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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101화 (101/275)

제101화

라이트의 빛을 피해 눈을 번쩍이는 거미들이 사방을 포위했다.

‘그런데 타란의 거미들과는 좀 다르게 생겼네?’

좀 더 흉포하게 생겼다고 해야 할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D.M 녀석들과 비천대에게만 해당하는 거지만.’

포위하고 있는 거미들을 보고 가장 먼저 실소를 날린 것은 타란이었다.

“하? 귀여운 아기들이네요?”

“그러게? 생긴 것답지 않게 하는 짓거리들도 귀엽구나?”

타란의 말에 시후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타란이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말한 것과는 다른 뜻이었지만 말이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시후는 넓게 펼쳐 놓은 기감에 거미들이 서로의 거미줄로 진을 치는 것을 눈치챘다.

거미들이 친 진의 수준은 환각을 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거미들을 피해 이곳을 쉽게 빠져나가지는 못할 정도는 되었다.

평소라면 다른 이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한 걸음 물러났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1분 1초가 아까웠기에 직접 손을 쓰기로 했다.

그런데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거미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뭐야? 왜 저러는 거야?”

살기를 풀풀 풍기며 다가오던 거미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하는, 시대에 가장 큰 난제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들이었다.

그 모습의 이유를 찾던 때에 문득 거칠어지는 타란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하아, 귀여운 아이들이 저를 알아보는 것 같네요.”

시후는 타란의 숨소리를 듣는 순간 모두에게 전음을 보냈다.

- 모두 숨을 멈춰, 당장!

다급한 전음이었기에 다들 코를 틀어막으며 호흡을 멈췄다.

시후가 이러는 이유는 타란의 입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아서였다.

마치 케냔 협곡에서 타란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기운이었다.

화식녀를 추억하게 했던 뇌쇄적인 모습.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타란은 거미 여왕으로서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거미들이 자신을 따를 수 있도록 페로몬을 내뿜은 거였다.

그것을 맡은 거미들이 타란의 페로몬에 취해 혼란스러워했다.

자신들의 원래 주인과 타란 사이에서 누구에게 의식을 침식당해야 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타란의 압승.

- 끼에에엑!

거미들이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더니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뿜어내던 흉흉한 살기도 전부 사라졌다.

“이것 봐라?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겠는데?”

시후는 거미들의 행동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의 일행들과 함께 타란을 바라봤다.

타란은 거미들을 향해 눈을 흘기고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호, 호호.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귀여운 아기들을 잘도 키워주었군. 아가들아, 너희들을 키워준 자에게 안내 좀 해주련?”

- 끼에에엑.

타란의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거미들은 길게 울부짖더니 몸을 일으켰다.

“아가들의 등에 올라타세요. 직접 안내해 준다고 하네요.”

“대박!”

타란의 말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비가 환호성을 지르며 타란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타란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다리에 올라타 있는 시후를 바라봤다.

시후 역시 타란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둘은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그리고 시후는 타란의 눈에서 불같이 타오르는 욕정을 느꼈다.

그 욕정은 당장 어떻게 뭘 해달라는 그런 뜻이었다.

그 눈빛에 시후는 다리에서 일어나 타란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무래도 이번 퀘스트의 열쇠는 우.리.타.란 인 것 같네?”

“우…리…!”

타란은 시후의 ‘우리’라는 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머리를 헝클어트리는 시후의 손에 벼락이라도 맞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당분간 시후가 Safety World에 접속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슬픔 따위는 잊어버린 타란이었다.

그렇게 타란의 수하가 된 거미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자 드디어 목적지로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와… 여긴 뭐지? 뭐가 이렇게 넓어?”

태산은 올림픽 경기장 정도 되는 넓은 공터가 나타나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때 그 넓은 공터를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카카칵. 누가 내 아기들을 빼앗아 갔나 했더니 거미 여왕님이셨군요?”

마치 타란의 목소리를 흉내라도 내는 듯한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뭐, 뭐야?!”

“와! 씨! 깜짝이야!”

목소리의 주인을 찾은 모두는 깜짝 놀랐다.

타란과 같은 뇌쇄적인 목소리에 차오른 기대감이 한 방에 무너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타란보다 두 배는 큰 몸집에 끈적한 진액을 뚝뚝 흘리는 징그러운 입과 무엇이든 잘라버릴 것 같은 엄니를 가진 흉측한 거대 거미였다.

