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피독주를 만드는 데 왜 호접무가 필요한지, 당성치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혹여나 설명하는 데 실수가 있어 시후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다시 없을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설명을 모두 들은 시후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만든 환을 빚을 때 호접무를 10성으로 운기하면서 빚어야 한다고?”
“네, 그렇습니다.”
“으흠….”
“미,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입니다. 피독주를 만들 때 호접무의 기운을 그 안에….”
당성치는 부연 설명을 하려다 시후의 눈빛을 읽고는 입을 다물었다.
의심의 눈초리였다.
시후는 당성치가 설명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독안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 저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피독주를 빚을 때 운기를 하여 그 안에 기운을 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기운이라는 게 호접무의 기운이 아니었다.
호접무를 10성까지 익히게 되면 터득할 수 있는 만독불지체의 기운을 담는 거였다.
만 가지의 독에 대한 내성을 가질 수 있는 만독불지체(萬毒不之體).
현재 시후가 익히고 있는 만독불사지체(萬毒不死之體)의 바로 전 단계였다.
‘네 속셈이야 뻔하지.’
호접무의 오의(奧義)를 터득하기 위한 도움을 청하면서 피독주 제작에 대한 주요 요점은 감추려는 거였다.
이는 이미 시후가 호접무를 극성까지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당가에서만 만들 수 있는 피독주에 대한 장점이 없어질 거라는 걱정에서였다.
당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가주라는 처지니 이해는 갔다.
“허? 이것 봐라?”
시후는 문득 당성치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봤다.
천마 시절이었다면 자신을 기만하려는 저 혀를 뽑아 목을 졸라줬을 거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거짓말을 하는 당성치를 벌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죽이지는 않을 거였다.
확실히 예전과는 점차 달라지는 자신을 보며 시후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시후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에 당성치는 오금이 저렸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을 때부터 이미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가는 정말 목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쯤 되자 제갈상민이 전화를 끊기 전에 악담이라고 던졌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 네 성격이라면 호되게 한 번 당할 터이니 조심해라.
그때는 그저 자신과 앙숙인 제갈상민의 악담이겠거니 했는데 지금 보니 눈앞의 시후를 조심하라는 경고였던 것 같았다.
“저… 윽!”
푹-푹-
당성치는 오랜 침묵 끝에 용기를 끌어내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첫마디를 떼기도 전에 시후가 날린 지풍에 혈이 눌렸다.
갑자기 점혈을 당한 당성치는 사색이 되었다.
그런 당성치에게 시후는 덤덤하게 말했다.
“주마, 도움.”
“……!”
당성치는 시후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만 부릅떴다.
도움을 주겠다면서 왜 자신을 점혈하여 몸을 움직일 수 없게 하느냐는 뜻이었다.
시후는 그런 당성치의 생각을 독안공으로 읽었기에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호접무의 오의는 그냥 터득하는 게 아니다. 네가 알고 있는 호접무를 이대로 30년 정도 더 연마한다면 오의를 터득할 수 있겠지. 하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나도 긴 세월이기에 편법을 썼다.”
“무슨 편법을 쓰셨기에 저희 아버지께서 저러십니까?”
옆에서 입을 다물고 지켜만 보던 당소영이 물어왔다.
자신의 아버지가 점혈을 당해 말을 하지 못하자 대신 나선 거였다.
“입으로 떠벌려 봐야 시간만 잡아먹으니 직접 보여주마.”
스윽-
“어머?!”
시후는 직접 보여준다면서 자세를 낮추며 양팔을 흐느적거리며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점혈당해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던 당성치가 움직였다.
그것도 시후와 똑같은 자세로 말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당소영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시후가 허공섭물의 수법으로 당성치를 조종하는 거였다.
“그래도 가주쯤 되는 녀석이니 네가 알고 있던 호접무와 내가 알려주는 호접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겠지.”
