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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는 천마님-74화 (74/275)

제74화

시후는 자신이 부르자 한걸음에 달려온 당소영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면 볼수록 천마 시절 그녀와 너무나도 겹쳐 보였다.

그 때문인지 이제는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천마 시절 그녀를 보았을 때도 그랬었다.

애써 외면해보려 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때 느꼈던 그 통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뭐가요?”

혼잣말에 물어오는 당소영을 보며 시후는 대답 대신 다른 것을 물어갔다.

“어디 있는지 안다고 했지?”

“…네.”

자신의 물음에 대답은 해주지 않으면서 남궁세가가 어디 있는지 찾는 시후의 태도에 살짝 기분이 상한 당소영이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앞장서서 남궁세가의 본가를 안내하고 있었다.

시후의 본 모습을 알게 된 후부터 점점 그를 대하기가 어려웠다.

나이는 고등학교 1학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는 행동이 너무 어른스러웠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 연배를 대하는 것 같았다.

거기다 지금까지 살면서 시후만 한 절대 고수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시후를 어려워하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시후에게 자연스럽게 존대까지 하고 있었다.

“여기, 이 건물이에요.”

지금도 남궁세가의 본가를 가리키며 존대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시후는 당소영이 그러거나 말거나 눈앞에 빌딩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 이곳 중 어디냐?”

“전부요.”

“전부?”

“이 빌딩 전체가 남궁세가의 소유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곳이 남궁세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금까지 어느 녀석들보다 이 녀석들이 세상에 가장 잘 녹아들었구나?”

10층짜리 빌딩 전체가 남궁세가의 소유라는 사실보다 눈에 보이는 간판들이 더 거슬렸다.

[OKK대출], [크라운 노래장], [안마시술소], [호스BAR]….

간판만 보아도 충분히 어떤 사업들을 주로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당소영이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보시다시피 남궁세가의 주요 사업은 술, 성, 돈놀이예요.”

당소영의 설명을 들으며 간판을 바라보던 시후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곳에 도박장도 있겠구나?”

“뭐, 당연하겠죠?”

돈놀이하는 곳의 필수 요건 중 하나가 도박장이었다.

도박만큼 돈을 잃는 것이 자연스러운 놀이도 없었다.

물론, 타짜라고 불리는 전문 도박꾼에게 속는 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적당히 잃어주고 확 뜯어내면 그 호구들은 자신의 자본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결국 돈을 빌릴 터였다.

천마 시절에도 그런 도박장을 한두 군데 본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도박장은 정파와는 친하지 않았고 천마는 그런 도박장이 좋았다.

그렇게 제집 드나들 듯이 들락거린 도박장이었기에 시후는 언제나 꾼으로 불렸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도박의 은어가 있다.

천마는 그것을 본능칠기삼(本能七技三)이라 바꿔 말했다.

도박장에서 매일 따기만 하는 천마가 껄끄러웠을 수도 있었지만, 천마는 언제나 도박장의 VIP였다.

언제나 딴 돈을 그날 저녁에 흥청망청 도박장에서 놀고 마시니 도박장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었다.

‘그때 좀 즐거웠는데.’

시후는 도박꾼들과 술을 나누며 웃음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흠…. 어쩔까나?”

“왜요?”

시후의 중얼거림에 당소영이 물어왔다.

좀 전에 그렇게 무시당했으면 질릴 만도 했는데 또다시 같은 반응을 보이는 당소영의 정성에 시후는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남궁 세가를 지워 버리려고 했는데 생각이 좀 바뀌어서 말이야.”

“왜요? 아까운 거라도 있으세요?”

시후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읽은 당소영이었다.

“도박장 같은 곳을 밀어 버리기에는 아쉬워서, 고민이 되네.”

“음….”

시후의 말을 들은 당소영은 시후와 같이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시후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안에 마무리 지으시려는 거죠?”

“그렇지? 굳이 시간을 들여야 할 이유가 없으니.”

“인명 피해는요?”

“이 얼굴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을 거야.”

“음…. 그럼, 이 방법은 어떠세요?”

몇 가지 질문을 한 후에 들려주는 당소영의 계획은 신선했다.