혹시나 잘못 들은 것인가 싶었지만 그 거미가 엄니를 들썩이자 이내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미 여왕님이 데리고 오신 분들치고는 상당히 예의가 없으시군요?”

샤샤샤삭-

그와 동시에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공터를 울렸다.

그 소리는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미들의 발걸음 소리였다.

대략적인 수를 헤아려보아도 일천 마리가 넘어 보였다.

갑작스러운 거미들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은 타란에게 향했다.

좀 전과 같이 타란이 저 거미들을 어떻게 해주지는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타란의 구겨진 인상을 보고는 모두 긴장감을 높였다.

“네가 아라크네구나? 대단하군. 어떻게 된 아가들이길래 내 페로몬 냄새를 맡고도 네 말을 듣는 거지?”

“호호홋, 당연하지요. 고작 문지기 아기들과 제 둥지를 지키는 친위대들이 같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타란의 수하가 된 거미들은 상당히 주눅이 든 모습들이었다.

시후는 그 모습에 더는 타란에게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고생했어, 타란.”

“후, 후 님?!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타란은 시후가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생각했는지 언성까지 높였다.

하지만 시후는 그런 타란의 볼을 손등으로 살며시 쓰다듬어 달랬다.

“알아. 내가 시간이 좀 없어서 그래. 대신 타란은 뒤처리 좀 부탁할게. 그래 줄 거지?”

“아… 네….”

기세가 한풀 꺾인 타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시후가 움직였다.

시후는 허공답보를 펼쳐 천천히 허공을 걸어 나갔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평지처럼 걸어오는 시후를 보고는 아라크네가 더듬이를 높게 치켜들었다.

그러자 친위대 거미들이 순식간에 아라크네의 앞에 자리 잡더니 엄니를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자세들이었다.

하지만 시후의 발걸음에는 전혀 거침이 없었다.

되레 시후가 손을 들어 올리자 긴장을 한 것인지 친위대 거미들이 비명을 질렀다.

- 끼에엑!!

“시끄럽구나, 천마압정(天魔押釘).”

쿵-

일천에 달하는 거미들이 시후의 손짓 한 번에 땅에 짓눌렸다.

천마압정을 처음 보는 이들은 이 엄청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태산과 인호를 비롯한 시후의 무공이 Safety World와 현실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더욱 놀랐다.

현실에서도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한편 친위대가 모두 바닥에 납작 엎드리게 되자 아라크네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본능이 도망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마라. 일단은 대화부터 할 터이니, 괜히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말고.”

“…….”

“뭣하면 여덟 개의 다리를 모두 뽑아버리고 나서 대화하는 방법도 있다만.”

“헉!”

아라크네는 시후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시후가 자신의 다리를 힐끗하자 순간 다리가 뽑혀 나가는 것 같았다.

아라크네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시후가 코앞까지 다가오는 것을 지켜봤다.

“말은 잘 알아듣는구나. 묻자, 네가 아테네와 베틀 짜기를 한 아라크네가 맞느냐?”

“그, 그렇다.”

“그럼, 나를 따라 헤라 왕국으로 가자꾸나. 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네가 필요….”

“시, 싫다!”

시후는 자신의 말을 끊는 아라크네를 보며 다소 놀랐다.

‘내 살기를 받고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반항을 한다고?’

자신의 살기를 정면으로 받고 정신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해주고 싶은데 말까지 끊으니 호기심이 일었다.

벌벌 떠는 아라크네의 모습에 살기를 밀어내는 것이 능력이 아닌 의지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화를 위해 살기를 줄였다.

“왜지?”

“뭐, 뭐가 말이냐?”

“당장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살 방법을 제시했건만, 왜 거부하는 것이냐?”

시후는 차근차근 물었다.

당장 너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면서 말이다.

아라크네는 밀려오는 공포에 비틀대며 겨우 입을 열었다.

“이, 이 모습으로 그곳에 돌아갈 수는 없다.”

“거미의 모습을 말하는 거냐?”

“그, 그렇다, 저주만 풀 수 있다면 나는 네가 말하지 않아도 헤라 왕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띠링-

아라크네의 말이 끝나자 알림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라크네의 고충을 들었습니다.]

[아라크네는 자신의 과오를 뉘우쳤기에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아라크네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실패 시 히든 퀘스트는 실패로 간주하여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하? 아주 제 마음대로네?”