당성치를 칭찬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미묘한 말을 남긴 후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한 마리의 나비가 훨훨 날아오르듯 양팔을 날개 대신 펄럭였다.
살짝 날아올랐다고 생각했더니 이미 농구 골대만큼이나 솟아올라 있었다.
응당 지구의 중력에 의해 올라갔으면 떨어져야 하는데 시후와 당성치는 다시 한번 허공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그렇게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아름다운 춤을 추듯 코트를 누비는 시후와 당성치를 보며 당소영은 넋을 잃었다.
당소영이 알고 있던 호접무는 이토록 아름답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알고 있던 호접무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당가의 여식으로 태어나 밥반찬으로 독충을 먹을 때부터 호접무를 배웠었다.
당가의 여식이었기에 다른 이들보다 더욱 혹독하고 정확한 자세를 위해 긴 시간을 들여 배웠었다.
그런데 지금 시후가 펼치는 호접무는 자신이 배운 것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다.
이미 시후와 당성치는 코트를 누비는 두 마리의 나비였다.
그렇게 당소영이 넋이 빠져 있는 사이 시후가 코트 중앙에 멈췄다.
푹-푹-
“어떻냐?”
시후는 지풍을 날려 당성치의 점혈을 풀어주고는 소감을 물었다.
호접무에 대한 소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성치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흥, 가주라는 명패가 아깝지는 않구나.”
“가, 감사합니다!”
당성치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에도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해왔다.
그런 당성치에게 시후는 손을 휘적휘적 저어주고는 돌아섰다.
그러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소영이 눈에 들어왔다.
당소영은 멍한 표정으로 시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도 그런 표정이었지.”
시후는 천마 시절 당소영과 같은 표정을 보여주었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 누구도 번잡할 수 없는 무위를 지니고 있던 시후는 가끔 전에 없을 기행을 펼쳤다.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한 문파를 쓸어버리거나 천마의 신분이면서도 개방의 거지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벌일 때마다 천마에 어울리는 무위를 보여주었다.
하늘의 별이 될 정도로 날아올라 손짓 한 번에 전각을 날려버리고 사뿐히 내딛는 걸음걸이 한 걸음에 산이 갈라졌다.
그런 엄청난 장면을 목격할 때면 그녀는 언제나 당소영과 같은 표정을 지었었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믿기지 않는 장면을 보았을 때 짓는 맹한 표정을 말이지.”
“뭐, 뭐예요?”
시후의 말에 멍하니 있던 당소영은 발끈했다.
반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느끼기에도 방금 표정은 가관이었을 거였다.
그 때문에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시후는 그런 당소영을 잠시 지그시 보고는 걸어 나갔다.
이미 이곳에서 볼일은 끝났다.
당성치에게 호접무의 오의도 엿보여줬고 피독주를 만드는 방법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음…. 그래도 내가 밑지는 것 같단 말이지?”
생각해보니 자신이 엄청난 것을 준 것은 당성치도 분명 알 거였다.
하지만 자신이 피독주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 사실은 모를 거였다.
그렇다면 결국 자신이 당성치에게 큰 선물을 준 것만 남게 된다는 계산이었다.
당사자가 알지도 못하는 것을 받았다고 해서 대신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시후는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스윽-
시후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쫄래쫄래 쫓아오는 당소영을 뒤돌아보았다.
“왜, 왜요?!”
당소영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후에 움찔거렸다.
“가져와라.”
“네?”
“산공독과 인면지주독 가져오라고.”
“그건 어디에 쓰시려고요?”
“내가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냐?”
“그런 건 아니지만….”
분명 시후의 말대로였다.
당성치에게 시후가 베푼 은혜는 그 어떤 것으로도 쉽게 갚을 수 없는 것임을 당소영도 알 수 있었다.
아마 당성치에게 지금과 같은 요구를 했다면 당성치는 당장 내오라고 했을 거였다.
하지만 당소영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 대신!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해 주세요.”
“뭐?”
