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는 천마님-75화 (75/275)

제75화

남궁세가의 가계도(家系圖)는 간단했다.

가주인 남궁정도(南宮貞島)를 필두로 하여 그 슬하에 자식이 셋이 있었다.

첫째 남궁태성, 둘째 남궁진성, 그리고 시후에게 호되게 당한 남궁화성.

그리고 각자의 아들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갖고 있었다.

첫째부터 각각 태진(太陳), 진진(鎭陳), 화진(花陳)이라 부르며 자신들이 직접 무공을 가르치며 제자 겸 부하로 써먹는 이들이었다.

시후의 손목을 잡은 정금찬 역시 남궁화성의 화진에 소속된 1대 제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남궁세가에 입문하여 무공을 배웠고, 35세의 나이인 지금은 검에 기를 담을 수 있는 절정의 경지에 올라섰다.

현대 사회에서는 검을 소지하고 다닐 수는 없었기에 남궁화성은 제자들에게 격공술을 가르쳤다.

그중 정금찬은 금나수에 일가견을 보이며 남궁화성의 오른팔로 자리했고 남궁세가에 이름을 알리는 중이었다.

남궁화성을 등에 업으니 남궁세가의 가업을 위해 활동하는 데 거칠 게 없었다.

그런 정금찬이 지금은 남들 몰래 팬티에 오줌을 찔끔 지렸다.

‘신언패’라는 한 단어를 듣고 말이다.

꿀꺽-

정금찬은 긴장감에 침을 꿀떡 삼키고는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누, 누구십니까?”

“내가 선문답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크윽!”

정체를 물어봤지만 시후의 눈에서 살기가 피어오르자 정금찬은 숨이 막혀왔다.

자신이 어떻게 비벼볼 만한 상대가 결코 아니었다.

시후는 정금찬이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앞장서.”

“…네.”

앞장서라는 말이 남궁화성에게 가는 길을 안내하라는 뜻임을 알지만 반박하지 못하는 정금찬이었다.

때 아닌 도박장 손님들에게 호황을 일으킨 시후는 정금찬을 따라 도박장을 빠져나갔다.

이 도박장도 지하였는데 정금찬은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아래층으로 안내했다.

“하는 짓거리답게 땅속에 처박혀 사는구나?”

떠올리기 싫은 놈들을 떠올려준 남궁화성을 생각하며 남궁세가를 비하하는 시후였다.

한 발 뒤에서 시후의 그런 반응을 살피던 당소영은 시후가 남궁세가를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당가는 자신들이 가진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그동안의 시후의 행적을 알아보았다.

제갈세가와 당가를 찾아간 시후는 행동이 거칠기는 했으나 우호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남궁세가를 대하는 시후에게는 명백한 적의가 느껴졌다.

아버지인 당성치로부터 남궁세가를 집어삼킬 계획을 들었었다.

좋은 의도는 아니었지만 남궁세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당가였기에 지금의 사태가 불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후로 인해 멸문지화가 눈앞에 닥친 남궁세가를 옹호할 수는 없는 것인데.

당소영은 앞으로 시후와 당가의 관계를 어찌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또렷하게 들릴 정도의 탄성이었기에 시후는 고개를 슬쩍 돌려 당소영을 바라보았다.

“왜?”

물음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컸다.

혹여 어디가 불편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담겨 있었고 남궁세가를 들어가는 데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도 있는지도 담겼었다.

“어떻게 하죠?”

“뭘?”

정말 무슨 일이 있는가 하는 생각에 시후는 걸음까지 멈추고 당소영을 바라보았다.

“제 대출 1억, 어떻게 해요?”

“…….”

생각지도 못한 말에 시후는 어이가 없었다.

도박장에서의 일은 모두 당소영이 계획한 거였다.

시후의 얼굴은 역용술을 이용해 변용한 것이었기에 신분을 증명할 게 없었다.

그렇기에 돈을 빌릴 수가 없었고 당소영이 대신 신용 대출을 받은 거였다.

