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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98화 (98/275)

제98화

혈천수라강에 대해 세간에 알려진 것은, 그저 혈교인들이 연마하는 심법이라는 것뿐이었다.

혈교인은 누구나 혈천수라강을 배웠고 그것의 성취 여부에 따라 직위가 결정되기도 했다.

천마 시절, 무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혈교인들 대부분이 혈천수라강 5성의 경지였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를 담아낼 수 있는 경지였다.

하지만, 시후는 알고 있었다.

혈천수라강의 진면목은 6성의 경지부터임을 말이다.

“6성부터 작은 상처는 자가 치유가 가능하고, 8성의 경지이면 떨어진 신체 일부를 접할 수도 있으며, 10성의 경지를 이루면 머리와 심장이 터지지 않는 이상은 되살아나지, 아마?”

“그, 그걸 어떻게?”

시후의 말에 진류강을 비롯한 혈교녀석들은 사색이 되었다.

혈교 내부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극히 일부였다.

신의 영역과도 같은 효과의 무공이 만천하에 알려진다면 모두의 표적이 되었을 거였다.

“그런 엄청난 능력이 있는 무공이 세상에 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가?”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엄중하게 단속했단 말이다.”

“뭐, 그건 너희들만의 생각인 거고.”

혈천수라강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 시후의 말에 발끈하는 췐이었다.

췐의 말에 일갈했지만, 저 말은 사실이었다.

시후가 혈천수라강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이 무공을 만든 녀석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었다.

천마 시절 혈교와 결전을 치르기 전날 혈마 진소월에게 직접 말이다.

녀석과 술잔을 나눴을 때 생각보다 죽이 맞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진소월은 혈교의 가장 은밀한 비밀인 혈천수라강을 이야기했고 천마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둘의 입방아 덕분에 혈교는 천마신교에 의해 멸문을 당했고 천마는 사랑하는 그녀를 잃었다.

그때를 떠올리니 시후는 절로 이가 갈렸다.

사랑하는 그녀의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고,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따스했던 그녀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가 떠오르자 아련한 마음이 가슴을 후벼팠다.

휘이잉-

“크흡! 뭐, 뭐야?”

시후의 몸에서 일어난 숨 막히는 살기에 혈교 무리는 당황했다.

아주 뾰족한 바늘이 피부 속을 파고드는 듯한 살기에 다들 신음을 흘렸다.

이는 검의 길의 끝을 보고자 무한한 노력을 가했던 진정한 남궁세가의 진기(眞氣)였다.

남궁진성은 눈앞의 아버지가 진짜 남궁정도가 아님을 알지만, 가슴이 벅차올랐다.

권모술수로 세가를 일으켜 세우려던 아버지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진정한 남궁세가 가주의 모습이었다.

자식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했던가.

시후는 자신이 낳지도 않은 남궁세가 녀석들에게 진정한 가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시후는 끓어오르는 살기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아니. 억누를 필요를 못 느꼈다.

혈교 녀석 중에서 자신의 살기를 버티고 있는 것은 진류강 혼자였다.

그렇다는 것은 저 녀석만 돌려보내도 앞으로의 일은 진행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 생각에 살기를 혈교 녀석들에게 날려보냈다.

“의념기?!”

“크, 크악!!”

혈천수라강을 8성까지 익혔기에 웬만한 손상에는 죽지 않는 녀석들이었지만, 온몸의 혈관을 타고 들어오는 바늘 같은 살기를 버틸 재주는 없었다.

펑-펑-

“으, 으악!! 소, 소교주님!!”

녀석 중에 성취가 낮은 녀석들부터 폭죽이 터지듯 몸이 폭발하며 죽어갔다.

그 모습에 다들 벌벌 떨며 진류강을 찾아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퍼퍼펑-

차례로 몸이 터져나갔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처음 나댔던 췐, 펭, 린과 진류강.

이렇게 네 명이 전부였다.

진류강은 이대로 두었다가는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전멸할 것 같았기에 마지막 한 수를 두기로 했다.

휘이잉-

시후를 중심으로 불던 기풍에 정면으로 진류강이 맞서기 시작했다.

핏빛 기류가 시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황금색 기류에 부딪치는 형상이었다.