당장 쳐들어가 저 건물 안에 무공을 익힌 이들을 모두 폐인으로 만들려는 시후였기에 당소영이 제시한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하면 저곳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유권을 가지고 올 수 있겠구나?”

“네, 물론, 감쪽같은 역용술과 타짜 같은 실력이 있으셔야겠지만요.”

“그럼, 얼굴은 이 정도면 되겠지?”

스윽-

시후는 손바닥으로 얼굴 앞을 스윽 훑으며 천투변용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일전에 당가를 찾을 때 보여주었던 각진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인이 되었다.

당소영은 한순간에 얼굴을 바꾼 시후를 보며 대단하다며 손뼉까지 쳤다.

“대단하시네요. 그 정도면 스파이 생활을 하셔도 되겠는데요?”

당소영은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며 타국의 기밀을 빼내는 스파이를 떠올렸다.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매력적인 남자의 모습에 시후를 대입해 보았다.

그러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시후의 매력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당소영을 보며 시후는 관심 없다는 듯이 일갈했다.

“쓸데없기는, 가자.”

시후가 앞장서자 당소영이 뒤를 따랐다.

시후는 당소영의 계획에 맞추어 제일 먼저 ‘OKK대출’이라는 간판의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시후를 맞이했다.

“뭐여? 손님이여?”

“돈 좀 빌리고 싶은데?”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던 남자는 시후의 입에서 돈 좀 빌리자는 말이 나오자 활짝 웃으며 일어났다.

“아이고~ 손님! 잘 찾아오셨습니다. 휴대폰 인증과 신분증만 제출하시면 그 자리에서 바로 대출을 해드리는 OKK대출입니다.”

평소에도 자주 읊었던 대사인지 쉬지도 않고 한 번에 쏟아내는 남자였다.

그런 남자를 보며 시후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 물 좋은 도박장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왔는데 내가 그만 지갑을 두고 왔어.”

“…….”

“그래서 그러니, 이 여자의 신분을 증명하고 천만 원만 빌릴까?”

“아이고~, 손님은 이쪽 여자분이셨군요? 얘들아! 뭐 하냐? 손님께 서류를 드리고 저분께는 차 좀 내어 드려!”

도박장이라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남자의 눈에 이채가 떠오르는 것을 놓치지 않은 시후였다.

녀석이 무슨 속내를 갖고 있을지는 뻔했다.

아마도 차를 내오라고 내보낸 남자가 시후와 당소영에 대해서 위에 놈에게 보고할 거였다.

그리고 다른 놈이 차를 내오고 서류를 내밀어 설명하는 동안 그놈의 지시를 따를 것이 뻔했다.

하지만 학교 교사의 신분인 당소영은 대출 대상 1순위였기에 시후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하고 돈은 금방 마련이 되었다.

시후는 당소영에게 건네주는 1천만 원의 돈다발을 가로채며 입을 열었다.

“내가 빨리 손맛 좀 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가이드 좀 해주겠나?”

“…손님? 저희는 가이드 같은 거는… 어?”

가이드라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거절하려던 남자는 시후가 5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어 흔드는 것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남자에게 눈짓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때마침 저희 막내가 그런 거를 잘합니다. 관광과를 나와서인지 사람 안내는 기똥차게 하죠. 그럼 막내를 따라가십시오.”

남자의 신호와 함께 옆에 있던 남자가 문을 열며 허리를 숙였다.

시후는 문을 나서며 남자의 윗주머니에 5만 원권 몇 장을 넣어주었다.

윗주머니가 두둑해진 남자는 빠르게 시후를 도박장으로 안내했다.

건물 지하에 있는 도박장은 여러 번의 신원 확인을 거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시후는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의 도박장과는 다른 도박장의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깔끔한 곳이 도박장이라고?”

“말이 도박장이지 이곳은 카지노에 가깝네요.”

“카지노?”

카지노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시후의 말에 당소영은 간단하게 설명을 늘려놓았다.

현금 대신 칩을 사용한다는 것과 슬롯머신부터 주사위 던지기, 카드놀이까지 다양한 도박 게임이 있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시후는 당소영의 설명을 들으며 카지노 안을 걸어가며 두리번거렸다.