그 또한 당소영의 계획이었다.

좋든 싫든 자신은 당가의 셋째 여식이었기에 남궁세가에서 알아볼 거라는 거였다.

서류를 보고 찾아오는 게 첫 번째 계획이었다.

혹여나 그런 놈이 없다면 시후가 도박장에서 깽판을 부려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계획이었다.

다행히 시후에게 타짜의 능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남궁세가만 열받는 상황을 만들 수가 있었다.

그렇게 모든 계획을 당소영이 짰고 시후는 완벽하게 시행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대출을 걱정해?’

무언가 대책이든 위로의 말이 든 걸어주길 바라는 당소영의 눈빛에 시후는 고개를 홱 돌렸다.

당소영과는 필요한 말만 주고받을 생각이었기에 굳이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그때부터 쉴 새 없이 당소영의 말이 이어졌다.

“어떻게 하죠? 1억 못 갚으면 집으로 사채업자들이 찾아오는 걸까요?”

당가에? 한 줌의 피죽으로 변하려면 찾아가겠지.

“변호사들이 돈 갚으라고 고소라도 할까요?”

한국대 법학과의 제자들이 수두룩할 텐데 고소를 해서 승소할 수가 있을까?

“아니면 조폭들이 찾아와 장기라도 꺼내려고 할까요?”

제 놈들 장기가 먼저 녹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아니면….”

“해줄게! 해줄게! 내가 해결해줄게! 어? 됐냐? 됐어?!”

당소영의 쫑알대는 질문에 속으로만 답해주던 시후가 결국 폭발했다.

당소영은 시후가 돌아보며 씩씩거리자 씨익 웃었다.

“그럼, 감사하죠.”

시후는 당소영의 미소를 보고는 그제야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관심으로 일축하는 자신을 귀찮게 하여 관심을 받는 거였다.

여자의 자존심 따위는 땅바닥에 던져버리는 행동이었지만, 이런 것까지 그녀를 닮았다는 생각에 열불이 났다.

“하여간 이쁜 것들은 조심해야 한다니까.”

“어머? 제가 이뻐요?”

이제는 대놓고 살랑거리는 당소영이었다.

무관심을 일관되게 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꺼릴 것이 없다는 거였다.

“흥! 별로.”

“어머? 그렇게 화내는 모습은 또 처음 보네요? 호호.”

이제는 콧소리까지 내는 당소영의 모습에 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소영 또한 당가의 여식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소영이 마음만 제대로 먹고 당나영이 하려던 역할을 대신했다면 남궁세가는 진즉에 당가의 치마폭에 빠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 앞서 걸어가던 정금찬의 발걸음이 멈췄다.

“크흠, 이곳입니다.”

앞에 철문을 가리키는 정금찬의 표정은 왜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썩어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오금을 저리게 해놓고서는 뒤에서 둘이 꽁냥꽁냥거리는 게 배알이 꼬인 것 같았다.

그런 정금찬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시후는 인상을 구겼다.

“너,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그렇게 찡그리면 다시는 웃지 못하게 해주는 수가 있다.”

“히익!”

정금찬은 잠시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잊은 듯 깜짝 놀라며 문을 열었다.

간단하게 비밀번호를 누르자 철문은 쉽게 열렸다.

특이한 것은 안쪽에 위로 올라가는 원형의 계단이 있다는 거였다.

한눈에 보아도 침입자가 계단을 오르면 위에서 쉽게 저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길은 저기 하나뿐이냐?”

“네, 막내 공자님께서는 그때 일로 치료를 받고 계셔서 저 길이 아니면 그곳에 찾아갈 수가 없습니다.”

“오호~ 치료라고?”

시후는 정금찬의 말에 눈이 번쩍였다.

시후가 남궁화성의 가슴에 써놓은 글씨는 단순히 검상이 아니었다.

천마지체를 이루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천마강기를 흘려 넣었었다.

그것은 화타가 온다 해도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 검상을 치료하고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 녀석을 빨리 만나보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구나.”