남궁진성은 두 기류가 격돌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 모두, 내 뒤로 물러서라!! 어서!!”

남궁진성의 외침과 함께 세가 무인들은 빠르게 남궁진성의 뒤로 물러섰다.

자신의 뒤로 모두가 물러선 것을 확인한 남궁진성은 두 다리를 벌려 땅에 박아버렸다.

그리고는 단전에서부터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모든 기를 끌어냈다.

쿠오오오-

남궁진성 또한 자신을 중심으로 한 기류를 만들어냈다.

다만, 시후와 진류강과는 다르게 남궁진성이 만든 기류는 자신을 포함한 식솔들을 감싸는 기류였다.

시후는 곁눈질로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잘했다. 그 정도도 하지 못했다면 내 크게 실망했을 거야.”

콰과과곽-

시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기류가 더욱 거세졌다.

한눈에 보아도 진류강이 뿜어내는 기류를 집어삼키려는 심산이 분명했다.

진류강은 자신들을 덮쳐오는 시후의 기류에 이를 빠득 갈았다.

“제, 젠장!!”

자신의 혈천수라강의 성취는 9성의 경지였다.

대성하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소교주로 추앙받는 데는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이제는 저 바늘 같은 기류가 자신의 혈맥을 쑤시고 들어오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눈앞을 막아서는 덩치가 보였다.

지금까지 뒤에서 피를 흘리며 버티고 있던 펭과 췐이었다.

“너희… 무슨 짓이냐?”

“소교주님,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뭐?”

“소교주님이 교주가 되는 것을 보려 했는데 글렀나 봅니다.”

“비, 비켜라!!”

진류강은 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챘다.

둘이 몸을 날려 자신을 보호하려는 거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인지 진류강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둘을 끌어당기려 했다.

퍽-

“큭… 린… 너까지.”

“죄송합니다.”

어느새 다가온 린이 진류강의 뒷목을 수도로 내려쳤다.

그와 동시에 진류강이 뿜어내던 기류가 사라지자 시후가 내뿜는 기류가 단숨에 덮쳐왔다.

“펭, 췐, 부탁한다.”

“너나 잘해.”

“린, 우리 대신 소교주님이 교주가 되는 것을 꼭 봐다오.”

콰왕-

췐의 마지막 말과 함께 펭과 췐은 두 팔을 벌려 자신들이 가진 모든 내공을 뿜어냈다.

내공만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 흐르는 피까지 모든 모공을 통해 뿜어냈다.

이는 혈교인들의 동귀어진 수법이었다.

곧 둘은 시후의 의념기가 닿은 것도 아닌데 온몸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콰쾅-

둘의 몸이 폭파되는 순간 짙은 혈류가 가득 솟아올랐다.

그 혈류는 시후가 내뿜던 의념기에 정면으로 맞서더니 엄청난 폭음과 함께 사라졌다.

“오호~ 이것 봐라?”

시후는 자신의 의념기가 사라진 것과 동시에 진류강을 둘러업은 린이 사라진 것에 웃음을 지었다.

천마 시절 무위의 반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자신은 천마였다.

그런데 고작 혈교 나부랭이 두 명이 목숨을 바쳐 자신의 의념기를 상쇄시켰다.

거기에 도망칠 궁리를 하는 것 같아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순식간에 사라진 린과 진류강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여기 녀석들과는 다르게 혈교 녀석들은 발전이 있었구나?”

시후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처음으로 놓쳐버린 둘을 떠올리며 뒤를 돌았다.

뒤에는 남궁진성을 포함한 세가 식솔들이 쓰러져 있었다.

다들 남궁진성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지만, 마지막 폭발로 인해 충격을 입었다.

덕분에 기혈이 역류하여 정신을 잃은 거였다.

“그나마 네 녀석에게 기대는 하게 해주는구나?”

“커, 커헉, 가, 감사합니다.”

홀로 정신을 차리고 있던 남궁진성이 있는 힘을 다해 대답했다.

기 폭풍을 가장 앞에서 얻어맞았으니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지만, 정신은 차리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니 남궁세가 부자들 중에 이 녀석을 살려 놓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세가로 돌아가자.”

“헉, 헉헉, 네.”