당소영의 말대로 기계에 칩을 넣고 그림을 맞추는 곳도 있고 딜러라는 사람과 승부를 가리는 놀이도 보였다.

그중 시후의 눈길을 끈 것은 원형 판에 흰색 돌을 던지는 도박이었다.

“저 노름이 좋겠는데?”

“룰렛을 하시게요?”

당소영은 룰렛 판으로 다가가는 시후의 뒤를 따랐다.

시후는 졸졸 쫓아오는 당소영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직도 따라오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후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그 자리에 서서 멀뚱거렸다.

그러다 시후의 눈빛이 ‘왜 아직도 따라오냐?’라는 의미임을 눈치채고는 입을 열었다.

“두목께서 끝까지 안내하라고 하셔서….”

스윽-

남자는 시후가 내미는 돈뭉치에 말을 끝까지 잊지 못했다.

돈만 내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후의 눈빛을 남자는 또 읽을 수 있었다.

“후딱 칩으로 바꿔오겠습니다.”

남자는 돈을 받고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칩 교환소로 뛰어갔다.

가는 도중에 자신이 왜 시후에게 이리 굽신대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남자의 행동을 보며 당소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허? 대단하시네요? 뭐라 하지도 않으시고 어떻게 사람을 저리 다루시죠?”

“뭐, 본능이라는 게 있으니. 그보다, 너는 이제 나에게 존대하기로 작정한 것이냐?”

역용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저런 나이 들어 보이는 말투가 잘 어울리는 시후였다.

당소영은 그런 시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학교에서만 아니면 존대를 하려고요. 저도 본능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뭐, 좋을 대로 해라.”

당소영이 자신을 뭐라 부르고 어떻게 대하든 시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당소영에게서 그 여인을 찾아가는 자신을 보는 게 기분이 나빠서였다.

하지만 당소영은 시후의 이런 반응이 이미 익숙해진 것인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룰렛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기 보이시는 룰렛 판에 볼을 던지는데, 저 볼이 들어가는 것에 따라 배당금이 지정돼요. 여기 앞을 보시면 숫자가 바닥에 깔렸죠? 이곳에 칩으로 배팅을 하시면 돼요.”

그 뒤로 룰렛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좀 더 들었다.

당소영의 설명을 들으며 룰렛 판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시후도 어느 정도 감이 왔다.

그사이 칩을 바꾸러 갔던 남자가 돌아와 시후에게 칩을 건네주었다.

1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칩으로 바꾼 것이었기에 양은 상당했다.

시후는 자연스럽게 칩 몇 개만 빼 들고는 나머지는 당소영에게 건네주었다.

당소영도 시후가 자신에게 칩을 맡기는 거라 생각했는지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런데 칩을 받아 든 당소영을 시후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당소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게 보세요?”

“이런 곳을 자주 드나들었나 봐?”

“자주는 아니고, 정선 카지노를 몇 번 가봤어요.”

“정선 카지노?”

당소영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는 곳이 정선 카지노라는 설명을 해주었다.

다른 곳들도 카지노가 있지만, 내국인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내국인들이 카지노를 다녀왔다는 것은 정선 카지노거나 이곳과 같은 불법 카지노라는 소리였다.

말을 하는 당소영의 눈빛에 아련함이 물드는 것을 보았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그저 당소영의 설명이 모두 끝날 때까지 들어준 시후는 말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룰렛 판으로 다가가 한 자리를 꿰찼다.

시후가 칩을 들자 딜러가 외쳤다.

“배팅하십시오.”

딜러의 신호와 함께 사람들이 숫자에 자신의 칩을 놓기 시작했다.

시후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빨간색과 검정 칸으로 나누어져 있는 곳 중 빨간색 칸에 칩을 놓았다.

이곳은 그저 룰렛 판에 던져진 룰렛 볼이 검정 숫자나 빨간색 숫자에 들어가면 배당을 받는 것이었다.

배당금액은 베팅한 금액의 두 배.

시후는 이미 당소영과 계획한 대로 착실하게 게임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도 시후의 존재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시후가 이번에도 빨간색에 배팅하자 사람들도 칩을 들어 배팅했다.