푹-

시후는 손가락을 튕겨 정금찬의 수혈을 짚어 재웠다.

그러고는 남궁화성을 만나 들어야 할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에 미소를 지으며 당소영을 바라보았다.

당소영은 순간 시후의 눈빛에서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눈빛을 읽었다.

“왜, 왜요?”

여자의 직감인지 모르지만 일단 시후로부터 한 걸음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시후가 훅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원형의 계단을 울리는 당소영의 기나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악!!!”

* * *

짙은 검정과 회색으로 꾸며진 커다란 방에 스산한 기운이 퍼져 있었다.

얼핏 보면 수증기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이 피 안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실내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검은색 욕조가 자리했다.

그런데 욕조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따뜻한 물이 아니라 끈적한 붉은색 피였다.

잔잔했던 핏물이 일렁이며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를 빠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는 남궁화성이었다.

“크윽! 빌어먹을 새끼!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새끼!!”

남궁화성이 욕을 누군가가 들었다면 그것이 누군가를 향한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을 거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남궁화성의 목소리만이 크게 울려 퍼졌다.

남궁화성은 몸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처럼 붉게 변한 자신의 눈빛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덕분에 안정이 되었는지 고개를 떨구어 가슴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는 검상에 의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입에 담기도 싫은 치욕스러운 문구였다.

“그 빌어먹을 새끼 때문에 이 아까운 혈영수(血瑩水)를 사용하다니.”

“거봐, 저거 혈영수 맞대잖아.”

“누, 누구냐!?”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 자신 이외의 목소리가 들리자 남궁화성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대답이라도 하듯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 너는?”

“반갑냐? 나는 별로인데?”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는 남궁화성에게 비아냥거리는 시후였다.

어느새 천투변용술까지 풀고는 본래 고등학생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남궁화성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당소영이 뒤따랐다.

“너희들이 여길 어떻게?”

“우리가 어떻게 들어왔느냐가 문제가 아니지. 혈영수까지 보여준 마당에 말이야?”

“네깟 놈이 혈영수가 무엇인지 안단 말이냐?”

여전히 입에 걸레를 문 것인지 쥐뿔도 없는 게 입만 거친 남궁화성이었다.

시후는 살짝 고개를 돌려 당소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당소영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혈영수. 달거리를 하지 않은 여아(女兒), 몽정하지 않은 남아(男兒), 그 아이들 100명의 피를 모아 만든 핏물.”

“……!”

당소영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이 남궁화성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저들이 어떻게 혈영수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지만, 그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었다.

남궁화성은 슬쩍 손을 뒤로 젖혀 욕조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이곳에는 들리지 않지만, 이 버튼은 옆방에서 쉬고 있는 자신의 수하들을 부르는 버튼이었다.

이전에는 고작 1대 제자와 2대 제자 몇몇만 동행했지만 지금 옆방에는 30명에 달하는 절정의 고수들이 있었다.

그 정도라면 시후를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남궁화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쯧, 예나 지금이나 혈교(血敎)를 등에 업은 녀석들은 하는 짓이 똑같구나?”

“헉!”

입꼬리가 올라가던 남궁화성은 시후의 입에서 ‘혈교’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대경실색했다.

너무 놀라 평소라면 팽팽 돌아가던 두뇌도 멈췄다.

그런 남궁화성을 보며 시후가 입을 열었다.

“기껏해야 혈강기(血罡氣) 3성의 경지를 가진 너를 보니, 녀석들과 접선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혈영수를 가지고 있는 거지?”

시후가 입을 벌리면 벌릴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남궁세가가 혈교와 결탁하여 한국에 터를 잡기로 한 이야기가 오간 것이 고작 석 달 전이었다.

중국에서 손을 뻗어온 혈교는 남궁세가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겠다면서 모든 상처를 치료해주는 혈영수를 선물로 주었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돌처럼 굳는 단점이 있었지만, 온몸의 상처를 깔끔하게 회복시켜 준다는 점에 큰 가치가 있었다.