대답은 했지만 좀처럼 몸이 움직여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몸을 움직여 보겠다고 바들바들 떠는 남궁진성의 모습에 시후는 도움을 주기로 했다.

손을 슬쩍 들어 올려 그에게 기를 흘려보냈다.

“이, 이건?!”

남궁진성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기운에 깜짝 놀랐다.

이것은 분명 남궁세가의 기운이었다.

분명 시후가 저번에 보여준 무공은 남궁세가의 것이 아니었다.

어찌 사람이 한 몸으로 다른 무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게 시후가 익힌 천마분심공 덕분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를 거였다.

남궁진성이 당황하며 의아해하는 사이 기절해 있던 세가 식솔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남궁진성도 어느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은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시후는 다들 일어서는 것을 확인하고는 등을 돌려 걸어갔다.

그 뒤를 남궁진성을 필두로 하여 다들 따라 걸었다.

이날 시후는 남궁세가 식솔들에게 진정한 가주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진정한 충심을 얻을 수 있었다.

시후는 남궁세가까지 모두를 인솔해준 후 곧장 제갈세가를 찾아갔다.

딱히 연락을 취하고 온 것은 아니었기에 담을 훌쩍 넘어 곧장 가주의 방으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인지 가주의 방에서 풍겨 오는 기운이 상당했다.

“오호~ 이 녀석 봐라?”

시후는 기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드르륵-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가주의 방문이 열렸다.

시후가 한 것이 아니었다.

안에 있던 제갈신길이 한 거였다.

“그동안 놀고먹은 것만은 아니었구나?”

“오셨습니까? 덕분에 큰 성취를 얻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이라도 있었던 것이냐? 현원진신공이 극에 달한 것 같다만?”

“역시,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잠이 오지 않아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갈신길의 말은 이러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자니 유독 반짝이는 별들이 보였었다.

본래 밤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들은 인간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일 확률이 높았다.

수만 광년이 떨어진 별이 폭사한 빛이 아닌 고작 인간이 쏘아 올린 기계 덩어리가 발하는 빛이 저리도 반짝인다는 것을 생각하자 깨달음이 찾아왔다.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자 우주 삼라만상의 기운이 단전으로 스며들어 왔다.

덕분에 시후가 찾아오기 직전에 현원진신공이 대성을 이루었다.

시후는 이제야 천마 시절 제갈세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그때는 그저 적이라고 생각했던 녀석들이 지금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했지만 말이다.

“한데 이 늦은 시각에 어쩐 일이십니까?”

제갈신길은 자신의 성취에 대한 감상보다 평소답지 않게 찾아온 시후의 행보에 관심을 두었다.

시후는 바로 본론을 찾아가는 제갈신길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혈교를 만났다.”

“네?!!”

“생각보다 강하더구나.”

혈교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는데 시후의 입에서 강하다는 말까지 나오자 제갈신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시후의 무위는 지금의 자신이라도 어찌 비벼볼 만한 무위가 아니었다.

그런 자의 입에서 강함을 평가받은 혈교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 혈교가 결코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시후는 생각에 잠긴 제갈신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신이 딱히 말을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할 녀석이었다.

아마도 제갈세가가 알고 있는 무림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거였다.

자신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혈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말이다.

그 후에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찾을 터였고, 시후는 그때 나서면 될 거였다.

이제 판은 깔아줬으니 시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는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얼마 전에 전화번호를 등록한 덕칠을 찾아 문자를 보냈다.

- 아침에 일어나는 대로 나미와 함께 Safety World에 접속해라.

나미의 도움을 받아 이번 퀘스트를 마치려는 생각이었다.

“그럼, 수고해라.”

“아! 가시려는 겁니까?”

시후는 제갈신길에게 인사를 한 후에 방문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제갈신길이 자신을 잡아 오는 것에 고개를 돌렸다.

“왜?”

“집으로 가시는 거라면 의원님과 함께 가시지요?”

“의원? 돌팔이?”

저 말은 진지춘이 이곳에 있다는 말이었다.

왜 이 시간에 이곳에 진지춘이 있는지 궁금했다.

시후의 그런 표정에 제갈신길은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것이, 아주 큰 상심에 잠겨 계십니다.”

“엥?”

평소 진지춘의 모습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듣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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