대신, 시후가 놓은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에 말이다.

“똥 손이야, 똥 손.”

“저 남자와 반대로 배팅하면 돼.”

“에이~ 너무 뭐라 하지 마. 덕분에 우리는 따고 있잖아, 크크큭.”

여기저기서 들리는 목소리를 종합하면 시후가 배팅하는 것이 모조리 꽝이라는 소리였다.

당소영의 신용을 이용해 빌린 1천만 원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시후의 손에 칩이 없어 배팅하지 않게 되자 룰렛 판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다른 손님들도 배팅하지 않는 거였다.

다들 시후가 배팅을 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사이 당소영은 남자를 시켜 추가적인 대출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좀 전보다 많은 2천만 원이었다.

시후는 돈을 들고 온 남자의 앞쪽 주머니에 또 5만 원권 몇 장을 꽂아 주고는 칩으로 바꾸어 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돈을 빌려 오고 자신의 주머니에 5만 원권이 꽂히며 팁을 받던 남자도 이제는 슬슬 걱정하고 있었다.

“저… 손님, 이미 빌리신 돈이 1억이 넘었습니다.”

당소영의 이름으로 빌린 돈이 이미 1억이 넘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1억은 그대로 룰렛 판에 시후가 꼬라박았다.

이쯤 되면 도박장으로서는 좋아해야 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시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손님이 돈을 따고 있으니 오히려 손해였다.

조금 전에는 어떤 손님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며 1억을 시후가 거는 반대편에 걸었었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시후는 꽝, 그 손님은 대박을 맞았다.

어느덧 다른 도박판에 있는 손님들까지 룰렛 판으로 다가와 딜러의 신호 아니, 시후가 배팅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딜러는 시후에게서 1억이라는 돈을 땄지만, 다른 손님들에게 2억이라는 돈을 잃은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딜러는 테이블 밑에 있는 비상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처음 OKK대출 사무소에서 보았던 남자들이 시후에게 다가왔다.

텁-

“손님? 이미 많이 잃으신 것 같은데 그만하시는 게 어떠실까요?”

시후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며 말하는 것이 부탁이 아닌 명백한 경고의 의미였다.

하지만 시후는 한쪽 손에 들려 있는 1백만 원짜리 칩을 빙글빙글 돌리며 웃었다.

“그러지. 딱 이번 판만 하고.”

그리고 시후는 빨간색에 배팅하기 위해 손을 뻗어갔다.

덥석-

그때 어디선가 손이 훅하고 나타나 시후의 손을 낚아챘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금나수의 수법이었다.

시후는 금나수의 수법으로 자신의 손목을 잡아 오는 것을 보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그.만.하.라.고.”

싸늘한 어조로 말하는 남자는 시후의 기억 속에 있는 남자였다.

한국대 캠퍼스에서 남궁화성의 옆에 착 붙어 있던 남자였다.

“이제야 대가리를 내미는구나?”

“뭐?”

드디어 계획대로 남궁화성과 관계된 지위가 있는 녀석이 나타난 거였다.

시후는 손가락을 튕겨 1백만 원 칩을 빨간색 룰렛 판에 배팅했다.

“난 검정!”

“나도 검정!”

“검정!! 검정!!”

손님들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검정색에 자신들이 가진 칩을 전부 걸었다.

빨간색에는 1백만 원 칩 딸랑 하나.

검은색에는 얼마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칩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상황이 되었다.

시후의 손목을 잡은 남자는 시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배팅하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고통에 신음을 흘려도 부족할 판인데 되레 웃으며 칩을 던졌으니 직감한 거였다.

눈앞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인이 결코 일반인이 아님을 말이다.

동공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남자를 보며 시후가 입을 열었다.

“뭐해? 룰렛 판 안 돌려?”

시후의 말에 딜러는 남자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손님들은 어서 룰렛 판을 돌리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딜러가 심호흡하며 룰렛 판에 볼을 던졌다.

그리고 역시나.

룰렛 볼은 검은색에 멈췄다.

“우와!!!”

손님들의 환호성이 도박장을 가득 메우는 사이 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로 남자의 귓가에 말했다.

“몸에 신언패 새겨 넣은 놈 어디 있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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