시후는 메시지를 읽고는 어이가 없어 조민에게 바로 공유했다.

일행들은 시후가 보여주는 무위에 넋을 잃고 있다가 메시지를 읽고는 빠르게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것은 한나미였다.

“이렇게 되면 다른 단서를 찾아야겠는데요? 저주를 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서요.”

그 뒤로 이어진 한나미의 말은 시후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시전자를 찾거나 그에 상응하는 실력이 있는 누군가가 저주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자그마치 여신이 건 저주인데 그 누가 풀 수 있다는 말인가.

딱히 단서도 없는 상황에 시후는 인상을 구겼다.

“꼭 저주를 풀어야 헤라 왕국에 가겠다는 말이지?”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나를 여기서 죽여라.”

“이런…!”

자기 목숨까지 내놓는다는 말에 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기절시켜서 데리고 가도 퀘스트는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돌팔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네?!!”

약선방으로 출발할 시기가 좀 늦어질 것 같다는 시후의 말에 진지춘이 화들짝 놀랐다.

진지춘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이! 미친 거미 자식이! 당장 네 저주를 푸는 방법을 말하지 못해?!”

대놓고 저주에 걸린 당사자에게 방법을 묻는 진지춘이었다.

그 말에 조민이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어떤 퀘스트가 직접 묻는다고 해답을 알려 주겠어요.”

다들 조민과 같은 생각이었기에 진지춘의 행동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너! 너면 된다!”

“응?”

갑자기 잔뜩 들뜬 아라크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아라크네는 달려 나오는 진지춘을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었다.

시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때 아라크네가 입을 열었다.

“너 정도의 미남이라면, 내 저주를 풀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무슨 개소리야?! 네 저주를 푸는 것과 내 잘생긴 외모가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진지춘의 반박에 아라크네는 날카로운 엄니를 덜컥이며 벌떡 일어났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미남의 입맞춤이란 말이다!”

“헐!”

아라크네의 말에 다들 어이가 없었다.

반면 씩씩거리며 달려 나오던 진지춘은 망부석이라도 된 것마냥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입맞춤’이라는 단어에 끈적이는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아라크네의 입이 확대되어 보였다.

“미, 미친 거 아냐?!”

진지춘은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시후를 바라봤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을 델루에게 던지던 때에 보여주었던 바로 그 미소를 말이다.

“헙! 도, 도련님! 이, 이건 아닙니다!!”

“왜? 고작 뽀뽀 한 번 하는 것 가지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시, 싫습니다! 지금 제 감응도는 현실과 똑같다고요! 제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에이~ 쉽게 가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도련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저는 괴물과 뽀뽀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약선방 안 갈 거야?”

“헉!”

시종일관 자신은 결코 아라크네와 입맞춤을 할 생각이 없다고 버티던 진지춘은 약선방이 거론되자 입을 꾹 다물었다.

시후가 이번 퀘스트를 이렇게 빨리 해결하려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약선방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퀘스트를 클리어할 방법이 자신에게 있는데 이렇게 거부를 하고 있으니 문득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춘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굳은 결심을 담은 눈으로 걸어갔다.

“후, 후우.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시후는 자신이 더는 뭐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살기를 거두고는 타란에게 돌아갔다.

타란은 시후가 날아오자 다리를 교차시켜 시후가 최대한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덕분에 특등석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관람하게 된 시후였다.

한편, 아라크네는 눈부신 금발을 찰랑거리며 당당하게 걸어오는 진지춘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희망과 저런 미남과 입맞춤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들떴다.

아라크네는 진지춘이 가까워져 오자 몸을 숙여 날카로운 엄니를 오므렸다.

무엇이든 썰어버릴 것 같은 엄니가 순간 수줍게 보이는 진지춘이었다.

진지춘은 한쪽 손을 들어 엄니를 받치고는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가 대었다.

‘이는 모두 약선방을 위함이다, 약선방을 위해서라면 나는 이런 괴물과도 입을 맞출 수 있다!’

진지춘은 자기 최면을 걸듯 되새기며 장렬하게 입맞춤을 했다.

쪼옥-

엄니와 입술이 맞닿는 소리가 공터를 울리자 아라크네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지춘을 포함한 모두가 그 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오직 시후만이 내공을 일으켜 엄청난 빛을 뿜어내며 저주가 풀리는 아라크네의 모습을 똑똑히 봤다.

그리고 시후는 저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와… 돌팔이 로또 맞았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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