?”
“교습비라고 생각하는 게 쉽겠군.”
“내가 그깟 돈 때문에 귀찮은 일을 할 것 같아?”
“음… 5백만 골드면 적당하지 않겠는가?”
헤라 여왕의 부탁을 거절할까 생각하던 시후는 돌연 ‘5백만 골드’라는 헤라 여왕의 말에 움찔했다.
5백만 골드면 한스텔 마을에서 받는 세금에 필적하는 액수였다.
그것만 있다면 지금도 오크들 먹이는 데 빠져나가는 피 같은 골드를 채울 수 있었다.
헤라 여왕은 시후의 반응에 이거구나 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6백만 골드면 괜찮겠는가?”
“6백…만? 음… 글쎄?”
“7백만 골드?”
“치… 칠…. 크흠… 글쎄다?”
“1천만 골드, 저 아이의 품격이 내가 원하는 기준에 미친다면 바로 내어주지.”
덥석-
시후는 ‘1천만 골드’라는 소리에 빛보다 빠르게 헤라 여왕의 손을 덥석 잡았다.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객님!”
“후훗, 고맙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둘이 서로 웃으며 거래를 끝마치는 사이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마르스는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게 노예의 서글픈 마음이구나.’
그리고 이 순간 마르스는 백성을 굽어살펴야 하는 군주의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