뜬금없이 궁금한 게 있다는 당소영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지금 당소영이 자신에게 무언가 조건을 제시할 만한 위치가 아닐 텐데 저러는 거면 어지간히 궁금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는 스마트폰을 슬쩍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집에 돌아가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고 이후에는 예정된 일정이 없으니 잠깐 시간 때우기로 당소영을 상대해주기로 했다.
“뭐가 궁금한데?”
“저와 닮았다는 그분, 그분은 누구시죠?”
“어?!”
느닷없는 당소영의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왜 당소영이 진소령을 궁금해하는지, 자신이 언제 당소영에게 그녀 이야기를 했었는지 의아했다.
“저번부터 알 수 있었어요. 도련님이 저를 바라보실 때면 다른 분을 떠올리신다는 거요. 그리고 오늘… 좀 전에 확실히 알았어요. 분명 그녀도 저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고. 그녀는 누구신데 도련님이 저를 통해 그분을 그리워하시는 거죠?”
당소영의 쉴 새 없는 질문에 시후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 어떤 위협에도 뒷걸음질 친 적이 없던 자신이 당소영의 당돌한 질문에 뒷걸음질을 친 거였다.
시후는 그 상황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이왕 시간 때우기로 한 거 들려주지.”
왜 이러는지 시후도 알지 못했다.
오늘따라 당소영을 통해 그녀를 자주 봐서 그런지, 아니면 오늘따라 그녀가 너무 그리워서 그런지.
다만 그녀를 기억해줄 누군가가 생겼다는 사실에 시후는 그녀를 회상했다.
* * *
그녀의 이름은 진소령이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이 그리 썩 로맨틱한 만남은 아니었다.
챙-철컹-챙-철컹-
칼과 방패, 창이 나를 겨누고 금위군들의 시퍼렇게 날 선 눈빛이 살기와 함께 날아드는 그 순간.
그녀의 가녀린 목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당장 진소령 마마의 신변에서 손을 놓지 못할까?!”
금위대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내 손에 잡혀 있는 여인의 이름이 진소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큭, 생각지도 못한 대어가 걸렸구나?”
“저런 천인공노할 놈!!”
“움직이지 마라. 네놈들 살기에 손이 떨려 이 가느다란 목을 꺾어버리는 수가 있으니.”
움찔-
내 말에 금위군 모두의 행동이 멈췄다.
“잠깐 황궁이라는 곳에 놀러 들어왔다가 이 무슨 봉변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네 덕분에 여기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구나?”
나는 진소령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제 덕분이라 하시면 저도 데리고 나가주세요.”
“뭐?”
뜻밖에 말에 놀랄 틈도 없었다.
내가 잠시 움츠린 사이 진소령이 먼저 움직였으니 말이다.
“꺄악!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 금위대장! 길을 터 주세요!”
“마, 마마!”
“꺄아악!!!”
금위대장이라는 녀석이 반박할 틈도 없이 질러대는 비명에 어느새 길이 열리고 있었다.
솔직히 이 녀석들의 눈을 피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천마만의 은신술을 펼치기만 해도 녀석들은 나를 찾을 수 없을 거였다.
이미 내 얼굴 또한 역용술로 바꿔 놓았기에 추적하라 수도 없을 거였다.
그랬기에 지금 벌이는 인질극은 그저 여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여흥 거리가 난리를 피우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어이없음이 흥미를 돋웠다.
“크큭, 재미난 계집이구나? 잠시 데리고 놀아주마. 금위대장~! 당신의 마마와 잠시 놀다가 돌려주겠네~! 그러니 찾는다고 힘 빼지 말게나! 하하, 하하!”
쑤우욱-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천잠음영술을 펼쳤다.
아주 살짝 기울어진 금위군들의 그림자 속을 넘나들며 황궁을 빠져나왔다.
일각의 시간을 그림자 속을 돌아다니며 솟구친 곳은 저잣거리의 뒷골목이었다.