남궁화성은 점점 식어가며 돌처럼 굳어가는 혈영수를 보며 자신의 몸도 같이 굳어져 갔다.

어떻게 해서든 이 순간을 모면하여 저놈의 존재를 아버지에게 알려야 했다.

아니, 석 달 전에 접선한 혈교에 알려야 했다.

그런데 비상벨을 누른 게 언젠데 아직도 들어오지 않는 수하들이 신경 쓰였다.

시후는 남궁화성이 문 쪽을 힐끗거리자 한숨을 내쉬었다.

“옆방에 있던 놈들은 모두 좋은 꿈 꾸고 있을 거야. 자신들의 존재 목적이 너의 영약인지도 모르고 말이지?”

“너 뭐야?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이제는 남궁세가의 가장 큰 비밀인 흡성대법까지 밝히는 시후였다.

시후는 안색이 창백해진 남궁화성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디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문제. 내가 왜 너에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까?”

“…….”

“몰라? 진짜 몰라? 허… 그것도 모르면 정말 병신인데?”

시후의 비아냥에도 남궁화성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신 다른 곳에서 시후의 질문에 답이 들려왔다.

“살려둘 생각이 없어서요.”

“정답!”

당소영의 대답에 시후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크윽!”

남궁화성은 시후의 몸이 흔들리는 순간 고개를 팍 숙였다.

하지만 관자놀이 근처를 스치고 지나가는 시후의 엄지손가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기껏 혈영수로 온몸의 상처를 없앤 남궁화성의 관자놀이에 기다란 선혈이 피어올랐다.

시후가 당소영에게 치켜세웠던 엄지손가락을 그대로 남궁화성의 관자놀이에 쑤셔 넣으려는 것을 피한 거였다.

“크아! 빌어먹을 새꺄!”

남궁화성은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토해내며 두 손을 시후를 향해 내질렀다.

여전히 방 안에 피어오른 핏빛 안개가 더해져 두 손이 붉게 물들어갔다.

시후는 가슴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남궁화성의 두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왼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서걱-

“크아악!”

기분 나쁜 절단음과 함께 남궁화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던 시후의 그 한 동작으로 인해 남궁화성의 두 손은 주인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두 손을 잃은 남궁화성은 비틀대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자 한쪽에 서 있는 당소영이 눈에 들어왔다.

쾅-

내공을 발끝까지 흘려보내며 땅을 박차고 나갔다.

두 손을 잃었지만, 아직 가녀린 여자의 목쯤은 물어뜯을 입이 남았기에 당소영을 인질로 잡으려는 거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자신이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데도 시후는 막아오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에 흠칫하는 순간 당소영이 움직였다.

“어린아이들의 피에 대한 대가는 당신의 피로 받겠어요.”

파앗-

죽음을 선고하는 당소영의 말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남궁화성은 달려가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루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크아아악!!”

치이이익-

남궁화성의 절규와 함께 순식간에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부터 뼈까지.

마치 따뜻한 봄날에 눈이 녹듯이, 남궁화성은 그렇게 한 줌의 핏물로변하여 흘러내렸다.

“화골산(化骨散)을 그렇게 사용하다니. 역시 당가라 이건가?”

본래 화골산은 시체를 흔적도 없이 처리하기 위한 위험한 독이었다.

신체에 닿는 순간 녹아내리는 그런 화골산을 몸에 두르고 있다가 저런 순간에 사용하는 당소영의 모습에 당가로서의 실력을 본 것 같았다.

자신을 인질로 잡기 위해 달려오던 남궁화성을 막아냈지만 당소영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도대체 혈교라는 곳이 어떤 곳이죠?”

당소영은 진지하게 물었다.

너무나도 진지한 당소영의 표정에 시후는 어리둥절했다.

저 표정은 진위 여부를 묻는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혈교를 몰라?”

그동안 강시후로 살아가는 이곳에도 무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시후에게는 의외의 상황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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