골목 담벼락의 그림자에서 나온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진소령을 놓아주었다.
비틀비틀-
“우웁!”
몸을 비틀거리며 구토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었다.
시전자인 나도 처음 천잠음영술을 펼쳤을 때 어지러웠으니 말이다.
“토하고 싶으면 토하거라. 마음껏 토하라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온 것이니.”
그래도 공주마마의 신분인데 아무 데서나 토하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베푼 호의였다.
그런데 당연히 담벼락에 손을 짚고 속에 있는 것을 게울 줄 알았던 진소령의 다른 모습에 놀랐다.
“후우, 괜찮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진소령은 나에게 감사하다며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살짝 눈까지 감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이런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기품이 넘쳐 보였다.
이런 여인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강해 보이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모습이 아닌 진실한 본모습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었다.
“허? 제법이구나? 그걸 버티다니.”
“칭찬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뭐, 그러든지.”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그건 왜 묻느냐?”
“좀 전에 금위대장과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랑 놀아주신 후에 돌려보내 주시겠다고요. 그러니 행선지 정도는 알려주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뭐라? 하, 하하, 하하하하!”
당돌한 진소령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웃어보는 게 얼마 만인지 참으로 좋았다.
그동안 이놈 저놈 죽이러 다니느라 지쳤었기에 잠깐의 여흥을 즐기고자 천마신교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황궁에 들어갔고 거기서 우연히 ‘투신’이라는 녀석의 유골을 찾았다.
녀석이 남긴 비급과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가 있었다.
그랬기에 나답지 않게 인기척을 내었고 금위군들에게 들킨 거였다.
잠깐 녀석들을 골려주려고 인질극을 벌여본 건데 이런 당돌한 공주를 맡게 되다니.
재미졌다.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올 테냐?”
“당연하지 않습니까?”
“오호~ 어디든?”
“그럼요. 어디든 귀하께서 가시는 곳이라면 따라가겠습니다. 대신 다시 황궁에 돌려보내 주셔야 합니다.”
“크크큭, 그건 걱정 마라. 나도 오래 나돌아다닐 형편은 아니니 오늘 밤이 지나면 되돌려보내 주마. 그럼, 당돌한 너를 데리고 어디를 간다?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느냐?”
“저는 밖으로 나온 게 처음이라…!”
꼬르르륵-
말을 하던 진소령은 배곯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한창 당돌한 모습만 보이던 진소령의 모습에서 저런 수줍은 모습을 보니 그것 나름대로 즐거웠다.
“하, 하하. 일단 그 녀석부터 달래주러 가볼까?”
“…네.”
내 말에 진소령은 속삭이듯이 대답하고는 뒤를 따랐다.
허기져 보이는 진소령을 데리고 향한 곳은 저잣거리에서 가장 맛집인 작은 국숫집이었다.
이곳의 메뉴는 한 가지.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가 손수 말아주는 국수가 전부였다.
이곳은 딱히 자리도 없었다.
그저 국수 그릇을 받아 손에 들고 근처 담벼락에 기대어 먹어야만 했다.
“할멈, 국수 두 개.”
“아이고, 도련님. 또 오셨습니까?”
“거참, 도련님 아니라니까.”
“오늘은 어여쁜 규수랑 같이 오셨네요?”
“뭐야? 할멈, 장님이라더니 거짓말이었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양갓집 규수가 쓰시는 분 냄새에 유추한 것입니다.”
“허! 대단하네. 그 정도면 심안을 열었다고 해도 믿겠어?”
“호, 호호, 도련님은 언제나 재미지게 말씀하십니다? 여기 국수 두 그릇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잠깐 수다를 떠는 사이 할멈이 내미는 국수 그릇을 받아 들었다.
양손에 든 국수 그릇 중 하나를 진소령에게 내밀었다.
과연, 귀하디귀하게 자란 공주마마께서 어떻게 할까 싶은 장난기 섞인 선택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